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걱정됩니다. 문어의 진짜 모습을 알고 나서부터 저는 다코야키나 문어탕 등을 마음 편히 먹기가 어려워졌어요. 아니나 다를까, 유럽연합(EU)에서는 이 특별한 동물을 일종의 ‘명예 척추동물’로 간주해 동물실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답니다. 그래도 우주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지적 생명체가 지구 바다에 있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요.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212-213쪽, 강양구 지음
명예척추동물! 표현이 정말 귀여워요. ㅎㅎㅎ
저는 작년에 연포탕이라는 걸 처음 먹어봤는데.. 그 집이 원래는 생낙지로 요리를 했었다고 해요. 낙지로 만든 메뉴가 대부분인 식당이었어요. 낙지 비빔밥, 순두부찌개에도 낙지가 들어가 있고요. 낚지가 부드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냉동낙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재료를 보관하거나 다루기가 쉬워서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했어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낙지 입장에서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졌겠어요.
1. 샤크 베이 길 위에서 우리는 샤크 베이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다. 샤크 베이는 호주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만으로, 대륙이 인도양 너머의 아프리카를 향해 뻗어 나간 끝자락이다. 이 맑고 짠기가 짙은 얕은 물속을 얼핏 보면 수백 개의 거대한 버섯들이 떠 있는 듯한 풍경이 보인다. 머리 부분의 지름은 약 30센티미터쯤이며, 이들은 서로 얽혀 다양한 형태와 틈새로 이루어진 불규칙한 풍경을 이룬다. 그것은 가끔씩 물 밖으로 드러나고, 또 가끔씩은 잠겨 있다. 이 버섯 모양의 덩어리들은 미생물, 특히 무수히 많은 남세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작고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핵심적 존재다. 정확히는 그들이 만들어 낸 산물이 지구를 변화시킨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것은 곧, 생명이다.
생명의 여정 - 생물은 어떻게 자연세계를 형성해 왔을까 p.11, 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 이송찬 옮김
<생명의 여정> 제일 첫 부분이 스트로마톨라이트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어요.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옮겨 봅니다. 피터 고프리스미스Peter Godfrey-Smith 생물철학자이자 정신철학자. 시드니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호주 국립대학교, 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현재 시드니 대학교의 과학사-과학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2년 미국철학학회(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의 정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숙련된 스쿠버 다이버이며 헌신적인 자연 세계 관찰자인 그는 직접 생물을 관찰하며 철학적 탐구를 수행한다. 그 탐구의 결과물은 <아더 마인즈>, <후생동물>, <생명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의식 탐구 3부작’이다. 문어라는 개별 생명체에서 시작해 동물계 전반으로, 그리고 생태계 전체로 시야를 확장해가며 의식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현장 연구와 철학적 성찰, 그리고 대중적 글쓰기를 결헙한 그의 작업은 비인간 동물의 주관적 경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동물 윤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며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된 <아더 마인즈>는 2017년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최신작 <생명의 여정>은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논픽션 50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뛰어난 과학철학 저서에 수여하는 라카토스 상을 수상한 Darwrinian Populations and Natural Selection(2009) 등을 썼다. http://petergodfreysmith.com/
스쿠버 다이빙에 능한 철학자! 멋지네요.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연구하고 글을 쓰나 봅니다. “현장 연구와 철학적 성찰, 그리고 대중적 글쓰기를 결합한 그의 작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여요. 3부작 다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작년 추석 직후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한바탕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물을 옆에 두고 계속 마시면 쫌 도움이 되더라고요. 바이러스가 생물적 특징과 무생물적 특징을 다 갖고 있는 중간적 존재라는 게 참 희한해요. 숙주 몸 안에선 생물이고 몸 밖에선 무생물이라니! 이건 뭐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사실 진짜 궁금한 것은 바이러스가 생물 보다 먼저 등장했는가 아니면 생물이 먼저 나오고 바이러스는 생물에서 퇴화한 형태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 주장들이 있던데 확실한 건 모른다네요. ㅋㅎ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바이러스'는 어떨까요? 자손을 많이 불리는 유전과 증식 능력이 있고, 유전자가 계속 바뀌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사나 반응 능력은 없고, 살아 있는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명체라고 볼 수 없지요. 최근에 기종의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거대 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2003년 미미바이러스와 2013년 판도라바이러스가 그 예입니다. 아메바에 기생하는 '미미바이러스'는 세포를 미믹mimic한 바이러스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미미바이러스는 세균만큼 크고 세포벽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심지어 미미바이러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까지 발견됐습니다.(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bacteriohpage라고 하는데, 바이러스에 기생한다고 해서 바이로파지virophage로 불리기도 합니다.) 2014년에는 미미바이러스보다도 더 큰 판도라바이러스가 발견되었는데 <사이언스>지는 "대형 바이러스가 생명의 계통도를 흔들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진화한 바이러스로 볼지, 퇴화된 박테리아로 볼지, 혼란스럽다는 얘기입니다. 이름 그대로 생명의 판도라 상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질에서 생명으로 p.21, 노정혜 외 지음
물질에서 생명으로카오스재단이 기획하고 11명의 과학자가 참여하여 대중 강연의 형식으로 풀어낸 《물질에서 생명으로》는 가장 큰 생명의 수수께끼를 가장 작은 생명인 물질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생명의 기원을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윤곽을 희미하게나마 알아보려는 시도라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네덜란드 미생물학자이며 식물학자인 마르티뉘스 베이에링크(Martinus Beijerinck, 1851~1931)는 일찍이 루이 파스퇴르가 예견한 적이 있는 이 병원체를 '세균보다 작은 여과성 병원체'로 일단 규정했다. 이후 베이에링크는 그 병원체에 라틴어 단어를 따러 '바이러스(virus)'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독'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는 그 세균보다 작은 여과성 병원체를 '살아 있는 독성 물질(contagious living fluid)'이라는 용어로 설명한 것이다. 1898년의 일이다. 또한 같은 해에 다른 한 연구자는 소에게 발병하는 구제역이라는 질병의 병원체도 세균보다 작은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매우 작다(예외적으로 거대한 바이러스도 있기는 하다). 그냥 작다고 하면 감이 잘 안 잡히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작은 걸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선, 인간의 세포를 3,700미터가 넘는 '후지산' 높이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대장균 등 훨씬 작은 크기의 병원체는 '고층 아파트' 정도라고 보면 되고, 바이러스는 '3층 집' 정도 규모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일본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1876~1928)는 광학 현미경으로 황열병 병원체를 찾아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열병 병원체도 바이러스의 일종이므로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광학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바이러스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전자 현미경이 있어야 한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pp.200~201,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분명 있다고 생각되지만 안 보이니 노구치 히데요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화병 안 났나 싶네요.
노구치 히데요는 본인이 연구하던 황열병에 감염되어 1928년에 사망했고 오늘날 전자현미경의 원형은 1932년에 완성되었다고 해요. 사망하기 전 그를 동료하던 학자 영(W.A. Young)에게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I don't understand.' 였다고 합니다. 그를 간호하던 영Young 역시 황열병에 걸려 7일 뒤 사망했다고 해요;; 그의 사망으로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바이러스'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그와 같이 록펠러 재단의 동료였던 맥스 타일러가 백신 개발 공로로 195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요.
세균은 원핵세포를 가진 원핵생물이며, 유전물질과 효소를 갖고 있어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있다. 주로 분열법으로 증식하며 영양방식에 따라 종속 영양세균과 독립영양세균으로 구분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바이러스 vs 세균/ 균계 세균이나 균계에 속하는 생물들은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는 ‘생물’이다. 그에 반해 바이러스는 숙주에 달라붙었을 때만 생명활동을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무생물과 같은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 껍질의 형태로만 이루어져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참… 암만 상상해 보려 해도 아리송해요. 어떻게 생물과 무생물을 오갈 수 있는지요. 좀 부럽기도 하고요. 가끔은 무생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바이러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비결(?)을 배우고 싶어요. 겸사겸사 다른 생존 방식을 찾을 수 없는지도 좀 물어보고, 웬만하면 설득도 좀 해 보고요.
바이러스에게 어떤 설득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
기왕이면 다른 생명을 아프지 않게 하는 방식을 찾아서 살아 주면 안 되겠니… 하는 설득이요! 아,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얘기하면 바이러스가 피장파장이라고 비웃을까 봐 자신이 없어졌어요. 지구에서 너네야말로 다른 생명을 제일 많이 빼앗는 주제에 나더러 뭘 어쩌라고? 그러면서… 아무래도 설득은 포기할까 봐요…ㅠ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바이러스랑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존재라고 했던 대사가 생각나네요. https://m.blog.naver.com/kinmasters/221944406157
항생제가 세균을 공격하는 원리와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원리도 정리해봤습니다. 인간이 참 똑똑해요. 원리만 알면 어떡해서든지 해결책을 찾아내니까요. 독감 걸렸을 때 많이 처방하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서 복제 후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죠.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는 화학적 기계다. 역사를 지닌 화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이들은 생명 없는 지구에서 생명의 화학적 성분들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세포의 구조적 및 기능적 측면을 맡고 있는 단백질을 생각해보자. 우리 몸의 단백질은 크고 복잡할 수 있지만, 아미노산 ─ 20종류가 조합되어 단백질을 만든다 ─ 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화합물을 이어 붙여서 만든다. 글자들을 조합하여 의미를 지닌 단어와 문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아미노산들을 줄줄이 꿰어서 이런저런 기능을 하는 구조를 지닌 단백질을 만든다. 따라서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다면, 단백질의 구성단위를 얻게 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87-88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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