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월과 2월의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주신 여러분의 따뜻한 동행이 있었기에 3월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3월에는 톨스토이가 안내하는 고요하고도 뜨거운 문학의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함께 읽을 예정이에요. 남은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갈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모임은 3월 1일에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391 또한 이 공간은 3월 1일(일)까지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글을 쓰는 것은 안 되고 읽는 것만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니 참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나에게 노화가 찾아왔을 때 장기요양보호사 공부를 한 것, 몇 시간씩 치매 교육을 받은 것들이 자양분이 되었어요. (…) 밴드 친구 (…) 대부분 10년 이상 부모 돌봄을 하거나,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분들이에요. 돌봄의 노하우를 축적한 분들과 소통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저도 요양보호사가 잘하는 한두 가지 일에 만족하고, 모든 걸 다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차분히 받아들여야겠지요. 요일별로 계획을 세우고,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역시 앞서 이야기한 모리 선생님처럼 기꺼이 아기가 되어주는 거죠. 그것이 돌봄 받는 사람의 보편적인 태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눈에 보이듯이 말할 수 있는 건 요양원에 있을 때 역할 모델을 많이 보아둔 덕분입니다. (…) 더 나은 돌봄을 위해서, 돌봄 당사자가 되어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구체적인 요양원의 풍경이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막막한데 삶의 한 주기로 받아들이면 그 순간, 주변이 보이고 이타적인 고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죽음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게 됐잖아요. 그 지식이 저를 위로해줬어요. 그렇게 정보와 지식이 나를 위로해줄 때가 많아요. […] 평소에 건강할 때 이런 정보를 알아두면 내가 죽음을 앞두게 됐을 때 그 지식이 나를 위로해줍니다. 그래서 제가 죽음에 대해 자꾸 세상에 알리는 거랍니다. <김여환 의사>
제가 돌보고 있는 어떤 뮤즈와 제우스는 단출하고 인상적인 살림살이를 하고 있어요. (…) 소박한 모습에서는 제가 닮고 싶은 구도자적인 면이 보여서 좋아요. 가재도구도 많지 않아요. 컵 두 개, 밥그릇 세 개, 냄비 세 개. 그 모습을 보면 '이분들을 닮아야겠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구도자적으로 사시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런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있고요. 현재 어떤 세상에 있든지 저는 작은 이별이 모여 죽음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주일에 사흘 정도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 집에서 자고 오는데요. 그렇게 두 집 생활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매주 집을 비울 때 는 구피들이 있는 어항의 물을 갈아주고 사료도 넉넉히 주고 옵니다. 제가 갑자기 죽는다면 물고기들에겐 미안한 일이 되겠지요. 산에서 독사에게 물린 한 엄마(…)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 되묻고 싶어요. 저에게는 죽음을 정의하고 판단할 자격이 없어요. 어떤 형태의 죽음이라도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여환 의사>
(…)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매사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록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됩니다. 언행일치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편인데, 기록이 큰 역할을 해요. (…) 기록의 정의는 학습이 아닐까요? <이은주 요양보호사> 지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죽고 난 후에 부활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죠. <홍성남 신부>
간병이나 죽음이나 노화에 대해서 우리는 아주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기적의 힘을 믿게 되면 이 인터뷰의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체로 간병을 고통스러운 일이거나 어쩔 수 없이 해치워야 하는 숙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사랑이나 기적, 따뜻한 보살핌으로 생각하시고, 또 그렇게 일하시는 것 같아서요. 덕분에 저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살핌과 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 대상을 오래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특히 이 말씀을 곱씹을 때마다 마음이 울컥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이웃 사랑이라는 개념이 바로 윈-윈이에요.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방 적으로 주는 건 콤플렉스지, 윈-윈이 아니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우와 북토크 후기 부럽네요. 신청해놓고 일 때문에 가지못한 K 직장인은 웁니다. 저한테는 첫번째 죽음이란 무엇인가보다 두번째 인터뷰집이 더 와닿았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어서 철학책은 너무 어려웠나봄...) 일찌감치 완독하고 책과 그믐 모임에서 서로 소개해 준 관련 책 읽는 재미를 아직 누리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신 모임지기님 감사합니다. 😀
좋으셨다니 다행이고 기뻐요.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 되묻고 싶어요. 저에게는 죽음을 정의하고 판단할 자격이 없어요. 어떤 형태의 죽음이라도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207쪽 ,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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