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막내 고모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때 제가 알기로는 고모의 아들들과 고모부께서 고모에게 폐암이란 사실을 말씀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당시 왜 말을 하지 않지? 란 생각의 물음표가 정말 컸었는데 이번에 호스피스의 글을 읽고 느낌표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갖는다는 건 정말 큰 행운 같은 일인 것 같아요.
뒤늦게 1월의 책을 다 읽고 2월의 책 <죽음을 인터뷰하다> 시작했어요. 첫 책이 죽음의 논리학이라면 두 번째 책에선 ‘살아있는 죽음’의 간접경험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겪은 죽음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겪어나갈 죽음(제 자신을 포함)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첫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요, 죽음은 자신의 생을 어떻게 인간답게, 잘 살아갈 것인가의 삶의 지렛대가 되는 것 같아요. 아직 2월의 책 완독은 못했지만 마지막 책을 덮을 땐 좀 더 인간다운, 나다운 사람이 될 결심이 섰으면 좋겠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인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 나는 그것을 죽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서 배웠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7, 박산호 지음
장례를 치르면서 제일 보기 싫은 경우는 부모님의 뜻을 거부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자식을 볼 때인 것 같아요... 명당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묘를 잘 보살피고 가꾸는 자손들의 마음이 중요한 거죠. 그렇게 하면 조상님을 통해서 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잘 가꾼 산소들을 가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더라고요. 그곳이 바로 명당이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제가 하는 치료가 인지 행동 치료인데 그런 식으로 우리 안에 있는 왜곡된 핵심 신념들을 찾아서 고치는 겁니다. 그 신념은 심장 같은 거라서 삶의 어떤 영역에든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야’와 같은 마음을 건드리는 거죠. 그렇게 해서 가장 오래 걸린 치료가 2년 정도였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어느 여자분이 우울증이 심해서 오셨어요. 그분이 어떤 일 때문에 우울하다고 이야기하시니까 어느 분이 눈을 감고 자식이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그분의 표정이 환해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올라온다는 걸. 그렇다고 우울한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건 어려우니 나를 기쁘게 하는 걸 생각해야 해요. 이게 인지 치료예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호스피스 시설에선 이 모르핀을 진통제로 써요. 놀랍게도 마약중독자가 쓰는 모르핀과 저희가 진통제로 쓰는 모르핀은 성분은 같은데 다른 효과를 발휘해요. 중독자는 일상을 탈피하기 위해 모르핀을 쓰지만, 우리는 환자의 통증을 줄여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씁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명절에 다 읽었습니다. :) 책을 읽는 내내 잘 죽기 위해서는 어떻게 오늘을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현장에서 통증을 줄여주시기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연했던 죽음의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몸의 아픔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아픔도 다뤄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는 유익한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완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명절에 다 읽었어요! 질문이 쏙쏙 마음에 와닿았고요. 인터뷰이마다 다른 여러 답변들도 인상 깊게 잘 읽었어요. 연휴에 아부지 면회할 때 자주 보니 할말이 없어져서 제가 읽고 있던 이 책에 대해서 종알 종알 떠들었는데요. 아무래도 병원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오고 나니 이게 맞나 싶긴 했답니다 허허...!!!
앗...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완독했어요. 실제적 지침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특히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게 많았는데요, 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각자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름도 인정해야겠더라구요. 그리고 죽음에 대한 좋고 나쁨의 판단도 지양해야겠다는 것도요. 15년전에 아버지도 삼일간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가 돌아가셨어요. 마지막 가실 때 그간 써놓은 감사노트와 추억일기를 임종방에서 쭉 읽어드렸어요. 잘 맞이하고 마무리된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겐 큰 위로가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이모를 더 자주 찾아봐야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좋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소통이 없는 게 죽음인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220쪽, 박산호 지음
저는 죽음이 삶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이어지고 연결되어 마침내 죽음이 되고, 또 그 죽음이 다시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203쪽, 박산호 지음
저는 통증 없는 죽음이 현대 의학의 꽃이라고 환자분들에게 꼭 말씀드려요. 그렇게 우리는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8쪽) 흔히 고통이 없는 죽음을 안락사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안락사를 하지 않고도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209쪽) 무엇보다 호스피스의 주된 기능은 임종 돌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거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극히 일부일 뿐이에요. 말기 암 환자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암성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가는 거고요. (231쪽) 호스피스 시설에선 이 모르핀을 진통제로 써요. 놀랍게도 마약중독자가 쓰는 모르핀과 저희가 진통제로 쓰는 모르핀은 성분은 같은데 다른 효과를 발휘해요. 중독자는 일상을 탈피하기 위해 모르핀을 쓰지만, 우리는 환자의 통증을 줄여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씁니다. 그리고 희한한 점은 모르핀은 진통제인데 내성이 없어요. […] 그러니 죽어가는 사람에게 이렇게 좋은 약을 쓰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235쪽) 의사에게 다가올 죽음을 선고받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 과정에 호스피스 시설이 있다는 것. 그 안에서 고통을 완화하며 좀 더 평화롭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244쪽)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삶이 힘든 사람은 죽음보다 더 깊은 삶을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죽음이 조금 더 쉬울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분보다 좀 더 잘 내려놓으세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221쪽, 박산호 지음
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죽음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게 됐잖아요. 그 지식이 저를 위로해줬어요. 그렇게 정보와 지식이 나를 위로해줄 때가 많아요. […] 평소에 건강할 때 이런 정보를 알아두면 내가 죽음을 앞두게 됐을 때 그 지식이 나를 위로해줍니다. 그래서 제가 죽음에 대해 자꾸 세상에 알리는 거랍니다. (228-229쪽) 누구나 다 죽음을 알 수는 없어요. 저처럼 천 명의 죽음을 볼 필요도 없고요. 알 필요도 없죠. 다만, 저의 경험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제가 아는 정보와 지식으로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240쪽) 나는 불안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고, 두려웠지만 공황에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김여환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큰 힘이 되었다. 병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 이 지식이 나를 위로해준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였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245쪽)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그 동화책에는 죽어가는 시추 강아지가 나와요. 시추가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고 해요. 강 건너편에는 누군가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슬퍼하지 마. 난 그냥 강을 건너는 거야.” 시추는 생전에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그 쪽배를 타고 떠나죠. 그것은 혼자서만 탈 수 있는 쪽배거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239쪽, 박산호 지음
제가 지금 몸이 좀 아파서 제대로 못 쓰지만.. 일단 4부에서 홍성남 신부님 글을 읽고 저는 개신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뭐든 다 거부해왔던 무신론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천주교라 무슨 사전 성교육까지(우웅?) 받아가며 혼례미사를 올렸지만;;) 이 신부님 이야기는 들어볼 만한 것 같고 이렇게 마음을 열고 받아주는 종교라면 종교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어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남편도 실은 예전부터 신을 안 믿는다고 해서 천국에 못 간다고 하는 신 중심의 종교에 불만이 있었다는데.. 결국 신도 인간이 만들어낸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인간보다 신을 더 우선시하고 인간을 위하는 마음은 무시하는가..했거든요. 뭣이 중헌디?! 하고 뒤집어 볼 생각이 삶에서도 종교에서도 필요한 듯 합니다. 5부에서는 요즘 들춰 보기 시작한 일레인 스캐리의 '고통받는 몸(The Body in Pain)'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인 고통을 표현하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실은 선천적 뇌혈관 기형이 있어서 수시 때때로 두통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두통을 표현하기도 힘들지만 저번에 뇌출혈이 두 차례 있었을 때의 두통과는 비교가 안 되더라구요.. 또 다른 차원의 고통도 있고 갈 수록 고통을 그저 병원에서 나눠주는 '통증 평가 도표(pain assessment scale)'로 추정하거나 표현하기도 힘들지만 이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공유하거나 공감받기도 힘들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전 호스피스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막내이모도 호스피스에서 마사지사로 봉사활동하고 있는데 예전에 제가 입원했을 때 절 마사지해주며 어떻게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통증을 잘 집어내고 완화시켜주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고마웠어요.. 저도 실은 고통 없는 죽음, 고통 없는 삶에 대해 고민하다 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너무 그 고통을 직접 마주하는 게 괴롭고 이쪽 일이 더 적성에 맞아 결국 좀더 환자들과 간접적으로만 접하는 쪽으로 갔는데 이런 고통과 매일 마주해야하는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셔서 아프시다는 걸 전혀 눈치 못 챘어요. 부디 편안하시길 빕니다. 참, 담주에 신부님 만나는데 그믐에서 신부님에 대해 나온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아주 기뻐하셨어요. 오늘 보루미스님이 하신 이야기도 신부님에게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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