[📚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귀 파기 정도면 충분하다는 건 좀 도인의 경지같아 좀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요. 이걸 거꾸로 보자면, 귀를 못 파는 상황을 겪어보니 귀를 파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요런 느낌으로 이해해 주시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귀파기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돼요. 부모의 죽음에 대한 반응 또한 식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아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천연덕스럽고 귀여워요. ㅎㅎ Q1에 대해서 저는 청소년 시절, 더운 여름 하교했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난뒤 뽀송하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던 눕는 의자에 앉아서 좋아하는 소설읽기 를 하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여름, 빈집, 샤워후, 의자, 소설 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생각해보면 쉽지만은 않은 조건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긔여웠네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쾌락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이왕이면 귀파기처럼 미니멀한 걸로다.
눈꼽 떼기는 어떨까요? ㅎㅎ 이거 아무래도 좀 거시기하긴한데 눈꼽 뗄 때도 나름 쾌감이 있지 않나요? 개운하고 이런 게 내 눈에 붙어있었다니 하며. ㅋㅋ 하긴 더운 욕실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올 때 그 상쾌한 느낌도 좋죠.^^
눈꼽떼기..까지 나오니까... 정말 몸에서 무언가를 뗀다는 것이 어떤 쾌감을 주도록 진화되었나 싶기도 하네요. "욕망이 인간이 귀찮아 하는 행위에 얹혀진 덕분에 인간이 생존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잡아 요리하고 씹고 하는 것이 엄청 귀찮은 행위인데 식욕 덕분에 귀찮아하지 않고 행하게 되었다... 몸에서 떼어내야 할 것들도 그런 의미에서 쾌감을 느끼게 된 걸까요? ㅎㅎ
아, 그것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굉장한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작가님 작품 읽으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귀를 파는 행위가지고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감히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흔히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뭐냐를 자주 말하곤 하잖아요. 생각해 보니 귀 파기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더라구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
정말 그러고보니 동물은 귀를 안 팔까요? 궁금해지네요. 스텔라님이 이 소설집 모든 작품에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주신다니 더욱 고맙고요. 저 뿐 아니라 우리 작가님들 중 다음 작품을 그믐에서 하게 되면 또 뵙게 되길 바라봅니다. ^^
눈꼽 떼기요오? 하하.. 언제 눈꼽을 떼었나, 왜 생각이 안 날까요. 눈꼽이 없든지, 아니면 있어도 세수하면서 떨어져나가나 봅니다. 스텔라님과 안덕희님의 댓글 읽자니.. 떼는 걸로 쾌감을 느끼는 걸로는 피지 압출이 좋을 것 같아요. 이거 유튜브에서 나오면.. 징그러~ 하면서도 보게 되지 않나요. 가끔 거울 파고 들어갈 것처럼 쳐다보면서 구멍을 짜면서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울긋불긋해진 얼굴을 보면서 후회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소설 읽기의 추억... 맞아요. 휴대폰 이전 시대에는 정말 그런 내적인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광경을 상상하자마자, 슬프게도 바로 휴대폰에 손을 뻗어 쇼츠를 넘기는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 망할 놈의 도파민 중독... 귀파기도 결국에는 도파민 중독이겠죠. 작가님 댓글 덕분에, 설 연휴에 한 권이라도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는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네요.
비전문가도 간편하게 줄눈을 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곰팡이를 덮어 버릴 수 있다길래 속는 셈 치고 사 왔다. 하지만 정말 속은 거였다. 연고처럼 생긴 약을 타일 사이에 짜 넣었지만, 줄 눈이 되지 않고 오그라들었다. 물을 뿌리자 덩어리째 하수구로 밀려 내려갔다. 약을 거의 다 쓰고 나서야 포기했다. 하긴, 며칠 있으면 또 번질 텐데. 다시 보니 시커먼 곰팡이가 이 집에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아직 남은 락스 냄새가 곰팡이 포자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무성음악 p.197, 오선호 외 지음
웃으라고 쓴 부분인데 웃으셨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아래 문장수집도 그렇고 이렇게 자세히 읽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
오래 살고 싶으세요? 진섭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그는 오래 살기는커녕 짧게 사는 것도 힘겨운 사람이었다. 채우지 못한 공백이 늘 가슴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또는 채울 수 없는... 그저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운전대를 돌릴 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지구를 벗어나 은하계를 거쳐 거대한 블랙홀과 맞닥뜨릴 거 같은 기대 정도가 있을까. 그것도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무성음악 _p.68-69_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_ 원초이_, 오선호 외 지음
@Kiara 님, 문장 수집 감사드립니다. 이 문장은 제가 쓰는 글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염세, 비관, 시니컬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시 읽어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제 좀 다른 걸 쓰지, 하면서도 왜 이러는 걸까요? 누가 좀 말려줬으면...
ㅋㅋ 저는 원초이 작가님의 염세가 진짜 염세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약간의 귀차니즘 정도가 있다고 할까요. 원초이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막연하고 습관적인 낙관보다 오히려 진짜 낙관에 닿는 느낌이 있어요. 마음껏 염세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악, 아무도 작가님을 말리지 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너무 좋습니다!! 특히 저도 짧게 사는 것도 힘든 사람이라서... 계속 작가님의 염세, 비관, 시니컬 세계관 속에서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습니다 >< 노래도 넘 좋았고, 특히 뮤비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소설과도 넘 잘 어울려욧!! 안계가 계속 따라다니는데.. 몽환적이면서도.. 다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싶고.. 웅?;;;;; 그랬습니다요.. 헤에
이 작품과 뮤비 정말 잘 어울리지요? ㅎㅎ 원초이 작가님은 유머와 시니컬을 겸비하신 분이니 다음 작품도 나온다면 키아라님께 위로가 될 거 같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을 작가님들의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면 너무 반가울 것 같아요. 이제 바다 여행 시작하시네요. 고고!!
사실 작가님의 [귀 파기]까지 스케줄대로 다 읽었답니다 :) 그런데 제때 들어오지 못해서 요렇게 슬며시 문장수집을 하고 있지요 ㅎㅎ (귀 파기 읽으니까 어렸을 때 엄마가 귀를 파서 손에 올려줬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_+b 속닥속닥)
진석은 중고등학교 동창이다.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오더니 내게 집착한다. 어릴 때에도 짝사랑했는데 이제야 고백한다며 같이 살자고 한다. 한 동네에서 컸다는 이유로 내 인생을 전부 아는 척하고, 가끔 밤을 함께 보낸다는 이유로 우리가 중요한 관계인 것처럼 군다. 나는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 사람이 진실만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그의 허풍을 조금은 묵인한다.
무성음악 p.196, 오선호 외 지음
저도 속는 셈치자, 라고 생각하며 물건을 살 때가 좀 있는데 운이 좋을 때도 있지만 ㅎㅎ 정말 속은 거 였다, 라는 문장처럼 속는 경우가 있어서 ㅋㅋ 웃었죠. 어린시절에는 늘 뭔가 고장이 나거나 낡으면 누군가 알아서 고쳐놓거나 새 것으로 사다두고 어딘가에 곰팡이가 피더라도 내 몫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고보니 모든 것이 내 차지가 되어 엄청 공감이 되었어요. ㅜㅜ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단편을 꽉 채우기가 힘든데 귀파기 만으로 정말 가능하다는 게 신선했고 심지어 너무 재미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그래도 우리 주인공이 헐레벌떡 대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피보다 귀파기의 즐거움이 부각되어 미소를 짓게 하네요. 두 손 들게 만드는 길티 플레져입니다.ㅎㅎ
결말에 미소를 지으셨다니 결말 장면을 또 상상해 봅니다. 결국에 "내"가 쾌감에 캬~ 하는 순간 물에 휩쓸렸을까, 어두운 물결 속에서는 뭘 느끼고 뭘 봤을까 싶기도 하고... 저는 그믐 때문에 이번에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엄청 슬픈 인물로 느껴지더라고요. 작가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자신이 써놓은 글이 쓸 때와는 또 다른 감정으로 읽힐 때 느껴지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슬픔을 누렸답니다. ^^;
저는 끝 장면에서 호우가 목 아래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얼굴엔 은은한 미소를 떠올리며 귀의 감각에 집중하는 찐 '도른자'의 얼굴이 떠올라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멋진 건 진정한 시대의 신경증을 앓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거대한 재난이 닥치는 앞에서 소중하고 작은 쾌락에 탐닉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요? 멋진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덕희 작가님께서 이번 설 연휴에 앉은 자리에서 꼭 책 한권 완독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그 책이 무슨 책인지 넘 궁금해지네요. 도파민 해독이 시급한 저도 같은 목표 조용히 도전해 보겠습니다. 참, 저는 박해동 작가님의 '블랙 먼데이' 곧 완독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집중력을 끌어올려주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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