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은워예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떠난다는 것이 행복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연휴를 활용해 책을 다 읽어보았는데요, 남은 기간 동안 천천히 곱씹어 보고 싶습니다. 혹시 여기서 책 추천을 해도 괜찮은가요? 흑인 노예 부부의 목숨을 건 탈출을 그린 <주인 노예 남편 아내> 도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271624
아, 저도 이 책 인터넷 기사와 알라딘에서 봤어요. 미국적인 소재임에도 작가님이 한국인(사실 미국인이시지만)이라서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노예의 도망/이주 활동 중 가장 유명한 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죠. 제대로 된 본부나 활동지역도 없던 점조직으로 사실상 소규모의 백인/흑인들이 개별적으로 함께 협업해서 창고나 중간경유지를 통해 노예를 자유주로 도피시켜주던 분산조직입니다. 1830~1860년대 사이에 레일로드를 통해 탈출을 '시도'한 노예는 역사가들의 추산으로 적게는 3만명, 보통은 5만명, 최대치로 잡으면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당시 수백만 명에 이르던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인구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만이 탈출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이 모임의 예정도서 목록으로 넣어야겠네요. 이미 읽어본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옥타비아 E. 버틀러의 <킨>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미국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당대 '일반 가정에서의 노예제의 실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평가 받는데요. 여러분은 노예제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나요? 저는 대농장의 사탕수수나 목화밭에서 대규모로 노예를 부리는 부유한 백인 지주나 농장주를 머리에 그립니다. 하지만 당대 노예들은 이런 부호들만이 아니라, 근근이 먹고 사는 일반 백인 중하층 가정에도 재산으로 노예를 부리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해요. 물론 인간을 상품으로 매기던 시대이다 보니 체력이나 건강, 질병, 나이 등에 있어 일반 가정집의 노예는 지주들이 거느리던 노예에 비하면 상태가 열악했을 겁니다. <킨>은 우리가 영화나 매체를 통해 자주 보는, 인종의 대립만이 아닌 계급/계층의 대립까지 보여주는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궤를 달리 합니다. 백인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의 주류에서 조금 떨어진 집에서, 고립된 곳에서의 노예와 소유주의 관계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교감과 교류가 노예제와 인종차별이라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압력을 받는지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흑인, 그리고 여성. SF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가이자,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가로 손꼽히는 옥타비아 버틀러. <킨>은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성공작이다.
제 인생책이에요! 이번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로 나왔는데, 시즌1에서 안 끝나네요. ㅜ.ㅜ 저는 이러면 못 보는데 말입니다.
오, 영상물로도 제작되었나 보네요? 왜 19세 연령인가 순간 의아했는데 기억을 돌이켜보니 직접적인 묘사를 안했다 뿐이지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았죠.. 채찍질도 그렇고..
저도 이 책 관심책에 넣어 뒀어요~ 방 열리면 꼭 참석하고 싶어요.
자신이 죽고 모든 남자 후손들이 은워예의 발자국을 따라 조상들을 버리게 된다면? 오콩코는 이런 끔찍한 가능성, 마치 파멸과도 같은 이런 가능성에 등골이 오싹해 왔다. 자신과 선조들이 지난날의 재만이 남은 제단에 몰려들어 제사와 제물을 기다리는데도 자손들은 오지 않고 대신 백인의 신에게로 가 기도하는 모습도 그려 보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러자 오콩코의 눈이 열리더니, 그는 세상사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불은 타오른 후 식어, 무기력한 재를 낳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오수는 신에게 바쳐진 사람, 달리 말하면 제쳐 놓은 존재로서, 영원한 금기이고, 그의 자손들은 또한 그랬다. 일반인과는 결혼할 수도 없었다. 이들은 사실 부랑자로, 대사당 가까이에 위치한 특정한 곳에 살았다. 어디를 가나 이들은 헝클어딘 더러운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채 금단의 천민이라는 모습을 하고 다녔다. 면도칼은 그들에게 금기였다. 오수는 일반인의 모임에 참가할 수 없었고, 일반인 또한 오수의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들은 부족의 네 개 칭호 가운데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죽음을 맞아도 악령의 숲의 다른 소수가 이들을 묻었다. 이런 이들이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두 부랑자는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고, 곧 새로운 신앙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그리고 음반타의 거의 모든 오수들이 이들의 뒤를 따랐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177-178p에 오콩코의 장남 은워예와 임산부 은네카가 기독교로 개종한 모습을 그리는데요. 어렸을 때 옆마을에서 데리고 와서 3년을 형제처럼 같이 보낸 이케메푸나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불신이 씨앗이 되어 자라나 개종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본인과 너무 다른 재질이기도 하고요. 은네카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자식을 계속 죽이는 사회의 도피처로 기독교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택한 이들은 다른 사회와 문화에서 '구원'을 바라지만, 그곳 또한 그들이 바라는 세상은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되겠죠.
왜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으로 이렇게 심한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없었다. 생각이 더욱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는 내다 버린 자신의 쌍둥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49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못 하는 저 여자 아이밖에 남지 않았지. 내가 아이들을, 내 젊고 팔팔했던 시절에 낳은 아이들을 몇이나 땅에 묻었는지 아는가? 스물둘이야. 난 목을 매지 않고 아직도 살아 있네. 자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딸 아케우니는 쌍둥이를 몇이나 낳고 버렸는지 물어보게나. 여자들이 죽으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좋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60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지금 완독했습니다. 이 책에서의 무자비한 침입은 종교라기 보단 공권력이네요. 뭐 항상 그렇지만요. 마지막 부분에 치안판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아프리카 지역에 파견된 치안판사의 고뇌와 제국주의를 그린 '야만인을 기다리며'가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영화도 꽤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야만인을 기다리며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4권.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의 대표작. 어느 제국의 변경 도시를 통치하는 치안판사인 '나'의 자기고백적 서사를 통해 제국주의의 모순을 비판하고 제국에 공모하는 개인의 허위를 폭로한다.
바바리안점령지 치안관 ‘마크 라이런스’는 원주민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중 잔인한 국경 부대가 들어와 원주민 말살 정책을 펼치고 한순간에 마을의 평화는 사라진다. 마크는 우연히 부상을 당한 원주민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건 고독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치안판사 얘기를 해주시니 드는 생각인데... 3장에서 판사가 자리를 비우고나서 오콩코와 원로들이 당한 수모를 치안판사도 이미 다 알고 의도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본인 손에 피는 안묻히면서 더러운 일은 남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점잖은 권력자인 척 뒤로 빠져있던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사람이 “예.”라고 말하면 자신의 치 또한 “예.”라고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여기에 자신이 “예.”라고 해도 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5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좋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60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사실이 아닌 얘기란 없는 것이지." 우첸두가 말했다. "세상엔 이것이다 하는 끝은 없는 법이어서, 어떤 종족에게 좋은 것이 다른 종족에게는 싫은 것이 되지. 우리에겐 문둥이가 있지. 백인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사는 땅으로 가는 중에 길을 잃어 여기로 잘못 흘러든 거겠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67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한번은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먹이를 가져오라 심부름을 시켰지. 딸이 가서, 오리 새끼를 가지고 돌아왔네. ‘잘했다.’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말했지. ‘그런데, 네가 내려가 새끼를 낚아채자 어미 오리가 뭐라 말하더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걸어가던데요.’ 어린 솔개가 말했지. 그러자 ‘오리 새끼를 돌려주어야겠다. 그런 침묵 뒤엔 불길한 뭔가가 있지.’ 라고 어머니 솔개가 말했지. 그래서 딸 솔개는 오리 새끼를 돌려주고 대신 병아리를 가져왔지. ‘병아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더냐?’ 라고 어머니 솔개가 물었다. ‘울고 소리를 지르며 내게 욕을 했어요.’ 라고 아이 솔개가 대답했지. ‘그렇다면 병아리를 먹어도 되겠구나.’ 라고 어머니가 말했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무서울 게 전혀 없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66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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