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높은 뽕나무에서 땅으로 뛰어내린 도마뱀은 아무도 칭찬을 안 하면 스스로라도 칭찬한다고 말하지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어머니와 여동생들도 열심히 일했지만, 어떻든 그들은 여자의 작물인 코코얌이나 콩, 카사바를 짓는 정도였다. 농작물의 왕인 얌은 남자의 작물이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책 중간중간 '콜라 열매'가 나오는데, 현지어로는 Cola 또는 Kola라고 한다네요. 그리고 우리가 아는 그 코카콜라 펩시콜라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애틀랜타인 존 펨버턴이 남미의 코카나무의 잎과, 아프리카의 콜라열매 추출물에 단 맛과 탄산수를 섞어 약품으로 팔기 시작한 그 콜라인 거죠. 콜라 열매는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훗날 대중음료가 되면서 이 열매의 향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고 레시피에는 빠지게 되었다고 해요. 코카나무 잎 성분은 그대로 지금도 들어가는데 우리가 아는 '코카인' 성분도 잎에 있기 때문에 코카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넣는다는군요. 아프리카에서는 열매의 카페인이 주는 자극 효과 때문에 열매 과육을 먹거나 또는 씹으면서 물만 빨아 먹고 뱉는 식으로 주로 섭취한다고 해요. 책에서 콜라를 대접하거나, 콜라 열매를 깨는 것을 권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는 서아프리카나 이그보 족에게는 의식의 일부라고 합니다. 크고 작은 행사나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그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콜라 열매를 내오는데, 콜라 열매가 없으면 주인이 이유를 설명하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고요.
이그보 족의 콜라 열매 의식은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세부적인 절차나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1) 일행이 집에 방문하면 주인은 접시에 콜라를 담아 손님측의 대표가 되는 이에게 건넵니다. 2) 손님측 대표는 받은 접시를 자신들의 일행 중 최연장자에게 보여줍니다. 3) 최연장자는 주인이 대접한 콜라 접시를 보았다는 의미로 오른손을 접시에 갖다 댑니다. 이후 다음 연장자에게 건네는 식으로 반복됩니다. 4) 접시가 다 돌면 손님측 대표는 주인에게 콜라 접시를 돌려줍니다. 5) 주인은 접시의 콜라 중 열매 하나를 집어들어 "콜라 열매가 집에 오면,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한다네."라고 외치며 건네줍니다. 6) 이후 모인 사람들 중 최연장자가 오른손에 콜라 열매를 들고 축복을 내립니다. 축복의 말은 이렇다는데요. "그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소원을 이루기를 빕니다." 7) 축복이 끝나면 최연장자 본인 또는 지목한 다른 사람이 열매를 깨뜨리고, 자신들이 방문한 목적을 설명한 뒤 깨뜨린 열매 조각을 나눠줍니다. 이 때 콜라 열매를 깨뜨리는 의미는, 열매가 더 많이 더 잘게 여러 조각으로 쪼개질수록 손님과 집주인 모두에게 평안과 복이 그만큼 많이 찾아온다는 기원을 뜻한대요. 행위나 양상은 전혀 다르지만 저는 부럼이 떠오르더라고요. 책의 29p에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건강과 자식들, 좋은 수확과 행복을 빕니다. 모두들 이루고자 하시는 소원을 이루시고 나 역시 그렇게 되도록 빕니다." 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을 넘어 이그보 부족들이 반드시 치뤄야 하는 사회적 의식이자 서로의 안녕을 비는 더 무게감 있는 말인 셈이죠. ※ 예외적으로, 콜라 열매가 너무 딱딱하여 딱 두 쪽으로만 쪼개지면 불길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이그보 족들은 더 부드럽고 잘 쪼개지는 붉거나 보랏빛을 띄는 품종을 주로 쓴다고 합니다. 회색깔의 다른 품종도 있는데 이 콜라 열매는 단단해서 두 개로 쪼개지는 경우가 잦다고 해요. https://www.igboguide.org/HT-chapter8.htm
미리 알고 읽으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 ^ )/
오늘 독서를 시작했어요. 1장에서 우노카와 오코예가 “콜라 열매를 깨는 영예”를 서로에게 양보하는 장면을 읽으며 이 관습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는데,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악! 저도 완전 까먹고 있다가 내일부터 후다닥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콜라 열매를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님의 '와일드시드'에서 읽고 알았어요. 그 책에서만 그런 건지 고대에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콜라열매와 동양의 '마'와 비슷한 얌을 주식으로 먹더라고요. 오! 아래 읽다 보니 @향팔 님과 @은화 님이 자세히 찾아 주셨네요~
열매를 가지고 이런 인사 의식을 한다는 게 새롭습니다. 설명을 해주져서 이런 의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네요! 마치 손님을 앉혀놓고 차를 대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도'처럼 '콜라도'라고 해야할 것만 같습니다.
콜라가 식물 이름이었군요! 열매가 아주 크네요. 처음엔 음료가 아니라 약품으로 팔았다니 의외입니다.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었을까요? (^^;)
몇몇 농사꾼들은 얌을 심지도 않았었다. 밭 정리를 항상 미루고 또 미루는 게으르고 안이한 사람들이었다. 올해는 이들이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사뭇 머리를 가로저으며 이웃들을 동정해 마지않았지만, 내심 스스로의 선견지명에 의기양양해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후 평생 오콩코는 이 참혹했던 때가 떠오르면 치를 떨었다. 되돌아보면 이러한 무게의 절망에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자신이 지독한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그해는 사자의 마음도 꺾기에 충분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의 치가 도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보 속담에 "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의 치 또한 "예."라고 말한다고 했다. 오콩코는 "예."라고 아주 강하게 말했고, 그래서 그의 치도 동의했다. 그리고 단지 그의 치만이 아니라 그의 부족도 그랬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오콩코도 그 소년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내심으로 만이었다. 오콩코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법이 없었는데, 물론 분노의 감정만은 예외였다. 애정을 보인다는 것은 나약함의 징후였고, 내보일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힘뿐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이케메푸나를 다른 사람 다루듯이 고압적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그가 이 소년을 좋아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가끔 큰 마을 회의나 공동 조상 축제에 갈 경우 그는 이메케푸나가 마치 아들인 양 좌대와 가죽 자루를 들고 따라오도록 했다. 그리고, 정말로 이케메푸나는 그를 아버지라 불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4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항상 요즘 같지는 않았지. 내 부친께서는, 과거엔 안식을 깬 남자를 땅바닥에 눕혀 온 마을을 끌고 다녀서 죽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하셨네. 하지만 평화를 지키고자 한 관습이 정작 평화를 깨뜨려 중단되었다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4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해외거주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99% 백인이 주를 이루는 중산층 동네입니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중학교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하다가 작년 가을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집에서 45-60분 가량 떨어진 도시/교육구에서 일하고 있는데, 학교의 75% 정도가 흑인, 20% 정도가 히스페닉, 나머디 5%가 베트남인 중국인인 곳입니다. 제가 꽤 버블에 쌓이 삶을 살았더라고요. 흑인 인종, 흑인 사회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 모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어보려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와~새벽서가님이닷! @은화 님이 워낙 박식하신데다 모임도 잘 이끌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책은 아프리카의 특정지역(죄송합니다..기억이 안 나네요)에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이라 미국에 사시는 아니 새벽서가님이 만나시는 '그 지역' 흑인분들과는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합니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국가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부족간 특징이 다를 것이고, 미국내에서도 계층/지역간의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은데 그에 대해 지식이 전무해 많이 궁금합니다. 도와주세용용용!
제 능력되는대로 말씀드릴게요~ ^^
안녕하세요 @새벽서가 님! 그믐에 해외에 거주하시거나 원서를 읽는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이 모임은 원래 노예제도에 대해 공부하려고 시작했지만 흑인과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노예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흑인문학도 추가가 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즐거운 독서가 되셨으면 합니다.
그가 '고양이'라 불린 것은 그의 등이 한 번도 땅에 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저는 아직 1장입니다. 이 책을 사고 나서 1장만 몇 번을 읽었는데요, 읽을 때마다 첫 페이지의 이 문장에 눈이 가네요. 흙먼지가 일어나고, 그 속에서 오콩코가 '고양이'를 내던지고, 흙먼지가 걷히면 등이 땅에 닿은 오콩코가 누워있고, 사람들은 와~~ 소리 지르는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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