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접하면서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RAMO

드모닝
멋진 리뷰네요. RAMO님의 글을 읽으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환경이 존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은 뒤부터 지나치며 '귀엽다'고 보았던 반려견들이 다시 보이더라구요. 저 녀석들의 야성은 어떤 모습일까? 란 생각도 들구요. 좋은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르구인
글 감사히, 그리고 아주 찡하게 잘 읽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초단편 소설을 읽은 듯한 여운이 남네요.
120년 전 잭 런던이 알래스카 설원에서 캐낸 질문이, 오늘날 우리가 매일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안의 풍경과 절묘하게 '통!' 하고 맞닿는 지점에서는 전율이 돋습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오는 마지막 문장까지 완벽하게 몰입되었습니다.
우리는 현대 문명의 결핍을 과학기술이나 거창한 사회학적 담론으로 채우려 애쓰지만, 사실 우리를 구원하는 건 말씀하신 협력, 다정함, 그리고 타인/타자와의 연결 감각이라는 근본적인 가치임을 요즘 들어 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라모님께서 ‘부러졌다 회복된 다리뼈'를 사례로 들어 문명의 기원을 짚어주신 부분은, 점점 더 고립돼가는 현대인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임을 마무리해가는 이 시점에, 우리의 본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글로 정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시모시
야생을 기준으로 삼으면 본성은 투쟁이 되고, 관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본성은 협력이 된다는 말씀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연결시키신 점이 인상깊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향팔
“ 동작을 멈추는 것, 떠나 버리는 것, 생물의 목숨을 앗아 가는 것, 그것이 죽음이라는 걸 벅은 알았다. 그는 손턴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그에게 커다란 공허감을 주었다. 그 공허감은 배고픔과 비슷했으나 벅은 아프고 또 아팠다. 어떤 음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픔이었다. 때로 이해츠 족의 시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때 벅은 그 아픔을 잊었다. 그리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지금까지의 경험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느꼈다. 그는 가장 고귀한 사냥감인 인간을 죽였다. 그것도 곤봉과 송곳니가 지배하는 법칙에 따라 죽였다. 그는 호기심에 가득 차서 죽은 몸들에 코를 대고 흥흥거렸다.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다니. 에스키모개들을 죽일 때보다 훨씬 더 쉬웠다. 곤봉과 창과 화살이 없다면 인간은 결코 그의 맞수가 될 수 없었다. 이제부터 인간이 손에 창과 화살과 곤봉을 들고 있지 않을 때에는 전혀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
『야성의 부름』 128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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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해마다 여름이면 한 방문객이 그 계곡을 찾는데 이해츠 족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놈은 찬란하게 빛나는 털로 뒤덮인 커다란 늑대인데 다른 늑대들과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다르다. 그는 홀로 부드러운 숲을 건너 나무들 사이에 있는 공터로 내려간다. 썩은 사슴 가죽 자루들에서 누런 물줄기가 흘러나와 땅에 스며드는데, 주위에 풀들이 기다랗게 자라나 있고 식물들이 우거져서 그 누런 색깔을 보이지 않게 가린다. 그는 여기에서 잠시 동안 뭔가 생각하다가 떠나기 전에 한 번, 아주 길고 슬프게 운다. ”
『야성의 부름』 132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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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러나 그가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다. 긴 겨울밤이 오고 늑대들이 낮은 계곡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올 때면 그가 무리의 맨 앞에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창백한 달빛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북극광을 뚫고 동료들보다 훨씬 더 높이 펄쩍펄쩍 뛰면서 그들 무리의 노래인 원시 세계의 노래를 부를 때면 그의 커다란 목이 우렁우렁 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
『야성의 부름』 132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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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여운이 남는 마지막 부분의 문장들을 뽑아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다니...", "... 이해츠 족은 그 사실을 모른다.", "원시 세계의 노래", 문장을 뽑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차가운 설원과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은 벅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네요.

향팔
“썩은 사슴 가죽 자루들에서 누런 물줄기가 흘러나와 땅에 스며드는데, 주위에 풀들이 기다랗게 자라나 있고 식물들이 우거져서 그 누런 색깔을 보이지 않게 가린다.” 이 문장이 인상깊었어요. 손턴은 어느 정도 “서둘지 않고 인디언처럼” 사는 자유로운 영혼같아 보였지만 애초에 그 역시 금을 향한 욕망이 부르는 대로 그곳에 갔고 그 욕망을 쫓다가 죽게 되지요. 인간의 문명과 물질을 향한 탐욕이란 결국은 썩은 가죽 부대만 남기고 사라져야 할 부질없는 것인데요. 귀한 보물을 아무리 많이 쌓아 두었어도 죽음 앞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요. 손턴의 사금은 “누런 물줄기”가 되어 다시 땅으로 스며들고, 그 위로 무성하게 우거진 풀들에 가려질 뿐…. 이 장면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르구인
아... 정말 중요한 문장을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 식물이 우거져서 그 누런 색깔을 보이지 않게 가린다."
말씀처럼 손턴도 인간의 문명도 '썩은 가죽 부대'만 남기고 '누런 물줄기'가 되어 사라지고 마는 군요.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상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orumis
그쵸 이 소설은 금을 발견하면서 벅의 삶을 뒤집어놓고.. 결국 금의 전설을 쫓다가 손턴까지 벅에서 멀어지다 그런 죽음을 맞고..;;

르구인
“ *챕터별 첫 문단을 모아보았습니다.
1.
벅은 신문을 읽지도 않았고 악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에게뿐만 아니라 표젓사운드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남부의 낮은 연안에 사는, 털이 길고 따스하며 근육은 강한 모든 개에게 악이 닥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극지방의 어둠 속을 더듬어 황금을 발견하고 기관선과 운송 회사들이 그 횡재를 부채질하면서 몇천 명이 북극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개를 원했다. 그들은 일하기 좋게 근육이 발달하 고 동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털이 수북한 커다란 개를 원했다.
2.
다이 해변에서 벽은 악몽 같은 첫날을 보냈다. 매시간이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갑자기 문명의 한복판에서 추방되어 원시 세계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그것은 게으름이나 따스한 햇볕, 그리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지루함과 거리가 멀었다. 평화로움도, 휴식도, 한순간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았다. 그저 혼돈과 행동뿐이었다. 그리고 매 순간 생명과 육신이 위기에 처했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살아남았다. 그 사람들과 개들은 마을에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법이 아니라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에 따르는 야만족이었다.
3.
벅의 내부에서 그를 압도하는 원초적 야수는 강력했고, 사나운 썰매개의 생활은 그것을 점점 더 키웠다. 그러나 성장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눈치 보는 법을 새롭게 배운 그는 자제할 줄 알고 침착해졌다. 그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너무나 바빠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또 가능하면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의 행동에는 일종의 절제가 있었다. 그는 결코 성급하게 굴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스피츠에 대한 증오가 깊어 가도 그를 불쾌하게 자극하거나 겉으로 증오를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4.
"그것 봐, 내가 말했지? 저 벅이란 놈, 두 배로 악마라는 말이 맞지?"
다음 날 아침 스피츠가 사라지고 벅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한 프랑수아의 말이었다. 그는 벅을 불가로 끌고 가서 불빛에 상처들을 비춰 보았다.
"스피츠란 놈도 지옥처럼 싸웠어." 페로가 벅의 드러난 뼈와 찢어진 상처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 벅이란 놈은 두 배로 지옥처럼 싸웠군. 자, 이제 우리 팀이 편안해지겠어. 스피츠가 사라졌으니 문제도 안 터질 테지. 암, 그래야지 프랑수아가 말했다.
5.
솔트워터 우편 마차는 도슨을 떠난 지 삼십 일 만에 벅과 그의 동료들을 앞세우고 스캐그웨이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치고 힘이 다 빠져 비참한 몰골이었다. 벅의 몸무게는 60킬로그 램에서 50킬로그램으로 줄었다. 벅보다 가벼운 나머지 다른 동료들은 상대적으로 몸무게가 더 많이 줄었다. 꾀병쟁이 파이크는 평생 속이기 잘했고 자주 감쪽같이 다리를 다친 척 꾸며 댔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다리를 절룩거렸다. 솔렉스도 다리를 절었고 더브는 끔찍한 어깨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했다.
6.
지난 12월, 발에 동상이 걸린 손턴이 편안하게 발을 치료하도록 동료들은 그를 남겨 두고 계속 강을 따라 올라갔다. 도슨의 제재소로 가져갈 통나무를 뗏목에 실어 끌고 오기 위해서였다. 벅을 구출할 때까지도 손턴은 발을 약간 절뚝거렸지만 날씨가 계속 포근해서 이제는 절뚝거리는 기미조차 없었다. 강 둑에 누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새들의 노랫소리와 자연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며 긴 봄날을 보내자 벽도 서서히 원기를 회복해 갔다.
7.
벅이 오 분 만에 천육백 달러를 손턴에게 벌어 주자 손턴은 그동안 진 빚을 다 깊고 동료들과 함께 늘 가고 싶었던 동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전설적인 잃어버린 광산이 있는 그곳은 그 지역만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떠났으나 발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갔다가 돌아오 지 못한 사람도 꽤 있었다. 그 잃어버린 광산은 비극으로 물들고 신비로움에 싸여 있었다. 최초의 개척자에 대해 아무도 알 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전설은 채 알려지기도 전에 끊어지고 말았다. 거기에는 옛날부터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 한 채 있 다고 한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런 오두막이 실제로 있고 그것이 잃어버린 광산으로 가는 길의 표지이며 그곳에서 발견되는 금은 지금까지 북부에서 발견된 어떤 금보 다 질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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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제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는 동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기후위기・인류세 측면의 의미를 찾느라 바빠서 이야기 자체에 덜 몰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챕터별 첫 문단을 모아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이렇게 모아보니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과 문장의 무게감이 새롭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정리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벅의 이야기가 신화 속 ‘영웅 귀환 서사’의 구조를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벅은 떠나온 문명 세계로 돌아가는 대신 더욱 근원적이고 시원적인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벅은 안전하고 문명화된 판사의 집에서 안락하지만 무지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그 낙원에서 강제로 끌어내어져(출발 혹은 분리),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로 던져집니다(입문). 극한의 노동과 결투, 굶주림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현자 같은 조력자 손턴을 만나 영혼의 교감을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인간 사회와의 마지막 끈을 끊어내고, 전설적인 ‘유령 개’가 되어 야생의 세계으로 돌아갑니다(귀환).
단순히 챕터별 첫 문단이 궁금해서 시작한 정리였는데, 이렇게 보니 벅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와 무척 흥미롭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벅의 여정이 한 존재의 위대한 신화처럼 느껴지시나요? :)

르구인
3주 간의 『야성의 부름』 읽기가 오늘로 마감됩니다.
그동안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한 줄 한 줄, 소설 속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과 자료를 공유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소중했습니다.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혼자였다면 완독은 물론 여러 역사적 배경과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풍성하고 즐거운 독서 여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모시모시
르구인님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의 배경과 관련해서 큰 도움받았습니다. 너무 수고많으셨어요.
다른 모임에서 또 뵈요.

향팔
저도요. 모임지기 @르구인 님 덕분에 풍성한 독서 경험을 했네요! 감사합니다. <마션> 방에서 다시 만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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