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올려주신 애니메이션을 여러번 돌려 봤습니다. 오늘날의 대륙 부위(?)별로 각각 시선을 고정시켜가며 보다가, 한반도의 모양이 잡히는 과정도 열심히 째려봤어요.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아래 영상에서도 인도 대륙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테티스해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실 수 있어요. 에베레스트 산에 지금은 사라진 테티스해에 살았던 조개와 산호의 화석이 포함된 퇴적암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2Xojnf9sYA
이 화성 기자회견은 청소년부터 노벨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다수가 행성에 관해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암석이 아니다. 소금도 바람도 물도 아니다. 적어도 물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행성 탐사에 매혹되는 것은 행성(그리고 그 위성)에서 생명을 찾아낼 수도 있어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8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왜 여기였을까?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의 말을 좀 빌리자면, “세계의 모든 마을의 모든 싸구려 술집 중에서” 왜 은하수의 이 구석진 곳에서만 생명이 출현하고 번성하게 된 것일까?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8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유명 영화 <카사블랑카(1942년작)>에서 주연인 험프리 보가트 대사는 아래와 같아요. 옛애인이 하필 그가 하는 술집에 들어오는 순간 내뱉은 대사죠. * "Of all the gin joints in all the towns in all the world, she walks into mine."
(세상에 있는 수많은 도시의 수많은 싸구려 술집(gin joints) 중에서, 그녀가 내 술집으로 걸어 들어왔군.)
@밥심 님 영화 대사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을 링크해봅니다. ^^ 1940년대 영화라 그 당시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음악이네요. ‘As time goes by’ https://youtu.be/d22CiKMPpaY You must remember this 이걸 꼭 기억해야 해요. A kiss is still a kiss 키스는 여전히 키스이고 A sigh is just a sigh 한숨은 단지 한숨일 뿐이죠.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본질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아요. As time goes by 세월이 흘러가도 And when two lovers woo 사랑하는 두 사람은 They still say, I love you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On that you can rely 그건 믿어도 좋아요. No matter what the future brings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As time goes by 세월이 흘러도 Moonlight and love songs 달빛과 사랑 노래는 Never out of date 식상하지 않아요. Hearts full of passion 열정이 가득한 가슴으로 Jealousy and hate 질투와 증오 Woman needs man 여자는 남자를 필요로 하고 And man must have his mate 남자는 짝이 필요해요. That no one can deny 그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요. It's still the same old story 여전히 똑같은 옛날 이야기이죠. A fight for love and glory 사랑과 영광을 위한 투쟁 A case of do or die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The world will always welcome lovers 세상은 늘 연인들을 환영할 거예요. As time goes by. 세월이 흘러가도
이 대사에 all이 세 번이나 등장하네요. ㅎㅎ 이렇게나 많은 별들 중에서 이렇게나 많은 나라와 언어 중에서 이렇게나 많은 sns 링크 중에서 .. ^^
'이렇게나 많은 별들 중에..' 라는 문구 때문에 이 노래가 떠올랐네요. ^^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사는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 를 조금 바꾼 것이고요. 시로 보면 애잔한데 노래는 리듬 때문에 흥에 겹네요.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EBQzMrr3fBw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유심초를 아실 줄은 몰랐습니다.
유심초는 잘 모르지만 노래 가사가 아련히 멤돌아서 찾아봤습니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서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정말 노랫말도 아름답고, 어깨가 들썩들썩 신나는 리듬이에요. 우쿨렐레를 (셔플이나 칼립소 리듬으로) 치면서 큰 소리로 불러보고 싶어졌어요.
화가 김환기는 김광섭 시인과 절친이었다고 해요.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품 제목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구요. 김광석 시인이 사망했다는 부고를 잘못 전해듣고 .. 그린 그림이라고 하네요. <지구의 짧은 역사>를 읽으며 이 작품도 계속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이 작품을 보면 점의 크기가 모두 조금씩 달라요. 그게 밤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여요. 별이 어떨때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잖아요..? 촛불도 흔들리면서 불빛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요. 일렁이는 우리의 마음 같기도 하고요.
부고를 잘못 전한 분은 퍽 미안하고 민망했을 것 같은데, 그 덕에 새로운 작품이 세상에 태어났다니 왠지 고맙기도 하네요. 그림이 세포처럼 보이기도 해요. 과학 교과서에서 본 듯한, 어떤 생물의 세포를 에메랄드빛으로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같은 거요. 낯선 과학책을 읽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다 보니 네모가 미니쉘 민트맛이 아니라 염색한 세포로 보여서 보람차요. 시인님의 의도에선 한참 동떨어졌겠지만요….
저도 세포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과학교과서에서(아주 오래 전) 보기도 했고 직접 해보기도(대략 8년 전쯤) 했어요. 의외로 선명하게 보여서 놀랐더랬죠. 물론 세포 형태는 좀 달랐어요. 더 길쭉한 형태였어요. 양파 표피를 얇게 벗겨서 슬라이드에 올리고요. 염색도 했을 거예요. 보라색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네모난 방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 안에 흔들리는 각자의 존재가 들어가 있고요.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말씀을 들으니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양파 표피를 벗겨 슬라이드에 올리고 보라색으로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실험,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고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어요. 평가라는 목적이 있긴 해도 부모와 사회가 돈을 들여서 현미경이며 실험 재료며 다 대령해 주고 선생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여쭙기만 하면 어떻게든 이해하도록 도와 주시면서 엄연히 살아 있는 세포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소중한 기회였는데요. 그런 거 다시 못 볼 어른이 될 줄 알았으면 더 눈여겨 관찰하고 뭐라도 더 느끼려고 노력했을까…를 잠깐 생각해 봤지만, 가슴에 손을 얹어 보니 역시 아닐 듯요. 이미 마주치는 어른마다 그 시절 다시 안 온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는데 그걸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기억이 함께 떠올라서요. 대신 지금부터 새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고 세 시간짜리 다짐을 해 보아요. 이제는 생생한 양파 대신 모니터의 그림만 봐도 그때랑은 다른 무언가를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떻든 이제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래요.
아 이게 카사블랑카의 대사였군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얼핏 들어 알고 있던 유일한 대사가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였거든요. 명대사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군요 ㅎㅎ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삶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생물이 자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말은 맞지만, 석영 결정(수정quartz)도 자란다. 하지만 생물은 자랄 뿐 아니라, 번식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가 불어난다. 또 생물은 환경으로부터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흡수한다. 생물학자들은 이 과정을 물질대사라고 한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점은 생명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수정은 일단 형성되면 다이아몬드로 진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 최초의 단순한 생물은 ‘수십억 년에 걸쳐서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하는 종을 포함하여 엄청나게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8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지구 최초의 단순한 생물은 ‘수십억 년에 걸쳐서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하는 종을 포함하여 엄청나게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저에게 남아있던 인류애는 바사삭 부서진 지 오래지만, 이런 문장을 볼 때면 새삼 인간이라는 존재가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저는 인간이 가진 위대한 능력 중 하나가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매 순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루시가 두 발로 섰다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두 발만 땅에 닿고 상체를 지면과 더 멀어지면서 눈을 포함한 머리는 지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게 되었죠. 그림에서도 시점이 있는데 '조감도'라는 것 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말하잖아요. 대상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때와 멀리 떨어져서 관찰할 때 보이는 것이 다르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될 거예요. 공간을 확장하면서 시간까지 거슬러 생각하게 된 것도 인간이 가진 독특한 면모인 듯 하고요.
지표면은 공 모양이므로, 쪼개져서 흩어진 초대륙 조각들은 훗날 충돌하고 달라붙으면서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윌슨 주기Wilson Cycle를 이룬다. 윌슨 주기란 이 역사, 즉 초대륙이 쪼개져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양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된다는 것으로 처음 깨달은 캐나다 지질학자 J. 투조 윌슨의 이름을 땄다. 지난 25억 년 동안 초대륙이 5번 형성되었다는 증거가 있다. 그리고 판게아처럼 그 초대륙들은 쪼개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애팔래치아산맥, 스칸디나비아 칼레도니아산맥, 우랄산맥은 모두 고대 대륙들 사이에 충돌의 산물이며,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걸쳐 있는 범아프리카Pan-African 습곡대는 더 이전 초대륙 융합의 산물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73-74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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