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노래를 들어보기만 했지 어떤 가사인지는 처음 알았네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이름을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먼저 접하고, 그 다음에 노래 제목으로 접하고, 그림 제목인 줄은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그러고 또 한참 지나서 가수 윤하 님도 별밤지기를 맡은 적이 있더라고요. 우주에서 티끌만도 못한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고흐는 점 바깥으로 보이는 다른 점들을 그리면서 제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했을까요? 며칠 동안 수면 리듬이 깨지는 바람에 새벽에 이런저런 생각이 두런두런하네요 ㅎㅎ
지구를 '푸른 점'이라고 하니.. 그 점 안에 사는 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주적인 공간에서 생각하면 아주 작은 점이지만 그 안에 있는 우리들에게 지구는 엄청 거대한 공간이잖아요. 그 푸른 점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도 많고요. 그런데.. 또 우리 몸에도 점을 콕 찍는다면.. 그 작은 지점 안에 많은 미생물들, 세포들이 모여 있을 테니.. '점'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입자의 세계부터,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우주까지, 생각하다 보니 공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해요. 현미경이나 망원경의 배율을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정해도 그 배율마다 그 차원의 세상이 존재하는 걸까요? 입자 차원의 세상, 원자 차원의 세상, 분자 차원의 세상, 세포 차원의 세상, 곤충 차원의 세상, 인간 차원의 세상, 태양계 차원의 세상, 은하 차원의 세상, 은하단 차원의 세상… 그런 식으로요? 아니면 끝없이 넓은 우주에 온갖 자그마한 점이 수없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으려나요? 왠지 황홀해요. 과학책 한 구절에서 LSD 없이도 이렇게 황홀할 수가 있다니, 더 황홀해요.
끝없이 넓은 우주에 온갖 "크고 작은" 점이 수없이 존재한다.. ㅎㅎ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점의 크기가 너무나 다양하여.. 아주 작은 점으로 계속해서 더 들어가면.. 아주 큰 점으로 다시 나오는 건 아닐까? 종종 그런 상상을 해봐요.
작은 점으로 들어가서 어마어마하게 큰 점의 어느 구석에서 다시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다시 조금씩 더 작은 곳으로 찾아가고 무한 반복하는 그런 상상이요. ㅎㅎ 돌고 도는..
점으로 들어가서 점으로 나온다는 것만 놓고 보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웜홀 같은 느낌도 드네요. 한편으로 크기며 모양이 천차만별인 무수한 점을 끊임없이 드나드는 건, 우주판 다람쥐 쳇바퀴 같기도 하고요. ㅎㅎ
‘우주판 다람쥐 쳇바퀴’ 너무 귀여워요 ㅎㅎ .. 그렇게 무수히 많은 점을 드나들 때 우리의 물리적인 실체도 바뀌겠죠.. ?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모든 것이 원자의 일이라는 말에 허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이 모든 일은 사실 원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 원자를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p.49, 김상욱 지음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이 글을 보니 마침 옆방에서 같이 읽고 있는 책의 한 대목이 연상됩니다.
저는 분명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후세계는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심리학과 뇌를 공부했고, 우리 몸이 어떻게 생각하고 감각을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알기 때문에 육신이 죽으면 이 모든 활동은 끝난다고 알고 있거든요. 다만, 물리학적인 사후세계는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은 다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도 에너지입니다. 화장하면 우리 몸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가 세상을 떠났어도 바람이나 온기의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트랜센던스〉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니 뎁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인데 주인공은 방사능 피폭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뇌를 컴퓨터에 이식해서 데이터로 남게 돼요. 그 영화를 보고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이 그런 게 아닐까 하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17쪽, 박산호 지음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우리 모두가 직면할 상실과 이별을 사유하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인터뷰집이다. 번역가, 소설가,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제18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박산호가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우주는 원자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다양한 형태로 덩어리를 이루고 또 다시 해체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런 원자들 대부분은 생명체를 이루지 못한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인간의 몸을 형성하지 못해 사랑을 나누거나 석양을 감상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선택받은 극소수의 행운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422쪽,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하버드대 마이클 샌델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인 셸리 케이건(Shelly Kagan)의 대표작으로,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로 손꼽히는 그의 ‘죽음(Death)’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과학이 죽음에 관해 이렇게 큰 위로를 줄 줄은 몰랐습니다. 같은 내용의 노래도 있죠. 원래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되던 시라고 해요. 과학을 몰라도 이런 깨달음이 있었던 거네요. @진달팽이 님 말씀대로 유전자가 기억하는 걸까요. 내 영혼 바람 되어 - 양준모 https://youtu.be/Oa0cpu5N5a0?si=9WGtTLJbBwSE2IZR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https://youtu.be/RDtvoUZ4kD0?feature=shared ‘바람의 빛깔’ 이라는 노래인데요. 연준군의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사람들만이 생각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 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건지 아나요 그 한적 깊은 산속 숲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될지 나무를 베면 알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해도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 한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https://youtu.be/xyoco3hG_5k Quena 와 Panflute 소리도 참 듣기 좋네요. 주변 경관과 함께.. ^^ Quena는 한국의 단소와 비슷하게 생긴.. 안데스 지역의 전통 민속 악기라고 해요.
이 방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눈호강, 귀호강을 잔뜩 하고 있습니다. 제주소년 연준군의 청아한 목소리, 안데스 악기의 호젓하고 애달픈 소리가 참 아름답네요. 노랫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Israel Kamakawiwo‘ole https://youtu.be/Val_O4i1LKw?si=3h8Y-HHlRtAAo7Qe 안데스의 바람의 빛깔을 듣다보니 하와이의 우쿨렐레 소리도 듣고 싶어졌어요.
저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hwRNWQ2FwvQ Cucurrucucú Paloma Dicen que por las noches 사람들이 말했죠, 밤마다 No más se le iba en puro llorar 그는 그저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고 Dicen que no comía 먹지도 않고 No más se le iba en puro tomar 술에만 빠져 지냈다고 Juran que el mismo cielo 하늘조차 그의 울음을 듣고 Se estremecía al oír su llanto 떨었을 거라 맹세해요 Cómo sufria por ella 그녀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Que hasta en su muerte la fue llamando: 죽는 순간까지 그녀의 이름을 불렀어요 Ay, ay, ay, ay, ay cantaba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노래하고 Ay, ay, ay, ay, ay gemía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신음했어요 Ay, ay, ay, ay, ay cantaba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노래하고 De pasión mortal moría 뜨거운 사랑에 그는 죽어갔어요 Que una paloma triste 슬픈 비둘기 한 마리가 Muy de mañana le va a cantar 이른 아침이면 찾아와 노래해요 A la casita sola 홀로 남겨진 그 집에 Con sus puertitas de par en par 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 그곳으로 Juran que esa paloma 그 비둘기는 분명 다름 아닌 No es otra cosa más que su alma 그의 영혼일 거예요 Que todavía espera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 A que regrese la desdichada 가엾은 여인이 돌아오기를 Cucurrucucú paloma, cucurrucucú no llores 꾸꾸루꾸꾸 비둘기야, 꾸꾸루꾸꾸 울지 마 Las piedras jamás, paloma 비둘기야, 돌덩이들이 Qué van a saber de amores? 사랑에 대해 무얼 알겠니? Cucurrucucú, cucurrucucú 꾸꾸루꾸꾸, 꾸꾸루꾸꾸 Cucurrucucú, cucurrucucú 꾸꾸루꾸꾸, 꾸꾸루꾸꾸 Cucurrucucú, paloma, ya no le llores 꾸꾸루꾸꾸, 비둘기야, 이제 그녀를 위해 울지 마
오, 이 곡은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듣고 좋아라 했던 음악이에요. 영화 <그녀에게>의 장면이죠..? (이 영화도 보고 싶어요.) 노래가 간질간질 뭔가 아주 오묘하다고만 생각하고 전체 가사의 내용은 몰랐었는데, 비둘기가 구슬피 운 것이 그래서 그랬던 거였군요…. https://youtu.be/GAsMxdlIZu0?si=DKURFsXqr6vuQqCm 이것도 세음에서 자주 틀어주던 곡인데, 역시 좋더라고요.
그녀에게간호사 베니뇨는 발레 학원에서 춤추고 있는 알리샤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랑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알리샤가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자, 베니뇨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녀 곁을 지킨다. 여행지 기자 마르코는 투우사 리디아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사랑의 상처를 지닌 마르코와 리디아는 서로에게 빠져들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리디아가 투우 경기 도중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만난 두 남자, 베니뇨와 마르코는 코마 상태에 빠진 그녀들을 보살피며 친구가 된다. 알리샤와 소통한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베니뇨와 달리 마르코는 이제 리디아의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결국 리디아를 떠난 마르코는 그녀의 사망 소식과 함께 베니뇨가 감옥에 수감된 소식을 전해 듣는데...
영화가 워낙 유명한데 저도 진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 같지는 않고.. 영화 소개를 보았는지 쓱 지나가면서 훑어보았던지 그랬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ost를 먼저 접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경우도 많아요. ㅎㅎ
"꾸꾸루꾸꾸.. "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음과 함께.. 절묘하게 노래 전체 내용을 전달하는 느낌이랄까요..
밥 딜런의 노래는 하루키 소설에 자주 나온다. 등단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밥 딜런이 1963년에 발표한 노래 'Blowin' in the Wind'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바람만이 대답을 알기에(Blowin' in the Wind), 바람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주인공 '나'가 듣는 마지막 노래는 밥 딜런이 역시 1963년에 발표한 '세찬 비가 오려 하네(A Hard Rain's A-Gonna Fall)'이다. Oh, where have you been, my blue-eyed son 오! 어디에 있었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And where have you been, my darling young one 어디에 가 있었니, 사랑하는 얘야. (중략)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it's a hard, and it's a hard 그리고 세찬, 세찬, 세찬 그리고 세찬, It's a hard rain's a-gonna fall 세찬 비가 오려 하네. .... 노래는 엄마가 아들에게 "어디에 있었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라고 물으면서 시작한다. 밥 딜런은 핵전쟁의 위기를 느끼며 불안한 세계를 가사로 썼다고 한다. ... 1963년 이른바 '쿠바 사태'가 있고 얼마 후, 라디오에 출연한 밥 딜런은 'hard rain' 이 핵미사일의 집중 투하와 같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밥 딜런은 그냥 거친 비를 상징한다고 답했지만, 이 세찬 비를 평론가들은 핵전쟁의 위협으로 해석한다.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 지구 온난화로 세계의 종말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비극적 풍경도 떠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 - 역사적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단독자 1949~1992 pp.237~240, 김응교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 - 역사적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단독자 1949~19922020년에 발간된 《고양이를 버리다》를 통해 새롭게 보게 된 작가 하루키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30세에 펴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1992년 출간된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까지 초기 여덟 작품을 세밀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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