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돌을 "지구의 역사서"라고 표현하고 그랜드캐니언이나 산봉우리들을 보며 "자연의 도서관"이라고 말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태초에…… 음…… 알아볼 수 없을 만치 작으면서 상상할 수도 없을 만치 밀도가 높은 점, 얼룩, 티끌이 하나 있었다. 텅 빈, 아주 드넓은 우주의 어느 한곳에 물질이 빽빽하게 모여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 점 자체가 우주였다. 어떻게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열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계절이 멀어지고 또다시 돌아오는 시간 중 대부분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이 '뭐라도' 되었을 무렵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소모되었다. 그렇게 무척 쓸모없었고 대단히 중요했던 열 계절을 기꺼이 맞이한 끝에 이렇게 이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p.271, 심채경 지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로, 천문학자의 눈으로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를 바라본다.
마침표.. 라는 점을 우주가 시작되는 도약점에 비유했어요. 점이라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도 가장 먼저 출발이 되는 곳이죠.. 새하얀 화면 위에 점을 찍는 순간 그리는 사람의 숨결이 들어가는 것인데요. 점이 선으로 연결되고.. 선이 면이 되고요..
책을 여는 문장이 참 좋습니다. 인상적인 도입부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 같아요.
여러번 읽어야 숙지가 되는 책이네요. 왠지 성경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아원자 이름을 처음 들어봐요(문과^^) 쿼크, 렙톤, 글루온.. 천천히 여러번 읽어 볼게요.
맞아요.. 저도 여러 번 읽게 되더라구요. 분명 과학책인데 .. 읽으면 읽을수록 함축적인 내용이 읽혀지는 것 같고요.
지금 Zircon crystal에 대해서 읽고 있는데 뭔가 많이 친숙한 단어라고 생각했더니 Jack Hills! 예전에 벽돌책 모임에서 읽었던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에서 나왔던 곳이네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돌이 있다는.. 이렇게 또 책들이 연결되네요.
호라이즌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역작 『호라이즌』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배리 로페즈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가 선보인 글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장소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지식을 다시 회고하고 그 책을 다시 꺼내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참 좋네요. 내 안의 것들이 단단하게 다져지는 느낌이에요. 조금씩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경험들을 나누는 것도 풍성한 만찬을 즐기는 것 같아요. :)
가장 오래 된 물질은 한 줌의 지르콘 모래알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잭힐스에서 발견된 꽤 젊은 사암 속에 들어 있었다. 이 특별한 모래알은 우라늄-납 연대측정법으로 개개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어서 알갱이마다 연대가 다르다. 가장 오래된 알갱이는 연대가 44억 400만 년인데, 이는 퀘벡에서 나온 43억 년 된 암석보다 최소 1억 년 이상 더 오래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운석이나 월석은 제외된다)의 기록은 약 44억 년이다. 이 모래알의 연대는 월석과 운석의 연대와 좀더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2억 년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는 공룡시대가 시작될 무렵(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과 엇비슷하므로, 무시할 수 있는 사소한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이 작은 지르콘 모래 알갱이들에는 연대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과학자들이 알갱이 속에 갇힌 작은 기체 방울들을 분석하자, 40억 년보다 더 오래된 초기 대기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그 방울들 속에 든 산소 동위원소는 지구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무려 44억 년 전부터 있었음을 암시했다!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 우주, 지구, 생명의 퍼즐로 엮은 지질학 입문 p.168,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호박이 몇백만 년 전 생물을 그대로 품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작으면서 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광물도 있었군요. 지르콘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나무위키에 보니 1mm를 넘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작은가 봐요. 이 작은 알갱이가 40억 년 역사를 품고 있다니. 상업적으로도 쓰는 모양인데, 그보다 연구용으로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지르콘이 들어있는 일별 탄생석도 열몇 가지 나오는데, 대체로 고통이나 슬픔에 관한 의미를 부여했네요. 탄생석에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십 억 년 세월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수많은 변화를 가만히 지켜본다면 어떤 아련한 고통이나 슬픔 같은 걸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수십 억 년 동안 지구를 지켜본 지르콘의 아련한 슬픔과 고통이라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숙연해지는 말씀입니다. @진달팽이 님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https://youtu.be/2zfltKMaocQ?si=fKYA5AN9lyMp7W5l 달에서의 9년 - 스위트피 아주 먼 옛날 이 땅 위에 살고 있었던 공룡들이 6천 5백만 년 전 갑자기 모두 다 사라지고 쌓여만 가는 바벨탑과 시간들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지켜낼 수 있을지 당신이 대기로 숨쉬고 있는 곳을 알 수는 없는지 언제 다시 나도 갈 수 있는지 이젠 또 다시 지나간 일들의 반복들 여기 나 홀로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곤 그저 조용히 누워 지구로 향하는 유성들을 바라볼 뿐 내게 시간은 더디 오고 지켜낼 수 있을지 당신이 대기로 숨쉬고 있는 곳을 알 수는 없는지 언제 다시 나도 갈 수 있는지
저희 책이랑 찰떡인 곡이네요. 지르콘은 공룡의 탄생과 멸종도 지켜보고, 지금 인류의 모습도 지켜보고 있겠죠? 노래의 후렴과 책의 프롤로그가 겹치는 듯도 해요. 지금 세계가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답하면,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범인은 바로 우리다. (중략) 아마 가장 우울한 소식은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이 변화에 무관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중략) 1968년 세네갈 산림 감시원 바바 디움Baba Dioum은 기억에 남을 답을 내놓았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할 것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자신이 배운 것만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 p.18
지르콘은 눈이 없으니.. 지르콘이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공명한다는 것일까요? 가만히 수많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울림을 느끼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 그렇다면 지구가 처음에는 뜨거운 용융 상태였다가 지르콘이 형성될 정도로 식기까지 2억 년이 걸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만약 더 오래된 지르콘이 발견된다면 그 기간은 2억 년보다 더 땡겨질 수도 있겠네요! 물 또한 초기 태양계의 부스러기 중 하나였던 지구가 처음부터 속에 품고 있던 것이라니…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신기합니다.
바바 디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림을 그릴 때 적용해보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보는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한 만큼 표현할 수 있거든요.. 본다는 것은 휙 지나치며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관찰하는 것을 말하고요. 관찰한다는 것은 시간이 걸려요. 다양한 면면을 세심하게 보아야 하기 때문이죠.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실력이 늘기도 하는데 그건 관찰력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보면 그리는 것도 그리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는 행위 같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위의 댓글을 쓰면서 이 시가 떠올랐어요.
지표면의 물이 지형학적으로 낮은 곳에 고이는 이유는 바다밑에 대부분(상대적으로) 가라앉은 현무암 지각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3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 부분은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의 밀도가 현무암 지각보다 더 낮은데.. 물이 낮은 곳에 고이는 이유를 현무암 지각 때문이라고 할 필요가 없죠.
Indeed, it is because water at the Earth's surface accumulates in topographic lows that basaltic crust lies mainly beneath the sea.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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