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우리가 거울 속에서 보는 얼굴은 길게 잡아 수십 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얼굴은 수십억 년 전 고대의 별에서 생긴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중략) 물의 일부뿐 아니라 대기의 기체와 우리 몸의 탄소는 지구 전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운석을 통해서 들어왔다. 특히 지구 성장의 마지막 단계 때 도착한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한 유형의 콘드라이트 운석에서 왔다고 여겨진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p.27-28, p.4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돌아간다고, 여러 문화권에서 그렇게 믿잖아요. 어쩌면 우리를 이루고 둘러싼 모든 것이 저 하늘에서 왔다는 사실을 유전자가 기억해서, 문명을 이루고 철학과 종교를 생각해 내면서 자연스럽게 하늘을 다시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어요.
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쪽으로 돌린다. 근본을 잊지 않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 여우는 영리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고 하네요. 갑자기 ‘어린왕자’의 여우가 생각났어요. 어린왕자는 자기가 살던 별과 장미를 생각할 거고요. 여우는 어린왕자를 그리워할 거고요. 고향이란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정신적으로 안식에 이를 수 있는 곳. 혹은 처음 시작했던 순수한 마음이 있었던 곳이 아닐까 해요. 누군가 어린왕자를 살면서 20대, 30대, 40대 .. 읽는 맛이 다르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어린왕자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초딩 때 선생님이 읽으라 하셔서 읽을 때는 ‘이게 뭔 얘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다 커서 다시 읽으니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요. 지금도 읽을 때마다 항상 울어요.
어린왕자를 눈물 흘리면서 읽고 계시다니 큰 감동입니다. 정말 정신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신게 맞으실듯요. 저는 주로 자기계발서와 기독교서적을 읽다가 눈물을 많이 흘린적은 있습니다. 어린왕자는 두세번 읽었는데, 찡하고 애뜻한 감정은 많이 느꼈는데...아직까지 눈물 흘리면서 읽지는 못해서 다시 읽어 봐야 겠다고 다짐했네요. 감사합니다.
제 영혼은 혼탁하기 이를 데가 없지만, 어린왕자를 읽을 때는 뭔가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제 모습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아져요. 어린왕자와 장미와 여우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제가 예전에 사랑했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도 생각나고,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낸 고양이랑, 지금 곁에 함께 있는 고양이가 떠올라 더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아, 저는 비록 지금은 종교가 없으나 출신성분(?)은 기독교 모태신앙이라 이따금 성서도 펼쳐 본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에 관심이 있습니다.)
매일 안고 자던 인형, 담요, 일기장, 크레파스, 옆집에 살던 개, 불현듯 이사 가버린 동네 친구....어른들은 무시하기 쉬운 이러한 상실은 아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공백을 만든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 없는 아이들은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 어른들은 아이가 공백의 자리를 건너뛰고, 상실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곤 마치 산타의 정체가 밝혀지는 때처럼, 더 이상 자신이 떠나온 세계를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환상의 세계에서 잠든 아이들을 깨워 현실로 데리고 오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그것을 원했던가?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애도의 시간이 아니었나?
여름의 피부 (리커버)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p.30, 이현아 지음
여름의 피부 (리커버)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이현아 작가의 첫 책. 유년과 여름, 우울과 고독에 관한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푸른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에디터로 일하며 써 내려간 그림일기에서 자신이 모으는 그림들이 유난히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이 책을 썼다.
제 얼굴에도 고대의 별에서 생긴 원소가 있다니.. ! 왠지 뿌듯한 자부심이 드네요.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수소는 우주의 나이가 불과 38만 년쯤 됐을 무렵 생성됐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분자다.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도 이때 만들어졌다. 우리가 물을 마시면 그 속에 포함된 수소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서 흡수된다. 물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수소를 마시는 것이다. 수소는 이때 만들어져 다른 원소와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면서 계속 재활용되는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상당 부분의 헬륨도 이때 만들어졌다. 우주 진화의 역사를 우주 속의 에너지가 물질로 바뀌는 과정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주 속에서 에너지와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의 변화가 곧 우주 진화의 역사인 것이다.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p.176, 교양과학연구회 지음
당신, 당신도 나이가 들었다. 탄소, 산소와 같은 당신 몸속의 수많은 원자는 거대한 별 안에서도 만들어진다. 당신은 별이 될 수도 있었던 그 모든 것과 아주 약간 구조가 다른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138억 년째 존재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가끔씩 지쳐 있는 것도 당연하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p.85~87,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신작.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우주의 다양한 측면을 면밀히 살핀다.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모르고 지나쳐온 놀라운 과학적 현상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세심하게 다룬다.
당신은 별의 잔해로 이루어졌다. .... 어디를 보고 무엇을 만지느냐에 따라 당신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18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탄소는 당신을 만나기 전 다른 여러 동물이나 자연재해의 형태로 존재했을 수도 있다. 왼쪽 눈썹 위 어딘가에 있는 바로 그 원자? 당신을 찾아오기 전에는 강바닥의 매끄러운 조약돌이었을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당신은 그리 말랑하지 않다. 당신은 암초, 파도, 나무껍질이다. 무당벌레이자 비온 뒤 정원에서 나는 냄새다. 당신은 한쪽 어깨에 역경을 짊어지고도 있는 힘껏 한 발을 내딛는 존재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13,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가끔 지치는 우리도 지금 눈앞의 역경을 딛고 힘차게 한 발 내딛는 것을 보면 우리의 고향이 에너지이기 때문인지도 모겠어요.
넥스트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입니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가사에 ‘별’이 있어서 일까요. 이 부분이 특히 좋아요. https://youtu.be/uTKUKr8ShaM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의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 갈 때 같이 닮아 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리고 바다 소리가 들리는.. ‘불멸에 관하여’ 지금 마침 읽고 있는 부분이 바다로 넘어가서 ^^ 바다 소리를 들으니 더 좋네요. https://youtu.be/PR0Rug5QVic 바다 검푸른 물결 너머로 새는 날개를 펴고 바다 차가운 파도 거품은 나를 깨우려 하네 슬픔도 기쁨도 좌절도 거친 욕망들도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텐데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 처음 아무런 선택도 없이 그저 왔을 뿐이니 이제 그 언제가 끝인지도 나의 것은 아니리 세월은 이렇게 조금씩 빨리 흐르지만 나의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후회는 없으니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그대 불멸을 꿈꾸는 자여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으라 말하는가 왜 왜 너의 공허는 채워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그것은 텅 빈 채로 완성되어 있었다.
‘불멸에 관하여(The Ocean)’는 예전 넥스트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1위로 항상 손꼽던 트랙이에요. 어릴 때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는데, 이 방에서 다시 들으니 좋네요.
저는 넥스트 팬클럽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넥스트 콘서트에 간 적이 있어요. 넥스트의 음악은 우주를 떠올리게 하고 철학적인 메세지들이 많아서 좋아했어요. 물론 또한 일상과 긴밀히 연결된 느낌도요..
엇 그렇다면 @ifrain 님과 저는 그 옛날 언젠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어요. ^^ 서울이었고 모노크롬 콘서트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아요.
오! 모노크롬 서울 콘서트라면 1999년 5월 5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었을 거예요. 국악인 이자람 님이 창 포지션으로 함께했던 공연이었죠. 저는 그해 3월 등교길에 횡단보도 건너다가 차에 치여서 한쪽 다리에 깁스하고 목발 짚고 공연 보러 갔었거든요. 1층에 있었고요. 그날 그곳에서 같은 공연을 보셨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콘서트 실황 DVD와 CD도 아직 가지고 있답니다. 거기 기록된 관객들의 노래와 함성 속에 @ifrain 님의 목소리도 들어있겠네요!
깁스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가다니 대단하세요. 저도 1층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당시의 저는 죄송스럽게도 그 와중에 굉장히 조용히 관람하는 편이었답니다 ^^; ㅠ_ㅠ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소리를 지를 수 있어요.. 그래도 뭔가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기억이 희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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