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공감하고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 성급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하려고 하면 탈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68, 박산호 지음
사실, 사후세계는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심리학과 뇌를 공부했고, 우리 몸이 어떻게 생각하고 감각을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알기 때문에 육신이 죽으면 이 모든 활동은 끝난다고 알고 있거든요. 다만, 물리학적인 사후세계는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은 다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도 에너지입니다. 화장하면 우리 몸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가 세상을 떠났어도 바람이나 온기의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82, 박산호 지음
저도 어렴풋이 이렇게 생각하곤 했는데 정리된 문장을 보니 반가웠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유물론적으로도 가까운 이의 죽음을 그나마 덜 외롭게, 덜 슬프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요. ‘내 영혼 바람 되어’의 노랫말이 생각났습니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 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https://youtu.be/Oa0cpu5N5a0?si=9WGtTLJbBwSE2IZR
제가 하는 치료가 인지 행동 치료인데 그런 식으로 우리 안에 있는 왜곡된 핵심 신념들을 찾아서 고치는 겁니다. 그 신념은 심장 같은 거라서 삶의 어떤 영역에든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야’와 같은 마음을 건드리는 거죠. 그렇게 해서 가장 오래 걸린 치료가 2년 정도였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87, 박산호 지음
죽음에 대한 통찰과 사유와는 별개로, 내가 갖고 있는 잘못된 신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나저나 2년의 치료에 걸쳐 터닝포인트를 발견하시다니, 상담을 받으시는 분과 상담을 해주시는 분 모두에게 감동적인 순간이었을거라 짐작해 봅니다.
구체적인 요양원의 풍경이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막막한데 삶의 한 주기로 받아들이면 그 순간, 주변이 보이고 이타적인 고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저는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죽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하고 있어요. 알고는 있지만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이상 생각할 필요조차 못 느꼈고 죽는다는 것은 항상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거든요. 아픈 이들의 삶과 가족들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더 보고 듣고 싶지 않죠. 삶의 한 주기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책이 애플망고님의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도 정말 공감됩니다. 저는 부러 죽음을 떼어놓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막상 마주한 죽음, 질병 등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현실이더라고요. 외할머니가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계신데, 엄마가 영상을 보내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외할머니께 결혼하기 전에 인사를 드리러 간 (친)오빠와 아내분이 함께 있는 영상이었는요. 둘은 활짝 웃고 있는데, 외할머니는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뚱하게 계시길래, "엄마, 근데 외할머니는 왜 이렇게 화가 나있어?"라고 물었더니, 치매라 그러신 거라고...
역시 건강이 나빠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기도 했다. 병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보면서도 죽음은 항상 삶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그러면서 죽음을 비장하게 볼 필요도 없고, 슬프고 우울하게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대통령도 죽고, 부자도 죽고, 가난한 사람도 죽고, 한국 사람도 죽고, 미국 사람도 죽고, 중국 사람도 죽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일단 ‘남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세요. 다들 남의 엄마한테는 잘하잖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얘기로 좀 답답했는데 이 책에 무한공감하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에요. 셸리 작가님 죄송합니다.
ㅎㅎ 찌찌뽕~입니다~ @꽃의요정 님^^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제가 무지해서인가 자책도 좀 들고~~2월 @박산호 작가님 고맙습니다^^
앗, 이 말 정말 꽂히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제 저의 엄니도 연로해예전 같지않은데 자꾸 예전의 엄니를 생각하게 되네요. ㅠ
PTSD는 이러한 회피 증상에 더해서 ‘재경험’이라고 하는 악몽을 꾸거나 마치 눈앞에서 그 사건이 생생히 재생되는 것 같은 ‘플래시백’이라고 하는 증상들을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과각성 증상’이라고해서 수면 유지가 어렵고 과도하게 놀라는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요. 사건과 관련된 기억을 상실하거나 혹은 미래에 대해서 조망이 되지 않는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PTSD는 재경험, 회피, 과각성, 인지변화의 4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압력솥처럼 계속 올라가는 생각의 압력을 빼내는 연습이죠. 죄책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시간이 흘러가도 해결할 수 없는 미안함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물론 명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그 이후를 향해 나아가야 하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정말 죄책감이 가장 힘들더라고요. 아이가 아플 때는 ‘내가 잘 보살피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 얘가 이런 병에 걸렸나’, ‘내가 좀더 빨리 이렇게 저렇게 해 줬다면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요. 아이가 떠나고 나서는 그 위에 또 다른 죄책감이 덧붙여졌어요. 나는 얼마나 나쁜 보호자인가! 고양이의 마지막 며칠간은 제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이럴 바엔 차라리 아이가 빨리 눈을 감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고요. 내가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어 치료를 했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고? 하는 허무함도 있었고요. 돌봐야 할 아픈 애가 없으니 내 몸이 편해지고 거기서 느껴지는 이상한 후련함(?)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면 내가 이런 몹쓸 생각을 했다는 것이 또 미안해지고…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아주 돌아버릴 것 같은 때가 자주 있어요. 작년 말에 동네 도서관에 펫로스 상담사가 오셔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곳에 가서 자리에 앉아 눈앞의 강의 슬라이드를 딱 보는 순간부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내내 울다가 강의가 끝나고 잠시 자기 얘기를 나누는 시간에도 울고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울었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당신이 고양이에게 너그러웠듯이 이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고 아픈 고양이를 돌봤듯이 스스로를 돌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펫로스 상담이 필요한 상태인 것 같아요. 책에 나온 대로 명상이나 상담 치료를 받으면 저도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고 고양이랑 행복했던 날들과 그 아이로 인해 제가 구원받은 순간들을 즐겁게 떠올릴 수 있게 될런지….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것 같아요. 충분히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고, 후련했다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게 애도의 과정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향팔님 자신도 잘 돌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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