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2025년 9월에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찍은 글로솝테리스Glossopteris 화석 사진입니다. 왼쪽은 South Africa, 오른쪽은 Australia 에서 발견된 것이에요.
오, 정말 서로 비슷하게 생겼네요. 2억여 년 전에는 아프리카와 호주가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 있었다는 증거로군요.
우리 눈으로 보면 정지되어 있는 암석이.. 아주 긴 시간 동안 움직인다는 것이 너무 너무 신기해요.
이런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바뀌기 시작했다. 적군의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해 고안된 음파 탐지기가 깊은 바다에 산과 골짜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였다. 1950년대에 미국 과학자 브루스 히즌Bruce Heezen과 마리 타프Marie Tharp는 대서양 중앙해령을 발견했다. 북쪽의 아이슬란드(이 섬 자체도 해령의 일부다)에서 남극반도의 끝까지 뻗으면서 대서양 해저를 양분하는 거대한 산계였다. 그 뒤에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에서도 비슷한 해령들이 발견되었다. 히즌과 타프가 대양의 물을 뺀 모습으로 그린 지구의 지도는 사람들의 관점을 영구히 바꾸었다(<그림2-2>). 바다 밑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게 되자, 우리 행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62,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그림2-2> 지도를 자세히 보고 싶어서 구글을 뒤적이다가, 미국 의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소장 자료를 찾았어요. 굉장히 고화질로 디지털화한 것 같아요. 지도 오른쪽 위의 버튼을 눌러서 전체 화면으로 아주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네요. https://www.loc.gov/resource/g9096c.ct003148/ 또 레딧에서 다른 해저 지도를 찾았어요. 이건 유라시아 대륙이 중심에 놓였네요. 영어를 잘 몰라서 한국어 번역으로 보니, 해리 헤스 & 마리 타프 두 분의 195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그렸다는 것 같아요. 역시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확대해 볼 수 있어요. 첫 번째 링크는 영어 원문, 두 번째 링크는 한국어 번역 사이트예요. (한국어 번역 사이트는 레딧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언어 모델을 써서 자동 번역된다는 모양인데, 번역 품질이 상당히 괜찮다는 평이 있다네요.)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k9z50h/a_map_of_the_ocean_floor_based_off_data_from/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k9z50h/a_map_of_the_ocean_floor_based_off_data_from/?tl=ko
알려주신 링크를 통해 보니 해저의 산맥과 지표면의 산맥이 더욱 뚜렷하게 대조가 됩니다. 지표면의 산맥이 납작해 보일 정도에요. ^^
와, 감사합니다. 책에 실린 것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네요.
마리 타프는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탐사를 위해 배에 오르지도 못했다고 해요. 끝까지 해저 지형도를 만들어낸 집념이 대단한 것 같아요.
[모임 3주차] 2/15(일) ~ 2/21(토) 모임 3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p.63~p.89" 부분을 읽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요. ^^ '물리적 지구'를 읽다가 5일째 되는 날 즈음 '생물학적 지구'로 넘어갑니다. 1주차와 2주차 초반에는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처럼 상상력을 동원했어요. 물리적 지구로 넘어오니 우당탕탕 물리적 실체에 부딪히는 것 같은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긴 시간을 오가며 사유하는 지질학적 태도도 필요하고요.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르고 있는 세계가 더 넓고 깊다는 걸 느끼게 되어요. 함께 읽어가는 분들의 스스럼 없는 참여로 '지구의 짧은 역사'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과 우리 자신에 대해 좀 더 찬찬히 생각해보는 3주차를 만들어 보아요. :)
대륙 이동의 수수께끼를 풀 단초를 대양에서 찾았다는 것이 .. 놀랍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지자기였다. 자철석magnetite이라는,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철산화물 광물처럼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물은 결정화가 일어날 때 지구 자기장을 따라 배열한다. 그래서 형성될 당시 자기장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6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인간적인 표현이긴하지만 지구도 어떤식으로든 (한편으로는 아무나 쉽게 알아차릴수없게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ㅎㅎ) 자신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같아요. 인간이 그걸 다 알아채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까요?
지구는 꽤 정직하게 자신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람도 일생 동안 살아온 과정이 몸에 남잖아요.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거나 가발을 쓰고 심지어는 시술을 해서 세월의 흔적을 감추려 하지만. 얼굴과 손의 주름이라던가.. 혈관의 건강이라던가.. 그리고 DNA도 변화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구는 인간보다 훨씬 거대하니까 광범위하니까.. 우리가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인간이 자신에게 익숙한 시공간을 넘어 지구의 기록을 읽어내고 있는 것도 놀라워요. 맞아요. 지구는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고 있어요. 지구의 역사서는 책장이 찢어지고 표지가 날아간 것처럼 자신의 기록을 감추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는 것 같아요. 때로는 다른 책의 표지를 덮어놓고 원래 기록을 위장하기도 하고요.
지구 자기장이 수십만 년마다 180도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도, 그 흔적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자철석도 너무 신기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지구가 새겨온 지각 생성의 타임라인을 읽어낼 줄 아는 과학자들도 대단하네요.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생겨요. 그럼 수십만 년 전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는 남북이 반대인 세상에 살았고, 그중 어느 세대는 지구 자기장이 180도 바뀌는 기간 또는 순간을 경험했다는 말일까요? 그때의 존재들은 자기장이 바뀌는 느낌을 느꼈을까요? 수십만 년 후에 다시 자기장이 180도 바뀔 때에도 인류가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기계 같은 걸 쓰고 있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요? 자기장의 방향이 오랫동안 천천히 바뀌는지 한순간에 확 바뀌는지, 아니면 지금도 한창 바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만약 짧은 사이에 바뀐다면, 그때까지 이유나 대처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말예요. 혹시 이런 게 밝혀지면 SF 작가님들 소설 쓰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편 인류가 탄생한 이래 수많은 사람이 시카포인트나 수월봉이나 플래티런스를 수없이 지나다니며 봤을 텐데, 거기서 지구의 역사를 읽어낸 사람이 얼마 없었다는 게 신기해요. 과학자들이 존경스러워요. 웹툰 '미생'에서 바둑 기사인 주인공 장그래가 바둑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듯, 음악가는 음악으로, 과학자는 과학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걸까요? 물론 그 분야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통달하지 않으면 쉽게 보이진 않겠지만요. 무언가 한 분야에 통달해서 그것으로 세상 이치를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리는 통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어떤 분야로든 깨닫는 이치는 결국 같으려나오?
특정 시대의 생물 멸종이 자기장 변화와 관련있다는 주장이 있답니다. 인류는 약 5천년 전에 나침반을 만들었으니 북쪽 방향이 매년 미세하게 바뀌는 것을 그때부터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수십 만년간 북극과 남극이 역전되는 현상은 없었으니 인류가 커다란 충격을 받아들일 기회는 아직 없었고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사용하는 gps는 자기장과 관련없기에 설사 남극과 북극이 자성이 바뀌어도 내비게이션 키고 운전하는데는 문제가 없겠습니다. 하지만 백업용으로 자기장 기반 북극 위치도 사용하므로 꾸준히 오차 수정을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카포인트를 지질학의 탄생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때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가 성경에서 말하듯 몇 천년의 나이밖에 먹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링크했던 창조과학회 주장을 참고하시죠. 그게 상식이었던 거죠. 대부분의 과학적 발견은 상식을 의심하는 회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제임스 허턴이 그런 사람이었던거죠. “어라? 이런 암석이 만들어지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겠는데?” 오랜 고민에 빠져있던 허턴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전 지구 역사 약 45억년이 오히려 짧게 느껴져요. 옛날에는 1원짜리 동전이 많았거든요. 1원부터 45억원을 상상하는게 별로 어렵지 않잖아요. 요즘은 서울에도 100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45억년이 지금의 지구를 만들어내기엔 너무 짧아보이는 거죠. 물론 대부분의 발전은 선형함수 형태가 아니라 지수함수 형태로 이루어지니 최근에 급발진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요. 정말 생각할수록 저의 존재를 포함한 모든게 기적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참 신기함으로 가득한 것 같아요. 워낙 좁게 살아서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세상에 '창조과학'이라는 것이 있는 줄, 그리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저처럼 순진하게 평범한 과학만 믿는 사람을 그토록 진지한 어조로 설득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떤 사실을 그토록 창조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또 그 해석을 믿음으로 승화해 설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여요. 한편으로 저 또한 어떤 부분에서 누군가에게 신기해 보일 만한 믿음으로 신기해 보일 만한 언행을 하고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요. 시카포인트는 저들끼리 어리석게 복작이는 생명들을 그저 한없이 귀엽고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네요. 찰나에 머무르는 작은 생명들이 저마다 어떻게 믿든 우주의 진실은 언제나 그 자체로 덤덤하게 존재하겠죠? 내비게이션은,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GPS의 개념을 똑 부러지게는 몰라도 내비게이션이 인공위성 신호를 받는다는 정도로는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백업용으로 자기장 기반 북극 위치도 사용하는 줄은 몰랐어요. 백만 년 뒤에는 내비게이션 화면 구석에 표시하는 나침반도 위아래가 바뀌려나요?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인데 내비게이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찰나만 살 수 있어서 안심이에요. 자기장이 변화해서 끔찍하게 죽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전 세월이든 돈이든 억이라는 단위가 아득하기만 해요. 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도 아찔한데, 계속 지수함수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10의 마이너스 몇 제곱인지 하는 작은 입자들이 부딪고 어울려 우주를 만들고,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온갖 입자의 무작위 조합 가운데 하나로 지구가 생기고 내가 생겨났다는 것도 기적 같아요.
하나씩 알아갈 수록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수록 상대가 더 신기하게 보일 것 같아요. 찰나에 머무는 생명이 (상대적으로 영원에 가깝게 느껴지는) 우주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빠른 걸 추구하는데.. 천천히 가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천천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지는 지도 모르겠어요. 행간과 공백을 느끼고 감상하는 마음의 여유가 점점 사라지는 건 아닌지 두려워요. 그 어느 틈에서 나라는 존재가 생겨난 기적에도 감사하게 되고.. 내가 숨쉬고 있는 찰나와 같은 순간이 곧 사라질 것이기에 더없이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임스 허턴은 당대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했고.. 여러 분야를 섭렵한 사람이라 .. 이치를 통달하는 눈이 열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당시 세계관을 뛰어넘어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대부분의 선각자들이 그렇듯 고독함은 필연이었을 거 같고요. 다양한 분야를 통해 결과적으로 한 지점에 이를 수도 있고 한 분야를 깊이 파다 보면 다른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할 것 같아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는 말에서처럼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는지도요.
지구가 점점 커지지 않는 한(커지고 있지 않다), 해령에서 새 지각이 형성된다면 다른 어디엔가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사라져야 한다. 지각의 무덤은 섭입대다. 섭입대는 한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지각의 암석을 원래 기원했던 맨틀로 돌려보내는 곳으로, 지각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뻗어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 06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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