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D-29
서티마일 강은 유콘 강의 상류부분이고 길이는 약 50km 정도 되는 구간을 말하네요. 강의 구간 길이를 이름으로 삼은 게 재밌네요. 이 구간은 물살이 세서 얼음이 꽁꽁 얼지 못했다고 합니다.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수만 명의 금채굴꾼들이 이 강을 이용해 이동했는데, 소설에도 표현돼 있듯이 아주 악명이 높았고, 1991년에 캐나다 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하네요. https://chrs.ca/en/rivers/thirty-mile-yukon-taga-shaw-river
서티마일 강의 얼음물에 빠져 개고생하는 벅 일행의 이야기를 오늘처럼 추운 날에 읽으니 더 실감이 나네요 ㄷㄷ (아무래도 영하 50도의 추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요.) 근데 서티마일 강이라는 게 30마일(50km) 강이었다니 ㅎㅎ
그러니까요. 악명 높은 특정 구간을 그 길이로 지칭했다는 걸 알고 저도 살짝 허무해서 웃었습니다. >.<
<화이트 팽> 애니메이션을 아주 잘 만든 것 같더라고요! 주말에 애니메이션도 보고, 해리슨 포드 나오는 영화도 봐야겠습니다.(아직도 못 봤네요. ㅎㅎ)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시대 배경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890년대 후반 클론다이크 골드러시는 단순한 금광 발견 이상의 복잡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 경제 공황, 제국주의 확장, 교통·통신의 발달이라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벅 같은 개들이 유콘 지역으로 끌려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1. 1893년 경제 공황과 철도 버블 1929년 대공황 이전에도 1893년에 심각한 공황이 있었습니다.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철도 과잉 건설로 인한 버블 붕괴였으며, 이는 은행과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를 확산시켰습니다. 2. 금본위제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또 다른 원인은 금본위제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서양 경제권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더 많은 통화량을 필요로 했지만, 금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돈(금)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아래와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와 소득 감소 → 소비 급감 → 기업 매출 감소 → 해고 및 임금 삭감 → 수입은 줄었으나 은행 대출(명목 가치)은 그대로 → 실질 부담 증가 → 파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이 귀해집니다. 어제 천원으로 사과 1개를 샀다면 오늘은 2개를 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내일 더 많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소비는 급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돈을 손에 쥐기 위해 물건값을 계속 내리게 됩니다. 돈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3. 절박함이 만들어낸 10만 명의 이동 이때 발견된 클론다이크 금광은 불황에 허덕이던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과도 같았습니다. 경제 체제 자체도 새로운 금(통화량)을 절실히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기에, 발달한 전신과 증기선을 통해 소식을 접한 10만 명의 인파가 단기간에 몰려갔습니다. 이때 금광 소식을 과장해 보도한 신문도 중요한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4. 제국주의와 미국/캐나다 국경 분쟁 금광이 발견되면서 당시 모호하던 알래스카와 유콘 지역의 미국과 캐나다(영국령) 사이 국경 분쟁도 격화되었습니다. 캐나다 당국은 무분별한 입국과 아사 사고를 막기 위해 '1톤 규정’(One Ton Requirement)을 세워 1인당 1톤의 식량과 장비를 갖춘 사람만 입국을 허용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분쟁의 승자는 미국이었습니다. 1903년 결성된 중재위원회(미, 영, 캐나다)에서 영국이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은 독일을 견제해야 했고, 미국이 필요했던 겁니다. 클론다이크 금광은 캐나다 땅이었지만, 캐낸 금을 실어나르기 위한 항구는 미국 땅(Skagway, Dyea)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물류가 오가는 항구를 장악함으로써 막대한 통행세와 관세 등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5. 문명의 확장과 벅의 아이러니 금광 주변으로 관청, 법정, 경찰이 들어오며 오지는 빠르게 문명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험지에서 필수적인 운송을 담당한 것은 소외된 가난한 노동자들과 벅 같은 개들이었습니다. 문명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야생을 정복하던 바로 그 시기에, 문명 세계에 살던 벅이 오히려 야생으로 들어가 '야성의 부름'을 듣게 된다는 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고 아이러니한 대목입니다.
오. 흥미롭네요.
글이 너무 길면 읽기 힘든 걸 알면서도, 정리를 하다보니 글을 나눌 수가 없어서 한꺼번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이 소설에 대한 약간의 정보만 가지고 책을 선정했는데, 찾아보면 볼수록 시대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소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정보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문학도 그것이 탄생한 시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우리와 다른 시대의 문학을 읽을 때 그 역사와 배경을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이는 게 있는 듯해요.
감사합니다! 긴 글이라 부담이 될까 걱정도 되고, 배경 얘기하다가 소설 얘기는 등한시하게 될까 걱정했습니다. ^^
소설을 읽으면서도 이렇게 당시 시대배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올려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놀라움을 매번 느끼는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저도 이 소설에 이렇게 복합적인 배경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 세기말이었고 금광이 발견됐고 상당한 사회적 파장이 있었을 것 같고, 당시 세계 정세도 복잡한 시기였을 듯 하여 책을 선정했는데요. 찾아볼수록 놀라운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네요!
『화이트 팽』은 어떤 이야기인가 찾아보니, 『야성의 부름』과 살짝 대조되는 것 같습니다. 벅이 문명에서 야생으로 갔다면, 화이트 팽은 야생에서 문명으로 갔다고나 할까요. 그 외에도 잭 런던의 책이 많네요. 기자 생활을 해서인지 논픽션도 있고요. 『클론다이크 강』, 『밑바닥 사람들』, 『조선사람 엿보기』 같은 책이 눈에 띄네요. 『강철군화』와 『밑바닥 사람들』을 보니 『1984』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쓴 조지 오웰이 생각나네요. 잭 런던이 한참 앞의 사람이고 조지 오웰도 작가, 방송 일을 했으니 잭 런던의 저작들을 읽었겠죠? 『조선사람 엿보기』는 아직 못 봤지만 조선사람 이야기는 별로 없고 그냥 러일전쟁 종군기라는 평이 있네요.
페로의 욕지거리, 뼈만 앙상한 몸에 부딪치는 곤봉 소리, 고통스럽게 외치는 날카로운 비명 등이 대혼란을 알렸다. 어느 인디언 부락에서 냄새를 맡고 달려든 80~100마리 정도의 굶주린 에스키모개들, 뼈에 가죽을 입힌 듯한 앙상한 개들이 몰래 캠프에 침입해 온통 법석을 떨었다. 그놈들은 벅과 스피츠가 사우는 사이 몰래 들어왔다. 놈들은 두 사내가 단단한 곤봉을 들고 달려들어도 흰 이빨을 드러내며 대들었다. 그들은 음식 냄새를 맡고 흥분했다. 페로는 한 놈이 식료품 상자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것을 보고 곤봉으로 그놈의 앙상한 옆구를 세차게 내리쳤고 그 상자는 바닥에 뒤집어졌다. … 그들은 빗발처럼 퍼붓는 곤봉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지막 빵 부스러기까지 몽땅 먹어치웠다.
야성의 부름 p.39,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왜 굶주린 '에스키모개'들이 페로와 프랑수아의 텐트를 습격했는지 궁금하네요. 이 굶주린 개들이 ‘인디언 부락’에서 냄새를 맡고 왔다는데, 이 지역 선주민의 개들일까요, 외지에서 온 다른 팀의 개들일까요? 벅과 스피츠의 대결, 이 틈에 이 지역에 사는 굶주린 개들이 습격하고, 페로와 프랑수와는 사람이 먹을 식량을 뺏겨서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이 장면에 복합적인 상황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잭 런던은 놀라운 스토리텔러네요. 그리고 이제는 '에스키모'(생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 비하하는 말)라고 하지 않고 '이누잇'이라고 하지요. 잭 런던이 ‘에스키모’라는 단어를 썼나 찾아보니, 원문에는 이 단어가 없네요.(오래된 책이라 인터넷에서 원문을 구하기가 쉽습니다.) 이 부분에서 침입하는 개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허스키’(huskies), ‘짐승’(brutes), ‘털많은 종’(furry forms) 정도입니다. 혹시 가지고 계신 다른 번역본들은 어떻게 쓰고 있나요?
골드러시 시절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니.. 썰매개로 개들 또한 무수히 많은 숫자가 동원되고 희생되었을 것 같네요.. 버려져 야생에서 살아남은 개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먹이를 찾아 헤매고 다녔을테고.. 사람도 동물도 황금을 쫓다가 황폐해져가는 시절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올려주신 자료들을 보며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네, 인구도 적은 작은 동네에 엄청나게 많은 외지인들이 몰려서 지역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많았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더 찾아보려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역에 살고 있던 선주민들을 거주 여건이 열악한 다른 지역으로 강제이주까지 시켰다고 하네요.
‘어느 인디언 부락’에서 냄새를 맡고 왔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지역 선주민 마을에 사는 개들인 듯한데, 날씨 조건이나 식량 부족 등의 어떤 사유로 오랫동안 마을로부터 음식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북극 이누잇 말씀하시니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이 떠올랐어요! 저는 <북극의 이리 소녀>라는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찾아보니 <줄리와 늑대>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후속작도 있더라고요. 알래스카 한복판에서 한 이누이트 소녀가 혼자 어딘가로 방랑을 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러다가 야생 늑대 떼를 만나고, 그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거예요. 머리속에 장면장면이 토막 기억만 남아 있어서 조만간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입니다.
줄리와 늑대뉴베리상 수상작, 미국의 ‘어린이문학협회’에서 뽑은 지난 200년 동안 가장 우수한 미국 어린이 책 10권 중 한 권,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책. 에스키모 소녀 미약스(미국 이름 줄리)가 알래스카 들판에서 길을 잃고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이 책도 상당히 오래된 책이네요. 1972년 출판. 북쪽 지역에는 삼각 관계(?!)로 이뤄지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늑대, 이누잇, 외지인(캐나다인, 미국인 등)
그는 썰매 끈에 묶여 질주하는 일, 끈에 묶여 마지막 숨을 토해 낼 때까지 달리는 그 일, 팀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 일을 하면서 표현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어떤 자부심에 단단히 사로잡혔다. 그것은 썰매 앞자리를 차지할 때 데이브가 느끼는 긍지였고 온 힘을 다해 달릴 때 솔렉스가 느끼는 자부심이었다. 캠프를 철수할 때 그들을 사로잡는 긍지였고, 그들을 시들하고 뚱한 짐승에서 기운차고 열정적이고 야망에 가득 찬 동물로 바꿔 놓는 자부심이었다. 낮에는 그들의 원기를 북돋우다가 밤이 되면 캠프에서 그들을 침울한 불안과 불만으로 끌어내리는 그런 자부심이었다.
야성의 부름 46~47p,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저는 이 부분이 좀 불편했어요. 제가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흠... '썰매끄는 개들의 직업적(?) 자부심' 을 논하는게 너무나도 인간적인 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 노트해두고 앞으로 어떻게되나 계속 읽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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