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와, 벌써부터 모임분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네요(책 한 권을 읽는 마음으로 차분히 읽고 내려왔습니다). 책은 어제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했어요. 앞서 설명해주신 것처럼 책이 두껍지는 않은데(사실 저는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두께를 알 수는 없지만 분량 자체가...), 내용이 정말 깊네요. 중간중간 생각에 잠기면서 문장들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박산호 작가님은 재작년에 디킨스 모임에서 처음 뵀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모임에서 다시 뵐 수 있어 기뻐요:)
@연해 오, 연해님 반갑습니다!
네, 작가님:)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오프라인 북토크도 가고 싶었는데, 하필 그때가 회계 감사 기간이라 옴짝달싹 할 수가 없어서(흑흑). 그래도 이 모임방에서 활자로 대화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저도 이번에 다른 분들 글들 보고 책에 나온 것들과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저번보다 짧은 책이지만 더 바쁘게 읽고 있네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 정말 좋아요
장애아를 돌보는 어머니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어머니는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독박 돌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해결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아의 부모는 3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장애인 활동 지원사나 봉사자 등 다른 사람에게 돌봄 업무를 맡기고 쉬어야 해요. 장시간 돌봄은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돌봄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면 좋을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오, 그게 아니더라도 가족은 정말 오래 같이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같이 있으면 좋은게 아니라 더 싸우게 되더라구요. 그건 그 사람이 악하고 선하고를 떠나서 인간끼리 나누는 파장이 원래 그래서 그런건 아닌가 생각해요. 가정은 정말 위험하기도 하더라구요. 전 존속살인 어떤 면에선 이해하겠더라구요.
저도 이 말씀 공감합니다. 원가정에서의 시간이 지난해서 그런지, 떠날 때 어찌나 후련했는지 몰라요(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연락올까 두렵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아예 없어서,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말도 징그럽게 싫어합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어른들이 어쭙잖게 조언하곤 하시는데('그래도 엄마한테 그러는 거 아니다'라는 식), 속으로는 '내 엄마를 겪어봤어?'라고 생각하며 겉으로 그냥 웃어요. 저는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꼭꼭 숨겨뒀던 냉소적인 기질이 불쑥불쑥 치고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연해님 글을 읽으며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는 열살 때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계속 떨어져 살다가 고3 때 다시 같이 살게 됐어요. 헤어진 것도 다시 합친 것도 저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죠. 처음 얼굴을 다시 마주했을 때 어찌나 서먹하던지.. 이젠 저도 나이가 들어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삶이 짠하기도 하지만, 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마음의 벽을 치게 되더라고요. 겉으로는 무난히 지내면서도 맘속 깊은 곳에서는 ‘가장 필요할 땐 곁에 없다가 다 크니까 찾아온 엄마’라는 생각을 평생 갖고 가네요. 아빠는 문제가 더 심각했죠. 알콜중독으로 온 식구를 힘들게 했으니까요. (알콜중독은 정말 무서운 병이에요. AA 덕분으로 오랫동안 단주에 성공하더라도, 재발하는 순간 공든 탑이 너무 쉽게 무너지더군요.) 아빠 얘기가 나오면 ‘응, 울아부지는 워낙 한량이라 우리 식구가 좀 힘들었어’ 정도로 퉁치곤 하지만 속사정은 어마어마하지요. 부모 노릇 안 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폐지를 줍고 집에서 가방 만드는 부업을 하시며 저희 남매를 키워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에겐 그분들이 부모님이랍니다. 제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두 분 모두 돌아가신 게 한이지요. 고모들은 본인들도 가난하면서 제 교복도 맞춰주고 방학 땐 고모들 집에 교대로 데려가주시며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보다 고모가 더 애틋해요. 지금 저는 명절에 부모님 집에 다니고 이따금 연락도 하고 살지만 그렇다고 제가 부모를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자식도 부모를 돌보는 게 맞는 거냐고 물어보신 작가님의 질문이 좋았어요.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 제가 엄마랑 같이 산 건 아홉 살 때까지, 그리고 고3때부터 스물여덟 살 때까지인데, 후반의 동거기간은 정말 극한 충돌의 연속이었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 나는 다시는 엄마랑 같이 못 산다! (아빠랑은 말할 것도 없고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지금은 오히려 따로 산 지 오래 되니까 같이 살 때에 비해 사이가 무난해졌네요. (그렇다고 살가운 모녀 사이가 된 건 결코 아니지만요. 그런 건 앞으로도 불가능할 듯해요.) @stella15 님 말씀대로 역시 전부 따로 사는 게 최고인가 봅니다! @연해 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가족’ 이야기에 냉소가 나오는 1인이 여기도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휴... 향팔님의 이야기는 종종 이렇게 꺼내주실 때마다 숨을 삼키고 읽게 됩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어쭙잖게 말을 얹으려는 건 아니고요. 그저... 내밀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여러 번 천천히 읽었습니다). "‘가족’ 이야기에 냉소가 나오는 1인이 여기도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었어요."라는 향팔님의 말씀이 저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더 긴 이야기를 펼쳐볼까 하다가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해서 다시 넣었어요. 저는 아직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향팔 님 글을 읽으니 슬프면서도 조부모님과 고모님들이 감사하네요~~♡ 나를 사랑해 줄 존재는 꼭!! 필요하니까요~지금 <김규식과 그의 시대> 앞부분을 읽는데 4살정도 밖에 안된 고아가 된 김규식을 그의 삼촌이 귀찮아서 죽으라고 병풍치고 그냥 내버려두어서 죽기 직전의 그를 언더우드가 고아원으로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충격적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어른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은거 같아요~ㅜㅜ 그리고 @향팔 님 글을 읽으니 좋은 부모와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들일까에 대해서도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거북별85 님, 따뜻한 맘이 담긴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조부모님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만큼 고모들께 잘해드리고 싶은데.. 항상 마음만 앞서네요. (막내고모는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김규식책 벌써 시작하셨군요! 저도 내일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갑니다. 얼렁 읽고 싶네요
@거북별85 님 김규식 시작하셨군요. 전 중고샵에서 연락이 오지않아 기다리고 있어요. 보통 나온지 6개월 정도면 중고샵으로 넘어 오던데 . 어쩌면 이달엔 그냥 깍두기로 참여하게 될지도 몰라요. 흐흑~ 근데 김규식 넘 잘 생기지 않았나요? 잘 생긴 구스타프 말러처럼 생겼어요. ㅎㅎ
전 뒤늦게 시작하면 도저히 자신이없어서 큰맘 먹고 새책 구입했답니다^^ 책 속 김규식의 똘망똘망한 눈의 어렸을때 사진을 보고 광고속 아역배우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초반 부 읽으면 실제 그런 역할로 고아로 버려진 처지에서 언더우드씨에게 뽑힌 느낌입니다~ㅜㅜ
언더우드 선교사가 대단한 사람이죠. 그분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에 와서 광혜원을 세우고 나중에 연세대, 세브란스까지... 잘 생긴 영향도 없진 않을 거예요. 심리학적으로도 잘 생긴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잖아요. ㅋ 근데 책이 넘 비싸요. ㅠ
언더우드 대단하신 분이죠!! 생애는 잘 모르지만 그분이 세우신 학교 들어갈려면 ㅎㄷㄷ 하지요^^ 김규식책은 첨으로 책으로 Flex했습니다!!^^;;(중고서점도 도서관에도 없더라구요^^;;)
아, 그래서 작년에 향팔님 할머님 피아노 배우게 해 주신 (맞죠?) 그 얘기가 여기서 이어지는군요. 누구든 내 편인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물론 그 사람이 나의 부모라면 좋겠지만 부모님도 다 아픈 곳이 있으셔서 그러는가 보다해요. 그래도 고모님도 좋으신 분이셨네요. 친가쪽 분들이 그러기가 쉅지 않은데. 우린 친할머니 고모들이 만만한 분들이 아니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친가쪽 분들부터 관계를 딱 끊었어요. 친가분들도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엄마를 괴롭힐 명분이 없어져 더 이상 뭐라고 하지도 못했고. 인연이란게 뭔지 참...
아니, 피아노 얘기를 기억해주시다니요. 맞아요, 할머니가 폐지 판 돈으로 저를 피아노학원에 밀어넣어 주신거! ‘아무리 없이 살아도 가스나가 피아노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할무니의 신념으로, 먹고살 돈도 없는데 피아노를 다 배웠답니다. 그러게요, 저는 조카들한테 제 고모들처럼 못해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제는 할머니 나이가 된 둘째고모랑 가끔 옛날 얘길 하는데 고모 말씀이 ‘지금처럼 노인 기초연금만이라도 따박따박 나오는 세상이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니들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하시며 아쉬워하세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우리가 돌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프로메테우스의 고난처럼 타인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돌봄이란 그런 게 아닐지 생각하고, 거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가져온 겁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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