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D-29
신나는아름쌤님, '4감'을 느끼며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책을 읽는 기쁨이 화면을 뚫고 전해지네요. 특히 '습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주자의 고요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다산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면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행이 가능하겠지요?
늘 어여삐 보아주시고 복습하며 다져갈수있도록 이끌어주시는 선장님이 계셔서 너무 풍성하고 충만한 1월이었습니다~♡♡♡ 2월도 열심히 따라가 볼께요~^^/
신나는아름쌤님, '풍성하고 충만한 1월'이었다니 모임지기으로서 이보다 더 기쁜 피드백은 없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이건 gpt가 써준 詩예요^^
공자가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不學詩 無以言)"라고 했는데, 신나는아름쌤님은 AI라는 붓을 들어 21세기 버전의 <시경>을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떤 프롬프트를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파생어 연구도 꿀잼였구요^^~
책의 여백을 가득 채운 필기에서 지적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노트하신 대로 생각해보면, 주자가 사물의 이치를 쪼개고 분석하는 '스키엔티아'적 접근을 했다면, 다산은 삶 속에서 도리를 맛보고 체득하는 '사피엔티아'를 지향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혼자 보기 아까운 이 귀한 자료들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격물치지를 새기며~오늘도 너무 감사합니다~♡♡♡♡♡
신나는아름쌤님을 댓글을 보면, 정말 신나 보여요ㅎㅎ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고 계신 것 같아 제가 더 감사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김영사 모임지기입니다. <두 개의 논어> 독서모임 마지막 4주차입니다. 3주차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4주차는 '3부 공자의 사상, 3장 仁부터 4장 政'까지입니다. 1. 주자는 仁을 '마음의 온전한 덕'이자 '하늘이 부여한 사랑의 이치'로 정의하며, 우리 내면에 본래 심어져 있는 '씨앗'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주자의 공부는 사욕을 걷어내고 이 내면의 씨앗을 발견하고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다산은 仁을 '두 사람 사이에서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내면에 숨겨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지는 결과물로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정한 仁은 '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는 선한 본성을 고요히 회복하는 것(주자)'에 가깝나요, 아니면 '상대방과의 치열한 관계 속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만들어가는 것(다산)'에 가깝나요? 2. 공자가 이상적인 정치로 꼽은 '무위無爲'에 대해, 주자는 군주가 덕을 쌓으면 백성이 저절로 감화되어 따르는 '도덕적 감화의 정점'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다산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요순시대의 무위는 군주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완벽하게 정비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여' 시스템이 저절로 돌아가게 만든 '고도로 설계된 통치 행위'의 결과라고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이상적인 리더십은 '인격적으로 훌륭하여 존재만으로도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리더(주자)'인가요, 아니면 '시스템과 보상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하여 누가 일해도 조직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리더(다산)'인가요? 현대 사회에는 어떤 리더십이 더 유효할까요? 질문에 국한하지 않은 다양한 의견도 너무 소중합니다.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1번) 저는 다산에 가깝습니다. '인간학'으로 분류되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인간 동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연구 결과 인간 동물은 대체로 내집단에게는 목숨을 바칠 만큼의 호의적이지만, 외집단에 대해서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악한 행동을 일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 ​ 책 782쪽에서 "주자학은 그리하여 '자기 발견'에 올인한다. (...) 자기 존재의 본성은 유전적 제약에, 이기적 관심, 나르시시즘적 자기 기만과 감정 편향 등으로 덮여 있다. 이 장애를 뚫고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한 오랜 적공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의 앞의 절반에는 대체로 수긍하지만 뒤의 절반에 나온 부분, 즉 이 장애를 뚫고 만나야 할 선한 자기 자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만년에 걸쳐 진화해온 호모 사피엔스 종의 본성이 선하다/악하다 이 두 가지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이 양극단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위치는 처해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자주 변동한다고 봅니다. 2번) 소규모 조직에서는 주자식 리더가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수천 명이 일하는 대규모 관료 집단에서는 아무리 인격적 리더라도 비인격적 시스템과 보상 체계 하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아마도 이 인격적 리더는 매 순간 안타까워하면서 비인격적 체제로 아랫사람들을 이끌겠지요. ​
우주먼지밍님, '인간학'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논어를 해부해주셨네요. 이렇게 많은 분의 시선에서 새로운 논어가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782쪽을 인용하시며 '장애를 뚫고 만나야 할 선한 본성은 따로 없다'고 지적하신 부분은, 주자학이 가진 이상주의의 한계를 정확히 짚어내셨네요. 인간은 고정된 선(善)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스펙트럼 위를 오가는 유동적인 존재라는 우주먼지밍님의 정의가 다산의 현실적인 인간관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맹목적인 믿음 대신 냉철한 과학적 시선으로 고전을 재해석해 주셔서 모임의 층위가 훨씬 깊어졌습니다. 마지막날까지 잊지 않고 활동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번 느끼지만 편집자님의 질문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자학과 다산학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렇게 적실하게 표현하다니 놀랍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질문이 좋게 느껴지셨다면, 그건 전적으로 한형조 교수님의 텍스트가 가진 힘 덕분일 겁니다. 워낙 주자와 다산의 핵심을 명쾌하게 대조해 놓으신 덕분에, 저는 그저 숟가락만 얹듯 질문을 길어 올렸을 뿐이에요.ㅎㅎ
仁의 열매와 恕의 뿌리를 헤아리는 불금 스타트^^/
신나는아름쌤님, 노트 한 장 한 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학구열에 제가 다 뜨거워집니다. 특히 '仁의 나무' 그림은 이번 챕터의 핵심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작이네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음미하고픈 시간이라..벌써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2026 이제 구정과 봄이 시작되겠지만 단언코 2026.12.31 까지 최고의 책으로 남을 소중한 기회~찬찬히 복기하며 仁의 가르침에 깨어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나는아름쌤님, '찬찬히 복기하며 仁의 가르침에 깨어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참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바둑 고수들이 복기를 통해 실력을 키우듯, 신나는아름쌤님께서 삶의 현장에서 이 책을 복기하실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논어'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음미하시면서 그 향기를 오래도록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멀리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두 개의 논어』를 읽는다는 것 — 고전은 완결된 답이 아니라, 지금도 인간과 사회를 시험하는 질문이다 : By 문학서평가 안종일(필명: 작가와책읽기) https://blog.naver.com/jiahn68 『두 개의 논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나는 이 책이 공자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공자를 통해 나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다시 불러 세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의 위대함은 공자의 사상을 정리하거나 봉인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공자를 오늘의 삶과 정치, 인간관계 한가운데로 데려와, 독자 각자의 삶과 공동체를 향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주자 → 다산 → 한형조로 이어지는 삼단 구조에 있다. 이 배열 속에서 공자는 하나의 교리나 권위가 아니라, 시대마다 다시 읽히고 충돌하며 재구성 되는 윤리의 심장으로 살아난다. 한형조는 단순한 해설자가 아니다. 그는 주자와 다산이라는 두 거장의 해석을 편집하고 충돌시키며, 고전을 오늘의 언어와 현실로 재번역하는 사상적 중개자다. 『두 개의 논어』는 그렇게 고전이 어떻게 현재형 질문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 1장 學 — 배움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설계하는 훈련이다 주자에게 學은 본래적 선함을 회복하는 길이다. 인간은 이미 이러한 운명을 알고 태어났으며, 배움은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과정이다. 공부란 더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사욕을 걷어내어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때 학습은 내면을 정화하는 윤리적 수련이다. 반면 다산에게 學은 삶의 현장에서 단련되는 기술이다. 효도와 공경, 직무 수행은 관념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의 결과이며, 배움은 사람을 유능한 존재, 즉 사회적으로 작동 가능한 인간으로 만드는 실천이다. 선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역할 속에서 길러진다. 훈련되지 않은 선의는 쉽게 무너진다. 한형조는 이 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그는 배움을 ‘착해지기 위한 공부’와 ‘쓸모 있어지기 위한 공부’로 갈라 놓는 대신, 존재를 설계하는 기술이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시킨다. 學은 앎의 축적이 아니라, 어떤 인간으로 살 것 인가를 매일 다시 선택하고 훈련하는 과정이다. 이때 학은 개인 윤리를 넘어, 공동체를 지탱하는 인적·도덕적 인프라가 된다. ▣ 2장 天 — 하늘은 머리 위에 있지 않고, 인간관계와 제도의 윤리 구조 속에 있다 주자에게 天은 우주를 관통하는 이치다. 하늘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외부 권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내면의 양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 성찰의 긴장이다. 도덕은 강요가 아니라 자율에서 태어난다. 다산에게 天은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인격적 주재자다. 하늘은 나를 보고 있으며, 인간은 그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도덕은 신독(愼獨)의 떨림 속에서 유지된다. 여기서 한형조의 개입이 결정적이다. 그는 주자적 내면 윤리와 다산적 외부 긴장을 병치하면서, 하늘을 형이상학적 대상이 아니라 윤리가 작동하는 구조로 재배치한다. 특히 다산이 공자의 사유를 ‘천리’가 아니라 충서(忠恕)로 재정렬하는 지점을 부각시키며, 하늘을 사람 사이에서 구현되는 현실적 기준으로 끌어내린다. 공자는 말한다. 獲罪於天,無所禱也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이 말은 신을 두려워하라는 종교적 경고가 아니다.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은 제사나 의식으로 면죄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하늘은 이미 인간관계와 사회적 책임 속에 내려와 있다. ▣ 3장 仁 — 덕은 소유물이 아니라, 관계와 제도 속에서 끊임없이 검증되는 책임이다 주자에게 仁은 마음속에 이미 심어진 덕의 씨앗이다. 공부는 이 씨앗을 가리는 사욕을 제거하는 일이다. 仁은 고요한 내면의 완성으로 상정된다. 다산에게 仁은 전혀 다르다. 仁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과정 속에서 사후적으로 생성되는 결과다. 仁은 마음속에 저장된 자산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흘린 시간과 노동, 책임의 총합이다. 한형조는 이 둘을 다시 충돌시킨다. 그는 仁을 내면의 미덕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항상 시험 받는 윤리로 재배치한다. 仁은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관계 속에서만 증명된다. 따라서 仁은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윤리이며, 타인 앞에서 끊임없이 책임을 요구받는 태도다. 이때 공자의 문장이 결정적 기준으로 등장한다. 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마라. 이 문장은 사랑의 고양이 아니라, 권력과 욕망을 절제하는 최소 윤리다. 仁은 타인을 구원하는 능력이 아니라, 먼저 해치지 않는 자기 통제의 윤리로 작동한다. ▣ 4장 政 — 무위는 방임이 아니라, 윤리가 제도 속에 내장된 상태다 주자의 무위는 덕이 완성된 군주의 존재 자체가 정치가 되는 경지다. 군주가 바르면 백성은 저절로 따른다. 정치의 핵심은 인격이다. 다산은 이를 냉정하게 현실로 끌어내린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법과 제도, 인재 배치가 완성되어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는 상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미 모든 일이 제대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한형조는 이러한 다산의 통찰을 현대 정치의 언어로 번역한다. 인격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지속될 수 없다. 윤리는 개인의 선의에 맡겨질 때가 아니라, 제도 속에 내장될 때 비로소 사회를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정치는 기대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구조의 문제다. ▣ 한국적 시사점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 힘 앞에서, 공자는 무엇을 묻는가 이 지점에서 『두 개의 논어』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비춘다. 앞선 장들이 개인의 배움(學), 윤리의 구조(天), 관계의 덕(仁), 통치의 설계(政)를 따라 공자의 사유를 단계적으로 펼쳐 보였다면, 이제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공동체와 정치로 확장된다. 공자의 물음은 고전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조건을 향해 되돌아온다. 민주주의는 시민에게서 권력의 정당성이 나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지만, 현실의 민주주의는 늘 세 가지 힘과 긴장 관계에 놓인다. 자본주의는 부의 집중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증폭시키고, 개인주의는 권리를 절대화하여 공동의 책임과 의무를 약화시키며, 사회주의는 평등을 명분으로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독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세 힘은 민주주의를 떠받치기도 하지만, 균형을 잃을 경우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때 공자가 정치의 본질을 묻는 방식은 제도나 이념이 아니라 사람과 역할이다. 그는 정치를 묻는 질문 앞에서 정책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압축한다. 齊景公問政於孔子。孔子對曰:君君,臣臣,父父,子子。 군주는 군주 답게, 신하는 신하 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 답게, 자식은 자식 다워야 한다는 말은 신분 질서를 고정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이는 각자가 자기 몫을 넘지 않을 때 권력은 절제 되고, 정치가 작동한다는 구조적 통찰이다. 자본이 표를 압도하지 않고, 개인의 권리가 공동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며, 국가가 시민 위에 서지 않게 하는 최소 조건—그것이 바로 ‘각자의 자리’다. 이 통찰은 『대학』의 고전적 명제와 정확히 맞물린다. 修身齊家 治國 平天下 국가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개인의 수신에서 시작해 가정의 질서를 거쳐 제도와 정치로 확장된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순간은 거창하지 않다. 책임보다 권리가 앞설 때, 견제 없는 권력이 축적될 때, 사람이 자기 자리를 잃을 때—그때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는다. 『두 개의 논어』는 이 오래된 문장을 오늘의 한국 사회에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 서 있는가. 권리를 말하기 전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공자는 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윤리적 최소 조건을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의 민주주의 앞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결어 — 논어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인간을 끝없이 부르는 목소리다 『두 개의 논어』의 결어에서 한형조는 단언한다. 논어는 유교 제1의 책이지만, 결코 하나의 논어가 아니라고. 불교에 수많은 불교가 있고, 성경에 수많은 방이 있듯, 논어 또한 해석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이는 고전을 상대화하려는 말이 아니라, 고전을 살아 있게 하려는 선언이다. 공자의 사상은 완결된 교리가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공자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남긴 문장은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배움으로 뜻을 세우고, 사회 속에 서며, 흔들림을 넘고, 책임을 자각하고, 타인의 말을 온전히 듣게 된 뒤에야—마침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이는 성인의 연대기가 아니라, 인간이 평생 도달해야 할 윤리적 성장의 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 문장이 더 이상 교과서적 문장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을 향해 던진 질문으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나는 지금 어디 쯤에 서 있는가. 나는 나의 욕망을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있는가. 그래서 『두 개의 논어』는 독자를 안심시키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공자가 평생 붙들었던 태도를 독자에게 요구한다. 日新 又日新。날마다 새로워질 것. 法古 創新。옛 것을 본받되, 오늘의 길을 스스로 열 것. 논어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삶에서 나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말투 하나, 선택 하나, 관계 하나에서 나는 지금 사람 답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첫 장을 다시 연다. 『두 개의 논어』는 한 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명저는, 오늘도 나를 부른다.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사람 답게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을 멈추지 말라고.
작가와책읽기님,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 ‘주자-다산-한형조’라는 3단의 사상적 층위를 꿰뚫고, 그것을 다시 현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라는 가장 치열한 현장으로 연결하신 통찰력에 또다시 놀랐습니다. 이 글은 서평을 넘어선, 우리 시대를 향한 '가장 지적이고 뜨거운 호소문' 같네요. 1장에서 4장까지 이어지는 개념의 정리는 명쾌하기 그지없고, 특히 '한국적 시사점' 파트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맞닿은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셨어요. 공자의 정명 사상을 신분 질서가 아닌 '각자가 자기 몫을 넘지 않는 권력의 절제와 책임'으로 해석하여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자본, 개인, 국가 권력)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신 부분은 정말 명해설입니다. 또 하늘을 종교가 아닌 '윤리적 구조'로, 仁을 소유물이 아닌 '검증되는 책임'으로 읽어내신 그 시선도 너무나 날카롭고 따뜻합니다. '고전은 완결된 답이 아니라, 인간을 시험하는 질문'이라는 작가와책읽기님의 정의 덕분에, 이 책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우리 삶 속에서 펄떡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를 묻기 위해 다시 첫 장을 여신다는 말씀에 저도 다시 책을 열어보게 됩니다. 작가와책읽기님 덕분에 <두 개의 논어>는 책장에 꽂히는 책이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살아있는 스승'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김영사 편집부 직원들과 독자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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