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수십 억 년 동안 지구를 지켜본 지르콘의 아련한 슬픔과 고통이라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숙연해지는 말씀입니다. @진달팽이 님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https://youtu.be/2zfltKMaocQ?si=fKYA5AN9lyMp7W5l 달에서의 9년 - 스위트피 아주 먼 옛날 이 땅 위에 살고 있었던 공룡들이 6천 5백만 년 전 갑자기 모두 다 사라지고 쌓여만 가는 바벨탑과 시간들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지켜낼 수 있을지 당신이 대기로 숨쉬고 있는 곳을 알 수는 없는지 언제 다시 나도 갈 수 있는지 이젠 또 다시 지나간 일들의 반복들 여기 나 홀로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곤 그저 조용히 누워 지구로 향하는 유성들을 바라볼 뿐 내게 시간은 더디 오고 지켜낼 수 있을지 당신이 대기로 숨쉬고 있는 곳을 알 수는 없는지 언제 다시 나도 갈 수 있는지
저희 책이랑 찰떡인 곡이네요. 지르콘은 공룡의 탄생과 멸종도 지켜보고, 지금 인류의 모습도 지켜보고 있겠죠? 노래의 후렴과 책의 프롤로그가 겹치는 듯도 해요. 지금 세계가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답하면,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범인은 바로 우리다. (중략) 아마 가장 우울한 소식은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이 변화에 무관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중략) 1968년 세네갈 산림 감시원 바바 디움Baba Dioum은 기억에 남을 답을 내놓았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할 것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자신이 배운 것만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 p.18
지르콘은 눈이 없으니.. 지르콘이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공명한다는 것일까요? 가만히 수많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울림을 느끼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 그렇다면 지구가 처음에는 뜨거운 용융 상태였다가 지르콘이 형성될 정도로 식기까지 2억 년이 걸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만약 더 오래된 지르콘이 발견된다면 그 기간은 2억 년보다 더 땡겨질 수도 있겠네요! 물 또한 초기 태양계의 부스러기 중 하나였던 지구가 처음부터 속에 품고 있던 것이라니…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신기합니다.
바바 디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림을 그릴 때 적용해보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보는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한 만큼 표현할 수 있거든요.. 본다는 것은 휙 지나치며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관찰하는 것을 말하고요. 관찰한다는 것은 시간이 걸려요. 다양한 면면을 세심하게 보아야 하기 때문이죠.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실력이 늘기도 하는데 그건 관찰력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보면 그리는 것도 그리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는 행위 같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위의 댓글을 쓰면서 이 시가 떠올랐어요.
지표면의 물이 지형학적으로 낮은 곳에 고이는 이유는 바다밑에 대부분(상대적으로) 가라앉은 현무암 지각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3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 부분은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의 밀도가 현무암 지각보다 더 낮은데.. 물이 낮은 곳에 고이는 이유를 현무암 지각 때문이라고 할 필요가 없죠.
Indeed, it is because water at the Earth's surface accumulates in topographic lows that basaltic crust lies mainly beneath the sea.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지표면의 물이 지형적으로 낮은 곳에 모이기 때문에 현무암 지각은 주로 바다 아래에 가라앉게 된다." 이런 정도의 의미로 번역되어야 하죠.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어 번역을 하셨네요.
종합하자면, 이런 암석들은 지구의 유년기에서 성숙기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과정, 세균에서 우리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진화라는 장엄한 이야기뿐 아니라, 아마 가장 원대한 이야기일 지구의 물리적 측면과 생물학적 측면이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쳐 왔는지도 들려준다. 지질학자로서 40년을 보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영국 남부 도싯 해안의 절벽을 볼 때면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1억 8,000만 년 전의 지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곤 한다. 뒤에서 알게 되겠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수십억 년 전에 살았던 지구와 생명의 모습을 알려주는 암석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31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도싯과 동부 데번 해안 | 유네스코 세계유산 https://naver.me/x3chzRHr Jurassic Coast | Dorset and East Devon Coast https://en.wikipedia.org/wiki/Jurassic_Coast
지구가 거의 완성된 지 수천만 년 뒤에 화성만 한 천체가 이 갓 생겨난 행성에 충돌했다. 엄청난 양의 바위와 가스가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튀어나간 물질 중 대부분은 다시 뭉쳐서 비교적 작은 암석 덩어리가 되었는데, 지구 주위의 궤도에 영구히 갇히게 된 이 암석 덩어리는 훗날 지구의 위성인 달로 불리게 된다. 고요한 보름달은 시적인 영감을 줄지 모르지만 사실 격변의 산물이며, 달의 암석을 꼼꼼히 연구함으로써 그 비밀이 밝혀졌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34-35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빛이 우주의 역사를 말해준다면, 암석은 우리 행성의 역사를 알려준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30,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지구는 한 손으로 자신의 역사를 쓰면서 다른 손으로는 쓴 역사를 지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32,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에셔 MC Escherd의 Drawing Hands라는 작품입니다. 위의 문장을 보면서 이 작품이 떠올랐어요. 다만 두 손 모두 연필을 쥐고 있네요. 한 손에는 지우개를 지워주면 좋겠어요. 한 손은 그리고 한 손을 지우개로 지우는 그림을 제가 그려보고 싶어졌습니다.
한 손으로는 그리고 한 손으로는 지우는 그림을 그려봤어요. 끄적끄적..
잘 그리셨네요! 에셔가 뿌듯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Earth writes it history with one hand and erases it with the other, and as we go further back in time, erasure gains the upper hand.’ 문장을 써주신 앤드류 놀 박사님께 감사드려요. :) 에셔 작가님께서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영광이지요. ㅎㅎ
이따금 지구는 약간의 맨틀을 지표면으로 올려보내곤 한다. 특히 다이아몬드는 깊은 내부에서 올라오는 눈에 잘 띄는 전령에 속한다. 지하 160킬로미터를 넘는 곳에서 형성된 순수한 탄소의 단단한 결정 형태인 다이아몬드는 마그마를 통해 지표면으로 운반된다. 마그마는 녹은 용암과 화성암의 원천이다.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로렐라이 리(마릴린 먼로)는 다이아몬드가 여성의 최고의 친구라고 말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지질학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다이아몬드에는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는 맨틀 물질이 대개 조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p.37~3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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