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역시 같은 기획전의 전시 작품입니다. 핑크치킨 프로젝트 (Pink Chicken Project), Nonhuman Nonsense, 2018 인류가 소비한 후 남은 닭 뼈가 인류세의 대표화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스웨덴 작가 그룹 Nonhuman Nonsense의 레아와 리오는 '닭 뼈를 유전자 조작으로 분홍색으로 바꾸면 어떨까?', '분홍색 뼈로 인해 분홍색 지층이 형성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핑크치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분홍색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이 프로젝트는 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발표되며, 인류세가 과학계를 넘어 예술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래는 작가 그룹의 홈페이지와 인스타입니다. https://nonhuman-nonsense.com/ https://www.instagram.com/nonhuman_nonsense/
Pink Egg, Pink Drill Core
예술은 섬뜩한 경고도 분홍분홍하게 날릴 수 있군요. 랜선 지인 가운데 몇 년째 우유까지만 허용하는 수준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분이 계셔요. 말씀을 깊이 나누진 못했는데, 글이나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으로 '그런'(?) 이야기를 자꾸 접하면서 조금씩 습관을 바꾸게 된 것 같다는 말씀을 언뜻 들은 기억이 나요. 흔히 말하듯 때로 예술이 사람을 움직이는 데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미술대학 재학생들의 전시(대학교 교내 전시장)를 보러 갔는데 지금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요. 사람을 박물관에 표본 채집해서 전시해놓은 것처럼 그린 그림이었어요. 기억이 흐릿합니다.. 하지만 인상적이었죠. 그때 이후로 생각했던 건.. 어떤 다른 존재가 인간을 그렇게 취급할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부위별로 발굴된 것들을 맞추어서 전체 형태를 만들고(루시도 그렇게 했죠) 특징을 기록하고.. 인간은 가축을 사육했지만 인간을 사육하는 존재가 있다면 .. 사육하다 가치가 떨어지는 질병에 감염되면 살처분이 되겠죠. 인간들은 몸부림을 치면서 통곡을 할 거고요.
엇 저도 비슷한 미술 작품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본 건 인간이 생닭?처럼 랩에 싸여서 식품으로 포장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읽은 책에 저한테 오래 각인된 대목이 있었는데요. 세계 최대의 미국 양돈업체 스미스필드 푸드가 폴란드에다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까 해당 지역 농민들이 반대시위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이건 돼지 수용소나 다름없습니다. 폴란드에도 한때 수용소가 있었죠. 다시는 그런 걸 들이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을 읽으니 머리속이 띵 울리면서, 공장식 축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랑 다를 게 뭔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동물 홀로코스트 - 동물과 약자를 다루는 '나치' 식 방식에 대하여전 세계 15개국에 출간된 동물 권리 운동의 혁명적인 책. 동물 도살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고 돌아보고자 한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한 학살과 착취는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는다.
인류가 천연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합성된 수지를 손에 넣는 역사상 최초의 순간 당시만 해도 절연체 제조를 동남아시아 원산의 랙깍지진디(나무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둥근깍지진딧과 곤물, '랙 벌레'라고도 한다)가 분비하는 '셸락(shellac)'이라는 수지에 의존했다. 그런데 문제는 셀락 450그램을 만드는 데 랙깍지진디 1만 5,000마리와 반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참고로, 셸락은 '조개껍데기'를 의미하는 단어 shell과 힌디어에서 '10만, 즉 막대한 수'를 의미하는 lakh에서 유래한 단어 lac의 합성어다. 말하자면 셸락은 랙깍지진디 수만 마리가 나무에 밀집한 상태를 나타낸다. 셸락은 SP레코드 등에도 사용되었기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은 연간 수천 톤의 셸락을 수입하고 있었다. 이는 인공으로 절연체 합성·제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미였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베이클랜드는 이들 원료를 용기에 넣고 가열하면 반응 용기를 거푸집 삼아 투명하고 딱딱한 수지상 물질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페놀 분자를 포름알데히드가 반응해 연결함으로써 정글짐 같은 3차원의 거대한 분자가 생겨난 것이다. 그는 이 새로운 물질에 '베이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는 효율적으로 반응시킬 수 있는 '베이클라이저(Bakelizer)'라는 반응 용기를 개발해 대량 생산에도 성공했다. 인류가 천연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합성된 수지를 손에 넣는 역사상 최초의 순간이었다. 베이클랜드가 베이클라이트 발명에 성공한 것은 1907년, 이 기술의 특허를 획득한 것은 1909년의 일이다. 베이클라이트는 출시되자마자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것을 소재로 전화기와 만년필, 라디오 케이스, 전구소켓 등 다양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학의 힘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철학이 정립되어 세상을 바꿔 나갔다. 베이클랜드는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은 뒤에도 무의미한 소비를 경시하고 소박한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그가 만든 플라스틱으로 인해 20세기의 세상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pp.237~238,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본인은 소박하게 사셨지만 본인의 발명품은 수많은 사람을 지름신과 접선하게 도운 셈일까요? 어쩐지 재미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요. 앞으로 기술적으로는 더 친환경적인 합성 수지를 만들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더 친환경적인 삶의 양식을 일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근데 계속 무언가를 합성해서 만들다가 합성 재료가 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기도 해요. 우리 세상 모든 존재가 태초에 생긴 원자들의 윤회라면, 그 원자가 지구에서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지구가 형성되던 시절에 여기 남은 만큼만 계속 있는 거라면, 인공적으로 무언가를 자꾸 합성해서 만들 때마다 거기 든 원자들도 그만큼 쓰여서 윤회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이 글을 읽으니 비닐 봉지를 발명한 사람에 대해 주워들은 얘기가 생각나요. 그분은 사실 친환경적 목적으로 비닐 봉지를 만들었대요. 당시엔 물건을 담을 때 종이 봉투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만큼 나무를 많이 베어야 했고 그 발명가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비닐 봉지를 개발했다고 해요. 휴대가 간편하고 방수도 되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 획기적인 봉투! 그런데 아뿔싸 이게 대량생산되면서 헐값도 아닌 꽁짜로도 나눠주고 마구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예요. 발명가 본인은 결코 한 번 쓰고 버리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아들이 인터뷰를 했는데, 아버지는 평생 단 한 장의 비닐 봉지를 접어 가지고 다니면서 물건을 담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줄 알았다고….
생물이 일부러 탄소-12를 고르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벼운 이산화탄소가 세포에 있는 효소와 더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가 풍부할 때, 광합성 생물은 환경에 있는 무기 탄소에 비해 탄소-12의 비율이 좀 더 높은 유기물을 만든다. 이 차이는 수천 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질량 분석기라는 장치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지금 바하마 제도로 가서 거기에 쌓인 석회암과 그 안에 든 유기물의 탄소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하면, 석회암과 유기물의 동위원소 조성이 약 25/1,000 차이가 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01,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세균과 곰팡이의 좋은 먹이인 단백질은 가장 최근의 암석에만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보존되는 것은 지질, 즉 막의 질긴 성분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0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책 이미지 사진은 저도, 이책 저자나 번역자분께 메일로 연락드려서 칼라 사진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흑연의 탄소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하자, 더 나중 암석에 보존된 유기물과 거의 흡사하게 생물학적 탄소 순환이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2장에서 말했듯이, 호주 잭힐스에서 나온 41억 년 된 지르콘 결정에 든 흑연 얼룩에도 탄소-13이 없었다. 우리는 이 가장 오래된 탄소가 지구 깊은 곳에서 형성되지 않았다고, 즉 깊은 곳에서 지르콘 결정이 생길 때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증거들이 전반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명백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생명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기보다는 살펴볼 암석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구는 기나긴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서 생명의 행성이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0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생명은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 지구임을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출현했다. 물로 뒤덮여 있고 육지는 거의 없었으며,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은 데 비해 산소는 거의 전혀 없었고, 수소를 비롯한 기체들이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는, 마치 온천처럼 부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세계였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0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내일까지 부산에 일박이일 출장와있는데요. 오기 전에 <한반도 자연사 기행> 책에서 소개한 가볼만한 곳 중에 부산 다대포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간나면 가보려고 책도 가져왔는데 제가 일 보는 곳이랑 너무 떨어져있어서 아무래도 가보긴 힘들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은 부산국가지질공원이 있다는 겁니다. 제주야 워낙 화산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부산은 그런 줄 몰랐는데 의외로 화산지형이 많아서 약 10군데를 지질공원으로 정해서 관리하더라구요. 다대포의 두송반도도 그 중의 한 곳입니다. 이번 책 모임이 아니었으면 부산에 오면서 지질 쪽은 생각조차 못했을텐데 부산에 이런 매력도 있군요. 내일은 못가보더라도 언젠간 가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사진은 <한반도 자연사 기행>의 다대포 소개한 쪽을 찍은 것입니다.
위에 얘기가 나왔던 의성국가지질공원도 그렇고, @밥심 님께서 부산에도 있다고 알려 주시니 전국에 국가지질공원이 어디어디 있는가 싶어 찾아봤습니다. 공식사이트에 안내가 잘 되어 있네요. https://www.koreageoparks.kr/topublic/main.do 이중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도 한반도에 여덟 곳이나 있었군요. (남에 7, 북에 1) 그나저나 <한반도 자연사 기행>은 정말 꼭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출장 잘 다녀오세요!
세상에 '지질공원'이라고 부르는 장소가 있는 줄도 모르고, 다대포라면 횟집만 떠올리고, 출장길엔 아무 생각 없이 라디오나 팟캐스트, 가벼운 오디오북이나 들으며 딴청만 부리는 제가 부끄럽네요… 그믐 독서 모임이 겨우 두 번째인데 굉장히 여려 측면으로 자극 받고 있어요. 앞으로 출장이 잡히면 그 지역에 관해 알아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향팔 님 링크 주신 사이트에 보니 금정산, 송도, 오륙도, 태종대, 이기대… 다 지질공원이었군요. 근데 오륙도는 통째로 지질공원인데 영도는 태종대만 지질공원인가 봐요. 이미 개발이 되고 사람이 살아서 그러려나요? @밥심 님 덕분에 다음에는 새로운 눈으로 부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네. 보통은 출장가서 시간이 안나긴하지만 그 지역과 관련된 소설, 에세이, 논픽션을 떠올리거나 준비해가면 일로 가는 출장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더라고요. 또 다른 기대가 있어서 이겠죠? ㅎㅎ
이런 사이트가 있었군요. 표시된 곳 모두 가보고 싶어졌어요. 이번 기회에 한국의 땅에 대해서도 더 애정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
<한반도 자연사 기행>은 지난 번에 도서관에서 대출하려 했는데 책이 없어서 그동안 보지 못했어요. 오늘 다른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있어서 거기서 대출해야겠습니다. 저는 부산에 가면 해양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어요. ^^
부산은 화려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이런곳도 있군요. 공룡시대의 퇴적층이라니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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