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소설에서 야자수 수액을 내기 위해 칼집을 낸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요. 야자나무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채취하는 방법이 다른가 봐요. 꽤 높이 자라는 야자나무는 사람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상단부의 꽃대가 드러날 때까지 주변을 깎고 베어내어 수액을 채취하는 반면, 사람 키 크기의 야자나무는 소설에서처럼 칼집을 내나 봅니다. 야자수액은 지역의 소매업자가 채집가에게 25L에 4달러 정도에 사들이는데 지역 현지에서는 1L에 35센트, 유통을 거치는 도시에서는 1L에 1달러 가격이라고 하네요. 미네랄이 풍부하고 면역계와 소화에 좋다고 하고요. 야자수 수액을 처음 뽑았을 때는 알코올이 없고 단 맛이 느껴지지만, 6~12시간이 지나면서 발효가 되면 알코올 도수가 4~6도로 올라가고 3일 안에 10도까지도 올라간다는 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rBu-qHkZ3ck
훌륭한 사람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은 스스로 훌륭해질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높은 뽕나무에서 땅으로 뛰어내린 도마뱀은 아무도 칭찬을 안 하면 스스로라도 칭찬한다고 말하지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3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 문장, 저도 기억에 남았어요. 자립과 자존감, 자기인정의 의미를 내포한 속담이 재밌더라고요. 오콩코의 우악스런 외모나 성격과 대비되는 작은 도마뱀의 모습이 상반되어 더 웃기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작품 전체적으로 동물들의 속담과 우화가 자주 나오는데 이야기 속의 또다른 이야기를 읽는 듯한 액자식 구성 같기도 하여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마저 있었다. 한 부자가 손님들 앞에 푸푸 요리를 산만큼이나 쌓아 놓아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며, 식사 중에 도착해 반대편에 앉게 되었던 처가 식구들은 저녁 늦게야 처음으로 보게 되어 그제야 남은 음식 너머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저 말이에요?" 에퀘피가 크게 대답했다. 그것이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결코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데, 악귀가 부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은워예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바보 같은 여자나 어린애를 위한 것이고, 아버지는 자신이 남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여자들의 이야기엔 이젠 관심이 없는 척했다. 그가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가 좋아하고, 더 이상 그를 야단치거나 때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6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오비아겔리가 오늘 항아리를 깼어요" 에진마가 말했다. "그래, 그 아이가 내게 그랬다더구나." 오콩코가 음식을 입에 담은 채 말했다. "아빠." 오비아겔리가 말했다. "뭔가를 드실 때 말씀하시면 안 돼요. 후추에 사레들릴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에진마, 너도 들었니? 나이는 네가 더 먹었지만 오비아겔리가 더 똑똑하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8~5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 문장의 바로 앞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오콩코는 에진마를 특히 좋아했다. 아이는 한때 마을 미녀였던 제 어미를 쏙 빼닮았다. 하지만 그의 애정은 오직 특별한 경우에만 표현되었다.' 하지만 다음의 대화에서 오콩코는 오비아겔리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죠. 오콩코의 진의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우노카는 맛있는 음식과 끈끈한 우정을 좋아했으며, 우기가 끝나고 매일 아침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해가 뜨는 바로 이 계절을 사랑했다. 이 계절엔 북쪽에서 시원하고 건조한 하마탄이 불어 내려오기 때문에 덥지도 않았다. 어떤 해에는 하마탄이 매우 심했고 온통 짙은 안개가 가득했다. 그러면 노인들과 어린이들은 통나무 화로에 둘러앉아 불을 쪼였다. 우노카는 이 모든 것을 사랑했고, 건기와 함께 돌아오는 첫 솔개들을 사랑했으며, 아이들은 이들을 맞이하는 노래를 불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이 대목 묘사가 아름다워요.
저도 이 부분이 좋더라구요~ㅎㅎ 그 뒷 부분은 어려움이 다가오는 내용들이었지만요!
안식주가 지나자 모든 남자들과 그 가족들은 수풀을 베고 새로운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벤 수풀은 말려 태웠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면 솔개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불붙은 수풀 더미 위를 배회하며 말없는 작별 인사를 했다. 솔개는 우기가 다가오면 날아갔다가 건기가 될 때 돌아왔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4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묘한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해서 문장을 가져와봤습니다. 얌이 도대체 뭔가 궁금해서 위에 올려주신 얌에 대한 설명도 읽어보고 검색도 해보니, 특이한 작물이네요. 얌은 껍질이 약하고 조금만 상처가 나도 썩기 때문에 요즘도 수확할 때 기계를 쓰기 어렵고 조심조심 수작업을 해야한다네요. 기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농 가구에서 사서 쓰기엔 비싸다고 하는군요. 얌 축제도 있네요. 나이지라아에서 매년 8말 9초에 우기가 끝나고 수확을 한 다음 ‘새 얌 축제’라는 걸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추수감사제네요. 이 축제도 이보족을 중심으로 열리지만 거의 모든 부족이 여러 방식으로 축제를 하나 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New_Yam_Festivals_in_Nigeria https://punchng.com/enugu-festival-showcases-african-heritage
책 앞 장에 기재되어 있던 시가 생각나더라고요. 새가 점점 원을 크게 그리며 동심원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부서진다고 표현한 시였던 것 같은데 말이죠.
아, 그러네요! 예이츠의 시라고 써있네요.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 나가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 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헤쳐진다." - W. B. 예이츠, 「재림」
예이츠의 시 「재림」 전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런 시네요. (짧아서 다행입니다. ^^;) 번역은 아래 링크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bukacademy.com/17843 “재림” 점점 넓게 소용돌이치며 돌고 도는 매는 매 부리는 자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만사가 산산조각나면, 중심이 지탱 못하여, 순전한 무질서가 세상에 풀려난다. 핏빛의 흐릿한 물결이 풀려나, 곳곳에서 순수의 의식(儀式)이 익사한다. 최선은 모든 신념을 잃고, 최악이 강렬한 격정으로 가득 찬다. 필시 어떤 계시가 임박한 것이다. 필시 재림(再臨)이 임박한 것이다. 재림! 이 말을 뱉어내기가 무섭게 한 거대형상이 세계령(世界靈)에서 생겨나 내 눈을 어지럽힌다. 사막 모래밭 어딘가에서 사자(獅子)몸통에 사람의 머리, 태양처럼 무표정하고 무자비한 눈빛의 한 형체가 둔감한 허벅지를 움직이고, 성난 사막 새들의 그림자들이 그 몸통을 휘휘 어지럽게 맴돈다. 다시 암흑이 내린다. 한데 이제야 흔들리는 한 요람 때문에 돌처럼 잠든 스무 세기(世紀)가 괴로운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음을 알았거늘, 또 어떤 험악한 짐승이, 마침내 때가 되어, 태어나려고 베들레헴 향하여 몸을 굽히나? - 김천봉 옮김 The Second Coming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The falcon cannot hear the falconer; Things fall apart; the centre cannot hold; Mere anarchy is loosed upon the world, The blood-dimmed tide is loosed, and everywhere The ceremony of innocence is drowned;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Surely some revelation is at hand; Surely the Second Coming is at hand. The Second Coming! Hardly are those words out When a vast image out of Spiritus Mundi Troubles my sight: somewhere in sands of the desert A shape with lion body and the head of a man, A gaze blank and pitiless as the sun, Is moving its slow thighs, while all about it Reel shadows of the indignant desert birds. The darkness drops again; but now I know That twenty centuries of stony sleep Were vexed to nightmare by a rocking cradle, And what rough beast, its hour come round at last, Slouches towards Bethlehem to be born? https://en.wikipedia.org/wiki/The_Second_Coming_(poem)
어떤 심정과 상황을 상정하고 시인이 작품을 써내려갔을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본인이 보기에 흐트러지고 해이해지며, 중심점 없이 흩어지는 세상에 대한 한탄이나 비관의 심정을 담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사가 산산조각나면, 중심이 지탱 못하여, 순전한 무질서가 세상에 풀려난다.' 아마 다들 한 번쯤 무언가를 가지고 놀거나, 험하게 장난 치다가 그런 경험이 있을 거에요. 뭔가를 세게 휘두르거나 던지다가 그 회전의 힘과 관성의 균형을 어느 순간 놓쳐서 본인이 비틀거리거나, 물건을 놓치거나, 끈이 끊어지는 때 말이죠. 첫 시작은 분명 아주 작고 안정적인 원의 회전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시점부터 가해지는 힘과 기존의 힘을 구분할 수 없는 지점... 어떤 안 좋은 상황이나 위기의 순간도 첫 시작은 사소한 일이지만 그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 자체가 하나의 힘이 되어 불가항력의 존재가 되는 순간... '최선은 모든 신념을 잃고, 최악이 강렬한 격정으로 가득 찬다.' 상황을 붙잡거나 통제하려던,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던 신념과 확신은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가고 걱정과 불안이 들어차면서 원인과 결과가 계속 되풀이 되는 악순환을 말하는 것 같네요. W. B. 예이츠는 1865년에 태어나 1939년에 사망했는데 이 시는 1919년에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은 1914년~1918년까지였고요. <재림>의 영제는 'The Second Coming'인데 어쩌면 그는 2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시대의 불안감과 전운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제 은워예는 친어머니나 다른 어머니들이 장작을 팬다거나 곡식을 빻는 일 같이 집 안에서 가장 어렵고 남자다운 일을 시키는 경우를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동생들이 이런 심부름을 전하러 오면 은워예는 귀찮다는 시늉을 하면서 여자와 여자들의 한계에 대해 큰 소리로 불평하곤 했다. 오콩코는 내심 아들의 발전이 흐뭇했고, 그것이 이케메푸나 덕분인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은워예가 강건한 청년으로 커 나가 아비가 죽고 없을 때 집안을 다스릴 능력을 갖추길 바랐다. 또한 집안이 더욱 번창해 조상님께 바칠 음식이 가득한 곳간을 갖길 바랐다. 그래서 은워예가 여자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들을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66~6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7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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