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

D-29
노구치 히데요는 본인이 연구하던 황열병에 감염되어 1928년에 사망했고 오늘날 전자현미경의 원형은 1932년에 완성되었다고 해요. 사망하기 전 그를 동료하던 학자 영(W.A. Young)에게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I don't understand.' 였다고 합니다. 그를 간호하던 영Young 역시 황열병에 걸려 7일 뒤 사망했다고 해요;; 그의 사망으로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바이러스'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그와 같이 록펠러 재단의 동료였던 맥스 타일러가 백신 개발 공로로 195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요.
세균은 원핵세포를 가진 원핵생물이며, 유전물질과 효소를 갖고 있어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있다. 주로 분열법으로 증식하며 영양방식에 따라 종속 영양세균과 독립영양세균으로 구분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바이러스 vs 세균/ 균계 세균이나 균계에 속하는 생물들은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는 ‘생물’이다. 그에 반해 바이러스는 숙주에 달라붙었을 때만 생명활동을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무생물과 같은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 껍질의 형태로만 이루어져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참… 암만 상상해 보려 해도 아리송해요. 어떻게 생물과 무생물을 오갈 수 있는지요. 좀 부럽기도 하고요. 가끔은 무생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바이러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비결(?)을 배우고 싶어요. 겸사겸사 다른 생존 방식을 찾을 수 없는지도 좀 물어보고, 웬만하면 설득도 좀 해 보고요.
바이러스에게 어떤 설득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
기왕이면 다른 생명을 아프지 않게 하는 방식을 찾아서 살아 주면 안 되겠니… 하는 설득이요! 아,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얘기하면 바이러스가 피장파장이라고 비웃을까 봐 자신이 없어졌어요. 지구에서 너네야말로 다른 생명을 제일 많이 빼앗는 주제에 나더러 뭘 어쩌라고? 그러면서… 아무래도 설득은 포기할까 봐요…ㅠ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바이러스랑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존재라고 했던 대사가 생각나네요. https://m.blog.naver.com/kinmasters/221944406157
항생제가 세균을 공격하는 원리와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원리도 정리해봤습니다. 인간이 참 똑똑해요. 원리만 알면 어떡해서든지 해결책을 찾아내니까요. 독감 걸렸을 때 많이 처방하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서 복제 후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죠.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는 화학적 기계다. 역사를 지닌 화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이들은 생명 없는 지구에서 생명의 화학적 성분들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세포의 구조적 및 기능적 측면을 맡고 있는 단백질을 생각해보자. 우리 몸의 단백질은 크고 복잡할 수 있지만, 아미노산 ─ 20종류가 조합되어 단백질을 만든다 ─ 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화합물을 이어 붙여서 만든다. 글자들을 조합하여 의미를 지닌 단어와 문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아미노산들을 줄줄이 꿰어서 이런저런 기능을 하는 구조를 지닌 단백질을 만든다. 따라서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다면, 단백질의 구성단위를 얻게 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87-88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1953년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는 원시 지구에서 어떻게 아미노산이 형성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유리 용기에 지구의 원시 대기에 있었다고 여겨지는 단순한 분자들인 이산화탄소CO₂, 수증기H₂O,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테인CH₄, 암모니아NH₃를 집어넣어 원시 수프를 만들었다. 여기에 원시 지구의 번개가 일으키는 효과를 모방하여 전기 불꽃을 일으키자, 유리벽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유리를 갈색으로 덮은 것은 아미노산을 비롯한 유기분자였다. 이 한 차례의 기념비적인 실험을 통해서, 밀러와 유리는 생명의 주요 구성단위들이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88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마지막으로 모든 세포를 감싸고 있는 막의 분자 성분인 지질이 있다. 단백질과 DNA처럼, 지질도 더 단순한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지방산이라는 긴 사슬 같은 분자다. 지방산도 마찬가지로 원시 지구에서 화학적으로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놀랍게도, 지방산이 함유된 물을 흩뿌리거나 증발시키면, 지방산들은 저절로 모여서 공 모양의 미시구조를 형성한다. 세균을 감싸고 있는 막과 거의 비슷한 형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90,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물이 다른 물질을 포획하는 능력은 개인 위생뿐만 아니라 생명 활동에도 필수적이다. 세포의 내부는 거대한 화학 공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물질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폐기물을 배출하고, 화학물질을 재료 삼아 세포 기능에 필요한 여러 가지 효소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물이 없으면 모든 공정이 중단된다. 세포 질량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한마디로 '생명의 액체'다.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출신의 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는 물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물은 생명의 물질이자 생명의 기반이며, 모든 매개체의 어머니다.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지구의 생명체는 원래 바다에서 살다가, 피부에 물을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한 후에야 육지로 진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물과 함께 살고 있다. 다만, 바깥에 있던 물을 몸 안으로 가져온 것뿐이다." 물과 생명의 관계가 우주 전역에 적용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p.133,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엘러건트 유니버스》《우주의 구조》등 수 년 마다 명저를 집필하며,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대중 과학 전도사’로 불린 브라이언 그린의 신작. 과거 저서들과 비교하면, 이번 책은 독백에 가깝다. 물리학자로서 연구와 탐구를 넘어선, 지난 10여 년간의 철학적 성찰이 느껴진다.
물과 생명에 관한 글을 읽으니 꼬꼬마 때 친구에게 써줬던 시(?)가 생각나서 옛날 일기를 들춰봤어요. 정말 비과학적인 얘기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바다 바다는 모든 걸 다 받아 준다고 바다래 사람의 눈물이 왜 짠지 알아 최초의 인간은 바다로부터 나왔대 바다는 모든 인간의 고향 내 살도 피도 눈물도 모두 바다로부터 시작된 것 그러나 인간이 육지로 나온 다음부터 하도 못되게 살아서 바다로부터 가져온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씩 잃어버리고…… 단 하나 남은 건 단 하나 남은 진실은 눈물 그래서 눈물은 아직… 바다를 간직하고 있는 거래
정말 멋진 시입니다. 교훈적이고요.. 그래서 매정한 사람을 보고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하는가 봐요.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야 했던 존재에 대해 안쓰러움도 느껴지네요. 하지만 저는 비정하게도 눈물의 성분과 바다의 성분이 어떻게 다른지 제미나이에 물어봤어요. 일단 눈물의 염분은 0.9%이고 바다의 염분은 3.5%라고 해요. 눈물에는 안구를 보호하기 위한 항균 효소나 면역글로불린이 있어요. 눈물은 지방층(제일 바깥), 수성층, 점액층(눈물이 잘 붙어있게 도와줌)의 3층 구조로 되어 있고요. 눈을 자주 깜박이지 않으면 이것들이 말라서 눈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어서 눈에 안좋은 거 같아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먼지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물 성분이 많지만 슬퍼서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스트레스 호르몬)이나 독소 성분이 섞여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바다에서 왔기 때문에 촉촉한 물을 그리워하는 거 아닐까요.. 몸에서 가장 연약한 눈이라는 부위도 잘 보호해주어야겠다는 걸 최근에야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슬퍼서 흘리는 눈물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독소 성분이 섞여 나온다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의 성분은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저는 눈물이 무지 많은 편인데,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기뻐서 눈물을 흘린 적은 딱 두 번 있었던 것 같아요.
향팔님의 시를 보니 저는 안치환의 '소금인형' 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가사가 류시화님의 시 '소금인형'이었다는 걸 지금 알았어요. https://youtu.be/HtjthW_oVX0?si=PT6D-SUuarzj7T4O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아… 이건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상이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황홀해지면서 눈물이 나고 그래요. 남자친구랑 집에서 맥주 한잔 나눌 때 자주 이 영상을 틀어놓고 같이 따라 부르곤 한답니다. 노래하며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는 저 몸짓도 따라 하면서요. 그러면 바다에 녹아버린 소금인형처럼 저도 음악과 하나가 된 듯한 상태가 되거든요. 안치환 아저씨는 시에 곡을 붙여 부르는 걸 무지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 당장 생각나는 곡들만 해도 김남주, 김지하, 정호승, 나희덕… 아마 더 많을 거예요. 노래도 어쩌면 이렇게 잘 하시는지!
이 시도 생각이 나네요… (꼬꼬무)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명료하고 서늘하고 따뜻한 시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함민복 시인의 이 시집에는 젊은 시인한테서 찾아보기 드문 서정적 힘이 가득 넘치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여성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아름답게 그린다.
이 시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요. 시집 제목도 익숙하고요.. 표지 그림도 예쁘네요. 먹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저는 안도현님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아, 이 시가 안도현 시인의 시였군요. 한번 읽은 사람은 다시는 간장게장을 먹을 수 없는 몸이 된다는 전설 속의 시… (ㅠㅠ) 예전에 저는 “물고기”는 고통을 못 느끼는 줄 알았었어요(바보). 산낙지도 연포탕도 대하구이도 좋아했었는데,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산 채로 조리하는 걸 금지하는 건 물론이고, 갑각류를 운송하거나 진열할 때 그 아래 얼음을 깔아두는 것도 금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되고 알아야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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