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행하는 폭력을 통해 모든것을 다 가진 듯한 오콩고의 강인함 속의 나약함을 상징적이고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강아지를 위한 어느 교육도서의 머릿말이 ‘절대로 때리지 마시오’라네요. 생존의 문제가 아니고서야(불가피한 문제라 논외로 두고 싶습니다.) 어떤 동물이든지 서로간의 폭력이 용인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폭력적인 성향이 부지불식간에 제 안에서도 꿈틀거리는 것을 자각할 때 참으로 스스로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입니다. 다만 알아차리고, 마음이 행동으로 번지지 않게 놓아주려고 할 뿐인데, 모든것이 산산이 부서지지 않도록 외력과 내력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일은 어찌나 멀고 아득하기만 한지요ㅎㅎㅎ
저는 오늘 결말까지 읽었습니다. 다소 밋밋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어왔는데 마지막으로 가면서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알 것 같네요. 남은 시간동안 책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부는 오콩코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그가 자라고 성장해 온 우무오피아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보려고 해요. 1) 1부의 내용 중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았던 일화 또는 감상을 적어주세요. 2) 강제로 끌려온 이케메푸나를 원로들이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각자의 의견이나 추측을 자유롭게 적어주시면 됩니다. 3) 은워예는 이케메푸나의 소식을 듣고 무언가 끊어지고 무너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엇이 그의 안에서 무너진 걸까요? 왜 은워예는 쌍둥이의 과거에서 두려움을 느꼈을까요? 4) 주인공인 오콩코라는 인물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그의 마을인 우무오피아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2) 일종의 제물로 생각했어요. 너무 어릴 때 죽이기엔 제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니 3년을 키워 가치성이 생겼을 때 죽인 건가?라는 의문도 들었고요. 혹은 나중에 이케메푸나가 문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등등의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정말 죽일지 몰랐어요. 예전에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유괴한 아이를 갑자기 집어 던지는 장면만큼 충격적이었어요. 4) 오콩코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전쟁의 신' 같은 인간이라서요. 이 부족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폭력적입니다. '균형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오콩코 같은 사람이 권력을 가졌을 경우, 가족 뿐만 아니라 나라->전지구를 망가뜨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우무오피아도 그런 남성의 행동을 당연시하는 사회라 보면서 씁쓸합니다.
아직 9장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이케메푸나의 죽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살해되기 직전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아이의 내면을 설명하며 아이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결국은 일이 벌어지는데, ‘맙소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대단한 묘사였어요.
오콩코 같은 인물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시대극이나 대하소설 등에서도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있는 듯하고, 지난 시대 아버지들 중에는 오콩코 비슷한 성격이 실제로 많았었죠. 아내를 때리는 인간도 꽤 있었고, 사회 분위기도 그냥 남일이거나 그 집안 문제로 치부하며 그냥 넘어가고 그랬죠. (그 시절 한국에 비하면 무당이 나서서 벌을 주는 우무오피아는 오히려 양반인 듯해요.) 소설 속의 우노카와 오콩코를 보면, 오콩코가 어떤 사람이고 왜 이렇게 사는지 작가가 다 써 놓은 것 같아요. 깊은 본심은 그게 아니면서도 자기 마음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왜 그렇게밖에 행동 못 하는지도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눈꼽만치라도 아버지를 닮을까봐 평생 두려워하다가 그 공포에 거꾸로 지배돼 버리는 거죠.
1) 58~59쪽에서 오콩코가 에진마를 더 좋아함에도 두 딸 중 오비아겔리를 칭찬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어요. 오콩코식 사랑의 표현법 또는 그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서요. 왜 에진마를 좋아한다면서도 정작 그 자리에서 에진마를 낮추고 오비아겔리의 기분을 띄워줄까요? 아마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애호하는 자식이 똑부러지는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칭찬을 했다가 우쭐하거나 오만해지는 걸 보기 싫었나 봅니다. 요즘 가치관이나 교육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지만요. 옳고 그름을 떠나 오콩코의 인생관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 같습니다. 만족하지 않고 계속 더 추구하고 욕심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가족도 그러기를 바라는 성향 말이죠. 오콩코는 자식이란 존재를 가족이나 사랑의 가치보다 '소유와 증명'의 개념을 더 앞에 두는 것 같습니다. 자식이 가진 약점과 부족함을 보듬기보다는 자신과 동일하게 극복하기를 바라고, 그러지 못하면 사랑에 있어 차등을 두는 모습이에요. 가족조차도 본인이 가진 경제적/사회적 권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2) 이케메푸나의 결말을 보고 놀랐던 게, 오콩코 못지 않게 이케메푸나도 중요한 또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책을 읽었는데 초반에 빠르게 퇴장해서 의외였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다른 마을로 끌려와 오콩코라는 주인공의 집에 머물며 서로가 서로에게 변화를 이끌어내고 삶에 영향을 줄 동반자나 제2의 자식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했거든요. 어쩌면 작가가 독자들에게 그런 기대를 심어주었다가 충격과 관심을 사로잡을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을 원로들이 오콩코가 자신의 친아들보다 이케메푸나를 더 선호하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제거하기로 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역사에서도 그렇지만 자식이 여럿이거나 또는 의붓자식을 둔 경우, 후계나 가족관계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들이 많죠. 오콩코 본인도 이케메푸나의 '남자다움'을 더 좋아했는데 이케메푸나가 계속 집 안에 남았다면 은워예와 다른 방향으로 갈등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전통과 권위를 중요시 여기는 마을의 입장에서는 훗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더 살려두었다가는 '외부인'인 이케메푸나가 오콩코의 권위와 경제력을 물려받고 상위계층이 될 것을 염려한 것도 같고요. 이래저래 이케메푸나라는 인물 자체가 본인이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오로지 외부의 상황에 끌려다녀야 하는 상황을 의인화한 존재처럼 느껴져요. 마치 2부부터 시작되는 오콩코와 우무오피아의 갈등과 혼란을 앞서 보는 느낌입니다.
3) 은워예 본인이 언제든 이케메푸나의 입장이 되었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족,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소속감이나 믿음이 깨진 것으로 이해됐어요. 적응을 잘 하고, 자신보다 남자다웠으며, 형제이자 친구와도 같던 이케메푸나를 아버지가 직접 죽였다면 그보다도 못한 자신은 언제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몰라 극도로 절망감에 빠졌을 것 같고요. 쌍둥이를 부정한 존재로 보고 내다버리는 문화를 보며 가혹하다고도 느꼈지만, 어쩌면 아이를 여럿 부양할 형편이 안되는 처지에서 나온 사회문화적인 현상일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했는데요. 혹시 은워예도 태어날 때 쌍둥이 형제가 있었고 그 중에서 살아남은 아이였을까 하는 상상이에요. 은워예가 두려운 와중에 온갖 기괴한 상상과, 과거의 두려움이 되살아나면서 여러 생각을 했을텐데 본인도 쌍둥이였던건 아닐까 의심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만일 본인이 그 '경쟁'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아이였다면.. 자신은 있는 줄도 몰랐던 형제의 죽음을, 이케메푸나의 죽음을 보며 상상한다면.. 얼마나 비참한 감정이었을까요.
4) 전반적으로 1부에서 느껴지는 건 '가혹함'이었습니다. 오콩코나 우무오피아의 전통과 문화가 강함을 추구하고, 거기에 따라오지 못하는 개인은 무시당하거나 때론 희생되는 모습들을 보며 약자를 끌어안기보다는 내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오콩코는 가족조차도 자신이 정한 기준을 넘지 못하거나,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험한 말과 행동을 일삼고요. 오콩코 본인이 그런 가혹한 인간이 된 이유는, 본인의 아버지로 인해 또는 어렸을 때 힘이 없어서 겪은 수모나 모욕감 같습니다. 빚은 늘어만 나는데 걱정은커녕 속 편하게 술만 마시고 노래 부르는 아버지를 보며 가난을 개선할 생각이 없는 집안에 환멸도 느꼈겠죠. 이에 대한 반발과 보상심리로 물리적인 힘, 경제적인 자급자족, 마을에서 인정받는 사회적/정치적 권력에 대해 집착하는 것 같고요. 오콩코는 분명 보란 듯이 성공했지만 자신만의 힘으로 이루어낸 사람이 빠지기 쉬운 '독단과 편협함'의 함정에 걸린 인물로 보입니다. 자신이 성공했기에 자신의 방식과 가치관이 항상 옳으며 타인에게 그걸 강요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관심없는 인물은 '무능력한 존재=약자=무시해도 마땅한 인간'으로 쉽게 타자화 해버리고요. 19세기의 아프리카가 배경임에도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게 오콩코의 감정과 가치관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겁니다. 능력주의와 자본에 의한 성공이 주된 가치로 인정받는 현대사회와, 오콩코가 추구하는 '힘'의 집착은 양상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아 보였거든요. 전혀 다른 대륙과 문화권의 인물임에도 경제력/명예욕을 추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많아 만족하지 못하는 인물은 언젠가는 그 욕망이 자신의 발목을 잡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죠. 그의 호승심이나 약자멸시, 가혹한 성정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파멸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부르네. 아이의 죽음에 자네 손을 대지 말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7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여정을 떠난 이들은 초반엔 메뚜기 떼에 대해, 여자들에 대해, 그리고 동참을 거부한 일부 나약한 남자들에 대해 얘기하고 웃어 댔다. 하지만 우무오피아의 외곽이 가까워 오자 이들에게도 적막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73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자가 다가와 도끼를 치켜들자, 오콩코가 눈을 돌렸다.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가 떨어져 땅 위에 부서졌다. 오콩코가 이케메푸나에게 달려 나가자 “아빠, 사람들이 날 죽여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콩코가 자신의 도끼를 빼 소년을 내리쳤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76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꽃의요정 저도요. 이 장면 정말 충격이었어요.
‘할아버지 피가 너무 많은 거겠지.’ 오비에리카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똑같은 생각이 오콩코에게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그 망령을 털어 내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약하고 실패자였다는 생각이 괴롭힐 때면, 자신의 힘과 성공을 생각함으로써 이를 몰아냈다. 지금도 그렇게 했다. 그는 가장 최근에 자신이 보여 준 용기를 마음속에 떠올렸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81-82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책 중간, 9장에서 나오는 오그반제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오그반제(Ogbanje) 또는 오반제로 불리며 말 자체의 뜻은 '왔다가 가버리는 아이'라고 해요.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주로 많이 퍼져 있는 개념인데요. 이그보 사람들은 인간 세상과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만신전 또는 신적 존재들이 주변에 가득하다고 믿습니다. 오그반제는 책의 설명처럼, 끊임없이 태어났다 죽기를 반복하며 가정과 어머니에게 슬픔을 가져다 주는 해로운 영입니다. 그러나 이런 믿음에는 사후세계와 현실이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가치관을 담고 있기도 하답니다. 불멸의 존재와 필멸의 존재의 구분을 딱 자를 수 없으며, 저승과 이승,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너머의 것들은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고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킵니다. 그 다양한 흐름과 변화 중 인간에게 좋은 것들도 있고, 나쁜 것들도 있는데 그 중 한 현상이 오그반제인 셈이죠. 오그반제로 태어난 아이는 영적 세계와 아주 강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독특한 분위기나 때론 기이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오그반제가 끼치는 해가 너무 심해지면 오그반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 겸 주술사인 디비아(dibia)를 부릅니다. (작중에도 나오죠.) 책에서는 마당에 파묻힌 이이우와(iyi-uwa)를 꺼내는 장면이 있죠. 이이우와는 오그반제 같은 영들이 현실세계에 계속 발 붙이고 살아가게 도와주는 일종의 말뚝이나 닻과 같다고 합니다. 이이우와는 돌일 수도 있고, 구슬이나 장신구 또는 토기일 수도 있고요. 이이우와를 찾아서 깨뜨리면 현실과의 유대가 끊어지고, 오그반제의 부활도 막히면서 아이는 정상적인 일반인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합니다. 사회문화적으로 이런 관습이 생겨난 이유는 영유아 사망이 자주 일어나던 일이었기에, 가족들이 아이의 죽음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의미라고 해요. 책에서도 종종 많은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다른 인물들이 나오죠.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고나 병으로 아이를 잃어야 하는 가정에서 비극이 반복되다 보면 슬픔에 빠져 정상적인 생각과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죠. 오그반제 관습은 아이의 죽음을 악령이라는 외부 요소로 돌리고, 그 근원인 이이우와를 찾아 없애면 이번 아이 또는 다음에 태어날 아이는 건강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는 의식인 겁니다. 따라서 이이우와를 파내는 장면은 괴이하거나 두려운 파묘와도 같은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희망 그리고 의지가 다시 모이고 샘솟는 치유의 과정인거죠. https://www.oriire.com/article/ogbanje#comments-section
에진마가 자신의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에퀘베'라고 일일히 이름을 부르던 이유는, 에진마가 일반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점 즉 여러모로 비범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오그반제임을 보여주는 장치였군요.
오콩코가 의사와 함께 이이우와를 파내는 과정에서 화가 나서 자신의 딸에게 '아칼로골리'라고 일갈하는 부분이 있죠. 아칼로골리는 이그보의 말 Akala와 Ogoli의 합성어로 Akala는 표식이나 흔적을 뜻하며 Ogoli는 게으른 자, 놀고먹는 자, 아무짝에 쓸모없는 놈이라는 말이래요. 아칼로골리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삶을 힘들게 하고 고난을 가져오는 사악하고 악의에 찬 영적 존재라고 합니다. 사람이 자살을 하거나, 처형을 당하거나, 원인불명의 병으로 죽는 등 불행하게 또는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로 사망할 경우 이를 '오누이퀘(onwu ike)'라고 부르는데요. 오누이퀘로 죽은 자들은 조상들이 묻힌 곳에 매장할 수 없고, 책에서 나오듯 악령의 숲에 버려집니다. 이렇게 죽은 시신들은 영혼이 사후세계로 내려가지 못하는데 이는 곧 마을 사람들의 선조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며, 또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 기회가 막히는 것이기도 해요. 결국 갈 곳이 없어진 영혼들은 땅 위를 배회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악의를 품어 악령이 됩니다. 아칼로골리는 악령 중 하나고요. 이그보 사람들은 영들이 토양이나 흙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땅 위를 걷지 않고 공중에 떠다닌다고 믿었답니다. 그래서 악령을 퇴치해야 할 때는 흙을 던지거나 또는 깃든 물건을 묻어버렸다고 해요. 첨부된 사진은 1910년대에 이그보로 추정되는 사람이 아칼로골리를 상징하는 야자꽃 부적을 묻는 모습을 찍은 겁니다. https://ozikoro.com/akalogoli-ward-off-evil-spirits-in-igbo-rituals-and-belief-systems/
9장을 읽으면서 아칼로골리가 궁금해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러고보니 @은화 님 말씀처럼 오콩코의 아버지 우노카도 병 때문에 악령의 숲에 버려졌었죠. 4장에서는 안식주에 남자가 죽으면 땅에 묻지 않고 악령의 숲에 버린다는 얘기가 나왔었고요.
우노카는 불운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개인 신, 치가 좋지 않아 불운이 무덤까지, 사실 그는 무덤도 없었으니까 죽음까지 따라갔다. 그는 대지의 여신이 가장 혐오하는 일인 종양으로 죽었다. 위나 사지에 종양이 생긴 사람은 집 안에서 죽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럴 경우 악령의 숲으로 옮겨 죽도록 했다. 어떤 고집쟁이는 집으로 기어 들어오기도 해, 다시 숲으로 옮겨져 나무에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종양은 대지에 대한 모욕으로, 환자는 대지 아래 묻힐 수 없었다. 따라서 가매장과 최종매장 모두 허용되지 않았으므로, 땅 위에서 썩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노카의 운명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숲으로 들고 가기 전에, 그는 피리를 챙겼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28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들은 이런 시기에 남자가 죽으면 땅에 묻지 않고 악령의 숲에 버리지. 하지만 그네들이 고수하는 이런 관습은 현명치 못한 나쁜 관습이네. 그네들은 많은 남자와 여자를 묻지 않고 내다 버리는데,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그네 부족엔 배가 고파 산 사람을 괴롭히며 떠도는 악령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44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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