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D-29
과학이 예술과 다른 점은 현실을 다른 형태로 직면한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 -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52쪽, 칼 세이건 지음, 김명남 옮김
과학이 늘 철저히 연역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의 최첨단은 늘 무모한 직감을 좇고 단서를 추적하는 방식의 활동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 -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52쪽, 칼 세이건 지음, 김명남 옮김
코스모스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코스모스 p.36,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싹은 성장하면서 새로운 싹을 자라나게 만든다. 또한 만일 이 싹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 경우에는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뻗어 다른 많은 연약한 가지들이 자라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그 나무에서도 세대가 거듭되면서 시들어 떨어진 나뭇가지들은 지표를 뒤덮는 반면, 계속해서 갈라져 나가는 아름다운 나뭇가지들은 그 나무를 뒤덮고 있다.
종의 기원 p.202,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종의 기원한국 진화 생물학계의 역량을 결집한 최초의 다윈 선집 '드디어 다윈' 시리즈 그 첫 번째 책.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 그 장엄한 사상의 조용한 탄생을 목격할 수 있는 <종의 기원> 초판이다.
10장: 한없이 아래로 그리고 위로,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우주의 '계층구조'를 상상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다보면 가장 높은 곳에 가 닿지 않을까.. 터무니 없는 상상도 하게 되고요. 그러고 보니까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바벨론의 탑"에서 주인공이 탑 꼭대기까지 갔을때 땅으로 내려왔었네요. 사고 실험이지만, 참 흥미롭습니다.
말코손바닥사슴님의 문장 수집: "과학자에게 연구 동기가 되어주는 내면의 열정은 아주 예술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
칼 세이건의 인터뷰집(칼 세이건의 말) 안에서 여러 토막의 문장을 수집해보니, 코스모스 책에 묻어나는 문학적 향취가 이해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논리성, 정합성, 딱딱함, 기계적, 딱 떨어지는 답, 이런 것들은 '과학하기'의 아주 일부라는 것.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넉넉함. 때로는 급진적인 상상력의 그물을 던져놓고 더듬더듬 근거를 찾아가는 성마른 열정, 이런 것 또한 '과학하기'의 커다란 한 축이구나. 생각됐어요. 변하지 않는 질서, 변하는 질서 사이에서 알고자 하는 의지를 버리지 않는 것. 그 예술을 닮은 열정이 과학 안에 있구나, 칼 세이건은 이 마음으로 책을 썼구나.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외에 또 다른 우주들이 있다면 그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은 우리의 것과는 별도의 체계를 이룰까?... 그 우주의 사람은 우리와 다른 구조와 형태의 생물일까, 아니면 비슷한 생물일까? 그들의 세계에 진입하려면 어떻든 4차원으로 '길'을 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리를 그 길로 데려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양계 근처에 작은 블랙홀들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자, 이제 영원의 벼랑 끝에 서서 정들었던 이 우주와 헤어져, 저 우주로 뛰어들 채비를 해 보자!"
코스모스 p. 435,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챕터 12와 13에서 칼 세이건은 다정하게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지만, 나는 자꾸만 인간의 발밑에 그어진 차가운 선들을 보게 된다. 돈이라는 이름의 신분제, 그리고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숨겨진 거대한 탐욕들. 별들조차 죽음을 맞이하는데, 인간만이 영원을 꿈꾸며 시공간을 뒤트는 모습은 경외보다 두려움을 자아낸다. 쓰레기 봉투를 갉아먹는 생쥐는 우주를 알지 못하기에 행복할 것이다. 헌데 인간은 왜 굳이 이 무거운 진실들을 파헤쳐 제 목을 죄는가. 아는 게 적은 바보로 사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 고민하는 밤, 우주는 여전히 대답이 없고 나는 그 막막한 불확실성 속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동시에 우리가 미지를 탐했기에 현대의 발전을 이뤄낸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 또한 '본질'과 '존재의 이유'가 궁금하기에, 잠시 코스모스 책을 덮고 오래토록 상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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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돌고래님의 대화: 챕터 12와 13에서 칼 세이건은 다정하게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지만, 나는 자꾸만 인간의 발밑에 그어진 차가운 선들을 보게 된다. 돈이라는 이름의 신분제, 그리고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숨겨진 거대한 탐욕들. 별들조차 죽음을 맞이하는데, 인간만이 영원을 꿈꾸며 시공간을 뒤트는 모습은 경외보다 두려움을 자아낸다. 쓰레기 봉투를 갉아먹는 생쥐는 우주를 알지 못하기에 행복할 것이다. 헌데 인간은 왜 굳이 이 무거운 진실들을 파헤쳐 제 목을 죄는가. 아는 게 적은 바보로 사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 고민하는 밤, 우주는 여전히 대답이 없고 나는 그 막막한 불확실성 속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동시에 우리가 미지를 탐했기에 현대의 발전을 이뤄낸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 또한 '본질'과 '존재의 이유'가 궁금하기에, 잠시 코스모스 책을 덮고 오래토록 상념했다.
현실로 눈을 돌리면 공포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2025년 기준, 인류가 궤도 위에 흩뿌린 우주 쓰레기의 양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0cm 이상의 대형 파편이 수만 개, 미세 파편은 백만 개를 넘어섰다는 소식은 인류의 탐욕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잠식했음을 증명합니다. 문득 의문이 듭니다. 행성 하나조차 아낄 줄 모르는 우리가 과연 지구를 대표할 자격이 있을까요? 지구를 대표하는 것은 자연이며, 우리는 그 관대함에 잠시 빌붙어 사는 존재일 뿐입니다. 지구는 아픈 적이 없습니다. 그저 인간이 자멸의 길을 닦으며 자연을 파괴할 뿐, 별은 늘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제 자리를 지키는 법이니까요.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기에 그 두려움은 배가 됩니다. 때로는 천문학자들이 이 암담함 속에서 대체 어떤 희망을 보며 나아가는 것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분명 현실을 아는 성인임에도, 어째서 우주만 마주하면 이토록 무력한 아이가 되어버리는지... 정답 없는 질문들이 다시 숨구멍을 틀어막습니다.
다가오는 3월 3일, 개기월식이 밤하늘을 수놓을 때 저는 새로운 학업의 장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비록 개강을 앞둔 심란한 마음을 완벽히 달랠 수는 없었으나, [코스모스]와 함께한 이 겨울은 제게 지식 그 이상의 충만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쟀던 것처럼,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일상 아래 숨겨진 거대한 논리의 질서를 파헤쳐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인류의 끝없는 탐욕과 우리가 남긴 우주 쓰레기들 앞에 암담함을 느끼기도 했고, 아는 게 적은 바보로 사는 것이 차라리 구원이 아닐까 고민하며 암담한 공포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여정을 통해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인간은 분명 생물학적 한계 안에 갇힌 '동물'이지만, 동시에 우주의 질서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자'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열어젖히는 유일한 존재들입니다. 우주에는 무조건적인 정답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극한의 가능성을 뚫고 나타난 이 파란 별의 유기체로서, 저 또한 저에게 주어진 삶을 기꺼이 살아내려 합니다. 드넓은 코스모스 안에서 제 존재는 비록 먼지보다 작을지라도, 그 먼지 속에 깃든 지성으로 저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심란함은 이제 설렘으로, 두려움은 경외감으로 바뀝니다. 이제 다시, 저만의 코스모스를 향해 걸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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