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책 표지의 개는 늑대 필인데, 영화나 위키백과의 사진은 정답고 푸근해보입니다. 눈도 너무 선하고요.
고맙습니다! 1장, 2장 읽으면서 @모시모시 님께서 올려주신 지도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 올려주셔서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벅은 신문을 읽지도 않았고 악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에게뿐만 아니라 퓨젓사운드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남부의 연안에 사는, 털이 길고 따스하며 근육은 강한 모든 개에게 악운이 닥치고 있었다."
야성의 부름 p.9,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야성의 부름"전 세계의 위대한 개 이야기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장편"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잭 런던의 작품. 주인공 벅이 알래스카 대자연에서 사투를 벌이며 대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개'의 시점으로 서술한 작품이다. 잭 런던은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에 참여해 알래스카에 갔던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금광을 캐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첫 문장을 모아놓은 책도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인상적인 첫 문장입니다. 개를 사랑하는 인간으로서, 페이지를 넘기려면 다소 용기가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어요 ㄷㄷ
차가운 지면 위로 첫발을 내딛자 벅의 발이 진흙처럼 부드럽고 흰 것에 빠졌다. 그는 펄쩍 뛰며 콧김을 내뿜었다. 흰 것들이 공중에서 더 많이 날리고 있었다. 그는 몸을 흔들었으나 흰 것은 그를 향해 계속 내려왔다. 그는 킁킁 냄새를 맡다가 혀에 대고 핥아보았다. 얼핏 불처럼 느껴졌으나 이내 그 맛이 사라졌다. 그는 갸우뚱 했다. 다시 한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와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그는 이유를 몰랐지만 조금 창피했다. 그가 생전 처음 보는 눈이었다.
야성의 부름 p.23,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이 'wild'와 처음 접촉하는 장면인 듯 하여 문장을 옮겨보았습니다. 'wild'를 '야성'이나 '야생' 어느 쪽으로 옮겨도 그 본래의 뉘앙스가 100% 전달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자연을 문명과 대립시켜 바라보는 서구의 관점이 이 단어에 담겨 있는데, 동북아시아에서 자연을 보는 관점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공지에 표시된 모임 책은 문예출판사 번역본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민음사 번역본이라, 민음사 페이지 번호로 올렸습니다. ^^)
'그것이 현실이었다. 정당한 싸움이란 없다. 일단 쓰러지면 너는 끝이다. 그러니 절대로 쓰러지면 안 된다.' 저는 저 문장을 보며.. 에스키모개들에게 공격 당한 컬리의 죽음으로 현실 인식을 하게 되면서 벅의 야성도 미처 자각하지 못한 채 깨어나기 시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2장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장면으로 벅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충격을 주네요. 1장 끝에서 둘이 같이 가게 되길래 친구가 되려나 했는데, 작가가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습니다. ㅠㅠ
이 문장 저도 밑줄 쳤는데.. 이걸 보고 영어로 DOG EAT DOG WORLD라고 하는 게 찰떡같더라구요.. 근데 실제로 이건 개들보다 인간세상을 가리키는 표현같았는데.. 흑.. 인간에 의해서 개들이 오히려 더 야만화되는 게 아닌 건지..
그 곤봉은 하나의 계시였다. 그것은 그가 원시법의 세계로 입문하는 첫걸음으로, 그는 이미 반쯤 그 길로 들어섰다. 삶의 실상에는 좀 더 광포한 면이 있다.
야성의 부름 19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글로 봐서 끔찍한데, 실제 상황이나 영화에서는 너무 힘든 장면일 것 같습니다.
벅은 조용히 위엄 있게 밧줄을 받아들였다. 뜻밖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는 아는 사람을 믿도록, 자신보다 지혜가 한 수 위인 사람을 대접하도록 배웠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삶의 실상에는 좀 더 광포한 면이 있다. 곤봉을 든 사내는 입법자였고 반드시 화해할 필요는 없지만 복종해야 할 주인이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화해할 필요는 없지만 복종해야 할 ..."이라는 말이 처절합니다.
그는 갑자기 문명의 한복판에서 추방되어 원시 세계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그저 혼돈과 행동뿐이었다. 그리고 매 순간 생명과 육신이 위기에 처했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살아남았다. 그 사람들과 개들은 마을에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법이 아니라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에 따르는 야만족이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낯선 세계로 내동댕이쳐진 벅을 보니, 인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처지가 떠오르네요. 여기가 어딘지 무슨 상황인지 자기가 어떤 처지인지, 알 도리가 없는 상황이 매일 그들에게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운 밤에 그는 별을 향해 코를 쳐들고 늑대처럼 길게 울었다. 죽어서 먼지가 된 그의 조상들이 하던 행동이었다. 별을 향해 코를 쳐들고 길게 우는 조상의 소리는 몇 세기를 거쳐 그의 몸 안에 잠재해 있던 선율이었다. 그리고 그의 선율은 슬픔을 알리던 조상들의 것이었고 그들에게 적막과 추위와 어둠을 의미했다.
야성의 부름 35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벌써들 얘기 중이시군요. 저도 White Fang이랑 살짝 헷갈리며 시작합니다. 벅이 체중이 65키로인데 그리 큰 개는 아니라는 대목에서 ㅎㄷㄷ.... 견종을 잘 몰라서 검색해 가며 벅으 모습을 상상하는데(아빠가 세인트버나드+엄마가 스코틀랜드셰퍼드), 기왕이면 엄마를 닮으면 더 잘생겼겠다 상상하며, 초반부터 팔려 가는 장면이 나와서 긴장감 최고조입니다. wild를 야생 말고 야성으로 옮긴 이유가 궁금하긴 하네요. 지금 번역된다면 '야생'이라 했을까? '야생의 부름'은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재밌게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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