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아, 몰랐는데 화이트 팽이 영화 <늑대개>였군요. 91년 영화에는 에단 호크가 나오네요! @르구인 님께서 알려주신 3D애니메이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늑대 개아름다운 알래스카에서 펼쳐지는 용기와 생존에 관한 잭 런던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에단 호크가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유칸 지방으로 금을 캐러 가는 청년 잭 역을 맡아 열연한다. 잭은 다행히 아버지의 친구이자 금광 전문가(클라우스 마리아 브렌다우어)를 만나 금광 지대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학대받는 늑대 개 화이트 팽을 구해주고 평생의 동지이자 친구를 얻게 된다. 잭은 늑대를 길들이고 야생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갖게 된다.
늑대개 화이트팽거칠고 황량한 야생에서 태어난 늑대개 화이트팽. 하지만 인간은 화이트팽에게서 어미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어린 화이트팽을 길들이려고 몽둥이와 주먹, 채찍으로 잔인하게 구타한다. 결국 화이트팽은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썰매개로 자라난다. 원주민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주인은 화이트팽을 투견장에 팔아넘기고, 새로운 주인은 화이트팽을 투견으로 만들려고 무자비하고 잔인한 폭력을 끊임없이 행사한다. 투견장에서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화이트팽은 죽음의 문턱에서 새로운 주인 위든 스콧을 만나는데...
저 이 영화보구도 눈물 펑펑.. 제가 본 것은 근데 90년대초에 나왔던 실사판 영화(한국제목: 늑대 개)였어요.
같은 개여도 실내에서 키우는 퍼그나 치와와인듯한 Toots와 Ysabel은 아예 무시한다는 게 재미있네요. 좀더 야생적인 느낌이 강할 수록 좀더 우위에 군림하는 느낌?
아무래도 밖에서 뛰어다니는 사냥개 종, 양치기개 종은 집 안에서 지내는 작고 예쁜 개들을 우습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요.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요. ㅎㅎ
주제가 마음에 들어서 책을 빌렸습니다. 오늘 시작이지만 기간에 잘 맞춰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속도감 있고 표현이 풍부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책이더라고요. 진행 계획표에 맞춰서 읽으려고 저는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최초의 도둑질은 벅이 혹독한 북쪽 지방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중략)… 더 나아가 그 사건은 그가 지니고 있던 도덕성, 생존을 위한 무자비한 투쟁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거나 오히려 거추장스럽기까지 한 그 도덕성이 붕괴되거나 조각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야성의 부름 전자책 47-48.pp, 잭 런던 지음, 진형준 옮김
야성의 부름따뜻한 남부 지방, 문명화된 인간 사회에서 길들여진 채 살던 벅은 알래스카의 썰매 개로 팔려 가게 된다. 거칠고 추운 극한의 자연 환경에서 본능적 적응하며 적자생존의 법칙을 깨닫는다. 썰매 개의 긍지를 느끼며 설원을 누비던 벅은 자신을 구해준 존 손턴을 만나고 맹목적으로 따른다.
저도 이 부분에 눈이 가더라고요. 야성(야생)의 세계에는 소유라는 것도 윤리, 도덕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겠지요. 생존만이 법칙인.
머리 위로는 북극의 오로라가 차갑게 빛나고 별들이 추위 속에서 춤을 추구 있으며 땅은 눈의 장막 아래 얼어붙어 마비된 이곳에서 들려오는 에스키모개들의 노래는 삶에 대한 도전인지도 몰랐다. …(중략)… 벅이 그 노래와 함께 슬퍼하며 울부짖은 것은 저 옜날 야생의 조상들이 느꼈던 고통을 그가 지금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고, 저 옛날 야생의 조상들이 이 춥고 어두운 곳에서 느꼈던 공포와 신비를 지금 그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 노래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은 그가 불과 지붕의 시대를 거슬로 올라가 짐승이 울부짖던 그 시대, 생명이 갓 시작되던 태초의 시대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뜻했다.
야성의 부름 전자책, 69.p, 잭 런던 지음, 진형준 옮김
오, 벌써 많이 가셨네요! @.@ '불과 지붕의 시대'라는 구절이 정말 상징적이네요.
저도 이 대목이 인상적이라 문장을 수집해봤는데요, 그믐에서 이렇게 함께 읽으니 다른 번역본도 엿볼 수 있어 좋네요. 제 취향으로는 @드모닝 님께서 올려주신 번역이 살짝 더 맘에 듭니다.
머리 위에서는 북극광이 차갑게 빛나고 별들이 춤을 추다 얼어붙고 대지가 눈의 휘장 속에서 무감각하게 얼어 버릴 때 에스키모개들의 노래는 어쩌면 삶에 대한 유일한 도전이었는지 모른다. 아니, 길게 끄는 울음소리와 반쯤 흐느끼는 듯한 구슬픈 소리는 생존의 고뇌를 표현한 삶의 애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래된 노래, 개 종족만큼이나 오래된 노랫소리로, 슬픈 노래만 있었던 때 묻지 않은 세상의 태곳적 노래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에 수많은 세대의 슬픔이 담겨 있어 그 비애에 벅의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가 신음하며 흐느낄 때 그 속에는 오래된 삶의 고뇌, 야생의 조상들이 지녔던 고뇌가 있었고, 그들에게 공포와 신비를 던진 바로 그 추위와 어둠이 드리워 있었다. 벅이 그 소리에 그토록 끌린다는 것은 그가 문명의 상징인 불과 지붕의 세대를 거슬러 울음의 시대였던 거친 태초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야성의 부름 48-49쪽,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다른 번역본을 비교해보니까 좋네요! 벅이 야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아직 절반 밖에 못 봤지만,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 <콜 오브 와일드>는 헐리우드 스타일(가족애, 동료애 등) 상당히 순화하고 단순화한 버전이던데요. 여기서는 벅의 야성 깨우침을 '검은 늑대'로 형상화하더군요. 벅이 오로라를 볼 때나 거대한 자연을 보면서 뭔가를 느낄 때마다 매서운 눈의 검은 늑대가 난데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합니다.
그는 경험에서도 배웠지만 그보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본능이 되살아나서 그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길든 세대의 유산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야성의 부름 51p,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야성의 부름"전 세계의 위대한 개 이야기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장편"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잭 런던의 작품. 주인공 벅이 알래스카 대자연에서 사투를 벌이며 대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개'의 시점으로 서술한 작품이다. 잭 런던은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에 참여해 알래스카에 갔던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금광을 캐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벅이 적응해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말 이렇게 빨리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잭 런던이 실제로 했던 경험에 바탕해서 썼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죠. 저는 벅이 불피운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가 혼쭐난 다음, 다른 동료 개들이 하는 것을 따라서 눈을 파고 들어가서 그 속에서 처음으로 잠을 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쌓인 눈 속에서 벅이 솟아오르는 장면에서, 마치 야생의 개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벅은 온몸의 근육을 본능적으로 부르르 떨며 바짝 긴장하고 목과 어깨 털을 곤두세운 채 사납게 으르렁 짖고 나서, 번쩍이는 구름 속에서 눈발이 흩날려 앞이 안 보이는 아침 속으로 높이 튀어 올랐다. 발이 땅에 채 닫기도 전에 그는 눈앞에 펼쳐진 하얀 캠프를 보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그는 마누엘과 함께 산책을 나왔을 때부터 전날 밤 잠자리를 파던 때까지를 기억해 냈다.
야성의 부름 p.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의 발전(아니 퇴보)은 빠르게 이뤄졌다. 그의 근육은 쇳덩이처럼 단단해져서 웬만한 고통에는 무뎌졌다. 그는 내적, 외적으로 경제성을 추구했다. 그는 아무리 흉하고 소화가 어려운 음식이라도 무엇이든지 먹어 치웠다. … 시각과 후각이 굉장히 예민해졌고, 잠들어서도 가장 작은 소리까지 들으며 그것이 위험의 신호인지 평화의 예고인지 분간할 정도로 청각이 발달했다.
야성의 부름 p.34,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의 내부에서 그를 압도하는 원초적 야수는 강력했고, 사나운 썰매개의 생활은 그것을 점점 더 키웠다. 그러나 성장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눈치 보는 법을 새롭게 배운 그는 자제할 줄 알고 침착해졌다. 그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너무나 바빠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또 가능하면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했다.
야성의 부름 p.38,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벅이 한 걸음씩 변해가는 표현들이 소설 속에 촘촘히 표현돼 있어서 눈에 띄는 대로 가져와봤습니다.
서티마일 강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물살이 광폭해서 얼 틈이 없었고 얼음이 그나마 좀 붙은 곳은 소용돌이치거나 흐름이 고요한 곳이었다. 이 끔찍한 50킬로미터를 질주하는 데 엿새 동안의 힘겨운 노동이 필요했다. … 페로는 앞장서서 길을 더듬다가 얼음이 얇게 덮인 곳을 열두 번이나 부서뜨렸고 그가 들고 다니던 장대로 겨우 목숨을 건지곤 했다. 그 장대는 그의 몸무게로 얼음이 부서져 생긴 구멍 양쪽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파가 닥쳐와 온도게가 영하 50도를 기록하자 그는 구덩이에 빠질 때마다 살기 위해 불을 피우고 옷을 말려야 했다.
야성의 부름 p.42,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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