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읽게될줄알았어

D-29
저에게 노인이란 '내가 그렇게 될 리가 없는' 대상, 노년이란 영원히 유예될줄 알았던 시간 쯤 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엄마가 거울을 보면서 팔자주름을 당겨보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요. 엄마에겐 그때가 노년의 입구였던거지요. 요즘은 길에서 노인임이 분명한 사람들을 만나면 유심히 봐요. 그리고 저 모습이 내 미래다 스스로에게 말하는데, 그러면 어쩔수 없이 마음이 가라앉아요. 듬성한 머리카락, 휘어진 다리, 굽은 등, 굵은 주름. 아무리 보아도 '추함'으로 기울어진 시간의 추. 아름다움과 추함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걸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우리는 사회 안에서 살기떄문에 그 감정과 느낌의 바깥에 있기가 어려워요. 추한 나를 받아들이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텐데, 그래서 아름다운 나로 추함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게 됩니다. 그게 불가능할지라도요
@모임 내일이 1차 독서분 완료일입니다. 인용하고 싶은 문장, 그 문장을 읽고 든 생각, 거기서 뻗어나간 경험 등 읽은 시간을 나눠보아요! 늙는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노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보부아르와함께 생각해보아요!
<제 1부> 제2장 민족학적 자료들 이 장에서 보부아르는 방대한 민족학 자료를 통해 원시상태와 유사한 상태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노년을 어떻게 이해하고 취급하는가를 다룬다. 생매장과 유기, 살해부터 신과 가까운 자, 마법사, 현자까지 노인의 지위는 문화마다 상이했다. 보부아르는 2장을 마치며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한다. 노년의 의미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이다. 반대로 한 사회가 노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진실을 명확하게 알수 있다. 노인들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관해 원시인들이 채택한 실제적인 해결책들은 아주 다앙해다. 즉 그들을 죽이거나,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거나, 최소한의 생명만을 유지하도록 하거나, 안락한 종말을 맞도록 해주거나, 혹은 그들을 존경하거나 혹은 극진하게 대접한다. 우리는 소위 문명화된 국민들도 이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단지 공공연한 살해만이 금지되어 있을뿐이다 p118
'설사 문명이란 것이 미미한 정도라 할지라도 언제나 '반육체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그 속에서 노쇠의 의미는 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신체적인 부자유때문에 노쇠는 추함과 병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노쇠를 거부하는 것은 본능적인 태도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노쇠는 직접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기초적 반응은 도덕성으로 억제하더라도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서 모순이 생기고 우리는 수많은 모순의 실례를 만나게 될 것이다 p57"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이러한 보부아르의 견해는 노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노년에 대한 혐오라고 비판받았다. 그렇지만 이 문장 어디에도 과장이 없다. 솔직하다. 이 솔직함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그녀의 태도는 오히려 윤리적이다.
원시시대 노인은 '타자'라는 단어가 야기하는 양면성을 지닌 진정한 타자였다 또한 남성적 신화속에서 우상인 동시에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는 여성 역시 이러한 타자였다. 이와 같이 이유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지만 사회안에서 노인은 열등한 인간이며 동시에 초인인 것이다. 그는 노쇠하고 쓸모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또한 그는 중개인이고 바법사이며 제사장이기도 하다. 인간 조건 이하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며, 흔히 양쪽에 다 속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 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위신이 계속해서 확고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집단 전체가 그들의 전통을 유지하려고 하기때문이다..노인들은 스스로가 최고의 강자라고 믿고 있을 때조차도 집단이 결정하는 운명을 감수한다 p116-117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노인의 지위는 부여되고, 아이의 지위도 부여된다, 장애인의 지위도 그와 같다. 여성의 지위도 전적으로 그랬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스스로 지위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성인 남자야 말로 예외적인 상태가 아닌가. 성인 남자라고 다 스스로의 지위를 결정할 수 있는가? 병들고 가난한 성인 남자는 어떠한가?.. 로 생각이 흘러가는군요
저도 위 문장을 읽으며 어차피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들의 운명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loveCM 그런 의미에서 '주체적'이라는 말의 긍정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더라고요. '주체성'을 모두가 마땅히 그래야할 어떤 것으로 볼수 있나? 조건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인데?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마땅한가? 그렇지 못한 것은 개인의 문제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런 침묵의 음모를 깨버리기 위해서이다. 마르쿠제는 소비 사회는 불행의 의식을 행복의 의식으로 대체시켰고 모든 죄의식의 감정을 비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 사회의 행복 의식, 그 태평함을 뒤흔들어놓아야 한다. 그러한 태평함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기도 하다. 팽창과 풍요의 여러 신화 뒤에 몸을 숨기는 그 무사태평한 의식은 노인들을 천민 계급으로 취급한다. (.....)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노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상황은 어떤 것이며, 그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살아나가는가를 묘사하고자 한다. 나는 수많은 거짓과 신화, 부르주아 문화의 상투적인 사고와 상투적인 문구들에 의해 왜곡되어 우리가 진상을 알 수 없게 된 것 즉 노인들이 실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8-9,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노년기란 우리의 직접적인 가능성들 중의 일부이며, 어느 나이에 노년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어떤 때 우리는 노년과 매우 가까이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우리는 종종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한순간 늙은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젊거나 혹은 한창 나이일 때 우리는 붓다처럼, 우리의 내면에 이미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현재의 우리와 우리의 노년기를 갈라놓고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어서 우리 눈에는 그것이 영원으로 착각되는 것이다. 그 머나먼 미래는 우리에게 비현실적으로 여겨진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12-13,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모든 인간의 상황은 보는 관점에 따라 외면성과 내면성,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될 수 있다. 외면성이란 그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이며, 내면성이란 주체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여 초월해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타인의 노년은 앎의 대상이다. 반면 자기자신의 노년은 자기의 상태에 대한 산 경험과 관련 있는 법이다. (.....) 즉 노년은 총체성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년은 단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19, p.23,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질병은 사고이다. 그러나 노화는 생명의 법칙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고 병들어’ 라는 표현은 이제 거의 같은 말이 반복되는 중복어법이 되었다. 폐기는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불구의 축도이다”라고 쓴 바 있다. 새뮤얼 존슨은 이렇게 썼다. "내 병은 천식, 수종(水腫)이다. 75세에 이런 병은 치유 가능성이 적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42,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나는 어떤 사회에서는 성인이 노인의 운명을 결정하면서 그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6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loveCM 맞아요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얼 하는지 모르죠. 자신의 노년은 오지 않을 시간처럼 느껴지니까. 노인의 의미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이런 논의가 없는게 우리나라가 너무 급하게 성장을 해서, 그 유명한 말 '압축적 근대화'를 달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근대화의 역사가 긴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논의 없다시피하다는 것이 오히려 신선했어요.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이다. 반대로 한 사회가 노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118,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연대기적인 나이와 생물학적인 나이는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신체적인 외양은 생리적인 검사보다 살아온 햇수를 더 잘 알려준다. 나이가 모든 사람의 어깨 위에서 똑같은 중압감으로 짓누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노인병학자 하월Howell은 노쇠는 사양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속도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인 보행으로 사양길을 내려가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굴러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45,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엔딩코디 어떤 사람이 사양길로 더 빨리 굴러떨어지는지를, 2장에서 보부아르는 이미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이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더없이 비극적으로 들리더군요.
사회 안에서 노인은 열등한 인간이며 동시에 초인인 것이다. 그는 노쇠하고 쓸모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또한 그는 중개인이고 마법사이며 제사장이기도 하다. 인간 조건 이하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며, 흔히 양쪽에 다 속한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 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116,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인간은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이다. 반대로 한 사회가 노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p.118,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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