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아, 그래서 작년에 향팔님 할머님 피아노 배우게 해 주신 (맞죠?) 그 얘기가 여기서 이어지는군요. 누구든 내 편인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물론 그 사람이 나의 부모라면 좋겠지만 부모님도 다 아픈 곳이 있으셔서 그러는가 보다해요. 그래도 고모님도 좋으신 분이셨네요. 친가쪽 분들이 그러기가 쉅지 않은데. 우린 친할머니 고모들이 만만한 분들이 아니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친가쪽 분들부터 관계를 딱 끊었어요. 친가분들도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엄마를 괴롭힐 명분이 없어져 더 이상 뭐라고 하지도 못했고. 인연이란게 뭔지 참...
아니, 피아노 얘기를 기억해주시다니요. 맞아요, 할머니가 폐지 판 돈으로 저를 피아노학원에 밀어넣어 주신거! ‘아무리 없이 살아도 가스나가 피아노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할무니의 신념으로, 먹고살 돈도 없는데 피아노를 다 배웠답니다. 그러게요, 저는 조카들한테 제 고모들처럼 못해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제는 할머니 나이가 된 둘째고모랑 가끔 옛날 얘길 하는데 고모 말씀이 ‘지금처럼 노인 기초연금만이라도 따박따박 나오는 세상이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니들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하시며 아쉬워하세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우리가 돌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프로메테우스의 고난처럼 타인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돌봄이란 그런 게 아닐지 생각하고, 거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가져온 겁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그믐 회원 가입하고 처음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박산호 작가님도 참여하시는 모임이어 더욱 뜻깊네요. (작가님 책 중에..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긍정의 말들, 어른의 문장들.. 까지 읽었고, 그중 특히 '긍정의 말들' 이 기억에 남습니다. )
@바람구름 반갑습니다! 긍정의 말들, 어른의 문장들 저도 좋아하는 에세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화란 게 그런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볼 수 있고 가슴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많아요. 통증조차 본인이 직접 아파봐야 타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화에 관해서는 끝도 없이 ‘버전 업’ 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새롭게 익히는 게 많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돌보고 계신 환자분들을 할머님, 할아버님, 환자분… 이렇게 안부르고 뮤즈라고 하시는 것도 책 첫머리부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을 쓰면서, 또 실제로 죽음을 접하면서 하루에 세 번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감과 감사함이 밀려온다. 언젠가 나는 반드시 죽겠지만 그게 오늘이 아니어서, 지금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순간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어서 그렇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p.9-10, 박산호 지음
오늘 당장 어머니가 화를 내도 내일 아침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할 용기를 가지는 게 좋아요. 어머니의 노화 과정에 부지런히 동행하다 보면 힘이 붙을 거예요. 부모 돌봄에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잘하실 수 있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29, 박산호 지음
돌봄 산업에서 로봇을 쓸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돌봄 노동자가 많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케어 로봇이 잘 작동하다가 고장 났을 때 노인이 느낄 혼란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그런 게 싫어요. 그런 식의 정서적인 지지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받아야 하는 게 맞아요. 로봇을 연구하는 비용으로 우리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다른 걸 해 볼 여지는 없을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35, 박산호 지음
티베트 불교 승려인 용수 스님과 <이대로 살아도 좋아>라는 대담집을 함께 쓰면서 '죽음 명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수 스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죽음을 생각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또 죽음을 생각하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그 후 죽음을 전보다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36, 박산호 지음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어야겠다.' 이런 다짐도 좋아요. 저는 코앞에 놓인 해야 할 일, 아니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어떤 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암이나 불치병에 걸렸을 때조차 비관적인 죽음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싸운 친구와 화해하고, 자신의 흘러간 청춘을 애도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40, 박산호 지음
현생에 치여 살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현생 때문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못다 읽었지만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벌써 여러 문장들이 마음을 때려 오네요.....
저도 간신히 <죽음이란 무엇인가> 읽고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분량은 적은인데 읽는 내내 문장문장들이 콕 콕!! 박히네요~😊
저도 시작만 해놓고 현생이 바쁘다 보니 (주말에 좀 차분히 앉아 읽고 싶었는데, 토요일엔 하루 종일 시어머니 추보 미사 준비, 그 후 시댁식구들과 함께할 저녁식사준비에 다 가버렸고, 일요일인 오늘은 슈퍼볼 파티한다고 준비중이고… 잠을 더 줄여야 독서가 가능하려나봐요. 🙄
그러게 말예요. 전 아이가 갑자기 독감에 걸려서 병수발모드네요 ㅠㅠ 그래도 1번 책과 달리 금세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허나 묵직하네요..😳
요즘 독감 무섭던데, 고생이시네요. 아이가 지금쯤 많이 나았길 바래요.
염려해주신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 @새벽서가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저도 감기가 지독하게 걸렸어요. 독감이면 약처방이라도 받을텐데, 미국에서 감기 환자는 그냥 푹 쉬고 비타민 챙겨 먹고 치킨스프 먹으라고 합니다. 쌩으로 버티는 중인데 오늘은 수업 다 끝나고도 저녁 7:30까지 학부형 상담이 있어요. ㅠㅠ 집에 오면 8:20 쯤일텐데 기절각 예약입니다. 이래서야 언제 책읽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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