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정말, 에퀘피의 열 아이들 중 아홉이 죽었다는 얘기도 그렇고, 영유아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으면 오그반제와 이이우와 같은 관습이 생겼을까요.
13장에서 에제우두의 장례를 치를 때 대포를 쏜다는 문장이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제가 아는 그 대포인가 했는데 땅에 묻어두고 폭죽처럼 쏘는 거였네요. 지금도 이그보 사람들은 주요행사 때는 포를 쏘나 봅니다. https://youtu.be/ckrT95nro1E?si=6K-Jum_5eYTp3GIX
폭죽이 대포였군요! 감사합니다.
그녀의 깊어 가는 절망은 아이들에게 지어 준 이름들에 표현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애처로운 외침인 온움비코, 즉 “죽음이여, 그대에게 애원합니다.”였다. 하지만 죽음은 이를 무시하였다. 온움비코는 열다섯 달 만에 죽고 말았다. 다음은 여자 아이 오조에메나, 즉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이었다. 아이는 열한 달 만에 죽었고, 이후 두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에퀘피는 반항적이 되었고 다음 아이를 온우마, “죽음이 좋을 대로 하시겠지”라고 불렀다. 그리고 죽음은 그렇게 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94-9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질문입니다. 102p에 도마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 잘 이해가 안 되네요. ㅜ.ㅜ 무슨 의미일까요?
아.. 저는 그 우화를 이렇게 이해했어요. 야채를 익히면 숨이 죽어 부피가 줄어든다. (도마뱀은 이 사실을 몰랐다.) 도마뱀이 야채 일곱 바구니를 구해와 요리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줬는데, 다 된 요리를 받아보니 세 바구니 분량밖에 안 나왔다. 음식의 양이 줄은 걸 보고 화가 난 도마뱀은 (어머니가 자기 야채를 빼돌린 줄 알고?) 어머니를 해쳤다. (얘는 성격이 아주 성급하고 폭력적이었다.) 도마뱀이 다시 야채 일곱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직접 요리를 했는데, 전과 똑같이 세 바구니 분량밖에 안 나왔다. 이를 본 도마뱀은 (죄없는 어머니를 해친 죄를 뒤늦게 후회하며) 죽고 말았다.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저도 대충은 그렇게 이해를 했는데.....전체 이야기와 관계가 있을까요? 재독임에도 내용이 너무 새로워, 저 답지 않게 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읽고 있습니다.
저 도마뱀 성질을 보건대 왠지 오콩코 같지 않은가요. 모녀간에 야채 요리를 하다가 얘깃거리가 된 우화일 뿐이지만, 뭔가 상징적이고 복선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오콩코가 안식주에 부인을 때렸을 때 무당이 찾아와서 네가 부인을 때리는 잘못을 범해서 대지의 여신을 모욕했기 때문에 우리 부족은 다 멸망하고 말 거라고 경고했고, 오콩코가 아들처럼 좋아했던 이케메푸나를 죽였을 때 친구 오비에리카도 네가 저지른 일은 대지의 여신께서 일가를 멸족시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죠. 뭔가 무서운 일이 점점 더 벌어질 것 같아서 불안불안 합니다.
그러니까요. 찬찬히 생각하지 않고, 보이는 결과에 따라 꼴리는 대로 마구 행동해 버리는 모습이 많이 닮았네요. 여러 복선들이 나중에 어떻게 모일지 기대됩니다.
대출 일정 때문에 책을 먼저 반납했는데, 102p 도마뱀의 우화가 어떤 건지 기억을 못했다가 @향팔 님 설명 덕에 이제 생각이 났네요 ㅎㅎ 저는 도마뱀이 욕망이 너무 강하거나, 또는 성격이 너무 급하여 자기 자신의 화를 주체 못해 홱 꼬꾸라진거라고 이해했어요. 물고기들 중에서도 물 밖에 나오자마자 금방 죽는 생선들이 있는 것처럼.. 책 전체적으로 도마뱀에 대한 비유나 우화가 간간이 나오는데 주로 보이는 성질이 대부분 오콩코와 닮아있죠. 1) 생존력이 강하고 악착같으며 (위기 상황에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침) 2) 자부심이 높고 (남들이 칭찬을 안하면 자기 스스로를 칭찬) 3) 성격이 급하고 욕망이 많은 (야채가 줄어드는 걸 보고 남을 해하고 화내다 못해 졸도) 오콩코가 현실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의 원기왕성한 투쟁의식과 욕심 덕이지만 또 이로 인해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주변 사람들을 그르치는 양면성을 모두 보여주는 것 같네요.
라피아야자로 그을린 몸은 무시무시했고, 커다란 날에는 동그랗게 텅 빈 눈과 남자 손가락만큼이나 큰 숯으로 된 이빨을 빼곤 하얗게 색을 칠해 놓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1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라피아야자로 만든 차림을 찾아보니 이런 모습인 것 같아요. 마치 우리나라 전통인 사자놀음의 탈사자랑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요. 과거에 찍은 흑백사진으로 보니 기괴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데 실물로 다가오는 광경이라면 정말로 소름 끼칠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에구구(egwugwu)의 가면 묘사를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구권에서는 악마를 묘사하는 걸 보면 검은 피부나 검은 털에 뒤덮인 경우가 많죠. 검은색은 밤이나 어둠과 결부되어 사람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어둠의 은밀함과 불분명함으로 인해 부정함과 타락이 결부되어 악행과 연결짓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백인들의 피부는 하얗죠. 흰 피부의 백인들은 본인들에게 익숙한 피부색의 관념과 인종의 개념으로 인해 검은색을 악으로 연결지은 게 아닐까요? 첨부된 이미지들은 몇몇 아프리카의 마스크들인데 수집문장의 묘사와 여러모로 비슷해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하얀 얼굴에 일부 까만 칠을 하여 구분한 이빨. 텅 빈 눈. 가면 자체의 모양도 상당히 섬뜩함이 느껴지는데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흰 색'이 두렵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색, 또는 부정한 의미로도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흑인들에게는 자신들의 피부색이 아닌, '흰색의 백인'이 이방인이고 오히려 낯선 존재일테니까요. 마을을 가끔 지나가는 백인 방문자를 문둥병자와 같은 말인 '흰둥이'로 비하해 부르며 서로 웃는 대목에서 이들에게 '흰 색'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자주 여기를 지나가지." 마치가 말했다. "이름이 아마디란다." 아마디를 아는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문둥이로, 문둥병을 점잖게 부르는 말이 '흰둥이'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91~9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성서에서 한센병에 걸린 환자를 두고 ‘눈과 같았다, 눈처럼 희어졌다’고 표현한 구절들이 생각나네요. 한센병이 진행되면 실제로 피부가 탈색되고 희어져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들었어요.
엇,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랑도 닮은 것 같습니다!
가오나시가 10명...ㅎㅎ
오콩코는 벌써 염소 가죽 위에 앉아 첫 부인이 마련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음식 심부름을 한 오비아겔리는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에진마는 어머니가 마련한 저녁을 아버지에게 건네고 오비아겔리 옆에 앉았다. … 그는 두 번째 부인이 보내온 음식을 열어 먹기 시작했다. 오비아겔리는 첫 번째 접시를 들고 어머니에게로 향했다. 다음으로 은케치가 세 번째 요리를 들고 들어왔다. 은케치는 오콩코의 세 번째 부인의 딸이었다. 멀리서 북 치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8-5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저는 이제 5장까지 읽었습니다.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네요. 남편은 여러 부인들이 차려주는 밥을 순서 대로 이렇게 다 먹는군요. 찾아보니, 요즘은 도시에서는 거의 다 일부일처제이고 시골에서도 이렇게 밥을 먹지는 않는다고는 하네요. 여러 부인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부인들이 차려주는 밥을 조금씩이라도 다 먹어야 한다는군요. 저는 오콩코가 집안에서 부리는 행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축제 기간에 둘째 부인에게 총질을 하고서도, 집안에서는 물론 집밖에서도 아무 일이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것도 놀랍습니다. 작가는 오콩코에게 이보족의 시대에 뒤떨어진(?) 그리고 좋지 않는 점들을 모두 투영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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