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그는 썰매 끈에 묶여 질주하는 일, 끈에 묶여 마지막 숨을 토해 낼 때까지 달리는 그 일, 팀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 일을 하면서 표현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어떤 자부심에 단단히 사로잡혔다. 그것은 썰매 앞자리를 차지할 때 데이브가 느끼는 긍지였고 온 힘을 다해 달릴 때 솔렉스가 느끼는 자부심이었다. 캠프를 철수할 때 그들을 사로잡는 긍지였고, 그들을 시들하고 뚱한 짐승에서 기운차고 열정적이고 야망에 가득 찬 동물로 바꿔 놓는 자부심이었다. 낮에는 그들의 원기를 북돋우다가 밤이 되면 캠프에서 그들을 침울한 불안과 불만으로 끌어내리는 그런 자부심이었다.
야성의 부름 46~47p,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저는 이 부분이 좀 불편했어요. 제가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흠... '썰매끄는 개들의 직업적(?) 자부심' 을 논하는게 너무나도 인간적인 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 노트해두고 앞으로 어떻게되나 계속 읽어가보겠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마치 노예에게 일을 주는 주인의 입장 같은 느낌. 나중에 반전을 위한 설정인 건지, 아니면 그 시대의 한계인 건지는 모시모시님 말씀 대로 읽어보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반전이 있기를... -,-)
개들은 일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이 만든 법률에 있는 것 같았다.
야성의 부름 48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잭 런던은 왜 이런 문장을 썼을까요? 궁금합니다.
도슨의 수많은 개들이 (벅이 남부에서 봤던 말들처럼) 쉼없는 중노동을 하는 걸 보며 벅이 느꼈을 충격이라든지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는 장면이랄까요…? 순응인 듯하면서도 행간에 비꼬듯 깔린 반발심도 느껴졌어요. (작품과 상관없이 저는 개인적으로 저 문장 속 “개들”의 자리에 저 자신을 넣어보면서, 일이 꼭 천형 같다는 생각도 살짝 해봤습니다.)
일은 천형, 무서운 말입니다. ^^; 시지프스 생각나네요.
He was beaten (he knew that); but he was not broken.
야성의 부름 11,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오, 이 문장 원문으로 읽으니 훨씬 좋네요! 한국어 번역본에는 이렇게 되어 있어요.
벅은 두들겨 맞았다.(그는 그걸 알았다.) 그러나 길든 것은 아니었다.
야성의 부름 19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그쵸 beaten과 broken의 미묘한 차이.. 이런 뉘앙스가 원문에서는 살아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저도 예전에 아마 네버랜드클래식같은 소년소녀 전집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 보니 원서는 각 지역의 속어와 사투리로 쓰였네요.
벅은 패하고 말았다. 벅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나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문예출판사 번역도 궁금해서 가져와봤어요. 원문이 제일 좋긴한데 번역도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네요.
오, 고맙습니다. 이렇게 다른 출판사 번역도 같이 구경하니까 더 재미있어요! 번역이라는 것이 참 오묘하네요. 단어 선택부터가 정말 보통 일이 아니겠어요.
문장이 조금씩 다르네요. 어느 번역이 더 좋은지 판단이 잘 안 되지만, 저는 broken을 '꺽인'으로 옮긴 쪽이 뉘앙스를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우리말 느낌이 잘 나네요. 벅의 기세나 야성이 꺽인 게 아니다, 그저 하나의 전투에서 졌을 뿐이다, 다시 일어난다, 기다려라, 이런 느낌이랄까요?
'길든'이 'broken'을 옮긴 거였군요! beaten - broken, 운도 맞췄네요!
That club was a revelation. It was his introduction to the reign of primitive law, and he met the introduction half-way. The facts of life took on a fiercer aspect; and while he faced that aspect uncowed, he faced it with all the latent cunning of his nature aroused. ... a man with a club was a lawgiver, a master to be obeyed, though not necessarily conciliated.
야성의 부름 12,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That was fair of Francois, he decided, and the half-breed began to rise in Buck's estimation.
야성의 부름 13,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실은 이 부분에서 모비딕을 읽을 때처럼 '혼혈'이나 피부색에 대한 인간의 기준이 동물에서는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안에서 키우는 치와와나 퍼그에 대한 차별적 태도 등에서도 그렇고 인간을 피부색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태도가 동물의 눈에서도 반영되는 것 같아서 인간사회의 모순을 동물을 통해 보는 건가 했거든요. 하지만 인간들보다 더 사람의 됨됨이나 본성을 명확하게 꿰뚫어보는 벅은 어쩌면 인종 뿐만 아니라 종을 뛰어넘는 통찰과 정의를 보여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장 끝에서 평생 캘리포니아의 따듯한 지역에서만 살다가 눈을 처음 경험한 벅의 모습이 귀여웠어요. 웬지 북반구에서 자란 저로서는 항상 개와 애들은 다 눈을 보면 환장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의외로 눈을 (그리고 추운 날씨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개가 있다는 것을 저희 강아지보구 깨닫기도 하구 이렇게 눈을 한번도 못 본 개는 놀라고 경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새삼 놀라며 인간들도 가지각색인 것처럼 개도 성격 뿐 아니라 환경도 다 다르겠구나..하며 1장을 마쳤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땐 이렇게 재미있게 안 읽었던 것 같아요. 그저 벅 불쌍하다고 징징 울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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