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얌은 아프리카에서 카사바, 유카 등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고 많이 재배되는 작물로 우리나라에서는 '마'로 불린다는군요(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백제 무왕 서동이 마장수였다는 일화로 마를 접하는데 저는 마의 맛은커녕 향이나 냄새, 외형조차도 모르네요. 이 작품에서는 얌Yam이 마치 남자들의 전유물이자 상징인 듯 언급되는 단락들이 자주 나옵니다. 이유는 얌이 다른 작물에 비해 농사짓는데 힘이 더 많이 들어서라고 해요. 덩굴형태의 뿌리식물이라 처음에는 땅에서 퍼지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두 번째 사진처럼 막대나 지지대를 세워 작물을 올려서 키우나 봐요. 얌의 덩이줄기는 연약하기 때문에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덩이 전체, 즉 수확량에 영향을 주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금속성의 도구보다는 나무로 된 농기구를 많이 쓴다고 해요. 당연히 나무 농기구는 철제보다는 쉽게 부서지고 갈라지므로 자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요. 또한 흙 둔덕을 높이 쌓고 거기에 덩이줄기를 일일히 심어넣는데 노동력도 많이 들어간다고 하고요. (세 번째 사진) 반면 카사바는 얌에 비해서는 재배하는데 농기구나 힘을 덜 필요로 하기에 작품에서처럼 얌을 남자의 작물로, 카사바를 여자의 작물로 구분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생겨났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카사바는 독성이 있어서 물에 담가 독을 빼거나 씻어 먹지 않으면 섭취시 중독(심하면 사망)될 수 있는데 비해 얌은 일부 종을 제외하면 독성이 없다고 해요. 얌은 그 특유의 무독성, 고강도의 노동력과 시간 투입으로 인해 다른 작물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팔려서 농부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얌 자체는 이렇다 할 향이나 맛이 거의 없지만 그로 인해 한국으로 치면 밥처럼 주식으로 먹을 수 있어 어디서나 수요가 많다고 해요.
얌은 '푸푸(fufu)'라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해먹는데 아프리카 흑인들의 주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얌을 찧고 갈아버린 뒤 기호나 문화에 따라 카사바, 감자, 바나나, 쌀 등 다른 재료를 섞기도 한다네요.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보이죠? 뿌리식물들을 잘라놓고 두면 진액이나 점액이 베어나오듯, 얌도 끈끈한 성분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얌은 우리로 치면 쌀밥이나 중국집 꽃빵이 그 자체로는 별다른 맛이 없지만 대신 다른 국과 반찬을 먹기 위한 주식인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다 만들어진 푸푸는 약간 꾸덕하고 끈적하면서도 잘 늘어나는 질감인데 손으로 뜯어 먹습니다.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를 떼어내어 손으로 조금 뭉치고는 스튜, 수프, 국 같은 요리에 찍거나 담아서 같이 먹는 거죠. 그래서 소설에서도 계속 얌, 푸푸, 수프가 식사로 같이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가장 인기있는 푸푸의 식사 요리는 '에구시 수프'로 호박이나 멜론 같은 박과 식물, 양파, 토마토, 고추를 갈아 간을 하고 여기에 취향에 따라 고기나 생선을 넣어 끓인 것이래요. (세 번째 사진) 모양은 전혀 달라도 여러모로 인도 커리가 생각나네요. https://youtube.com/shorts/Pk44PKNaRtE?si=6B2krp2VBdBT1nFi
안 그래도 찾아 볼려던 참이었는데~! 농사 짓기 까다로운 작물이었군요.
아, 그래서 얌을 “남자의 작물”이라고 한 거였군요. 푸푸는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소설의 배경이나 문화가 낯설게 느껴질 때마다 @은화 님의 도움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1부까지 읽었습니다. 각 장의 이야기들이 시간 순에 따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짤막한 독립된 일화에 가까워서 쉽게 읽히네요. 오콩코라는 인물에 초점을 두었는데 다시 한 번 전체적인 느낌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15쪽에 나오는 악기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아프리카 문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의미랄까 역할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제사/의식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에크웨(Ekwe) : 나무 북 https://en.wikipedia.org/wiki/Ekwe 에크웨 앙상블 연주 영상 https://tinyl.co/4HCP 우두(Udu) : 도자기 북 https://en.wikipedia.org/wiki/Udu 우두 연주 동영상 https://tinyl.co/4HCL 오게네 : 징 https://en.wikipedia.org/wiki/Ogene
악기들에 대해서도 찾아봐야지 했는데 읽다보니 깜빡했네요.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게네의 소리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흥겹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RVwJTXz7j98
오른쪽 분 연주안 할 때는 노려보는 것 같았는데, 연주 시작하시니까 해맑으시네요 ㅋㅋ
@르구인 @은화 와, 감사합니다. 오게네가 “징”이라고 해서 한국의 징을 떠올렸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군요. 연주 영상 정말 잘 봤습니다.
Umuofia kwenu! Yaa! 야자술(Palm Wine)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막걸리와 비슷하게 생겼네요. 달달하고 신맛이라는데 직접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https://youtube.com/shorts/YQI3xf_eRhM?si=rbL84-77nHPqmbM8
오, 야자술은 수액을 가지고 만드는 거였군요! (올려주신 영상 보기 전에는 막연히 그냥 열매로 만들 거라 생각했어요.)
소설에서 야자수 수액을 내기 위해 칼집을 낸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요. 야자나무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채취하는 방법이 다른가 봐요. 꽤 높이 자라는 야자나무는 사람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상단부의 꽃대가 드러날 때까지 주변을 깎고 베어내어 수액을 채취하는 반면, 사람 키 크기의 야자나무는 소설에서처럼 칼집을 내나 봅니다. 야자수액은 지역의 소매업자가 채집가에게 25L에 4달러 정도에 사들이는데 지역 현지에서는 1L에 35센트, 유통을 거치는 도시에서는 1L에 1달러 가격이라고 하네요. 미네랄이 풍부하고 면역계와 소화에 좋다고 하고요. 야자수 수액을 처음 뽑았을 때는 알코올이 없고 단 맛이 느껴지지만, 6~12시간이 지나면서 발효가 되면 알코올 도수가 4~6도로 올라가고 3일 안에 10도까지도 올라간다는 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rBu-qHkZ3ck
훌륭한 사람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은 스스로 훌륭해질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높은 뽕나무에서 땅으로 뛰어내린 도마뱀은 아무도 칭찬을 안 하면 스스로라도 칭찬한다고 말하지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 문장, 저도 기억에 남았어요. 자립과 자존감, 자기인정의 의미를 내포한 속담이 재밌더라고요. 오콩코의 우악스런 외모나 성격과 대비되는 작은 도마뱀의 모습이 상반되어 더 웃기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작품 전체적으로 동물들의 속담과 우화가 자주 나오는데 이야기 속의 또다른 이야기를 읽는 듯한 액자식 구성 같기도 하여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마저 있었다. 한 부자가 손님들 앞에 푸푸 요리를 산만큼이나 쌓아 놓아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며, 식사 중에 도착해 반대편에 앉게 되었던 처가 식구들은 저녁 늦게야 처음으로 보게 되어 그제야 남은 음식 너머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저 말이에요?" 에퀘피가 크게 대답했다. 그것이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결코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데, 악귀가 부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은워예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바보 같은 여자나 어린애를 위한 것이고, 아버지는 자신이 남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여자들의 이야기엔 이젠 관심이 없는 척했다. 그가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가 좋아하고, 더 이상 그를 야단치거나 때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6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오비아겔리가 오늘 항아리를 깼어요" 에진마가 말했다. "그래, 그 아이가 내게 그랬다더구나." 오콩코가 음식을 입에 담은 채 말했다. "아빠." 오비아겔리가 말했다. "뭔가를 드실 때 말씀하시면 안 돼요. 후추에 사레들릴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에진마, 너도 들었니? 나이는 네가 더 먹었지만 오비아겔리가 더 똑똑하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8~5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 문장의 바로 앞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오콩코는 에진마를 특히 좋아했다. 아이는 한때 마을 미녀였던 제 어미를 쏙 빼닮았다. 하지만 그의 애정은 오직 특별한 경우에만 표현되었다.' 하지만 다음의 대화에서 오콩코는 오비아겔리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죠. 오콩코의 진의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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