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D-29
문화진흥비 좋네요. ㅎㅎ
내용과 관계 없는 글도 좋다 “담배를 피우며 계단에 앉아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획 바람이 일고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글과 별 관계도 없는 것을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작가 입장에선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쓰는 건 없다고 해도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한숨 돌리며 가볍게 읽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너무 글처럼 안 쓰고 진짜 일상을 표현하는 것 같은 것도 오히려 글을 더 좋게 만드는 요소 같다. 글이 더 현실 같고 현실이 더 글에서나 나올 것 같은 것도 많으니까. 현실에선 우연이 겹쳐도 괜찮지만, 글은 우연이 겹치면 개연성이 없다며 욕을 먹는 것도 있으니까.
"오래간만에 나는 들떠 있다. 함께 볼만 한 영화를 고르는 일에 푹 빠져 있을 때 하얀 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핑계가 얼른 떠올라 주지 않아서 저녁만 먹기로 하고 나갔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게 '게이'지만 자기에게만 호감을 주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자기와 안 맞고 왠지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만나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그냥 아무나 만났는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자기에게 뭔가 힘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을 골라 만나는 것 같다.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고 만나야 서로에게 별 도움도 안 됐다고 늘 느끼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전보단 활력이 없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제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안 남은 것을 의식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글의 어려운 탄생 지금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한글은 세종대왕이 거의 혼자 만든 것 같다. 역시 위대한 왕이다. 발표(1446년)하기 전에 이미 조사, 연구, 시연(試演)을 여러 번 했고 기득권 학자들이 반대할 것이 뻔해 몰래 만들었고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반포(頒布)할 때만 알린 것이다. 한글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우선 방해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혜롭게 몰래 한 것과 세종에게 언어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애정이 있었고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신하와 상의하면서 하면 새 나갈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했고, 백성과 언어, 한글과 그것을 통해 임금의 뜻을 백성들이 쉽게 알도록 하는 것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었고 신하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일 수 있는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위대한 한글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위대한 한글이 어렵게 탄생했다고 본다. 한글 탄생의 삼박자 ● 반대를 피하기 위해 몰래 만들었다. ● 세종의 언어(음운)에 대한 지식과 한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리고 자기 뜻을 백성에게 쉽게 알려야 한다는 열정과 사명(使命)이 있었다. ● 반대를 능히 물리칠 수 있는 왕이라는 위치에 있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한글은 세상에, 한국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랑 사회에서 사랑이란 말은 그 폭이 너무 좁은 것 같다. 질투나 이런 것도 사랑의 형태인데,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좀 더 성숙해지라고 그걸 넘어서라고. 많은 걸 알 나이에 하는 절제된 사랑도 사랑이지만, 이것저것 안 따지도 돌진만 하는 사랑도 사랑 아닌가. 사랑이 뭔가. 그 폭이 상당히 좁고 인간으로서 그걸 실천하기가 실은 너무나 어려운 것 같다. 정(情)으로 맺어진 안정된 것도 사랑이며, 한순간 식을 거지만 불같이 확 이는 뜨거운 사랑도 실은 사랑일 것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증(愛憎)은 그렇다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사랑을 너무 품위 있고 고상하게만 보는 것 같다. 실은 사랑은 지저분한 면이 없지 않고 치졸하기만 한 것도 있는데, 아니 그래야 진짜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진달래꽃」에 나오는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처럼 너무나 사랑했기에 떠나는 그 님을 현실에서도 과연 꽃을 뿌리며 축복만 할 수 있을까. 마지막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에서 눈물을 속으로 삭이며 그를 죽어도 잊지 않겠다는 어떤 다짐과 한(恨)을 노래한 것 같아 오히려 섬뜩하다. 실은 너무 슬픈데 겉으로만 안 슬픈척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 같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냥 울고불고하는 게 더 나은 것, 현실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그래야 더 잘 잊는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사랑은 저열하고 치사하다. 그저 자꾸 생각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신경 쓰이면 단순히 이것도 사랑 아닌가.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되든 그냥 무관심하지 않나. 사랑은 상대에게 일어나는 모든 게 궁금한 것 아닌가. 사랑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변한 것 같아도 그 당시엔 진심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아직 그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고, 그는 그 지속이 다해 식은 것을 수도 있다. 사랑도 감정에 해당하는 것이고 감정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그 감정에 속해 싫증 나면 그저 덤덤한 것이다. 이제 그는 나와 연결이 안 되고 어디 가서 잘살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뭐든 변화가 진리니까. 그래서 인류는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그 사랑을 더 좀 묶어 두기 위해 일부일처제로 결혼제도를 만들었을 것 같다. 그냥 두면 그것으로 갈등이 생기고 치정(癡情)으로 치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면 인간 사회가 너무 불륜이 만연되어 질서와 체계를 파괴하고 혼란스러움만 가중하니까. 그걸 참지 못한 것이다. 또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니까. 사랑 ● 사랑도 감정이라 변한다. ● 자꾸 상대가 생각나면 그를 맘껏 사랑하라. 그게 진짜 사랑일 수 있다. ● 사랑을 시(詩)처럼 너무 고상하게 생각해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그냥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라.
발렛파킹/발레파킹 이 중 어느 게 맞나? ‘발레파킹’이 맞다. 음식점, 호텔에서 주차 요원이 대신 주차해 주는 일은 valet이 불어로 ‘발레파킹’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돼 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우리말 순화어는 ’대리 주차‘이다. 내 동생은 음식점에서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음식점은 올해 초부터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렌지/레인지 대형 할인마트 가전코너에 가 보면 ‘전자렌지, 가스렌지’라고 쓰여 있는 곳이 있는데, 영어 range는 [레인지]로 발음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가 제대로 된 표현이고 ‘~렌지’로 줄여 쓸 수 없다. 가스레인지는 정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해야 한다.
자랑스런/자랑스러운 어느 게 맞나? 줄이지 않은 ‘자랑스러운’이 맞다. ‘갑작스러운’, ‘사랑스러운’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몇 년 후에 그게 틀렸다는 걸 알고 정부에서 부랴부랴 ‘나는 자랑스러운’으로 고친 적이 있다.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자랑스런 ○○인’하고 단체나 학교에서 잘못 쓰는 데가 수두룩하다. 민석은 국가의 기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듯 마구 지껄여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녀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음주운전을 할 수 있겠는가?
작가 중에 잘 쓰는 용어가 있다. 작가 님은 '달싹이다'를 자주 쓰는 것 같다. 나는 '뭔가'라는 말을 잘 쓴다.
저는 같은 의미이면 다른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습관 때문에 실패할 때가 많아요~ 수정할 때 나는, 이라는 표현을 얼마나 많이 삭제했는지 몰라요.ㅎㅎ 제가 좋아해서 은연 중에 달싹인다, 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나봅니다.^^
아닙니다. 그 표현이 좋았다는 의미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여러번 써도 좋다니. 참고하겠습니다 ~
환경을 좀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전 여기가 좋아요." "그렇구나." 글이 너무 어려우면, 그리고 나와 안 맞는 글은 나는 꾸역꾸역 읽지 않고 그냥 거기부턴 안 읽는다. 그러나 맘에 들고 내게 와 닿고 쉬운 책(나와 맞는)은 아예 천천히 특정(눈에 띄는) 문구를 적어가면서 읽는다.
"나는 충분히 그들에게 내가 정상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상한 게 정상 아닌가 누구나 다 이상한 게 정상 아닌가. 나 외엔 다 이상한 것이다. 뭐든 자기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자기와 좀 다르면 이상한 것이고 남들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러는 건 맥락과 이유가 있는데 남은 다 느닷없이, 맥락 없이 그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쁜데 남들이 슬퍼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손이 불결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참을 수가 없다." 나도 손에 뭔가 묻은 것 같으면 아예 책을 펴보지 않는다. 책에 뭔가 묻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면대로 가서 항상 비누를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책을 손에 든다. 비누가 없으면 안 된다. 비누를 이용해 씻는다. 약간 결벽증적인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양성이 최고의 미덕 내가 요즘 빠져 읽는 책(블랙 먼데이) 중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게다가 세상에 무수한 열쇠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게이(Gay)로서 세상에 흔하지 않은 나지만 그러나 열쇠도 무수한데 나도 인간들 중에 무수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무수한 열쇠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떠랴? 나만 그들과 다르면 어떠랴? 자꾸 주변에서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니까 더 엇나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을 알아야 한다.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에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정상도 비정상도 어디 있나? 다 상대적이다. 어느 게 정상이고 어느 게 비정상이란 말인가. 나라(지역)와 시대별로 다 다르고, 정도(正道)도 변한다. 성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속히 제정(制定)해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다.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할 때 평화가 유지되는 것 같다. 너무 한곳으로만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안주할 곳이 없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도 그렇다.
"내가 열쇠를 닦고,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벽에 걸어 두고 자기 전까지 그것들을 바라보는 게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대개 부모는 자식이 그냥 편히 정상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어렵게 사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냥 남처럼 살기를 그저 바라는 것이다. 그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제도 테두리 내에게 남 위에 군림하며 살면 흐뭇해 한다. 그저 그냥 속물적인 바람이다.
사래들리다/사레들이다, 손사레/손사래 여기서 ‘사레들리다’와 ‘손사래’가 맞다. ‘사레들리다’는 한 단어라서 붙여 써야 한다. 갑자기 그의 목안으로부터 사레들린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경희는 다른 때에는 뻥긋뻥긋 잘 웃는데 사진만 찍으려 하면 잘 웃지도 않고 손사래를 친다.
내노라하다/내로라하다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내로라하다’가 발음하기 편해 ‘내노라하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내로라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이번 학회에 다 모였다.
"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먹은 것을 죄다 토해내고 싶지만 짐짓 웃으며 당신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 주인공은 입만 벌리면 거짓말인데 이것도 현실에선 하기 힘들 것 같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거짓으로만 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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