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시리즈 함께 읽기 1. <아이리스> -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D-29
다들 열심히 읽고 계신가요? 아님 아직 초반에 머물러 계신가요? 저는 150쪽까지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긴 서사가 쭉 이어지는 게 아니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들 나열하는 식이라 때로는 맥락이나 등장인물이 뜬금없을 때가 많네요.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좀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상상이나 이입이 조금 어려운 설정이라서 (귀족 부모, 이민, 멕시코의 정치/사회적 상황 등) 이런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의 내면은 훗날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자꾸 생겨요. 계속해서 강력한 고립이 느껴지고, 또 서술자 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자기 안의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목소리들을 늘어놓으면, 그 마음에 대한 공감보다는 왜 이런 단어를 썼을까,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저도 1/3까지 읽었어요. 뜬금없긴 하고 정말 조각조각 추억을 끄집어내는 느낌이지만.. 처음에는 가족 중심적이다가 갈수록 행동반경과 시야가 넓어지면서 어른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드러나네요. 유럽인에도 속하지 않고 멕시코인으로서도 받아들여지 않는 이중적인 정체성 속에서 엄마 아빠는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 있고 무관심 속에서 애정을 갈구하며 세상을 차츰 발견하게 되는 아이의 각성이 백합꽃이 봉오리를 서서히 열어 가듯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집은 자기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부인처럼 앉아 있다. 수많은 기억을 내쉬는 차풀테펙의 늙은 나무들처럼 거대한 낙우송 곁에서, 집은 자기 맥박을 찾는다. 이슬 맺히는 새벽, 잠에서 덜 깬 낙우송이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 옆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껍질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몸통에 내 등을 문지른다. 나무의 강함은 곧 우리의 강함이다. 우리 할머니의 강함, 우리 엄마의 강함, 프란시스카 이모의 강함. 강한 여자들, 친밀함 속에서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 집은 나의 우주다. 나는 집 너머를 알지 못한다. 아직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집을 보호하는 커튼은 얼마나 다정한지, 친근한 말투로 말을 거는 우리 조상의 목소리처럼 달콤하다! 낙우송이 사랑을 부른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곳에 앉혀야 한다. 그를 나무껍질에 기대게 하고, 그에게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둥지를 보라고.
아이리스 148-149/528,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2/3까지 읽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끝까지 읽고 올릴까봐요. 참, 루스가 저는 Ruth인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 평을 보니 Luz였네요. 어머니의 이름이 빛을 뜻하다니.. 아이리스 원제는 La flor de lis (불어로는 fleur-de-lys)인 것도 상징적이네요.
전자책의 76% 정도에서부터.. 주인공이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루스'라고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엄마를 선망하며 관심을 갈구하고 소피아 등에 대해 질투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퇴펠 신부를 향한 독점욕으로 인해 엄마와 이모한테까지 거칠은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이 퇴펠 신부는 라스푸틴이나 사보나롤라같은 선동자이면서도 사기꾼같은 느낌이 풍깁니다. 실은 카실라도 엄마도 어느 정도 그의 사기꾼같은 면을 눈치채고 있는 것 같은데.. 관심과 애정에 항상 목마른 주인공만은 아직 눈치를 못 챈 건지 수상함을 일부러 무시하고 외면하는 건지.. '빛'을 의미하는 엄마의 이름처럼 다소 아프지만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럴 때 우리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는 거란다.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거든. 너는 아직 인생을 몰라. 그래서 이해하지 못하는 거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타인과 자기 자신을 연민하는 것 뿐이란다.
아이리스 82%,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네가 아직 젊다는 걸 기억하렴,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아. 앞으로 네가 겪을 일들을 이모보다 잘 헤쳐나가기를 열렬히 바란다. 누군가 불행한 시절을 지나고 있을 때 그들을 이해해야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이리스 82%,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마리아나의 방황 속에서, 미래에 예정된 고독의 씨앗이 움튼다. 루스와 프란시스카 안에, 언제나 이방인이라서 거의 감지되지도 않은 흔적을 남기는 여자들 안에 움튼 것과 같은 씨앗이다.
아이리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아무도 할머니들이 누구였는지 모를 거예요, 당신들조차 모르셨던 것처럼요. 아무도. 우직 저만이 할머니들의 이름을 부르겠지요. ... 언젠가는 저 역시 저 자신을 잃어버리겠지만-얼마나 큰 쉼일까요-오직 저만이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의 존재를 알겠지요.
아이리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완독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아직 다 얘기 못하겠지만.. 다 읽으시면 함께 얘기를 나누면 좋겠네요.
앗 제가 너무 늦게 들어왔네요! ㅠㅠ 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곧 완독하고 남은 일주일간 이야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엄마 공산주의가 뭐예요 염증 같은 거란다
아이리스 P.137,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죄송합니다. 야근이 많아 다 읽지 못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빨간머리앤이 생각나는 책이에요
엄마 저는 어디 사람이에요? 제 집은 어디에 있어요?
아이리스 P.215,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지음, 구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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