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귀를 파서 나오는 그 작은 귀지 조각을 들여다 볼 때 느껴지는, 이 고성능 고지능 몸뚱이를 바르르 떨게 하는 작은 쾌락, 그것이 오르가슴보다도 강력하다는 기준이 내 안에 세워져서, 굳이 다른 육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귀찮고 힘들게 밤을 보내야 하나 싶어지는 것이었다.
무성음악 p.208, 오선호 외 지음
박이강 작가님이 엄청 웃으셨다니 그것만으로 이 소설을 쓴 보람이 있네요. 저 비슷한 얘기를 거의 20년 전에 실제로 지인에게 듣고 잊혀지지 않아서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ㅋㅋㅋ
저는 이 부분 읽으면서 엄청 웃었습니다^^:;
작가님^^ 벌써 완독을 앞두고 계시다니 감사합니다 ~ 설 연휴 때는 좋은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한국에서 온 남자> 중에 인상적인 문장이 있어 수집해 보았습니다. ㅎㅎ '사람의 마음이란 타인은 길어 올릴 수 없는 깊고 적막한 우물 같은 것이므로. 고로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인물, 이라고 유진은 생각했다.' 문체가 제 마음에 쏙 듭니다. ㅋ
@박해동 작가님, <무성음악> 전 작품에 열심히 참여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폴더명_울새>와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까지 찾아서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동입니다. <블랙 먼데이> 읽으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주식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네요. ㅋ 인물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일이 늘 어렵던데, 연수라는 생생한 캐릭터, 끈적한 심리 묘사에 감탄하고 긴 이야기 호흡이 일관된 것도 놀랍습니다. 어떤 결말로 흐르게 될지 궁금하네요!! 벌써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됩니다. ^^ 편안한 설 연휴 보내시고,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에서 작품으로 꾸준히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책이 벌써 도착하였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아직 앞부분 밖에 못 읽었어요.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저도 설 연휴때 천천히 읽으며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앉아 있잖아요? 별사람이 다 와요. 다들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걱정해요. 환자분만 그런 건 아니라고요. 원할 때 파세요. 자기를 미워하지만 말고."
무성음악 p.199, 오선호 외 지음
자기를 미워하지만 말고, 라는 말이 와닿네요. 살다보면 자신이 미워질 때가 더러 있잖아요. ㅎㅎ
너무... 밉죠... ㅎㅎ 공감합니다.
귀를 판다는 것, 이렇게 단순하고 행복하고 돈이 하나도 안 드는 행복의 원천을 몸안에 만들어 놓고, 선을 넘으면 고통이 찾아오게 만들어 놓다니 대체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무성음악 p.206, 오선호 외 지음
그는 아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하는 시늉은 할 거였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곁을 허락하는 거였다.
무성음악 p.207, 오선호 외 지음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돼요, 뭐든. 살살 파요, 살살
무성음악 p.199, 오선호 외 지음
이 이야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였습니다. 누구든 자신만의 길티 플레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통 여기에 매니아틱하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렇게 몰두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대사를 읽으며 위로 받는 느낌이었네요! 저는 asmr 영상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잠잘 때도 보고, 힐링하고 싶을 때도 보고 그러는데 너무 많이 보니까 소리에 무뎌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삶의 낙 중에 하나라서 쉽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ㅎㅎ
asmr 영상, 잠잘 때 틀어놓으면 좋겠네요. 자주 본 건 아니지만, 제대로 보려면 스피커나 이어폰이 좋아야 할 거 같고... 물욕이 발동할 거 같아 자제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편한 사람인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삶의 재미가 있고, 타인과 같이 있을 때 느끼는 삶의 재미가 다른데 누군가 이 선을 넘으려 한다면 순간 거부감이 들 것 같긴 합니다. 물론 친구들한테는 흑역사도 많이 공개했지만, 그 이상 제 모든 것을 공개하는 건 살짝 꺼려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때로 침묵이 편한 순간도 있더라고요. 막 엄청 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서로 각자의 페이스대로 뭔가를 하다가 얘기하고.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얘기하다보니 말이 두루뭉술해졌네요
서로의 페이스대로 얘기해도, 늘 안 어색한 친구는... 흔치 않은 거 같아요. 그런 사람 몇 명이 옆에 있으면 성공한 인생 아닐까 싶네요.
내가 그에 대해 아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그는 적어도 무대 위에서만큼은 화려하게 빛나던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때론 비극도, 때론 실패도 경험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무수한 편견과 오해들에서, 그는 최선을 다해 도망쳐왔다. 당당히 맞서 싸우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 느슨한 태도는, 그만의 전매특허인 그루브한 기타 연주를 빼다박았다. 나는 그를 두둔할 생각이 없다. 다만 아직 그가 미처 우리에게 다하지 못한 고백이 있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듣고 싶은 마음뿐이다. 설령 듣고 난 뒤 공허해질지라도. 그의 달콤한 거짓말에 또 한 번 속아 넘어갈지라도.
무성음악 _p.189-190_ 이릉의 악인 열전 I : 째즈마스터 조풍각_ 이릉_, 오선호 외 지음
다행히 이 의사는 부모님 얘기로 화재를 돌리지 않았다. 햇빛에 비친 갈색 눈동자가 다정했다. 귀 파기를 해도 괜찮다는 걸 내가 확신했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의사가 헷갈리지 않도록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살면서 낯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사려 깊게 말하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겠는가.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다. 세상에 대단하다는 일들 뒤에는 꼭 구린 계산과 서로에 대한 무감함이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진짜 의미 있는 일은 다정한 척이라도 하는 걸 거다. 그러려면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그 순간에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 순간 의사가 내게 집중했듯, 귀 파는 순간에는 귀에 집중하기.
무성음악 _p.200_ 귀 파기_ 안덕희_, 오선호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모임의 마지막날 아침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무성음악> 함께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작가들 모임 소감도 들어보도록 하겠고요, 혹시 작가들께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있으면 남겨주세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독서라는 순수한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습니다. 작가님들의 작품들의 첫 페이지를 마주할 때 마다, 그 말갛게 부푼 설레임을 가졌던 듯 합니다. @오선호 작가님의 <진통제>는 어떤 관계들의 선득함과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김수영 작가님의 <탱글우드>는 문장이 그려내는 호흡과 감각을, @박이강 작가님의 <하필이면 다행히도>는 관계 선택의 새로운 고민을, @원초이 작가님의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고 나른한 죽음과 삶을, @도수영 작가님의 <겨울바다에 다녀오다>는 전지적 빙의 관찰자 시점을 통해 다음 주 동해 여행 급결정(!)을, @이릉 작가님의 <이릉의 악인 열전 1: 째즈마스터 조풍각>은 자기 인용을 넘어 자기 포섭에 까지 다다른 이야기를, @안덕희 작가님의 <귀파기>는 '아묻따' 스스로에 집중할 단순한 집착의 환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이야기는 재미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좋다는 명제를 재확인하는 행복한 기회였습니다. 이끌어주시고 끌어주신 @이릉 작가님의 노고와 노심초사(?)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PS1. 이런 저런 맘을 적어내리다 보니, 무슨 수상 소감 같으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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