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나는 들떠 있다. 함께 볼만 한 영화를 고르는 일에 푹 빠져 있을 때 하얀 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핑계가 얼른 떠올라 주지 않아서 저녁만 먹기로 하고 나갔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게 '게이'지만 자기에게만 호감을 주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자기와 안 맞고 왠지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만나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그냥 아무나 만났는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자기에게 뭔가 힘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을 골라 만나는 것 같다.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고 만나야 서로에게 별 도움도 안 됐다고 늘 느끼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전보단 활력이 없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제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안 남은 것을 의식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블랙 먼데이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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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어려운 탄생
지금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한글은 세종대왕이 거의
혼자 만든 것 같다.
역시 위대한 왕이다.
발표(1446년)하기 전에 이미 조사, 연구,
시연(試演)을 여러 번 했고
기득권 학자들이 반대 할 것이 뻔해 몰래 만들었고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반포(頒布)할 때만 알린 것이다.
한글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우선
방해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혜롭게 몰래 한 것과
세종에게 언어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애정이 있었고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신하와 상의하면서 하면 새 나갈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했고, 백성과 언어, 한글과 그것을 통해
임금의 뜻을 백성들이 쉽게 알도록 하는 것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었고 신하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일 수 있는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위대한 한글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위대한 한글이 어렵게
탄생했다고 본다.
한글 탄생의 삼박자
● 반대를 피하기 위해 몰래 만들었다.
● 세종의 언어(음운)에 대한 지식과 한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리고 자기 뜻을 백성에게 쉽게 알려야 한다는 열정과 사명(使命)이 있었다.
● 반대를 능히 물리칠 수 있는 왕이라는 위치에 있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한글은
세상에, 한국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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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회에서 사랑이란 말은 그 폭이 너무 좁은 것 같다.
질투나 이런 것도 사랑의 형태인데,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좀 더 성숙해지라고 그걸 넘어서라고.
많은 걸 알 나이에 하는 절제된 사랑도 사랑이지만,
이것저것 안 따지도 돌진만 하는 사랑도 사랑 아닌가.
사랑이 뭔가. 그 폭이 상당히 좁고 인간으로서
그걸 실천하기가 실은 너무나 어려운 것 같다.
정(情)으로 맺어진 안정된 것도 사랑이며, 한순간
식을 거지만 불같이 확 이는 뜨거운 사랑도 실은
사랑일 것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증(愛憎)은 그렇다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사랑을 너무 품위 있고 고상하게만 보는 것 같다.
실은 사랑은 지저분한 면이 없지 않고
치졸하기만 한 것도 있는데, 아니
그래야 진짜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진달래꽃」에 나오는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처럼 너무나 사랑했기에
떠나는 그 님을 현실에서도 과연 꽃을 뿌리며
축복만 할 수 있을까.
마지막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에서 눈물을
속으로 삭이며 그를 죽어도 잊지 않겠다는 어떤 다짐과
한(恨)을 노래한 것 같아 오히려 섬뜩하다.
실은 너무 슬픈데 겉으로만 안 슬픈척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 같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냥 울고불고하는 게 더 나은 것, 현실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그래야 더 잘 잊는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사랑은 저열하고 치사하다.
그저 자꾸 생각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신경 쓰이면
단순히 이것도 사랑 아닌가.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되든 그냥 무관심하지 않나.
사랑은 상대에게 일어나는 모든 게 궁금한 것 아닌가.
사랑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변한 것 같아도
그 당시엔 진심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아직 그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고, 그는
그 지속이 다해 식은 것을 수도 있다.
사랑도 감정에 해당하는 것이고 감정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그 감정에 속해 싫증 나면
그저 덤덤한 것이다.
이제 그는 나와 연결이 안 되고 어디 가서
잘살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뭐든 변화가 진리니까.
그래서 인류는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그 사랑을
더 좀 묶어 두기 위해 일부일처제로
결혼제도를 만들었을 것 같다.
그냥 두면 그것으로 갈등이 생기고 치정(癡情)으로
치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면 인간 사회가 너무 불륜이 만연되어 질서와 체계를
파괴하고 혼란스러움만 가중하니까.
그걸 참지 못한 것이다.
또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니까.
사랑
● 사랑도 감정이라 변한다.
● 자꾸 상대가 생각나면 그를 맘껏 사랑하라. 그게 진짜 사랑일 수 있다.
● 사랑을 시(詩)처럼 너무 고상하게 생각해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그냥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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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렛파킹/발레파킹
이 중 어느 게 맞나? ‘발레파킹’이 맞다.
음식점, 호텔에서 주차 요원이 대신 주차해 주는 일은
valet이 불어로 ‘발레파킹’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돼 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우리말 순화어는 ’대리 주차‘이다.
내 동생은 음식점에서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음식점은 올해 초부터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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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지/레인지
대형 할인마트 가전코너에 가 보면 ‘전자렌지, 가스렌지’라고
쓰여 있는 곳이 있는데, 영어 range는 [레인지]로
발음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가 제대로
된 표현이고 ‘~렌지’로 줄여 쓸 수 없다.
가스레인지는 정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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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자랑스러운
어느 게 맞나? 줄이지 않은 ‘자랑스러운’이 맞다.
‘갑작스러운’, ‘사랑스러운’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몇 년 후에 그게 틀렸다는 걸 알고 정부에서 부랴부랴
‘나는 자랑스러운’으로 고친 적이 있다.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자랑스런 ○○인’하고
단체나 학교에서 잘못 쓰는 데가 수두룩하다.
민석은 국가의 기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듯
마구 지껄여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녀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음주운전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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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중에 잘 쓰는 용어가 있다. 작가 님은 '달싹이다'를 자주 쓰는 것 같다. 나는 '뭔가'라는 말을 잘 쓴다.

박해동
저는 같은 의미이면 다른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습관 때문에 실패할 때가 많아요~
수정할 때 나는, 이라는 표현을 얼마나 많이 삭제했는지 몰라요.ㅎㅎ
제가 좋아해서 은연 중에 달싹인다, 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나봅니다.^^
Bookmania
아닙니다. 그 표현이 좋았다는 의미입니다.

박해동
ㅎㅎ
감사합니다. 여러번 써도 좋다니.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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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좀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전 여기가 좋아요."
"그렇구나."
글이 너무 어려우면, 그리고 나와 안 맞는 글은 나는 꾸역꾸역 읽지 않고 그냥 거기부턴 안 읽는다. 그러나 맘에 들고 내게 와 닿고 쉬운 책(나와 맞는)은 아예 천천히 특정(눈에 띄는) 문구를 적어가면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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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분히 그들에게 내가 정상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상한 게 정상 아닌가
누구나 다 이상한 게 정상 아닌가.
나 외엔 다 이상한 것이다.
뭐든 자기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자기와 좀 다르면 이상한 것이고 남들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러는 건 맥락과 이유가 있는데 남은
다 느닷없이, 맥락 없이 그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쁜데 남들이 슬퍼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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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불결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참을 수가 없다." 나도 손에 뭔가 묻은 것 같으면 아예 책을 펴보지 않는다. 책에 뭔가 묻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면대로 가서 항상 비누를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책을 손에 든다. 비누가 없으면 안 된다. 비누를 이용해 씻는다. 약간 결벽증적인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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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최고의 미덕
내가 요즘 빠져 읽는 책(블랙 먼데이) 중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게다가 세상에 무수한 열쇠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게이(Gay)로서 세상에 흔하지 않은 나지만 그러나
열쇠도 무수한데 나도 인간들 중에 무수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무수한 열쇠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떠랴?
나만 그들과 다르면 어떠랴?
자꾸 주변에서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니까
더 엇나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을 알아야 한다.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에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정상도 비정상도 어디 있나? 다 상대적이다.
어느 게 정상이고 어느 게 비정상이란 말인가.
나라(지역)와 시대별로 다 다르고,
정도(正道)도 변한다.
성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속히 제정(制定)해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다.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할 때 평화가 유지되는 것 같다.
너무 한곳으로만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안주할 곳이 없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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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쇠를 닦고,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벽에 걸어 두고 자기 전까지 그것들을 바라보는 게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대개 부모는 자식이 그냥 편히 정상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어렵게 사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냥 남처럼 살기를 그저 바라는 것이다. 그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제도 테두리 내에게 남 위에 군림하며 살면 흐뭇해 한다. 그저 그냥 속물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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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들리다/사레들이다, 손사레/손 사래
여기서 ‘사레들리다’와 ‘손사래’가 맞다.
‘사레들리다’는 한 단어라서 붙여 써야 한다.
갑자기 그의 목안으로부터 사레들린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경희는 다른 때에는 뻥긋뻥긋 잘 웃는데 사진만
찍으려 하면 잘 웃지도 않고 손사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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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노라하다/내로라하다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내로라하다’가 발음하기 편해 ‘내노라하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내로라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이번 학회에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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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먹은 것을 죄다 토해내고 싶지만 짐짓 웃으며 당신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 주인공은 입만 벌리면 거짓말인데 이것도 현실에선 하기 힘들 것 같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거짓으로만 살 수 있나.

박해동
제 생각에도 연수같은 인물은 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마도 소설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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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현관 벨을 누르는 동안 또 다른 한 명은 누군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게 묘사를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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