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생물이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생육하는 성질로, 공기 중의 산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혐기성’은 널리 자리 잡은 용어지만, 공기(산소)가 없다는 ‘anaerobic’의 일본식 한자 번역으로 용어 자체의 과학적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대부분의 혐기성 생명체는 산소가 있으면 산소 호흡을 수행할 수 있으며, 추가로 무산소 호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산소 비요구성’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6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이라는 책에서는 주석을 달아 ‘혐기성‘이라는 용어에 대해 일본식 한자 번역의 문제점을 언급해주고 있어요.
진핵생물eukaryote을 말씀하시니 원핵생물prokayote이 떠올랐어요.
공교롭게도, 낮은 산소 농도를 극복하게 만든 광합성 작용을 일으킨 것 역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바로 그 시아노박테리아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거의 30억 년이 걸렸지만, 시아노박테리아가 조금씩 뿜어낸 산소는 지각의 모든 암석이 흡수할 수 있는 양을 능가했고 결국 대기와 대양에 풍부한 기체가 되었다. 그러자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혐기성 세균이 대부분 죽는 '산소 대학살'이 일어났다. 마침내 산소 농도는 지렁이나 삼엽충처럼 산소호흡을 하는 다세포동물이 진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사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대부분은 나무가 아니라, 바닷속에서 급격히 발생한 광합성 조류와 세균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다음에 바닷가의 바위를 덮은 미끌미끌한 조류의 더껑이를 보면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 더껑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숨을 쉴 수도, 이곳에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 우주, 지구, 생명의 퍼즐로 엮은 지질학 입문 pp.183~184,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시아노박테리아가 없었다면, “바닷가의 바위를 덮은 미끌미끌한 조류의 더껑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숨을 쉴 수도, 이곳에 있을 수도 없었다! 이 대목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 존재는 영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가 막힌 우연이 겹친 결과라고 하더니, 정말이지 오묘하고 감사한 일이네요.
제가 한글이 확실히 딸린다는 걸 느끼네요. '더껑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더께는 들어본 것 같은데.. 사전을 찾아보니,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겨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이라고 하네요. 갈비찜 끟이다 식혀놓으면 그 액체의 표면에 굳어서 엉겨진 기름 층같은 걸까요? 어감이 찰떡같이 딱 맞는 느낌입니다.
‘더껑이’라는 단어는 자주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서 저도 낯설어요! 근데 자꾸 발음해보니 은근 귀엽기도 하고 사투리처럼 입에 붙는 맛이 있네요.
죽이나 풀을 쑤어서 한참 동안 가만히 놓아두면 표면에 엷은 막이 생긴다. 이처럼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기어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을 ‘더껑이’라 한다. 오래된 찌든 때를 가리키는 ‘더께’와 구별해서 써야 한다. 이렇게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 있네요. ^^ 저도 이번 기회에 이 단어에 대해서 좀 더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醐는 '우락더껑이 호'라는 한자도 재미있네요. '우락의 더껑이'를 뜻하는데 여기서 우락(牛酪)은 버터의 한자어 표현이라고 합니다.
어머나.. 버터를 그렇게 표현하니 너무 재미있네요.. 정말 한자도 한글도 무궁무진하네요..
오, 타락죽의 락 자도 이 락인가 보네요.
駝酪粥 타락죽 물에 불린 쌀을 맷돌에 무리처럼 갈아서 체에 밭아 절반쯤(折半-) 끓이다가 우유(牛乳)를 넣고 다시 끓여 설탕을 탄 죽(粥). 駝酪餠 타락병 우유(牛乳)와 꿀과 밀가루를 한데 반죽하여 동글납작하게 반대기를 지어 만든 다음 꽃무늬의 인(印)을 찍고 화로(火爐) 위에 얹어 익힌 떡. 羊駝酪 양타락 양(羊)의 젖을 끓여서 만든 죽처럼 걸쭉한 음식(飮食). 타락과 관련된 다양한 음식이 있네요. ㅎ 저는 타락죽은 못 먹어봤어요.
駝酪의 뜻이 소의 젖이라고 나오지만.. 駝는 낙타 타.. 자 네요. 원나라 쪽 음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골디락스 행성 지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기 곰의 죽처럼 완벽에 가깝게 진화해 왔습니다. 현대 인류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지구는 태양에서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공전하고 있습니다. 흔히 골디락스 존이라고 알려진 영역이죠. 물이 주로 액체 상태이고 기후가 대체로 온화해서 생명체가 생겨나고 살아가는 데 알맞은 환경입니다. ..... 초기 지구의 기후는 오늘날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기는 산소가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에 약간의 질소와 물이 섞여 있었습니다. 대기압도 오늘날보다 100배나 높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지구는 금성(태양에 3,800킬로미터 더 가까운 궤도를 도는 우리의 쌍둥이 행성)과 환경이 매우 비슷했습니다. 두 행성 모두 탄소에 찌든 대기의 강력한 온실효과로 타는 듯이 더웠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두 행성의 환경은 극도로 달라졌습니다. 태양과 더 가까운 금성은 표면 온도가 높아져 물이 끓어올랐지만 골디락스 존에 있는 지구는 물이 바다 형태로 남았습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을 흡수하여 온실효과를 억제하고 표면 온도를 낮췄습니다. 금성은 납도 녹일 만큼 뜨거운 불지옥이 되었지만 지구는 점점 더 생명체가 싹트기 좋은 환경이 되었고, 결국 우리도 생겨났죠. 지구 역사 초기에 생명체가 출현했다는 것은 골디락스 존 한복판에 있는 지구의 위치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보여 주는 증거입니다. .... *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를 비유하는 표현.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했다.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pp.36~38, 빌 맥과이어 지음, 이민희 옮김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더 경험하게 될지, 일상화된 기상이변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황이 더 나빠지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빌 맥과이어는 최신 자료들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문제를 풀 마지막 열쇠가 아직은 우리 손에 있다고 한다.
@ifrain 님께서 이렇게 꼬꼬무로 자료를 올려주시는 거 너무 재밌어요! 산소호흡 > 진핵생물 > 원핵생물 > 시아노박테리아 > 더껑이 > 우락 > 타락죽 > 골디락스 존으로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이 기가 막힙니다 ㅎㅎ 이 방에서만 가능한 대화 같아서 좋습니다.
재미있다고 하시니 저도 감사드립니다. ^^ 함께 걸으면서 꽃도 보고 풀도 보고 곤충도 발견하는 것 같아요. :)
이렇게 축복받은 골디락스 존에 사는 지구인들이 그 복을 걷어차고 자진해서 불지옥행을 택하진 말아야 할 텐데요.
"불" 지옥이라는 말은 역시 뜨거움을 연상시키네요. 냉지옥이나 얼음지옥 이라는 말은 없으니까요. 지구온난화로 있해 폭염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더욱 와닿는 단어로군요.
예전에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타락죽 만드는 걸 봤어요. 크림처럼 하얀 우유죽에 잣이 살짝 올라앉아 있어서 보기에도 예쁘고 먹음직스럽더라고요.
@ifrain 이걸 시아노박테리아 이전 지구를 덮었던 화학합성세균 입장에서는 산소대학살사건이라고 명명하기도 하나봅니다. 당시에 산소는 죽음의 기체였던 셈이고, 빛이라는 거의 무한한 자원을 이용해 광합성이란 효율적인 전략을 택한 시아노박테리아는 순식간에 지구를 덮을 정도로 퍼졌던 거고 기존 혐기성(사실 혐기성이라기보다는 산소를 감당하지 못하는)세균들의 대멸종이 있었던 거라고요. 일부 생명이 독성물질인 산소를 역으로 이용한 대사방식을 통해 높은 에너지효율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죠. 사실 산소는 과산화수소같은 강력한 살균력을 가져서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파괴적이기도 하다고... 이 책 4장에서 다뤄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관련해서 15쪽에 "바다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이 비틀스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뒤로 약 3퍼센트 감소했다고 측정결과들은 말한다"라는 구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이런 변화는 생태계를 흔들고, 먹이사슬이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신호란 우려를 낳습니다. 해양 생태계 뿐 아니라, 대규모 단일경작으로 인한 곤충 멸종 위기(가장 빠르게 멸종되고 있고-100년 안에 전멸된다는 연구도 있음-, 수분 문제 때문에 엄청 큰 인류 생존 위협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또한 어쩌면 탄소 보다 먼저 인류 절멸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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