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벌레만도 못한 짓을 하면서 가책을 받지 않는 상태가 영혼이 없는 상태라는 거죠. 돈에 미치면 그런 상태가 돼요. 그래서 종교에서 영혼이나 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혼의 존재 유무를 묻는 게 아니라 ‘사람답게 살 것인가, 아닌가’를 묻는 것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3쪽, 박산호 지음
보통 영혼이라는 단어를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 생기는 귀신’ 정도로만 생각해요. 영성도 수도자의 용어이지, 우리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진 않아요. 그저 사람이 되느냐 안 되느냐,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이냐 하는 질문과 바로 결부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불교도 그렇고, 가톨릭도 그렇고, 현재 몇몇 종교에서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은 영성론을 이야기하면서 그게 “종교인이 되는 길이다”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보다는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게 영성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4쪽, 박산호 지음
돈 벌어서 나만 행복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가난한 사람을 등쳐 먹으면 결국엔 다 같이 죽는 겁니다. 그게 종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정한 종말이란 기후 위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와요. 종말이 오면 악령이 날뛴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냥 악령이 아니라 돈이라는 악령에 사람이 빙의가 된 시대가 종말이라는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5쪽, 박산호 지음
내가 선행을 베풀면 내가 힘들 때 그들이 나를 도와주거든요. 말뿐일지라도.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돼요. 종교에서 선행을 하고 사랑을 베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고 사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그래서 나는 예수님이 굉장한 현실주의자였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8쪽, 박산호 지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득이 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불러요. 친구끼리는 딜deal을 해도 동등한 딜을 해요. 서로 챙겨주는 거죠. 윈-윈win-win하는 거예요. 종교가 가르치는 이웃 사랑이라는 개념이 바로 윈-윈이에요.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주는 건 콤플렉스지, 윈-윈이 아니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49쪽, 박산호 지음
우리 종교만 유일하고, 우리만 구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바로 이단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51쪽, 박산호 지음
그 작은 점 같은 지구에 사는 인간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더라고요. 말로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바이러스끼리 서로 정의롭다고, 내가 믿는 신이 어떻다고 하면서 서로 학살해요. 신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0쪽, 박산호 지음
그러니까 인류의 조상이 살아오면서 무수한 고난을 겪으며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도와가며 사는 게 신의 뜻이겠구나’라고 깨달은 걸 쓴 게 성경이라는 거죠. 성경뿐만 아니라 불경도 그렇고. 다른 종교의 경전도 마찬가지로 일종의 생존 서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실 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1쪽, 박산호 지음
루이 에블리가 쓴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가톨릭출판사, 2022)이라는 책이 있어요. 사람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이 사람에게 기도한다는 내용의 책인데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그 책에 신이 인간에게 애걸한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신은 인간에게 서로 죽이지 말고 함께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그게 십계명입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2쪽, 박산호 지음
이 책 읽고 싶어서 담아 뒀습니다. 책소개 글을 보니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많네요. -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 - “들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 (묵시 3, 20) - 하느님은 인간에게 봉사받기를 원하시지 않고,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이 당신에게 베풀어 주신 봉사를 하느님에게 되돌려 드려서는 안 된다. 당신의 형제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 사람이 하느님에게 기도한다고 생각하는가? 기도는 하느님에게 무엇을 구하고자 간청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일이다. - 누가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고 말해도, 그것은 당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 주는 것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왜냐하면 그는 당신의 일을 아무것도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오직 하느님의 손에 맡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하느님이 갖고 계시는 유일한 손은 바로 우리의 손일 뿐이다.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기도란 과연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제대로 기도를 바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기도에 대해서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저는 가톨릭 신부지만, 가톨릭교회의 존재 의의는 인류가 함께 살도록 기여하는 종교 중 하나일 뿐, 결국에는 모든 종교가 협심해서 하나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종교만 유일하고, 우리만 구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바로 이단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진정한 종말이란 기후 위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와요. 종말이 오면 악령이 날뛴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냥 악령이 아니라 돈이라는 악령에 사람이 빙의가 된 시대가 종말이라는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제가 책을 놓지 말아야지 다짐할 때도 이런 마음인 거 같아요. 읽고 쓰면서 배우고 제 삶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운명을 주도하고 싶은 마음,,, 죽음을 어떻게 해석할지도 마찬가지겠죠.
오늘 당장 어머니가 화를 내도 내일 아침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할 용기를 가지는 게 좋아요. 부모 돌봄에도 골든 타임이 있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29, 박산호 지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을 도통 하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저 사랑받는다는 걸 느낌으로만 알았습니다. 자녀에겐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되도록 많이 표현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에겐 잘 안되네요. 오히려 나이가 드니 부모님이 먼저 표현해오시는데 어색하지만 싫지만은 않네요. 오늘 전화 한 번 드려야겠어요!
장애아를 돌보는 어머니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어머니는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독박 돌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해결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아의 부모는 3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장애인 활동 지원사나 봉사자 등 다른 사람에게 돌봄 업무를 맡기고 쉬어야 해요. 장시간 돌봄은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돌봄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면 좋을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최근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해서 정신이 없었는데요. 어디에서 수술해야 할지 면회는 어떻게 되는지, 사고 처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 다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다행인 건 남은 가족끼리 사이가 좋고, 같이 살고 있었어서 엄마와 저 포함 세 자매가 나눠서 알아보고 번갈아가면서 면회도 가고 하니 그나마 너무 다행이더라고요. 돌봄이 나눠지니 힘든 것도 덜하구요. 지금은 간호사 상주 병동에 입원 중이시라 한시름 놨습니다. 돌봄 업무 분담이 나눠져야 가정도 평화가 오는 거 같은데... 이게 다른 분들한테도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저도 운이 좋았고 동생과 언니 덕분에 근무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장애는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한 일일 텐데 어떻게 가능할지... 돌봄문제가 더더욱 중요해지는 거 같은데 경제와 어떻게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아! 큰일 치르셨네요. 저도 이제 부모님들이 연로해지시니 돌봄에 대해 생각했는데, 누군가 돌봐야 한다면 꼭 시간표 정해 놓고 저희 아들(곧 중학생)도 짧게라도 돌봄 일정에 넣으려고요. 어떤 일이든 나눠 해야지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가족을 병들게 하는 것 같아요. 아버님이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고, 도리님과 다른 가족분들도 돌아가며 꼭 휴식을 취하시기 바라요. ^^ 파이팅!!
요정님! 응원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을까요? 저는 덕분에 잘 보냈답니다~ 그동안 일정상 주말에 못 갔던 면회를 이 기회에 실컷하고 왔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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