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영어로 보니 문장이 또 달리 보이네요. 더 오를 곳이 없는 정점의 아이러니, 가장 살아있을 때 황홀경이 오지만 살아있음을 완전히 잊어야만 그 황홀경이 온다는 말이 시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느낌입니다.
Not only did they not know how to work dogs, but they did not know how to work themselves.
야성의 부름 52,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God! You can all but speak! 맙소사! 넌 말만 빼고 다 할 수 있구나!
야성의 부름 61,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이 말이 와닿네요.. ㅜㅜ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에서도 이 대사는 그대로 썼더군요! ^^
오! 그러게여! 지금 찾아보니 디즈니플러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도 있네요!
모든 비스듬한 언덕에서는 보이지 않는 샘물들의 노랫소리가 졸졸 들렸다. 만물이 녹고 굽이치고 딱딱 갈라졌다. 유콘 강은 단단히 붙어 있던 얼음을 떼 버리려고 애를 썼다. 아래에서는 강이, 위에서는 태양이 얼음을 녹였다. 바람 구멍이 뚫리고 균열이 생기더니 틈이 벌어지는 사이로 얇은 얼음들이 떨어져 강물 속에 통째로 떠내려갔다. 온갖 생명이 깨어나며 터지고 갈라지고 고동치는 한가운데, 가볍게 한숨짓는 미풍 속으로 태양이 내리비출 때 두 사내와 한 여자와 에스키모개들은 죽음을 향해 가는 나그네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야성의 부름 p.85-86,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5장은 읽기 힘드네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금을 캐는 일에 집중하기는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래서 금 채굴에 실패했을지도..
진짜 그냥 확 짧고 굵게 때리는 첫번째 만남의 빨강 스웨터 남자가 디개 인간적으로 보이던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지겹도록 죽음을 향해 질질 고통을 끌고 가는 이런 고문을 하느니.. 예전에 무서운 상사보다 무능력한 상사가 더 싫다는 말이 여기서 생각나더라구요.
휴.. 빨강 쉐타남도 소금물 우편팀도 전부 선녀로 만들어버리는 쌩양아치 패밀리의 위력..
개념없는 패밀리들의 행동에 진저리치고 있을 즈음이라 저는 그들이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때 아주 통쾌했습니다. (죄없이 같이 빠져죽은 개들 너무 불쌍해요..)
칠쿠트와 화이트패스가 조금 헷갈려서 찾아봤습니다. 둘 다 스캐그웨이 바로 위쪽이고, 미국 영토에서 캐나다 영토로 넘어가서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참조 : https://maps.app.goo.gl/9ASsXjnXDZSrcMxbA 칠쿠트는 너무 가파르고 험난해서 개썰매로는 갈 수 없고 사람들이 짐을 지고 넘는 경로고, 화이트패스 쪽이 말이나 개가 짐을 끌고 넘어가는 경로네요. 사진을 보시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는데요, 이쪽이 칠쿠트 경로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 초반에 바로 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엄청난 짐을 지고 금을 찾으러 줄을 서서 갑니다. 마지막 사진이 화이트패스인데, 이곳도 아주 험했고 짐을 끌고 가던 개, 말들이 많이 죽었다고 해서 '죽은 말들의 계곡'(Dead Horse Trail)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ㅠㅠ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hilkoot_Pass
칠쿠트의 공중 화물용 트램웨이(Chillkoote aerial tramway) https://en.wikipedia.org/wiki/Chilkoot_Trail_tramways 사진을 보시면 칠쿠트 경로의 산 위로 이상한 선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공중 화물용 트램 같은 것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도르래를 이용했고, 나중에는 석탄이나 가솔린을 이용한 증기기관도 쓰고, 전기도 썼다고 합니다. 사진은 모두 1898년도 사진입니다. 여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트램을 놓기도 했는데, 1900년도 되기 전에 모두 폐쇄됩니다. 1900년이 되면 ‘화이트패스-유콘 노선’ 철도가 놓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철도 회사가 이런 트램웨이 회사들을 인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hite_Pass_and_Yukon_Route 클론다이크 금광은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사람과 동물, 자원과 사회기반이 빠른 속도로 투입되고 변해가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볼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해야겠습니다.
* 잭 런던은 왜 ‘벅’의 이야기를 쓴 걸까요?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자유이지만, 저자가 어떤 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필했는지 아는 것은 시대를 이해하는 훌륭한 창이 됩니다. 특히 『야성의 부름』처럼 시대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잭 런던은 클론다이크를 다녀온 뒤, 어떤 생각으로 ‘벅’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기록에 따르면 그는 클론다이크에서 약 10개월간 체류했습니다. 실제로 금 채굴권을 얻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고, 괴혈병으로 잇몸이 부어오르는 등 건강도 악화됩니다. 잭 런던에 클론다이크로 간 것은 1897년 여름이었고, 금광을 떠난 때는 이듬해인 1898년 늦봄이었습니다. 그는 유콘강을 따라 3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뗏목으로 내려와 캘리포니아로 돌아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런던은 금광에서의 경험을 신문사에 보내지만, "이제 알래스카는 유행이 지났다"는 얘기만 듣습니다. 이후에 발표한 첫 이야기가 개의 이야기였던 것을 보면, 그의 마음속에 클론다이크에서 본 개들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1902년, 그는 먼저 「Diablo - A Dog Story」라는 단편을 발표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인을 살해하는 잔혹한 개 '바타르’입니다. 바로 이어 잭 런던은 새로운 이야기를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야성의 부름』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잭 런던이 개의 명예를 회복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클론다이크를 떠난 지 5년 정도 후에 책이 나왔으니, 그곳의 경험이 숙성된 기간은 3~4년 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 벅에게는 실존 모델이 있었습니다. 런던이 클론다이크에서 만난 본드 형제의 개였죠. 소설 초반의 평화로운 판사 집의 풍경 역시 그 형제들의 집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런던이 애초에는 단편을 염두에 두고 집필을 계획했지만, 글을 시작하자 작가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글이 쏟아져 나와 결국 3만 단어가 넘는 중편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훗날 런던은 그 척박하고 인간 군상들이 모두 모여 있는 금광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모습이 벅에게 투영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급변히는 문명의 한가운데서 자기 자신도 벅처럼 적응을 강요받고, 사용되고, 소모되었으며 결국 버려지는 존재라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후대인으로서 우리는 그 역사를 공간적/시간적으로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생명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소모해 온 인간 문명의 궤적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의 관심사이자 문제인 기후위기와 인류세적인 질문을 덧붙여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 이 지역에 설치된 공중 트렘, 레일이나 철도같은 산업기술과 여러 회사들의 경쟁도 이런 궤적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wikipedia) - 왼쪽 : 벅과 스피츠의 죽음의 대결. 1902년 판에 수록된 삽화. - 오른쪽 : 칠쿠트를 넘는 사람들 시대 배경 참조 : https://en.wikipedia.org/wiki/The_Call_of_the_Wild
그의 근육은 활력으로 넘쳐흘렀고 강철로 만든 용수철처럼 타다닥 날카롭게 튀어올랐다. 기쁨과 자유로움으로 홍수처럼 찬란히 온몸에 가득 찬 생명력이 드디어 폭발하고 순수한 황홀감 속에 산산이 흩어져 세상 속으로 풍요롭게 넘쳐흘렀다.
야성의 부름 185p,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제 자리에 있는 벅을 보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1997년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2020년 영화에서 벅이 손턴과 지내면서 늑대들과도 교류하고 자연을 마구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습니다.
네, 6장에서 자연을 뛰어다니는 벅의 모습을 행복하고 찬란하게 그려주고 있어서,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야성의 부름』 읽기, 마지막 3주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깊은 질문도 주고 받고 어려운 주제도 건드려보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소설을 읽는 방법도 바라보는 측면도 아주 다양할텐데요, 이 모임에서는 기후, 생태, 인류세 같은 주제를 더 많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00년 전후의 시기는, 자본이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것이 상승하기 전에 발판을 다지는 기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말을 하자면, ‘대가속’의 전조 정도로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세기 중반,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 경제, 사회, 자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표가 지수함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 경향을 일컬어 ‘대가속’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뉘여놓은 하키 스틱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하키스틱 그래프라고도 하는데요. https://en.wikipedia.org/wiki/Hockey_stick_graph_(global_temperature) 아래 동영상에서도 하키스틱 모양을 그림 위에 놓고 재미있게 설명을 하고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1JAOXTOwjdY 그래프를 보면 본격적으로 솟구치는 것은 1950년대 쯤부터이지만, 늦어도 1800년대 정도부터 그래프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프 출처: https://www.resilience.org/stories/2019-08-19/what-is-earth-for) 클론다이크 금광 같이 자원을 집중적으로 추출하던 현장이, 당시에 전세계에 걸쳐 수없이 많았을 겁니다. 석탄, 석유, 이런 저런 광물들, 보석들, 비싸거나 필수적인 작물들 등 자원이 발견되고 사람들이 몰려가고 온갖 정보와 돈과 기술이 집약적으로 투입되는 현장이 바로 대가속을 가능하게 했던 바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을 몇 개를 던져봅니다. - 여러분은 『야성의 부름』이라는 소설이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작가의 관점이나 주제의식과 관련 있이/없이, 기후위기나 인류세와 관련 있이/없이, 내가 보는 『야성의 부름』은 어떤 이야기인가?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본다면 어떤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지 짧은 문장 만들기를 해봐도 좋겠습니다. - 금광이라는 추출의 현장에서 벅은 무엇이었을까요? 클론다이크라는 춥고 험한 지형의 금광에서, 벅 같은 개들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 그 일을 대신하게 됩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가 지치고 힘이 빠지면 대체되고 팔리고 죽어 나갔습니다. 이런 개들은 인간에게, 인류 문명에 그리고 자연에 어떤 존재였을까요? - 벅은 야생으로 돌아가지만, 인간은 금을 찾든 빈손이든 결국은 다시 도시로, 문명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보면 벅의 이야기는 일종의 판타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간 잭 런던은 벅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한 걸까요? 만일 우리가 우리 자신의 꿈이나 정체성을 비춰보고자 한다면 어떤 존재에게 투영시켜야할까요? (이미지 출처 : https://www.resilience.org/stories/2019-08-19/what-is-earth-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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