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팬티를 훔치고 있다. 한 달쯤 되었으려나. 당연히 완전히 합리적인 이유에서 시작했다. 내 팬티를 도둑 맞았기 때문이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p12, 왕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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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소유라는 것은 오묘해서 지금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도 남이 쉽게 훔쳐 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서 참을 수 없다. 비록 그것이 나에게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p16, 왕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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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00
쓰여진 <에쎔플한썰푼다>를 보고 장강명 작가님의 단편 소설 <센터>가 떠올랐어요. (릿터 47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ㅎ) 이 글도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형식으로 쓰여져있어서 음슴체가 자주 나와요. 참 특이한 형태였는데 너무 재미있고 사회문제를 녹여내서 뒷통수를 쾅 맞은듯한 결말 때문에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에쎔플한썰푼다>는 음슴체만 쓰였을 뿐 인터넷에 올라온 글 느낌은 들지 않았어서 좀 아쉬웠어요. 그냥 평범한 어미가 쓰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 다른분들은 <에쎔흘한썰푼다>의 음슴체의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릿터 Littor 2024.4.5 - 47호'정치 참여'라는 말은 신기루 같다. 있는 건 확실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점에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숱한 이슈들이 들불처럼 번지는 지금, 정치 참여에 대한 당장의 질문과 근원적 질문들에 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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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장강명 소설가의 작품은 읽어보진 못했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글과 매우 유사하게 썼나보네요 에쎔플한썰푼다는 그런 리얼리티는 떨어지지만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너무 아파서 평소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일부러 가볍게 이야기하는, 일부러 건조하게 기록하는 말투처럼 느껴졌어요
샌디
음슴체는 왠지 시선이 확 끌리네요. 처음에는 작가가 왜 이렇게 설정했을까 싶었는데, 주인공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더 이해가 갔어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서 발생한 어떤 안 좋은 감정이나 불편한 느낌이 너무 과하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감정을 조여 놓곤 하는 거 같아요. 막을 수 없는 슬픔이나 분노, 제어되지 않는 미련이나 농락 당한 기분은 결국 폭발할 수도 있는데, 작가는 이런 주인공의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읍슴체 어미를 사용햇다는 생각입니다.
샌디
그러니까, 어쩌면 센 척 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약자로서의 이상 감정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이는 자기 보호나 방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드라이 한 보고적 읍습체를 쓴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런 작가의 선택이 꽤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니00
<로프와 하품>을 보니 남자는 사이코같은 기질이 있어보입니다… 여자친구가 있어도 아무 죄책감 없이 다른 여자와 자는 거나 어린 시절의 일화들을 보면 양심과 감정이 없는 듯 해요.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사이코에게 잘못걸려서 상처를 입은 것 같습니다ㅠ
호밀밭
연이 마지막에 신발끈묶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어요 나무의 뿌리(매듭)에 발을 올려놓고 그것만이라도 통제하려하는 모습
호밀밭
나는 가로수의 땅 위로 튀어나온 뿌리에 발을 올리고 다른 쪽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늘 하는 것처럼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다. 매듭지어 묶는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108p, 왕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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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작가님 인스타는 떡밥 천국이군요 인스타 아이디는 wanghoumin_writer 입니다 한번 구경해보시는 것도 소설을 더 색다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호밀밭
작가님 인스타에서 가져온 일러스트(?)입니다
반디
일러스트와 글과 너무 찰떡이네요~~
샌디
좋은 정보 감사해요. 떡밥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물어야 할지 ㅎㅎ
반디
'사랑하는' 것과 '사랑할 것 같은' 것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음.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p64, 왕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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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한 글자 차이지만 둘 사이의 간극은 '나'와 '연' 사이 만큼이나 머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루프
〈에쎔플한썰푼다〉 〈로프와 하품〉 2주차 갈무리 & 3주차 안내
안녕하세요. 모임지기 루프입니다.
2주차 소설톡에서는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편의 단편을 나란히 읽으면서
1차 때보다 더 열띤 이야기들이 펼쳐졌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주일간 나눈 이야기들 오늘도 어김없이 간략하게 갈무리해봅니다!
-2주차 〈에쎔플한썰푼다〉 〈로프와 하품〉 갈무리-
@쪽빛아라 님은 여자와 연, 두 인물 모두가 “서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한쪽 인물에게 강한 분노가 치밀었지만,(이런 개xxxxx하셨다는데 xx가 궁금한 1인…)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니 “둘이 쌤쌤”이었다는 결론에 이르셨다고요. 비뚤어진 방향으로 사랑을 욕망하는 두 사람이 바보 같 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이 두 주인공이 좋은 짝 만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반디 님은 “070 스팸 광고도 내게 전화를 해주는데…”라는 문장을 수집해주셨습니다. 또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할 것 같은 것’의 간극을 짚어주신 문장도 좋은 셀렉이십니다~. 한 글자 차이지만 둘 사이의 간극이 두 주인공만큼이나 멀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갔습니다. 고맙습니다.
@호밀밭 님은 두 단편을 “그야말로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읽어주셨습니다. 행하는 자와 당하는 자 사이의 권력 관계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를 수 있고, 그 관계가 언제든 전복될 수 있다는 점, 오히려 그것이 본질인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저의 폐부를 깊쑤키 찔렀습니다. 그리고 〈로프와 하품〉 마지막 장면에서 신발끈을 묶는 장면을 그것만이라도 통제하려는 모습이라고 읽으신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발끈이라도 묶자!’ 고맙습니다.
@샌디 님은 소설 여럿 편의 조밀한 연결 구조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않으셨습니다. 우린 서로 이질적인 존재지만 결국 연결되는 관계라는 생각을 하셨다고도 했고요.
@지니00 님은 〈에쎔플한썰푼다〉를 읽으며 장강명 작가의 〈센터〉를 떠올려주셨고요. 음슴체의 아쉬움도 남겨주셨네요. 문체 사용의 의미도 맥락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호밀밭 님은 리얼리티는 떨어지지만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너무 아파서 평소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일부러 가볍게, 건조하게 이야기하는 말투로 느껴졌다고 댓글 달아주셨고요. @샌디 님은 막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 제어되지 않은 감정 상태를 적절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음슴체를 사용한 것 아닌가 하고 감상을 남겨주셨네요. 이런 소설톡은 소설을 더욱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 던져주신 @지니00 님 고맙습니다.
@또니 님은 “다 뜯어 말리고 싶다”는 솔직한 반응으로 소설톡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주셨습니다. 저 ‘가다실’ 찾아보고 뿜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느티나무 님은 앞선 <팬티도둑> 문장을 수집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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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소설톡 안내
2월 6일(금) ~ 2월 12일(목)
– 〈한 시간은 248원〉
– 〈언니가 화난 것 같아서 말을 못 걸었어요〉
3주차에는 역시 2편의 단편을 읽습니다.
개인적으로 편집하면서 <한 시간은 248원> 문제작일세. 하고 되뇌었던 기억이!
이 단편 역시 이 책의 표제작으로 올라왔었다는 건 비밀이 아닙니다. ㅎ
이미 읽고 계신 분도, 조금 늦게 따라오시는 분도 모두모두 환영합니다.
부담 없이, 각자의 속도로 함께 이야기 나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임지기 루프 올림
반디
다행히 오늘은 1450원의 차비와 4500원의 담뱃값으로, 다른 날과 다름없이 한 시간은 248원어치였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p146, 왕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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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연애와 섹스마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주인공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문장이었어요.
안타깝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호밀밭
언니가~. 에서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는 사실 누군가를 오해한채 견디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마음 속에 남네요
호밀밭
우리는 대체로 ‘이해’하며 산다기보다, 각자 자기 방식으로 상대를 해석하며 살아가지요. 관계는 진실 위에 세워지기보다, 서로가 만들어낸 오해들이 그럴듯하게 겹쳐지며 겨우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완전히 알아듣는 순간은 드물고, 그 드문 순간을 빼면 우리는 대부분—조금씩 빗나간 이해를 안고—서로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