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 저는 약물 치료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상담하다가도 필요하면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지금 우울한 생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거나 마음이 너무 경직된 상태라면 상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죠. 우울이 깊어지다 보면 자꾸 반려동물의 죽음을 반추하게 되면서 악순환에 빠지거든요. 하지만 성급히 이 감정들을 약물로만 다스려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약물 치료를 하고 오시는 분들의 경우 감정적으로 조금 무뎌진 상태로 오시는 것 같아요. 그저 이별한 지 겨우 1, 2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바로 약물 치료를 하는 게 맞는지 조금 의문이 듭니다. ○ 처음부터 약물 치료를 받기보다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슬픔을 애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서까지 슬픔이 지속될 때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까요? 또 자연스럽고 평균적인 애도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 첫 두 달 정도는 당연히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기준은 두 달이라는 시간으로 정할 수는 없어요. 그보다는 주요 우울증이라고 해서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증상이 있을 때 해야죠. 내담자가 2주 동안 극심한 우울감, 무기력감, 수면 문제, 죄책감, 식욕 감퇴 등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면 우울증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질 때는 자살 충동도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럴 때는 두 달이 안 됐더라도 약물 치료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스스로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도 몇 번 겪었던 일인데요, 제 주변에도 아프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렇게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친구나 가족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 공감하고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공감하고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저도 느낍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부족한 거 같다고 한 번씩 느낍니다. (맞습니다. 사실은.. 제가 부족한 거.. 😂😂)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땐 미련할 정도로 병원을 가지 않았는데.. (개근, 전근 상 좀 받아봤습니다. ㅎㅎ) 이젠 목이 따끔따끔 하면 더 심해지기 전에 미리 약을 사 먹거나 이비인후과를 찾곤 합니다. 뭐든 본인에게 맞는 적정 선을 찾는 게 중요한 거 같은데.. 고통이라는 게 주관적인 측면이 커서;;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측면도 분명 있지만.. 과거에 비해 너무 의존적으로 바뀐 측면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사회적 인식 자체가...
○ 한국인의 정신적 근간인 유교가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유교적 가르침에 따라서 사람답게 살아라, 하는 윤리를 어른이 가르쳐줬어요. 그때는 굳이 영혼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다운 건 이런 것이고, 짐승 같은 건 이런 것이라는 기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천민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인간과 짐승의 기준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문제는 인간의 기준을 넘어서는 짓을 했는데도 잘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한편으로 정도를 지키는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밀려나는 것 같은 박탈감이 들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성이 인간답게 사는 것과 결부돼 있다는 신부님의 말씀은 굉장히 신선합니다. 다만, 그것이 단순히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 공룡시대 때 큰 공룡이 작은 공룡을 다 잡아먹었다가 나중에 큰 공룡이 다 죽어버렸어요. 인간 사회도 똑같아요. 돈 벌어서 나만 행복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가난한 사람을 등쳐 먹으면 결국엔 다 같이 죽는 겁니다. 그게 종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정한 종말이란 기후 위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와요. 종말이 오면 악령이 날뛴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냥 악령이 아니라 돈이라는 악령에 사람이 빙의가 된 시대가 종말이라는 거죠. 그럼 가난한 사람만 사라지느냐? 그렇지는 않다는 걸 우린 코로나를 겪으면서 알게 되었잖아요.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같이 살아야 종말을 면할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때 코로나의 근원이 중국의 우한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발견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로 들어가는 길에 있던 굉장히 긴 빈민촌이 떠올랐어요.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화장실 한번 가려면 줄을 아주 오래 서서 기다려야 하는 굉장히 열악한 곳이었죠. 결론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나 자신이 살기 위한 행위라는 걸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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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서나 신약 성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결국은 ‘인간이 다 같이 생존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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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배설물은 입으로 눠야 해요. 그걸 우리는 전문용어로 ‘욕’이라고 해요. 제일 좋은 방법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욕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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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사람의 마음에 기대와 칭찬과 관심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고 그게 심리 치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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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자인데 구약과 신약을 읽었다고 하면 신자 입장에서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주로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오래전 이국의 풍경을 구약과 신약을 통해 만난다고 하면 기함을 하더군요. 그때 쫌 답답했었는데 구약과 신약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참 좋았습니다. 욕을 혼잣말이라도 소리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집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욕하'면 되겠다 싶어요. 쓰는 와중에 이미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네요. 상담 또는 심리 치료 관련한 일련의 정의와 개념을 공부했지만 신부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습니다. 4부는 읽는 내내 밑줄 긋느라 동동거렸어요.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이제 4부 들어왔는데, 읽으면서 그냥 전부 다 밑줄 치고 있어요 ㅎㅎ 홍성남 신부님 말씀 너무 너무 좋네요.
차근차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알리면 제가 환자의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어서 좋지만, 그런 소식을 전하면 안되는 환자도 있죠. 그럴때는 환자분에게 이제 치료는 어려운 단계에 왔지만, 마지막까지 환자분이 원하는 통증 조절이나 다른 것들은 제가 함께 하겠다고 말씀드려요. 그게 제가 환자분에게 나쁜 소식을 알리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p.225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첫째딸 이름이 지현이어서 제가 '지현 엄마'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내일 죽을거 각오하지 않았나,그러니 내일 죽을 생각하지 말고 오늘 열심히 살자. 그 지현 엄마가 굉장히 현명하신 분이었어요. 죽기 전까지 아이들 밥을 다 해 줬어요. 병동에 온 아이들 학습지까지 다 챙기고요. 지현엄마는 죽기 전까지 아이들을 그렇게 보살폈어요. 아이들이 곧 세상을 떠날 엄마에게 편지를 썻는데, 거기에 지현 엄마의 얼굴 사진을 깔아놓고 "영원히 기억할게요"라고 쓰더라고요. p. 227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어떤 죽음이든 힘들고 두려웁겠지만, 세상을 어느정도 살고 더이상 큰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에 맞이하는 죽음과 어린 자식이나 내 손이 아니면 지킬수 없을것 같은 누군가를 두고 맞이해야 할 죽음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며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세 번은 크게 우시는 것 같아요. 호스피스에 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슬픔에, 호스피스 오시기 전날에, 임종에 모실 때, 이렇게 세번이요. 다만, 저랑 함께 있을 때 우시는 건 인생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거죠. 저희 병동에 처음 오시면 히스토리 테이킹(history taking)이라고 해서 제가 가족 관계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여쭤봐요. 그러면서 살다가 무엇이 제일 힘들었는지 들을 수밖에 없는데 그 이야기 하실때 많이 우세요. 딸이 항암 치료를 받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씀 하시면서 우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렇게 인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시는 거지, 죽음을 앞뒀다는 이유만으로 우시는 건 아니예요.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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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에 이렇게 환자의 사연을 풀어놓게 하시는 박사님의 모습에 감동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쉽지않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 적절한 호스피스 병동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네, 호스피스 병동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ㅠ.ㅠ
세상에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있어요. 죽음이 일찍 왔다는 건 불행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운명을 불행으로 받아들이느냐, 행복으로 만드느냐는 당사자의 몫인거죠. 저는 그 후배가 자신의 운명을 행복으로 만들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지만,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돕고 사는게 기적이고,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p. 242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주위 사람이 내가 다시 살아나기를 원할까?’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묵상해야 하는 주제예요. 가톨릭교회에 많은 성인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 성인이 살아나기를 바라요. 그래서 그들이 성인인 거예요. 가장 좋은 인생은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은 죽으면 안 돼, 다시 살아나야 해”라고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인생이 최상급이고요. 그다음으로 좋은 인생은 “저 사람이 죽었다니 아쉽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예요. 그 아래 단계는 “누가 죽었대” 하고 말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그 사람은 절대 살아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예요. 그래서 독재자들의 무덤에는 사람들이 십자가를 꽂고 마늘과 소금을 뿌리기도 합니다.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거죠. 전두환은 지금 무덤조차 없다잖아요. 어디에 묻어도 사람들이 찾아내 파헤칠까 두려워서, 묫자리조차 정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던데 그게 가장 불행한 삶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공감가는 말이면서도, 내향인으로서는 신경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는 주의인데, 아무래도 그 사람들 수가 많지는 않거든요. 가끔은 힘들더라도 친한 사람들 수를 늘려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ㅎㅎ
완독했습니다. 내용 속에 등장하는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과 <혼자 가야 해> 2권 서점 가서 사왔어요. 이어서 읽고 3월도 그믐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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