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아침바람 님, 고맙습니다. 남겨주신 글 덕분에 39쪽 엄마의 일화를 다시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어요. 그동안 저는 제가 고양이들을 돌봐왔다고 생각했고 제가 없으면 고양이는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깨달았네요. 책에서 나무를 하던 엄마가 살아났듯이, 사실은 요 털짐승들 덕분에 제가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요. 저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아침바람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아픈 고양이는 제가 오래 짊어져야 했던 무겁기만 한 짐이 아니라, 제가 마음 속 뱀에게 물린 독기와 절망을 빼 주고 계속 살아갈 힘을 줬던 거였어요. 돌봄이 일방적인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돌봐왔던 거였네요. 아이가 지금 제 곁에 숨쉬고 있다면 귀에 대고 이 말을 해줄 텐데.. 네 덕분에 엄마가 살았다고요.
산에서 독사에게 물린 한 엄마가 자신이 곧 죽을 걸 알고 한겨울 숲에서 나무를 해요. 아이들을 위해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는 거죠. 그 일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려서 독기가 다 빠졌고 그렇게 살아났다는 거예요. 정말 감명받았어요.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어야겠다.’ 이런 다짐도 좋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39-40쪽, 박산호 지음
저는 코앞에 놓인 해야 할 일, 아니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어떤 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암이나 불치병에 걸렸을 때조차 비관적인 죽음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싸운 친구와 화해하고, 자신의 흘러간 청춘을 애도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40쪽, 박산호 지음
안그래도 2부에서 우리가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게 어쩌면 반대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구원하는 거”라고 하시던데 마찬가지로 돌봄받는 생명이 오히려 돌봄을 하는 이를 구원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일방적이지 않은 서로 주고 받는 선물이네요..
아;; 저만 모르는 줄! 전 삐삐를 잠시 쓰던 세대라 486이나 8282처럼 삐삐 문자에 쓰는 건 줄 ㅋㅋㅋ 맞아요 책임 질 대상,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확실히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지고 노력하게 되는 게 삶인 듯해요. 얼마전에 노견일기라는 만화책 보다가 정신없이 빠져서 읽다가 마지막 권을 남겨두고 더이상 못 읽고 있어요 ㅠㅠ (결말이 다가오는 게 갑자기 두려워지더라구요) 그래도 계속 노견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함게 보낼 수 있는 순간들을 소중히 살아가고 있는 작가를 보며 감동했어요
헉, 이런... 제가 그렇게 불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계시네요. 하긴 저도 처음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생각하면. 혹시 또 모를 분들을 위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나 이삼일 앓다 돌아가는 거를 의미한다는 것을 밝혀드립니다. ㅋㅋ
ㅎㅎㅎ 덕분에 재미있는 걸 배웠네요. 제가 요즘 유행어나 meme을 워낙 몰라서 그래요..^^;;
스위스 질소캡슐 얘긴 처음 들었네요.. 실은 전 아마 묘지보다 화장을 택할 거지만 실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빙장(cryomation 또는 창시회사 이름을 따서 promession이라고 하던데.. 제가 예전에 메리 로치의 책 Stiff에서 이걸 읽을 때 듣고 나도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 들어오기는 커녕 원래 스웨덴에 있던 회사 Promessa가 망했다네요 ㅠㅠ 아흑
저도 향팔님과 @stella15 님 말씀처럼 장례식은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암과 책과 오디세이>를 듣다가 '해양장'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제가 바라는 형태의 마무리(?)라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농담처럼(하지만 진지하게) 장례식도 싫고, 제 골분을 바닷가에 뿌려달라고 부탁할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꼭 지인이 아닐지라도). 근데 방송을 듣다가 알게 된 건, 그게 또 아무 바다에나 막 뿌리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전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다가 주인공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그의 유골을 살아생전에 사랑했던 동네 곳곳에 뿌려버린(?) 대목을 읽고 '이거 참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법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아무튼 저도 장례식도 싫고, 추모할 필요도 없이,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눈 감고 싶은 마음이에요. 계속 혼자살다보니, 질병과 노화, 죽음을 어떻게 홀로 정리할 수 있을지를 자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해 님도 부산의 해양장에 솔깃 했군요^^ 저도 그렇답니다~ 부산바다를 참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온집안이 선산의 한곳에 산소에 모셨잖아요~ 저도 시댁에 선산이 있어 거기에 자리가 있지만 별로~^^;; 저의 시어머니부터도 선산에 묻히기를 반대하시거든요~~^^;; 딸들한테는 새섬님한테 들은 해양장 이야기도 했어요^^ 그 외에 장례문화에 납골당이 있는데 납골당 또한 비용이 치솟고 있구요~ 그런데 전 20대 말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선산이든 납골당이든 해양장이든 장례문화는 죽은 이를 위해서라기 보다 남아있는 자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나를 든든하게 지탱하던 벽하나가 무너져서 그 사이로 세상의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니까요~~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 분이 없어도 잘 버텨낼정도로 사회적이든 정서적이든 강하게 세상에 서 있는 능력자들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않다면 나를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에 따른 상실과 슬픔은 오랫동안 짓누르니까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장례에 관해서는 남아있는 분들과 같이 의논해보시는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누가 내 죽음 이후 누가 많이 슬퍼할지 알수가 없어서 좀 ~~^^;; (생각보다 가족들이라고 모두가 슬퍼하는건 아니라서요~~)
저랑 저희 남편은 화장한 가루를 진공포장(?) 잘 해서(그것도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으면 벌레가 생긴다고 해서요) 예쁜 사기 그릇에 담아 마루에 있는 책장에 놓고, 매일 아침 지나가면서 아침인사하기로 했어요.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불단 놓고 이런 거 말고 그냥 심플하게, 사진 놓고 뒤에 제 유골이 담긴 작고 예쁜 단지♡ 옥타비아 버틀러/어슐러 르귄/마거릿 애트우드 님의 사진과 한 자리에 놓여 있을 제 사진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
오!! 가족들이 찬성한다면 좋은 생각입니다^^ 책장과 예쁜 사기그릇이라니 혹합니다 전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그냥 산속 사찰옆에 뿌려버리셨는데 어디였는지 기억도 못하시고 찾아가지도 못해 슬펐답니다~ㅜㅜ(저의 큰어머니가 그냥 근처에 뿌리라고 해서 그냥 형님 말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ㅜㅜ) 그때만 해도 제가 많이 약해서 시댁이나 세상에서 두드려맞을일이 많았는데 위로 받을 장소가 없는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나, 속상하셨겠어요. 저에게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방점이 찍힙니다.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이것저것 준비는 해 둬야겠더라고요. 몇 년 전에 같이 일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저의 비번을 전부 공유해 뒀습니다. 허나 남편은 왜 아직도 공유하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숨겨둔 재산이 많아서 그런 거라면 좋겠어요~~~
제가 자주 산책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유독 제마음을 끄는 나무가 있었어요. 그곳을 산책할때마다 바라보고 , 가끔은 그나무에게 얘기도 하고 슬쩍 쓰다듬기도 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나고 애들이나 누군가가 나를 추억하고 싶으면, 보통 말하는 제삿날도 구태여 집에 모여 힘들게 음식같은거 할 필요없이 서로 시간 맞을때 '이 공원을 산책하고 이 나무를 찾아 한 번 어루만져 주라'고 말할까 라고 생각했었어요. 여러 글들을 읽으며 삶과 죽음 남겨진 사람들에대한 많은 생각들을 더 많이하게 됩니다.
@아침바람 님 글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례든 제사든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형식적인 것보다는 아침바람님처럼 애정하는 나무가 가족들에게 더 행복한 기억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같이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둔다면 제사의 형식보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겠군요^^
오, 저도 동동이 유골을 작은 호두나무 함에 담아 책장에 놓고 인사하믄서 지내고 있어요! (엇, 근데 @꽃의요정 님과 배우자분의 이야기를 하시는 중에 제가 이렇게 고양이랑 비교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실 수도요… 그래도 이 또한 가족 이야기려니 여겨주시어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해두니 제 마음에 큰 위로와 평안이 되더라고요. (남은 아이도 가끔 가서 인사해요 ㅎㅎ)
어메나! 저 오른쪽 사진 보고, 먹고 있는 사진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ㅎㅎ 옆에 너무 예쁘게 있네요.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향팔님이 얼마나 고양이들을 사랑하시는지 알거든요. (저랑 남편은 서로 그 정도로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으하하 여기 안 들어오니 아무말대잔치)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사랑했던 가족들을 일년에 한 두번 보러 가는 것보다는 옆에 같이 있으면서 인사 나누고 가끔 말 거는 게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
와 역시 요정님 최고 :D 맞아요! 옆에 같이 있으니까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되더라고요. 사진에 은동이가 물 먹고 있는 것도 맞아요 ㅎㅎ 처음에 동동이 앞에 물을 떠놓았더니, 인사하러 와서는 물을 마시더라고요. (인사하러 온 거.. 맞겠죠?) 지금은 물그릇은 치우고 꽃이랑 츄르만 놓다가 가끔 바꿔 주기도 하고 그러다 또 말도 걸고… 그러면 눈물이 나지만 또 웃음도 나요.
아, 그렇게 했군요. 나도 그럴 걸 그랬나? 다롱이 마지막 보내던 때가 생각나네요. 코로나 때라 다롱이 데리러 온 업체 사람에게 그냥 잘 좀 보내다라고만 하고 저는 못 갔습니다. 안 간 건가? 다롱이 보내놓고 도저히 혼자 집에 올 자신이 없더라고요. 나중에 이렇게 했다고 사진 찍어 보내줬는데 그냥 잘 보내줬구나 했습니다. 그것도 비용이 꽤 들던데요? 슬픈 건 슬픈거고 정말 없는 사람은 개도 못 키우겠더라고요. 휴~ 사진 넘 애틋하네요.특히 두번째 사진. 향팔님네 고양이는 복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그 맘 이해됩니다. 동동이는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입원 중에, 이제 더이상의 치료는 무리이고 애만 괴롭히게 된다는 판단 아래 안락사로 떠났어요. 그 결정을 하기까지가 제겐 이미 지옥 같은 순간이었어요. 제 품 안에 아이를 안은 채로 일이 진행되고, 먼저 재우기 때문에 아이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지만, 참 너무도 빨리 끝이 오더군요. 살아서는 양쪽 옆구리에 심어둔 피하포트 때문에 힘껏 안지도 못하고 항상 조심스러웠던 아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제 품 안에 꼬옥 안아줄 수 있었어요. 고치기 힘든 병을 5년간 정성으로 치료해 주셨던 주치의 선생님도 엉엉 우시고, 테크니션 선생님들도 모두 저랑 같이 울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인사를 드리러 가고 싶은데, 얼굴 보면 너무 울 것 같아서 아직 못 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장례 업체가 잘돼 있더라고요. 동동이가 떠난 날 바로 집에 데려와(병원에서 아이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아이스팩이랑 같이 관에 넣어주셨어요.) 작은방에서 이틀간 같이 있다가 장례식장으로 갔거든요. 집에서 실컷 인사를 나누고 준비를 단디 하고 갔더니 막상 장례식장에서는 조금은 담담히 보내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 지금도 아득한 걸 보면 @stella15 님 말씀이 너무 잘 이해됩니다. 맞아요, 정말 돈 없으면 안 돼요. 일단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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