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D-29
저는 대학 때 전공수업과 강독모임을 따라 읽었습니다.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에서 나온 經書라는 책이 있는데 사서집주가 실려있습니다. 주희의 해석을 먼저 접한 것이지요. 전통문화연구회의 성백효 선생님 번역(?)을 참고했고요. 그 뒤에 다산의 사서 연구서들을 읽었습니다. 그때는 이을호 선생님의 번역을 참고하면서 <논어고금주>를 읽었습니다. 지금은 이지형 선생님의 번역서를 더 많이 볼 겁니다.
선생님,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나보름 전공자들의 코스를 알려주신 것 같군요. 그런데, 일반인들을 위한 인문교양서들 중에서는 마음에 드는 책은 없으셨던지요? 지난해 방인 교수님 통해, <<17~18세기 프랑스 예수회 신부들의 역경 이해>> 작업 중임을 알았는데, 책이 나왔더군요. 뜻깊은 번역/연구 작업에 함께하신 분 맞지요?
예 맞습니다. 정체가 자꾸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일반인을 위한 인문교양서는 추천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김용옥 선생님이나 배병삼 선생님, 김형찬 선생님의 <<논어>> 해석이 떠오르는데요. 모두 주자학적 해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혹시 심우당님께선 어떤 인문교양서를 인상 깊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공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주자와 다산 사이에서 읽는 고전의 현재성 ◈ 현대에 이르러 문학 이론서로 손꼽히는 『문학이론입문』의 저자이자 영국의 대표적 비평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How to Read Literature)』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텍스트 상의 증거는 보통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런 해석들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해석 중에서 어느 한 가지로 결정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 어쩌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독자가 작품의 잠재적 의미를 완전히 밝혀 주기를 기다리며, 놀랍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도 있겠지요.” 또한 미국의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덴비(David Denby)는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에서 고전을 이렇게 표현한다.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서로 싸우고 다시 또 독자와 싸우는, 길들지 아니한 야수들의 왕국이다.” 이 두 문장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두 개의 논어』가 보여주는 주자와 다산의 해석 대립이 바로 고전이 살아 있는 텍스트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주자는 『논어』를 인간 내면의 수양과 본성 탐구라는 ‘명상의 철학(Contemplativa)’의 관점에서 읽는다. 공자는 도덕적 완성을 향해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스승이며, 논어의 문장들은 보편적 윤리의 좌표로 기능한다. 반면 다산은 『논어』를 구체적 역사, 정치적 상황, 권력과 제도의 맥락 속에서 읽는다. 공자는 난세 속에서 현실을 설계하고 개입했던 전략가이며, 논어의 문장들은 당시의 사건과 선택을 반영하는 실천적 언어가 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학설의 차이가 아니라, 텍스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차이다. 주자에게 고전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단련시키는 내면의 지도이고, 다산에게 고전은 사회를 작동시키는 현실의 매뉴얼이다. 동일한 문장을 두고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이글턴의 말은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 텍스트에는 단 하나의 확정된 의미가 존재하지 않으며, 해석은 언제나 갈등 속에서 생성된다. 주자와 다산의 논쟁은 공자의 진짜 모습이 누구인가를 가리는 싸움이기 이전에, 고전이 시대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독자조차 또 다른 공자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덴비의 표현처럼, 고전은 길들여진 교본이 아니라 끊임없이 독자와 싸우는 야수다. 『논어』 역시 마찬가지다. 주자의 논어와 다산의 논어가 서로 충돌하듯, 독자는 그 충돌 속에서 다시 자기 자신의 질문과 부딪히게 된다. 고전 독서는 순응이 아니라 긴장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독자에게 더 필요한 공자는 ‘명상의 철학자’인가, 아니면 ‘난세의 정치가’인가. 나는 이 질문 자체가 이미 주자와 다산을 동시에 요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개인에게는 극도의 자기 관리와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정치·경제·기술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할 집단적 판단을 요구한다. 내면의 수양과 제도의 설계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다산이 복원한 ‘인간적이고 전략적인 공자’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공자를 너무 도덕 교과서 속 인물로만 길들여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움직이지 못하는 도덕은 쉽게 공허해지고, 인간의 욕망과 권력을 외면하는 윤리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다산의 공자는 오늘의 정치와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모든 구절을 정치적 사건으로 환원하는 해석 역시 위험할 수 있다. 텍스트가 갖는 윤리적·존재론적 울림까지 소거해 버린다면, 고전은 단지 역사 자료로 축소된다. 주자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다스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두 개의 논어』가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어느 한 해석의 승리가 아니라 해석의 긴장 자체를 견디는 독서의 태도일 것이다. 고전은 답을 주기보다, 독자를 더 깊은 질문 속으로 밀어 넣는다. 공자는 이미 끝난 사상가가 아니라, 아직도 독자와 논쟁 중인 사상가다. 어쩌면 이글턴이 말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독자’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두 개의 논어』를 다시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주자와 다산이라는 두 시선 사이에서 흔들리며 사유하는 이 독서의 긴장감 자체가, 고전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 ★ 확장 읽기 안내 : 이 글에서 다룬 “텍스트의 다층적 해석”과 “고전의 개방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제가 과거에 쓴 문학평론 「T.S. 엘리엇의 문학 세계에 대한 종합주의적 접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탐구한 바 있습니다. 테리 이글턴과 데이비드 덴비의 논의를 바탕으로, 엘리엇의 작품 세계를 단일한 의미 체계로 환원하기보다, 서로 충돌하고 공존하는 해석들의 장(場)으로 읽어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습니다. 아울러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수신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유와 해석을 발신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문제의식 역시 이 글에 담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형조 교수의 『두 개의 논어』가 주자와 다산이라는 두 개의 해석 체계를 병치함으로써, 고전이 어떻게 고정된 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살아 있는 텍스트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은, 해당 비평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사상·문학·고전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 결국 “해석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독자가 의미를 완성한다”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는 지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T.S. 엘리엇의 문학 세계에 대한 종합주의적 접근 https://blog.naver.com/jiahn68/223443530982
작가와책읽기님,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이라기보다 한 편의 훌륭한 서평 혹은 비평문 같습니다.^^ 고전을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들의 왕국'이라 표현한 덴비의 말과, 주자와 다산의 대립을 '해석의 긴장'으로 읽어내신 작가와책읽기님의 시선이 어우러져, 이 책이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네요. 특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독자'가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문장은 가슴 벅찬 울림을 줍니다.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고민이 헛된 것이 아니라, 고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증거라는 격려로 들립니다. 소개해주신 T.S. 엘리엇 평론도 꼭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우리 모임의 사유를 한층 더 넓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고전은 순응이 아니라 긴장이다. 어느 한 해석의 승리가 아니라 해석의 긴장을 견디는(즐기는)독자의 태도.란 문구가 두개의 논어를 명쾌하게정리하는 한문장같습니다👍👍👍 올려주신 링크도 넘 감사히 읽어보겠습니다~♡♡
신나는아름쌤님, <두 개의 논어>를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 이 원고를 접했을 때, 다산의 해석을 보며 무척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란 포스트잇에 글자를 그림처럼 적으셨네요. 아름쌤의 댓글 톤과 함께 유쾌함이 느껴집니다,
3장까지 어쩌면 이리도 수월하게 고전을 해석하시는지..한형조 교수님의 탁월한 깊이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리스팩하며 읽고있습니다~♡♡ 본주르~란 봉쥬르~처럼 본성에 집중한 주자학을 되새기며 읽고파 끄적여본 메모이구요~^^; 그보다도 다산의 정치학적 해석부분이 너무 흥미로워서 흐름에 따라 견해가 생기고 쌓이며 변해가는 걸 즐겨보고 있어요~^^;;
2번) 질문에 대한 의견이자 이견은 不政에 대한 다산의 철학적 해석을 보며 같은 상황과 문맥,단어조차 받아들이고 소화하는이의 시선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매력을 느꼈다고 할까요~? 삶을 해석하는 방식으로의 주자와 다산의 內적이고 外적인 매력을 후반부가 되면 어떻게 바라보게될지..더욱 기대됩니다~♡♡
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세세하게 주자와 다산의 서로 다른 시선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다산과 주자가 공자의 제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차이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진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쌤 덕분에 이 모임이 활기를 더 얻는 것 같습니다.
이제 40쪽 가량 읽고 있는데요(저 완독할 수 있을까요?ㅠ) 다산은 보면 볼수록 참 매력적인 인물 같아요. 올해는 다산 덕질을 좀 해볼까 합니다ㅎ
리버풀님, 좀 더 힘을 내주세요ㅎㅎ 이번 주 모임은 190페이지까지입니다~! 회원분들과 같이 읽어나가시면 속도가 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실천 및 적용편] : 난세를 살아가는 태도 3. 악인(惡人)과의 협력 : 양호와 공산불뉴의 사례 다산의 해석에 따르면, 공자는 반란을 일으킨 '양호'나 '공산불뉴' 같은 인물들이 비록 악인이더라도, 그들이 예의를 갖추고 정치적 명분이 있다면 협력하여 세상을 바꾸려(동주 건설) 했습니다. 반면 주자는 이를 도덕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보았습니다. "목적(세상의 평화/개혁)이 정당하다면, 수단이나 파트너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어도 손을 잡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리더라면 능력이 출중하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인물(양호 같은 인물)을 등용하시겠습니까? 4. 현실 타협과 원칙 고수 : 위나라 부인 '남자'와의 만남 공자가 위나라 영공의 부인이자 스캔들의 주인공인 '남자(南子)'를 만난 사건에 대해, 다산은 이를 로맨스가 아니라 "혼란을 막기 위해 패륜아(괴외)를 후계자로 세우라고 설득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해석합니다. 자로는 이를 못마땅해했으나 공자는 현실적 안정을 택했습니다. 조직이나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나의 평판이 깎이거나, 도덕적으로 꺼림칙한 일(원칙에 어긋나는 타협)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로처럼 "죽어도 원칙"을 고수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공자(다산의 해석)처럼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선택"을 감행하는 편인가요? 1주차 모임의 질문은 여기까지 입니다. 모든 항목에 답변하실 필요는 없으며, 원하시는 질문에 답변하셔도 좋고, 문항과 관련 없는 나름의 감상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댓글을 남겨주세요~!
📘완독 챌린지를 하는 또다른 모임에서 나온 말이 있습니다. “새해 첫 책이 한 해의 운세를 결정한다!”고요? 그렇다면 제 2026년 운세는… ‘난세 생존 전략서’로 『두 개의 논어』확정입니다. 😄 이미지에 적힌 키워드가 참 묘하게도 이번 주 질문과 정확히 겹칩니다. 👉 기세 / 사랑 / 진짜 나 / 힐링 / 무탈함 그런데 『두 개의 논어』를 읽다 보니, 이 키워드가 전부 이렇게 다시 읽히네요. - 기세: 악인과도 손잡아야 하는 냉정한 결단력 - 사랑: 이상만 외치지 않고 현실의 고통을 줄이려는 책임 - 진짜 나: 도덕적 자존감과 정치적 판단 사이의 갈등 - 힐링: 세상을 바꾸겠다는 과도한 순결주의에서 벗어나는 성숙 - 무탈함: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선택 🧭 3번 질문: “양호 같은 인물을 등용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저는 다산 쪽에 한 표입니다. 난세에서 완벽하게 깨끗한 인물만 기다리다 보면, 현실은 그 사이 더 망가집니다. 양호나 공산불뉴처럼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어도, ✔ 예의염치를 갖추고 ✔ 정치적 명분이 분명하며 ✔ 실제로 구조를 움직일 능력이 있다면 “조건부 협력”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전제는 분명합니다. 그 인물만을 믿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통제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덕적 흠결을 눈감아주는 순간, 개혁은 쉽게 공범이 됩니다. 공자는 세상을 움직이려 했지, 악인을 구원하려 한 것은 아니니까요. ⚖️ 4번 질문: “자로처럼 원칙? 공자처럼 차악?” 40대 까지 젊었을 때는 저도 거의 100% 자로 타입이었습니다. “원칙이 깨질 바엔 차라리 실패하자.” 그런데 조직과 정책, 사회를 직접 다뤄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현실에서는, ✔ 내가 그져 홀로 깨끗해지는 것보다 ✔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더 큰 혼란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한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산이 해석한 ‘남자’ 사건처럼, 공자는 자신의 평판을 희생하면서까지 구조적 혼란을 막으려 했습니다. 이건 타협이 아니라 책임의 선택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아무 타협이나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차악”이 습관이 되는 순간, 원칙은 금방 증발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원칙은 버리지 않되, 적용 방식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상을 지키되, 파국을 방치하지 않는다.} 📖 그래서 올해 제 ‘새해 첫 책 운세’는 이렇게 나옵니다. “착하게 살기만 해서는 세상을 지킬 수 없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타협해서도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사람은 신뢰하되 권한은 분산하고, 명분에는 협력하되 책임은 제도로 묶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도덕은 기준으로 남기고, 정치는 수단으로 관리하는 리더십을 택하겠습니다. 『두 개의 논어』, 새해 첫 책으로 꽤 묵직한 운명을 안겨주네요. 😌 여러분의 2026년 독서 운세는 어떠신가요?
작가와 책읽기님의 시선와 견해를 보고파 더 빨리 책이 읽고 싶어지는 행운~담아갑니다~^^/
작가와책읽기님, '2026년 독서 운세는 大吉이 확정입니다!ㅎㅎ 새해 첫 책으로 이 벽돌 책을 고르신 것도 대단한데, 그 안에서 '기세/사랑/진짜 나/힐링/무탈함' 같은 키워드를 멋지게 재해석하셨네요. 하늘에서 다산 선생님이 '내 뜻을 이토록 정확히 읽어낸 후예가 있다니!' 하실 것 같아요. 3번 질문에서 다산을 지지하면서도 '제도와 통제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다신 점이 정말 예리하십니다. 막연한 타협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주셨네요. '차악이 습관이 되면 원칙은 증발한다'는 경고 또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다산의 현실주의가 자칫 기회주의로 흐르지 않게 하는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 보신 것 같습니다.
📌 덧붙여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공유하자면, 저는 『대한규제혁신민국』을 출간했고, 2025년 8월 인터넷 주요 서점 정치·사회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졸저이지만 제 책은 규제·정책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권력, 제도, 책임, 통제의 작동 원리를 실제 정책 설계의 언어로 정리한 작업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금 읽고 있는 『두 개의 논어』는, 제가 현장에서 체감하며 매뉴얼화했던 정치·행정의 판단 원리를, 훨씬 더 근원적인 정치철학의 차원에서 다시 보여주는 느낌을 줍니다. 말하자면, 현대 제도 설계의 실무 언어로 풀어 쓴 책이 『대한규제혁신민국』이었다면, 그 사상적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책이 『두 개의 논어』라는 인상입니다. 그래서 이번 독서가 단순한 고전 읽기를 넘어, “정치적 판단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원칙과 타협의 경계는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한병철 작가님의 권력이란 무엇인가? 투명,불안사회 시리즈도 보셨을까요~? 책읽기님의 후담이 궁금한 1인~^^;
@신나는아름쌤 님, 늘 따뜻한 응원과 긍정의 에너지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읽는 속도도, 생각의 깊이도 함께 자라는 느낌입니다. 말씀 주신 한병철 님의 책들은 아주 간단히 말하면, 『권력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권력이 더 이상 강압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를 관리하고 몰아붙이게 만드는 ‘내면화된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짚고, 『투명사회』·『불안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나고 비교되는 사회에서 자율·성과·불안이 서로 얽혀 인간을 더욱 피로하게 만든다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통찰은 날카롭고,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힌트를 줍니다. 2010년에 출간된 『피로사회』(Müdigkeitsgesellschaft) 역시, 긍정성의 과잉이 어떻게 자기 탈진으로 이어지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했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독일계 다국적 기업에서 10여 년 이상 생활하며 느낀 점은, 독일 사회 자체가 정말 비판·질문·토론·담론이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공론장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치면 신뢰가 오래 이어지는 문화도 인상 깊었고요. 그런 민주적 축적의 정신이 오늘의 독일 사회를 만들었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병철의 문제의식 역시, 그런 토론 문화의 토양 위에서 나온 사유로 읽히기도 합니다. 한편, 제가 2025년 8월에 쓴 『대한규제혁신민국』에서는 한국 사회의 현상을 ‘사회적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과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함께 읽고 있는 『두 개의 논어』는, 그보다 한층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덕과 현실은 어떻게 만날 것인가”, “권력은 인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자와 다산이라는 두 개의 시선으로 깊게 흔들어 주니까요. 한병철 님이 진단한 현대 권력의 모습도 결국 이런 고전적 질문 위에서 다시 성찰할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가듯이, 『두 개의 논어』와 김영사, 그리고 이곳 그믐의 독서모임도 그런 긴 호흡의 사유 공동체로 이어지면 참 좋겠다는 기대도 해봅니다. 😊 앞으로 읽으시면서 느끼시는 지점들, 언제든 나눠 주세요. 신나는아름쌤 님의 시선이 더해지면 『두 개의 논어』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 같아 더욱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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