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D-29
"자식이 아버지에게 속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식을 때리면, 자식은 어머니 집으로 피하지. 모든 일이 무시하고 삶이 달콤할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한다. 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럴 때 너를 보호한다. 어머니가 거기에 묻히신 게지. 이것이 어머니가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5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남성적인 것을 넘어, 무자비하고 가혹하기까지 한 오콩코의 치열한 삶의 태도를 지적하는 말로 다가오네요.
"자네의 임무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일곱 해 후엔 그들을 아버지의 땅으로 데려가는 것이네. 하지만 자네가 슬픔과 낙담 속에서 죽는다면, 그들 모두 객지에서 죽게 될 것이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못 하는 저 여자 아이밖에 남지 않았지. 내가 아이들을, 내 젊고 팔팔했던 시절에 낳은 아이들을 몇이나 땅에 묻었는지 아는가? 스물둘이야. 난 목을 매지 않고 아직도 살아있는 있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남자들에게 먼 부족에도 친구가 있던 좋은 시절이었지. 자네 세대들은 그걸 모르지. 자네들은 집에만 있고, 바로 옆집의 이웃도 두려워하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그런데, 네가 내려가 새끼를 알아챘다 어미 오리가 뭐라 말하더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걸어가던데요.' 어린 솔개가 말했지. 그러자 '오리 새끼를 돌려주어야겠다. 그런 침묵 뒤엔 불길한 뭔가가 있지.'라고 어머니 솔개가 말했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하지만 나는 크게 우려하네. 강력한 총과 독한 술로 노예를 잡아 바다 건너로 데려가는 백인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도, 어느 누구도 그 얘기를 사실이라 생각하지 않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를 사로잡은 것은 삼위일체의 이상한 논리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종교의 시, 뼛속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이 그를 사로잡았다. 어둠과 공포 속에 앉아 있는 형제들에 대한 찬송은 이 젊은 영혼을 괴롭혀 온 막연히 계속되는 의문에 답하는 것 같았다. 숲 속에서 울고 있는 쌍둥이와 죽은 이케메푸나에 대한 문제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7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악령의 숲 한쪽을 주지. 이 사람들이 죽음도 이긴다고 자랑했지요. 자신들이 이기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진짜 전쟁터를 이 사람들에게 줘 보자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7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은워예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떠난다는 것이 행복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연휴를 활용해 책을 다 읽어보았는데요, 남은 기간 동안 천천히 곱씹어 보고 싶습니다. 혹시 여기서 책 추천을 해도 괜찮은가요? 흑인 노예 부부의 목숨을 건 탈출을 그린 <주인 노예 남편 아내> 도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271624
아, 저도 이 책 인터넷 기사와 알라딘에서 봤어요. 미국적인 소재임에도 작가님이 한국인(사실 미국인이시지만)이라서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노예의 도망/이주 활동 중 가장 유명한 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죠. 제대로 된 본부나 활동지역도 없던 점조직으로 사실상 소규모의 백인/흑인들이 개별적으로 함께 협업해서 창고나 중간경유지를 통해 노예를 자유주로 도피시켜주던 분산조직입니다. 1830~1860년대 사이에 레일로드를 통해 탈출을 '시도'한 노예는 역사가들의 추산으로 적게는 3만명, 보통은 5만명, 최대치로 잡으면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당시 수백만 명에 이르던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인구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만이 탈출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이 모임의 예정도서 목록으로 넣어야겠네요. 이미 읽어본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옥타비아 E. 버틀러의 <킨>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미국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당대 '일반 가정에서의 노예제의 실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평가 받는데요. 여러분은 노예제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나요? 저는 대농장의 사탕수수나 목화밭에서 대규모로 노예를 부리는 부유한 백인 지주나 농장주를 머리에 그립니다. 하지만 당대 노예들은 이런 부호들만이 아니라, 근근이 먹고 사는 일반 백인 중하층 가정에도 재산으로 노예를 부리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해요. 물론 인간을 상품으로 매기던 시대이다 보니 체력이나 건강, 질병, 나이 등에 있어 일반 가정집의 노예는 지주들이 거느리던 노예에 비하면 상태가 열악했을 겁니다. <킨>은 우리가 영화나 매체를 통해 자주 보는, 인종의 대립만이 아닌 계급/계층의 대립까지 보여주는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궤를 달리 합니다. 백인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의 주류에서 조금 떨어진 집에서, 고립된 곳에서의 노예와 소유주의 관계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교감과 교류가 노예제와 인종차별이라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압력을 받는지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흑인, 그리고 여성. SF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가이자,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가로 손꼽히는 옥타비아 버틀러. <킨>은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성공작이다.
제 인생책이에요! 이번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로 나왔는데, 시즌1에서 안 끝나네요. ㅜ.ㅜ 저는 이러면 못 보는데 말입니다.
오, 영상물로도 제작되었나 보네요? 왜 19세 연령인가 순간 의아했는데 기억을 돌이켜보니 직접적인 묘사를 안했다 뿐이지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았죠.. 채찍질도 그렇고..
저도 이 책 관심책에 넣어 뒀어요~ 방 열리면 꼭 참석하고 싶어요.
자신이 죽고 모든 남자 후손들이 은워예의 발자국을 따라 조상들을 버리게 된다면? 오콩코는 이런 끔찍한 가능성, 마치 파멸과도 같은 이런 가능성에 등골이 오싹해 왔다. 자신과 선조들이 지난날의 재만이 남은 제단에 몰려들어 제사와 제물을 기다리는데도 자손들은 오지 않고 대신 백인의 신에게로 가 기도하는 모습도 그려 보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그러자 오콩코의 눈이 열리더니, 그는 세상사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불은 타오른 후 식어, 무기력한 재를 낳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오수는 신에게 바쳐진 사람, 달리 말하면 제쳐 놓은 존재로서, 영원한 금기이고, 그의 자손들은 또한 그랬다. 일반인과는 결혼할 수도 없었다. 이들은 사실 부랑자로, 대사당 가까이에 위치한 특정한 곳에 살았다. 어디를 가나 이들은 헝클어딘 더러운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채 금단의 천민이라는 모습을 하고 다녔다. 면도칼은 그들에게 금기였다. 오수는 일반인의 모임에 참가할 수 없었고, 일반인 또한 오수의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들은 부족의 네 개 칭호 가운데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죽음을 맞아도 악령의 숲의 다른 소수가 이들을 묻었다. 이런 이들이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두 부랑자는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고, 곧 새로운 신앙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그리고 음반타의 거의 모든 오수들이 이들의 뒤를 따랐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8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177-178p에 오콩코의 장남 은워예와 임산부 은네카가 기독교로 개종한 모습을 그리는데요. 어렸을 때 옆마을에서 데리고 와서 3년을 형제처럼 같이 보낸 이케메푸나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불신이 씨앗이 되어 자라나 개종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본인과 너무 다른 재질이기도 하고요. 은네카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자식을 계속 죽이는 사회의 도피처로 기독교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택한 이들은 다른 사회와 문화에서 '구원'을 바라지만, 그곳 또한 그들이 바라는 세상은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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