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챕터별 첫 문단을 모아보았습니다. 1. 벅은 신문을 읽지도 않았고 악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에게뿐만 아니라 표젓사운드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남부의 낮은 연안에 사는, 털이 길고 따스하며 근육은 강한 모든 개에게 악이 닥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극지방의 어둠 속을 더듬어 황금을 발견하고 기관선과 운송 회사들이 그 횡재를 부채질하면서 몇천 명이 북극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개를 원했다. 그들은 일하기 좋게 근육이 발달하 고 동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털이 수북한 커다란 개를 원했다. 2. 다이 해변에서 벽은 악몽 같은 첫날을 보냈다. 매시간이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갑자기 문명의 한복판에서 추방되어 원시 세계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그것은 게으름이나 따스한 햇볕, 그리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지루함과 거리가 멀었다. 평화로움도, 휴식도, 한순간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았다. 그저 혼돈과 행동뿐이었다. 그리고 매 순간 생명과 육신이 위기에 처했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살아남았다. 그 사람들과 개들은 마을에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법이 아니라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에 따르는 야만족이었다. 3. 벅의 내부에서 그를 압도하는 원초적 야수는 강력했고, 사나운 썰매개의 생활은 그것을 점점 더 키웠다. 그러나 성장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눈치 보는 법을 새롭게 배운 그는 자제할 줄 알고 침착해졌다. 그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너무나 바빠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또 가능하면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의 행동에는 일종의 절제가 있었다. 그는 결코 성급하게 굴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스피츠에 대한 증오가 깊어 가도 그를 불쾌하게 자극하거나 겉으로 증오를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4. "그것 봐, 내가 말했지? 저 벅이란 놈, 두 배로 악마라는 말이 맞지?" 다음 날 아침 스피츠가 사라지고 벅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한 프랑수아의 말이었다. 그는 벅을 불가로 끌고 가서 불빛에 상처들을 비춰 보았다. "스피츠란 놈도 지옥처럼 싸웠어." 페로가 벅의 드러난 뼈와 찢어진 상처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 벅이란 놈은 두 배로 지옥처럼 싸웠군. 자, 이제 우리 팀이 편안해지겠어. 스피츠가 사라졌으니 문제도 안 터질 테지. 암, 그래야지 프랑수아가 말했다. 5. 솔트워터 우편 마차는 도슨을 떠난 지 삼십 일 만에 벅과 그의 동료들을 앞세우고 스캐그웨이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치고 힘이 다 빠져 비참한 몰골이었다. 벅의 몸무게는 60킬로그 램에서 50킬로그램으로 줄었다. 벅보다 가벼운 나머지 다른 동료들은 상대적으로 몸무게가 더 많이 줄었다. 꾀병쟁이 파이크는 평생 속이기 잘했고 자주 감쪽같이 다리를 다친 척 꾸며 댔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다리를 절룩거렸다. 솔렉스도 다리를 절었고 더브는 끔찍한 어깨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했다. 6. 지난 12월, 발에 동상이 걸린 손턴이 편안하게 발을 치료하도록 동료들은 그를 남겨 두고 계속 강을 따라 올라갔다. 도슨의 제재소로 가져갈 통나무를 뗏목에 실어 끌고 오기 위해서였다. 벅을 구출할 때까지도 손턴은 발을 약간 절뚝거렸지만 날씨가 계속 포근해서 이제는 절뚝거리는 기미조차 없었다. 강 둑에 누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새들의 노랫소리와 자연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며 긴 봄날을 보내자 벽도 서서히 원기를 회복해 갔다. 7. 벅이 오 분 만에 천육백 달러를 손턴에게 벌어 주자 손턴은 그동안 진 빚을 다 깊고 동료들과 함께 늘 가고 싶었던 동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전설적인 잃어버린 광산이 있는 그곳은 그 지역만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떠났으나 발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갔다가 돌아오 지 못한 사람도 꽤 있었다. 그 잃어버린 광산은 비극으로 물들고 신비로움에 싸여 있었다. 최초의 개척자에 대해 아무도 알 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전설은 채 알려지기도 전에 끊어지고 말았다. 거기에는 옛날부터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 한 채 있 다고 한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런 오두막이 실제로 있고 그것이 잃어버린 광산으로 가는 길의 표지이며 그곳에서 발견되는 금은 지금까지 북부에서 발견된 어떤 금보 다 질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제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는 동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기후위기・인류세 측면의 의미를 찾느라 바빠서 이야기 자체에 덜 몰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챕터별 첫 문단을 모아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이렇게 모아보니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과 문장의 무게감이 새롭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정리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벅의 이야기가 신화 속 ‘영웅 귀환 서사’의 구조를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벅은 떠나온 문명 세계로 돌아가는 대신 더욱 근원적이고 시원적인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벅은 안전하고 문명화된 판사의 집에서 안락하지만 무지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그 낙원에서 강제로 끌어내어져(출발 혹은 분리),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로 던져집니다(입문). 극한의 노동과 결투, 굶주림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현자 같은 조력자 손턴을 만나 영혼의 교감을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인간 사회와의 마지막 끈을 끊어내고, 전설적인 ‘유령 개’가 되어 야생의 세계으로 돌아갑니다(귀환). 단순히 챕터별 첫 문단이 궁금해서 시작한 정리였는데, 이렇게 보니 벅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와 무척 흥미롭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벅의 여정이 한 존재의 위대한 신화처럼 느껴지시나요? :)
3주 간의 『야성의 부름』 읽기가 오늘로 마감됩니다. 그동안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한 줄 한 줄, 소설 속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과 자료를 공유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소중했습니다.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혼자였다면 완독은 물론 여러 역사적 배경과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풍성하고 즐거운 독서 여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르구인님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의 배경과 관련해서 큰 도움받았습니다. 너무 수고많으셨어요. 다른 모임에서 또 뵈요.
저도요. 모임지기 @르구인 님 덕분에 풍성한 독서 경험을 했네요! 감사합니다. <마션> 방에서 다시 만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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