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지금 보셔도 눈물이 나실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봤던 책이나 영화를 다시 봐도, 항상 같은 부분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ㅠㅠ
앗 정말 White Fang도 그렇고 옛날 추억이 방울방울^^ 예전부터 이런 동물 영화나 소설에 한없이 약했어요
맞아요, 예전에도 지금도 약해요. <야성의 부름>도 심호흡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저는 스릴러 호러 공포 등등 뭐든 잘 보는 편인데, 잘 못 보는 예외가 동물학대, 아동학대, 사이비종교 이야기랍니다.
With the aurora borealis flaming coldly overhead, or the stars leaping in the frost dance, and the land numb and frozen under its pall of snow, this song of the huskies might have been the defiance of life, only it was pitched in minor key, with long-drawn wailings and half-sobs, and was more the pleading of life, the articulate travail of existence.
야성의 부름 31,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There is an ecstasy that marks the summit of life, and beyond which life cannot rise. And such is the paradox of living, this ecstasy comes when one is most alive, and it comes as a complete forgetfulness that one is alive.
야성의 부름 33,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영어로 보니 문장이 또 달리 보이네요. 더 오를 곳이 없는 정점의 아이러니, 가장 살아있을 때 황홀경이 오지만 살아있음을 완전히 잊어야만 그 황홀경이 온다는 말이 시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느낌입니다.
Not only did they not know how to work dogs, but they did not know how to work themselves.
야성의 부름 52,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God! You can all but speak! 맙소사! 넌 말만 빼고 다 할 수 있구나!
야성의 부름 61,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이 말이 와닿네요.. ㅜㅜ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에서도 이 대사는 그대로 썼더군요! ^^
오! 그러게여! 지금 찾아보니 디즈니플러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도 있네요!
모든 비스듬한 언덕에서는 보이지 않는 샘물들의 노랫소리가 졸졸 들렸다. 만물이 녹고 굽이치고 딱딱 갈라졌다. 유콘 강은 단단히 붙어 있던 얼음을 떼 버리려고 애를 썼다. 아래에서는 강이, 위에서는 태양이 얼음을 녹였다. 바람 구멍이 뚫리고 균열이 생기더니 틈이 벌어지는 사이로 얇은 얼음들이 떨어져 강물 속에 통째로 떠내려갔다. 온갖 생명이 깨어나며 터지고 갈라지고 고동치는 한가운데, 가볍게 한숨짓는 미풍 속으로 태양이 내리비출 때 두 사내와 한 여자와 에스키모개들은 죽음을 향해 가는 나그네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야성의 부름 p.85-86,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5장은 읽기 힘드네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금을 캐는 일에 집중하기는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래서 금 채굴에 실패했을지도..
진짜 그냥 확 짧고 굵게 때리는 첫번째 만남의 빨강 스웨터 남자가 디개 인간적으로 보이던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지겹도록 죽음을 향해 질질 고통을 끌고 가는 이런 고문을 하느니.. 예전에 무서운 상사보다 무능력한 상사가 더 싫다는 말이 여기서 생각나더라구요.
휴.. 빨강 쉐타남도 소금물 우편팀도 전부 선녀로 만들어버리는 쌩양아치 패밀리의 위력..
개념없는 패밀리들의 행동에 진저리치고 있을 즈음이라 저는 그들이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때 아주 통쾌했습니다. (죄없이 같이 빠져죽은 개들 너무 불쌍해요..)
칠쿠트와 화이트패스가 조금 헷갈려서 찾아봤습니다. 둘 다 스캐그웨이 바로 위쪽이고, 미국 영토에서 캐나다 영토로 넘어가서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참조 : https://maps.app.goo.gl/9ASsXjnXDZSrcMxbA 칠쿠트는 너무 가파르고 험난해서 개썰매로는 갈 수 없고 사람들이 짐을 지고 넘는 경로고, 화이트패스 쪽이 말이나 개가 짐을 끌고 넘어가는 경로네요. 사진을 보시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는데요, 이쪽이 칠쿠트 경로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 초반에 바로 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엄청난 짐을 지고 금을 찾으러 줄을 서서 갑니다. 마지막 사진이 화이트패스인데, 이곳도 아주 험했고 짐을 끌고 가던 개, 말들이 많이 죽었다고 해서 '죽은 말들의 계곡'(Dead Horse Trail)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ㅠㅠ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hilkoot_Pass
칠쿠트의 공중 화물용 트램웨이(Chillkoote aerial tramway) https://en.wikipedia.org/wiki/Chilkoot_Trail_tramways 사진을 보시면 칠쿠트 경로의 산 위로 이상한 선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공중 화물용 트램 같은 것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도르래를 이용했고, 나중에는 석탄이나 가솔린을 이용한 증기기관도 쓰고, 전기도 썼다고 합니다. 사진은 모두 1898년도 사진입니다. 여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트램을 놓기도 했는데, 1900년도 되기 전에 모두 폐쇄됩니다. 1900년이 되면 ‘화이트패스-유콘 노선’ 철도가 놓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철도 회사가 이런 트램웨이 회사들을 인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hite_Pass_and_Yukon_Route 클론다이크 금광은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사람과 동물, 자원과 사회기반이 빠른 속도로 투입되고 변해가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볼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해야겠습니다.
* 잭 런던은 왜 ‘벅’의 이야기를 쓴 걸까요?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자유이지만, 저자가 어떤 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필했는지 아는 것은 시대를 이해하는 훌륭한 창이 됩니다. 특히 『야성의 부름』처럼 시대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잭 런던은 클론다이크를 다녀온 뒤, 어떤 생각으로 ‘벅’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기록에 따르면 그는 클론다이크에서 약 10개월간 체류했습니다. 실제로 금 채굴권을 얻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고, 괴혈병으로 잇몸이 부어오르는 등 건강도 악화됩니다. 잭 런던에 클론다이크로 간 것은 1897년 여름이었고, 금광을 떠난 때는 이듬해인 1898년 늦봄이었습니다. 그는 유콘강을 따라 3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뗏목으로 내려와 캘리포니아로 돌아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런던은 금광에서의 경험을 신문사에 보내지만, "이제 알래스카는 유행이 지났다"는 얘기만 듣습니다. 이후에 발표한 첫 이야기가 개의 이야기였던 것을 보면, 그의 마음속에 클론다이크에서 본 개들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1902년, 그는 먼저 「Diablo - A Dog Story」라는 단편을 발표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인을 살해하는 잔혹한 개 '바타르’입니다. 바로 이어 잭 런던은 새로운 이야기를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야성의 부름』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잭 런던이 개의 명예를 회복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클론다이크를 떠난 지 5년 정도 후에 책이 나왔으니, 그곳의 경험이 숙성된 기간은 3~4년 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 벅에게는 실존 모델이 있었습니다. 런던이 클론다이크에서 만난 본드 형제의 개였죠. 소설 초반의 평화로운 판사 집의 풍경 역시 그 형제들의 집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런던이 애초에는 단편을 염두에 두고 집필을 계획했지만, 글을 시작하자 작가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글이 쏟아져 나와 결국 3만 단어가 넘는 중편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훗날 런던은 그 척박하고 인간 군상들이 모두 모여 있는 금광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모습이 벅에게 투영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급변히는 문명의 한가운데서 자기 자신도 벅처럼 적응을 강요받고, 사용되고, 소모되었으며 결국 버려지는 존재라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후대인으로서 우리는 그 역사를 공간적/시간적으로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생명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소모해 온 인간 문명의 궤적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의 관심사이자 문제인 기후위기와 인류세적인 질문을 덧붙여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 이 지역에 설치된 공중 트렘, 레일이나 철도같은 산업기술과 여러 회사들의 경쟁도 이런 궤적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wikipedia) - 왼쪽 : 벅과 스피츠의 죽음의 대결. 1902년 판에 수록된 삽화. - 오른쪽 : 칠쿠트를 넘는 사람들 시대 배경 참조 : https://en.wikipedia.org/wiki/The_Call_of_the_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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