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3월 3일, 개기월식이 밤하늘을 수놓을 때 저는 새로운 학업의 장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비록 개강을 앞둔 심란한 마음을 완벽히 달랠 수는 없었으나, [코스모스]와 함께한 이 겨울은 제게 지식 그 이상의 충만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쟀던 것처럼,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일상 아래 숨겨진 거대한 논리의 질서를 파헤쳐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인류의 끝없는 탐욕과 우리가 남긴 우주 쓰레기들 앞에 암담함을 느끼기도 했고, 아는 게 적은 바보로 사는 것이 차라리 구원이 아닐까 고민하며 암담한 공포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여정을 통해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인간은 분명 생물학적 한계 안에 갇힌 '동물'이지만, 동시에 우주의 질서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자'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열어젖히는 유일한 존재들입니다.
우주에는 무조건적인 정답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극한의 가능성을 뚫고 나타난 이 파란 별의 유기체로서, 저 또한 저에게 주어진 삶을 기꺼이 살아내려 합니다. 드넓은 코스모스 안에서 제 존재는 비록 먼지보다 작을지라도, 그 먼지 속에 깃든 지성으로 저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심란함은 이제 설렘으로, 두려움은 경외감으로 바뀝니다. 이제 다시, 저만의 코스모스를 향해 걸어 나갑니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D-29
우주와돌고래
MㅡM
아레시보 천문대 지름이 305미터라고 하는데 정말 컸네요. 아쉽게도 지금은 닫았다고 합니다. https://artsandculture.google.com/entity/m014_zq?hl=ko
지금은 중국의 500미터 구면 전파망원경(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radio Telescope: FAST)이 가 큰것 같아요 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2

말코손바닥사슴
@MㅡM
너무 멋있죠!
아레시보는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생겨 해체를 결정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전 세계 과학자들의 보존 청원도 있었다고 하네요.
영화 <콘택트> 배경인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드니빌뇌브의 '콘택트'만 보았네요!)
https://www.seoul.co.kr/news/society/science-news/2020/12/02/20201202500022
망원경 관련한 이야기도 쏙에 추후 게시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아쉬운 대로, 우주망원경 콘텐츠를 먼저..
[대형 망원경은 왜 모자이크처럼 생겼을까?]
https://soak.so/ko/video/370?text=ko&voice=ko
MㅡM
와 너무 재밌네요, 당연히 안테나처럼 원뿔 비슷한 반구 모양으로 생겼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쓰고나니 왜 당연한지 모르겠네요ㅎㅎㅎ 쏙 비디오를 보니 코스모스에서 망원경 묘사한 장면이 조금은 이해되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5
MㅡM
저도 드니빌뇌브 콘택트 너무 좋아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한 번 더 봤어요. 코스모스를 읽는 와중에 보니 더 재밌더라고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영화가 외계인의 목적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 게 아주 신선했어요. 그동안의 우주영화에서 우주식민지론(?)을 주요 스토리라인으로 가져가는 게 조금 불편했었나봅니다. 앞으로만 진행하는 시간이 아닌, 다 펼쳐진 시간 안을 살아가게 되는 주인공을 보며 외계인의 목적이 침공이 아닐 수 있다는 코스모스 내 설명들이 더 와닿았어요.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을거라는 말.

말코손바닥사슴
@MㅡM
그러게요! 어쩌면 산책하듯이 배회하러 와서
'선물' 주고 싶은 사람을 찾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원작자인 테드창은 '펼쳐진 시간'이라는 테마를
양자역학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저는 주인공처럼 먼저 무장해제하는 용기를
내진 못하겠지만. 상대(외계인)에게서 다 내려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옳다꾸나, 하고 소통에 나설 것 같아요.
이 또한 자기 투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요.
*하루만에 휘발되곤 하는 지식이지만, 그래도 공유해봅니다.
양자역학의 시간이란?_김상욱
https://youtube.com/shorts/2Pk99Qzmy-o?si=lCiZ8woJRgXDuoNZ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_박권 (4분 17초부터 드니빌뇌브 컨택트 이야기가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gjety_Y9k
MㅡM
3차원 시공간에 대한 프레임이 제 안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평소에 더 고차원을 어쩔 수 없이 3차원적으로 설명하는 걸 들을 때 막연했는데, 저 영화가 다른 방면으로 이해에 도움이 되었어요. 코스모스에서도 다른 차원을 이해하는 건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봅니다ㅎㅎ 공유해주신 링크들 꼭 볼게요, 감사합니다.

말코손바닥사슴
@MㅡM
저는 과학 애호가를 지망하는 과학 초심자입니다!
과학철학은 원래 관심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직업 환경에서 좋은 과학인 선생님들과
종종 교류하면서 귀동냥하고, 책 추천받으면서
가랑비에 옷젖듯이 천천히 좋아하게 됐어요.
이젠 좀 더 “학습“으로 꾹꾹 눌러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요
MㅡM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저의 한계를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말코님은 과학인이신가요?) 이 3차원 세계에서도 제가 진짜 이해하는 방식은 선도 아닌 점(사건) 뿐인 거 같아요. 펼쳐진 시간은 면 쯤 가야 하는건데, 선과 선이 만나 교점이 된다는 개념까지 가야 겨우 이해가 가능하달까요.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 확장이 아닌, 거꾸로 점만 이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을 이해할 때도 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 같아요. 4차원은 언제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걸 자각하기 시작한 영화였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다 보니 말이 길어졌어요, 이제 그만ㅎㅎㅎ
MㅡM
12. 은하대백과사전
외계인과 조우한 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만남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인간의 역사 속 새로운 만남을 돌아보면 쉽지 않아보인다.
우리는 아마도 물리적 만남 이전에 전파로 신호를 주고받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이질적이라 해독하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그 신호는 싸고 빠르고 단순명쾌하게 별들 사이의 공간을 뛰어 넘어 도착할 것이다.
전파천문학 덕분에 우리는 외계 문명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만 한다면 그들과의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와있다. 우리의 전파천문학은 아직 시작단계라, 외계 문명이 우리보다 훨씬 더 발달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에게 전파가 매우 뒤떨어진 통신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외계와의 소통을 위해 천파천문학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최소한의 그 무엇이다.
어쩌면 우주에 이야기할 상대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출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현상일지도 모르니까. 어떤 지적 생물들이 안테나를 펼쳐 놓고 우리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어떤 문명권이 대화를 나눌 상대를 외부에서 찾기 전에, 마치 지구처럼 내부에서의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파멸에 이르는 행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지적 생물의 본성은 외계와의 소통에 있어서 가장 불확실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인간은 외계인을 침략자로 파괴의 만남을 상상하며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인류사에서 문명과 문명 사이의 만남은 그리 우호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행여나 우리가 뒤쳐져 있다면, 우리가 신호를 보내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신호를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전파 문명권 탐색은 아직 초보단계이기 때문이다.
문화간 갈등이 범은하적 규모에서도 통용될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아무 신호도 받지 못했다는 걸로 상상이 가능하다. 지적 존재가 있는 행성 간 교류가 파괴적이지 않고 활발하다면, 어떤 신호든 잡히지 않을까. 인간처럼 영원한 생명을 가지지 못한 존재가 제한된 자원의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탐험과 이주의 가능성 탐색으로서도 말이다. 외계 문명과의 만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 이미 우리의 신호를 받고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우주의 원리인 수학과 과학으로 외계 문명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거대한 은하 컴퓨터를 이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문명에 관한 정보가 저장되어 은하 대백과사전의 도서관 구실을 하겠지만 지구에 도착한다고 한 들 우리가 그것을 읽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말코손바닥사슴
@MㅡM
'외계침공'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떠오르네요.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 거란 상상,
재미와 자극으로서 유희, 이렇게 타자를 소비하다 보니
진지하게 외계와의 조우를 상상해보는 지적 토대가
문화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1세대 과학 커뮤니케이터 칼 세이건 선생님이 46년 전에
이렇게 역설했었고, 동시대의 진지한 SF작가, 과학자 분들이
과학을 토대로 외계인이라는 타자를 직시할 수 있게 설명해주시니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재료가 참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듯합니다.
정보와의 거리를 좁히기가 조금 힘들지만요.

henry1318
오! 2월 28일에 행성들이 정렬되는 행성 퍼레이드 현상이 일어나대요! 보이져호가 스윙바이를 해서 날아갈때 같은 상황이 생각이 나네요.
3월 3일은 개기월식이래요! 블러드문 현상이 나타난데요. 2월 28일과 3월 3일은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으로서 우즈를 들여다 보는거 어떨까요?
왼손
우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코스모스 읽기 시작하면서 NASA 앱에도 들어가보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올라온 행성 퍼레이드 이미지가 있습니다. 2022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사진입니다. 내일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말코손바닥사슴
@왼손
와 사진 너무 멋져요.
@henry1318
덕분에 함께 사진을 즐기네요 :)
호박고구마
@henry1318 토요일 8시 33분경에 잘 관찰할수 있나봐요. 장소를 미리 섭외해야겠어요.
MㅡM
오 찾아보니 지역별로 다른 시간에 관찰할 수 있나봐요. 이런 것도 알게 되고 좋네요, 감사합니다. https://starwalk.space/ko/news/planetary-alignment-february-28-2026
MㅡM
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우리는 오늘에 와서야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의 존재가 우주의 목적일 수도 없다는 현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오는 동안 못된 진화적 습성을 많이 길러왔다. 호전성, 그릇된 관습,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이방인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 등 오랜 못된 요소들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가 걸어놓은 정신적 족쇄 및 육체적 족쇄로부터 탈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서로에게 필요조건이 된다.
우리는 상호 불신의 망령에 휩쌓여 전쟁 수행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글 쓴 당시) 에너지 총량이 TNT 1만 메가톤(제2차 세계대전에 쓰인 총 TNT는 200만 톤이므로, 한나절동안 제 2차 세계 대전을 1초에 한 번씩 겪을 정도의 양)을 훨씬 넘는 핵폭탄이 이미 지구에 있다. 핵폭탄은 즉각적 파괴 외에도 오존층을 파괴시켜 자외선이 침투할 수 있고, 대기에 먼지 양이 증가하면 태양복사가 차단되어 지표 온도를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은 이해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자연 체계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는 우리 머리 깊숙한 곳의 파충류의 뇌 영역에서 일어나고, 감정의 중재와 기억의 관장은 가장 바깥쪽 포유류의 뇌 영역에서 일어난다. 전쟁 등의 갈등은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벌이는 대립의 소산이다. 막가파식의 협박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위험이 언제나 도사린다는 거다.
외계에서 우주인들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지구 곳곳에서 한창 개발중인 살인 위성, 입자 빔 무기, 중상자 폭탄, 레이저 병기, 순항 미사일 등의 필요성을, 각각의 표적을 향하고 있는 핵탄두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인류가 우리의 행성 지구를 보호할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 가능한 일인가?
평화유지는 핵보유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다음 전쟁의 예방보다 그 전쟁을 수행할 준비에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우리는 이성적인가?
인간 본성에는 다른 좋은 속성들도 있다. 우리가 서로 피부 접촉을 더 많이 하기만 해도 파충류의 뇌보다 포유류의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뚜렷한 상관관계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지구에서 과학을 아는 생물 종은 인간밖에 없다. 과학하기는 전적으로 인류만의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과학적 발견과 과학 지식은 일부 기득권층만의 소유물로 남아,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지 못했다. 사람들은 지적 발전의 정체, 비관주의 확산, 신비주의에의 비참한 굴복 등에 길항 했다. 그렇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 비석의 글자, 파피루스 사본의 몇 점, 고서들을 보며 조상들도 우리와 같은 존재였음을 알아간다.
코스모스의 우주 진화 속 지구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인간은, 현재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로 변해버렸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기괴하다며 혐오하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리가 다 똑같은 종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면 자멸할 것이다.
현대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야 할 시대이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모순 속에서 발전시킨 기술로 외계를 탐구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의 파괴가 아닌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우주 탐사는 지구에 사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강대국의 군수산업이 아닌 평화의 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 있게 한 코스모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MㅡM
드디어 (아마도) 다 읽었네요. 디테일은 한 95% 날리면서 읽은 거 같지만 그래도 대견하네요 내자신! 이제 마지막 클로징하고 모 든 장의 인트로 인용구들을 다시 읽어보며 진짜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인용구들이 상징적이고 이해안되는 것들도 꽤 있었어서 다시 읽어보면 이제 조금 더 와닿을까 싶어서요.

말코손바닥사슴
@MㅡM
오 축하드립니다! 낑낑 대며 읽은 책은 재독이 진정한 시작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모든 지식이 그렇게 천천히 체화되는 거겠지만요! 여튼 기쁩니다.
MㅡM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