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첫째딸 이름이 지현이어서 제가 '지현 엄마'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내일 죽을거 각오하지 않았나,그러니 내일 죽을 생각하지 말고 오늘 열심히 살자. 그 지현 엄마가 굉장히 현명하신 분이었어요. 죽기 전까지 아이들 밥을 다 해 줬어요. 병동에 온 아이들 학습지까지 다 챙기고요. 지현엄마는 죽기 전까지 아이들을 그렇게 보살폈어요. 아이들이 곧 세상을 떠날 엄마에게 편지를 썻는데, 거기에 지현 엄마의 얼굴 사진을 깔아놓고 "영원히 기억할게요"라고 쓰더라고요. p. 227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어떤 죽음이든 힘들고 두려웁겠지만, 세상을 어느정도 살고 더이상 큰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에 맞이하는 죽음과 어린 자식이나 내 손이 아니면 지킬수 없을것 같은 누군가를 두고 맞이해야 할 죽음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며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세 번은 크게 우시는 것 같아요. 호스피스에 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슬픔에, 호스피스 오시기 전날에, 임종에 모실 때, 이렇게 세번이요. 다만, 저랑 함께 있을 때 우시는 건 인생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거죠. 저희 병동에 처음 오시면 히스토리 테이킹(history taking)이라고 해서 제가 가족 관계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여쭤봐요. 그러면서 살다가 무엇이 제일 힘들었는지 들을 수밖에 없는데 그 이야기 하실때 많이 우세요. 딸이 항암 치료를 받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씀 하시면서 우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렇게 인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시는 거지, 죽음을 앞뒀다는 이유만으로 우시는 건 아니예요. p. 238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삶의 마지막에 이렇게 환자의 사연을 풀어놓게 하시는 박사님의 모습에 감동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쉽지않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 적절한 호스피스 병동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네, 호스피스 병동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ㅠ.ㅠ
세상에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있어요. 죽음이 일찍 왔다는 건 불행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운명을 불행으로 받아들이느냐, 행복으로 만드느냐는 당사자의 몫인거죠. 저는 그 후배가 자신의 운명을 행복으로 만들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지만,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돕고 사는게 기적이고,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p. 242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주위 사람이 내가 다시 살아나기를 원할까?’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묵상해야 하는 주제예요. 가톨릭교회에 많은 성인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 성인이 살아나기를 바라요. 그래서 그들이 성인인 거예요. 가장 좋은 인생은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은 죽으면 안 돼, 다시 살아나야 해”라고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인생이 최상급이고요. 그다음으로 좋은 인생은 “저 사람이 죽었다니 아쉽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예요. 그 아래 단계는 “누가 죽었대” 하고 말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그 사람은 절대 살아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예요. 그래서 독재자들의 무덤에는 사람들이 십자가를 꽂고 마늘과 소금을 뿌리기도 합니다.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거죠. 전두환은 지금 무덤조차 없다잖아요. 어디에 묻어도 사람들이 찾아내 파헤칠까 두려워서, 묫자리조차 정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던데 그게 가장 불행한 삶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공감가는 말이면서도, 내향인으로서는 신경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는 주의인데, 아무래도 그 사람들 수가 많지는 않거든요. 가끔은 힘들더라도 친한 사람들 수를 늘려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ㅎㅎ
완독했습니다. 내용 속에 등장하는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과 <혼자 가야 해> 2권 서점 가서 사왔어요. 이어서 읽고 3월도 그믐과 함께 하겠습니다.
저도 <혼자 가야 해> 읽어보고 싶어요. 읽다가 너무 울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혼자 가야 해느림보 그림책 시리즈 28권. <얼음소년>의 작가 조원희의 두 번째 그림책. 반려견의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책으로, 삶을 내려놓고 죽음의 세계로 향하는 강아지의 특별한 여행을 담고 있다. 죽음은 영원한 상실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라는 것을 강아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저도 완독했고 이어서 읽기위해 작가님의 '어른의 문장들' 을 빌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성경을 보면 “하느님이냐 재물이냐?”라고 묻는 내용이 나와요. 그러니까 성경에 나온 그 말씀이 “네가 사람답게 살 것인가? 아니면 돈만 바라보고 살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야기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물론 돈을 버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돈이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걸 그곳에서 많이 봤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2-143쪽, 박산호 지음
벌레만도 못한 짓을 하면서 가책을 받지 않는 상태가 영혼이 없는 상태라는 거죠. 돈에 미치면 그런 상태가 돼요. 그래서 종교에서 영혼이나 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혼의 존재 유무를 묻는 게 아니라 ‘사람답게 살 것인가, 아닌가’를 묻는 것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3쪽, 박산호 지음
보통 영혼이라는 단어를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 생기는 귀신’ 정도로만 생각해요. 영성도 수도자의 용어이지, 우리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진 않아요. 그저 사람이 되느냐 안 되느냐,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이냐 하는 질문과 바로 결부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불교도 그렇고, 가톨릭도 그렇고, 현재 몇몇 종교에서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은 영성론을 이야기하면서 그게 “종교인이 되는 길이다”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보다는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게 영성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4쪽, 박산호 지음
돈 벌어서 나만 행복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가난한 사람을 등쳐 먹으면 결국엔 다 같이 죽는 겁니다. 그게 종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정한 종말이란 기후 위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와요. 종말이 오면 악령이 날뛴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냥 악령이 아니라 돈이라는 악령에 사람이 빙의가 된 시대가 종말이라는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5쪽, 박산호 지음
내가 선행을 베풀면 내가 힘들 때 그들이 나를 도와주거든요. 말뿐일지라도.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돼요. 종교에서 선행을 하고 사랑을 베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고 사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그래서 나는 예수님이 굉장한 현실주의자였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8쪽, 박산호 지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득이 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불러요. 친구끼리는 딜deal을 해도 동등한 딜을 해요. 서로 챙겨주는 거죠. 윈-윈win-win하는 거예요. 종교가 가르치는 이웃 사랑이라는 개념이 바로 윈-윈이에요.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주는 건 콤플렉스지, 윈-윈이 아니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9쪽, 박산호 지음
우리 종교만 유일하고, 우리만 구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바로 이단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51쪽, 박산호 지음
그 작은 점 같은 지구에 사는 인간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더라고요. 말로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바이러스끼리 서로 정의롭다고, 내가 믿는 신이 어떻다고 하면서 서로 학살해요. 신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0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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