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D-29
모듬 회/모둠 회 이 중 어느 게 맞나? 모둠 회가 맞다. 사전에서 ‘모둠’을 검색하면 ‘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학생들을 작은 규모로 묶은 모임’이라 나온다. 마찬가지로 모둠 전이 맞다. 참치 뱃살과 도미, 광어, 전복, 개불 등이 놓인 모둠 회가 나오면 종업원이 직접 생와사비를 가져와 갈아 준다. 전이 남았다면 찌개에 넣어 맛을 내도 좋고, 생선전, 표고버섯전, 두부전 따위를 한데 모아 모둠 전골을 만들어도 궁합이 잘 맞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가희처럼 자신이 이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기질이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호응하는 것처럼 맞장구를 쳐도 나는 그것에 매우 고무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는 그냥 남들에게 하는 것처럼 겉치레를 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진짜 나와 기질이 같은 사람은 깊이 공감을 하지만 표현이 서툴러 그처럼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대가 표현을 안 했지 나를 더 많이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착각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지금은 돈이 없는 걸 창피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가난을 자랑으로 산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을 나름 남에게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작가 님이 이런 문체를 유지한다면 다음에 작가 님이 '인간 관계에 대한 책'을 낸다고 하셨는데 몹시 기다려 집니다.
<블랙먼데이>문체가 마음에 드신다니 감사합니다 ~ 다음 책은 수정하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보겠습니다. ㅎㅎ
이 책을 다 읽으면 이젠 정이현 작가의 '노 피플 존'을 읽을 겁니다. 책은 이미 샀습니다. 역시 중견 작가들의 책이 이젠 더 읽고 싶습니다. 뭔가 공감을 더 잘 하게 됩니다. 은희경, 윤성희, 편혜영 작가들처럼. 그리고 김영하 작가와 이승우 작가, 김훈 작가들처럼.
달디단/다디단 어느 게 맞을까? ‘다디단’이 맞다. 원래 기본형이 ‘다디달다’이다. 다른 것들도 알아보자. 쓰디쓰다 ‘-디’가 붙는 단어들은 모두 붙여 쓴다. 곱디곱다 차디차다 자디잘다 길디길다 예외 찌개가 왜 이리 다디다니? 약이 너무 쓰디쓰다. 우리 엄마는 딸들을 아주 곱디곱게 키우셨다. 그는 해방을 반년 앞두고 이국 감옥의 차디찬 독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나쁜데 구슬까지 자디잘아서 실에 꿸 때 무척 고생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긴 김밥을 말고 있는데, 그 길이가 길디길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늘상/늘 ‘늘상’은 표준어가 아니다. ‘늘’이나 ‘항상’으로 또는 비슷한 뜻인 ‘노상’으로 써야 한다. 그녀는 늘 웃는 얼굴이다. 그 식당에는 손님들이 항상(恒常) 북적댄다. 그 대학생은 노상 청바지만 입는다.
빈털털이/빈털터리 여기서 ‘빈털터리’가 맞다. 한글 맞춤법에 어원을 밝힐 수 없을 때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원칙이 있는데, 이 ‘빈털터리’가 그렇다. 이와 비슷한 예로 ‘악바리’도 있다. 그녀는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인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순임은 타국에서 혼자 어렵게 공부를 하다 보니 악바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도 내 어머니처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을 구분해 놓고 사는 부류다."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냥 일상에선 그들도 한 인생을 삶으로 그들과 교류하며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알고 보면 사는 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상에 행복이 숨어 있다고 본다.
꾸물꾸물/끄물끄물 이 중 어느 게 맞을까? ‘날씨가 활짝 개지 않고 몹시 흐려지는 모양’이란 뜻의 ‘끄물끄물’이 맞다. 하늘이 갑자기 끄물끄물 흐려지고 있다.
한끝/한끗 이 중 어느 게 맞을까? ‘근소한 차이나 간격이 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는 ‘한끗’이 맞다. ‘우리 팀이 한끗 차이로 이겼다.’처럼 쓸 수 있다. ‘아주 당당한 기세’를 뜻하는 단어도 ‘끝발’이 아니라 ‘끗발’이다. ‘첫 끗발이 개끗발’처럼 자주 쓰인다. 내가 너보다 한끗 위라는 걸 유념해라. 언니는 나를 꼬여서 끗발 좋은 남자한테 시집보내려고 요새 부쩍 서두르고 있어.
나는 다분히 한가지에만 올인하는 기질이라 젊었을 때는 IT에 미쳐 IT 자격증을 15개나 딴 적이 있다. 지금은 늙어 그게 책으로 돌아왔지만. 하여간 여자와 남자를 좀 나누자면 남자는 IT에서 뭔가 개척하는 것을 잘하고 여자는 그걸 활용을 잘하는 것 같다. 이런 차이가 분명 있는데 아니라고 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고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살면,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바뀌어야겠지만, 아예 그런 특성이 본능일 때는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현명한 처사 같다. 차별이 아니라 차이인 것이다. 솔직히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의 차이보단 남녀 사이에서 차이 나는 게 더 크고 분명 그건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헉! 대단하세요!!
농약 친 재배한 꽃이 아니라 들이나 시골에서 자연적으로 핀 할미꽃이나 나팔꽃, 박꽃, 도라지 꽃, 칡꽃, 살구꽃, 밤꽃이 좋다.
작가는 글로만 말해야 “눈알이 튀어나와 아침에 먹었던 음식물들과 함께 둥둥 떠다닐 것만 같다.”라는 표현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박해동 작가 님만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표현 같아요. 작가 님의 글을 읽으며 처음 보는 표현을 자꾸 대해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표절(剽竊)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좀 인기가 있게 되고 글은 잘나갈 때처럼 더는 안 써지고 초조해진 나머지 딴 것을 해서 영감 받을 일이 없어 그런 것 같습니다. 작가는 글 쓸 때 가장 아름답고 방송 등 다른 걸 하면 더는 그 작가의 책을 대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요. 작가(作家)라는 글자에 충실해 작가는 오로지 글로만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뭔가 직업을 소개할 때도 작가, 방송인, 유튜버처럼 타이틀이 주렁주렁 달리면 그 글도 좀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도 똑같이 대하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이 어느 날 자기 인기에만 힘입어 책을 내면 솔직히 돈 주고 사서 읽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속으로 “그 시간에 연기 연습이나 하지.” 하면서. 그냥 그냥 소설가 혹은 수필가라는 단 하나의 단출한 직업만으로 소개되면 그의 글을 더 아끼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쓰는 것에만 전념할 것이므로, 여기저기 에너지가 분산되는 일 없이. 그리고 글도 진짜 사랑할 것이므로. 사랑해야 좋은 글도 나온다고 봅니다. 글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니까요.
눈알이라는 표현을 보니 p.208을 읽고 계시네요. ㅎㅎ 다른쪽도 있어요. 안타깝게도 많은 소설가와 수필가들은 쓰는 일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다른 일도 병행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다른 일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지요. ㅜㅜ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는데 정작 생계를 위한 일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 일을 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고 일을 하면 피곤에 지쳐서 글을 쓸 시간이 없는, 딜레마에 빠진 작가분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온 게 기적입니다. 뭔가 어느 시간 동안 글을 써오고 있고(작가로 등록하고 5년 동안 평균 3권의 책을 냈다든가 하는) 등단 같은 것을 한 작가에겐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생활할 수 있게 기본 생활비(문화진흥비)가 나왔으면 합니다. 국가에서 인증한 작가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줘서 작가 노조도 결성해 권익을 높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뭔가 생활이 안정되어야 글도 쓸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노벨상도 계속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든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정작 글 쓰는 재주만 약간 있고 충분히 글을 안 써도 먹고사는 다른 직업(연예인, 정치인)을 가진 사람들이 글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글을 이용하지만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적어본 것입니다.
문화진흥비 좋네요. ㅎㅎ
내용과 관계 없는 글도 좋다 “담배를 피우며 계단에 앉아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획 바람이 일고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글과 별 관계도 없는 것을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작가 입장에선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쓰는 건 없다고 해도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한숨 돌리며 가볍게 읽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너무 글처럼 안 쓰고 진짜 일상을 표현하는 것 같은 것도 오히려 글을 더 좋게 만드는 요소 같다. 글이 더 현실 같고 현실이 더 글에서나 나올 것 같은 것도 많으니까. 현실에선 우연이 겹쳐도 괜찮지만, 글은 우연이 겹치면 개연성이 없다며 욕을 먹는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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