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문장 수집으로 올리려고 타이핑을 하고 올리려고 보니, 향팔님께서 이미 올려놓으셨네요! ^^ 벅과 손턴의 교감을, 자연스럽고도 마음이 뿌듯하게 그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찌찌뽕~
그는 벅에게 함께 가자는 뜻을 분명히 했고 둘은 어둑한 황혼을 뚫고 나란히 개울 쪽으로 곧장 올라갔다. 그들은 개울물이 흘러나오는 협곡을 향해 달렸고 드디어 그 물이 솟구쳐 나오는 황량한 분수령을 가로질렀다. 그들은 협곡 반대쪽 비탈에서 평평한 지역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광활한 숲과 많은 개울들이 있었다. 둘은 숲을 가로질러 몇 시간을 달렸고 그사이 해가 높이 뜨고 날이 따스해졌다. 벅은 거친 행복에 휩싸였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숲의 형제와 나란히 부름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부름에 응하고 있음을 느꼈다. 태곳적 기억들이 빠르게 몰려왔고 전에 그것의 그림자에 반응했듯이 현실에서도 반응했다. 그는 희미하게 기억하는 다른 세상에서 이렇게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같은 반응을 하고 있었다. 광활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한 번도 밟지 않은 흙 위로 자유롭게 광야를 달리고 있었다.
야성의 부름 117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모든 야생물에게는 생명 그 자체처럼 완고하고 지칠 줄 모르는 끈질긴 인내심이 있다. 그것 때문에 거미가 거미집 속에서 몇 시간씩 숨죽이고, 뱀이 몇 시간씩 똬리를 틀고, 표범이 지칠 줄 모르고 숨어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인내심은 야생동물이 살아 있는 먹이를 사냥할 때 독특하게 나타난다. 사슴 떼 옆에 달라붙었을 때 벅에게도 그 인내심이 나타났다.
야성의 부름 122-123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황혼이 지자 늙은 수사슴은 머리를 숙이고 동지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알아 온 암컷들, 그의 핏줄을 이어받은 어린 새끼들, 그가 다스려 온 젊은 사슴들 모두가 사라져 가는 빛 속으로 비틀거리며 빠르게 가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코앞에는 그를 놓아주지 않는 무자비한 송곳니의 도살자가 날뛰고 있었다. 그는 무게가 0.5톤보다 150킬로그램은 더 나갔다. 그는 오랜 세월 싸움과 투쟁으로 가득 찬 강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지금 머리가 자신의 무릎관절에도 못 미치는 동물의 이빨 앞에서 죽음을 맞으려 하고 있었다.
야성의 부름 123-124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네요...
거리가 측정됐고 벅이 100미터를 표시한 장작더미 가까이에 이르자 환호성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썰매가 마침내 장작더미를 지나 명령 소리를 멈춰 서자 환호성은 함성으로 변했다. 모든 사람이, 매튜슨까지도 덩실덩실 춤을 췄다. 모자와 장갑 들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사람들은 누구든 상관없이 서로 악수를 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흥분에 들떴다.
야성의 부름 p.108-109,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보고싶어 했던 것을 이렇게 잘 표현하고 있네요. 한편으로는, 6장 내내 반전을 위한 기반이 하나씩 쌓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합니다.
손턴 이시키 너 벅 가지고 내기하고 힘든거 시키고 그러지마라, 내심 이러고 있다가 “매튜슨까지도 덩실덩실 춤을 췄다”는 얘길 읽으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저도 실은 아무리 내기 때문이라고하지만 벅을 이렇게 혹사시키다니?하고 이 부분에서 좀 의아했어요.. ;
그러게요. 저도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시대의 한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벅이 오 분 만에 천육백 달러를 손턴에게 벌어 주자 손턴은 그동안 진 빚을 다 갚고 동료들과 함께 늘 가고 싶었던 동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전설적인 잃어버린 광산이 있는 그곳은 그 지역만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떠났으나 발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꽤 있었다.
야성의 부름 p.11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아, 이게 복선이었군요…
네...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고 보니,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구나 하는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장단점이 있네요. ^^;
벅은 며칠씩 캠프를 벗어나 밖에 머물면서 잠을 잤다. 한번은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분수령을 지나 목재와 개울 들이 흩어져 있는 넓은 땅에 들어섰다. 그는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야생의 형제가 남긴 흔적을 찾아 헤맸다.
야성의 부름 p.118,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을 야성의 존재로 단숨에 탈바꿈시켜버리는 것이 아니라. 야성을 찾아가는 벅의 모습을 한 걸음씩 보여주는 잭 런던의 치밀한 서술이 감탄스럽습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들은 벅이 캠프를 걸어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벅이 숲의 비밀 속으로 들어섰을 때 그에게 일어난 즉각적인 무서운 변모는 보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걷지 않았다. 그는 한순간에 야생동물이 되어 나무 그림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획 사라졌고, 스치는 그림자처럼 고양이 발로 살금 살금 돌아다녔다. 그는 모든 은신처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았고 뱀처럼 배로 기어가다가 펄쩍 뒤어 한순간에 공격하는 법을 알았다. 그는 둥지에 들어 있는 새를 잡을 수도 있고 잠든 토끼를 죽일 수도 있고 나무로 펄쩍 날아가 앉기 직전의 작은 얼룩다람쥐를 공중에서 덥석 입에 물 수도 있었다. 얼음이 녹기만 하면 연못 속에 있는 어떤 물고기도 그의 먹이였고 댐을 수선하는 어떤 비버도 그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는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서 그것을 죽였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잡은 것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행동에는 유머가 숨어 있었다. 그는 거의 다 잡은 다람쥐를 놓아주고 그 다람쥐가 공포에 떨며 나무 꼭대기로 도망치는 것을 훔쳐보기를 좋아했다.
야성의 부름 p.121,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 '지킬박사와 하이드'네요. ^^;
근데 또.. 생각해보면 캘리포니아 농장과 스스로 자기가 먹을 걸 자급자족해야 하는 알래스카 야생의 생활과는 다른 자세로 살아야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야생'의 행동, '야성적'이란 말도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 아닐까 해요..
네, 야생, 야성... 이런 개념은 특히 서양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우리 동양에는 이런 개념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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