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이 문장을 읽으니 재작년에 돌아가신 막내고모 생각이 났습니다. 고모가 호스피스 병원에 계실 때 의식이 없으셨어요. 간병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환자분이 의식이 없어도 다 들으신다고 말씀해주셔서, 한 번도 고모한테 말하지 않았던 마음을 오랫동안 얘기했어요. “고모, 옛날에 그때 기억나? 하루는 고모가 우리집에 왔다 가는데 내가 전철역까지 고모 바래다 줬잖아. 그날 고모가 집에 가서 전화로 할머니한테 ‘걔가 아무래도 용돈을 조금 받고 싶어서 따라온 것 같은데, 내가 지갑에 돈 만원이 없어서 못 주고 온 게 맘에 걸린다’고 말했던 거 나 알고 있어. 근데 나 용돈 받고 싶어서 같이 간 거 아니야. 고모가 좋아서 고모랑 쫌만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고모 몰랐지? 고모 정말 고마웠어 나랑 오빠한테 너무 너무 잘해줘서.. 근데 난 고모한테 받은만큼 돌려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고모가 들으셨겠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 읽다가 울었어요. ㅠㅠ 들으셨을거예요. 힝...
저도 쓰면서 울었어요.. 같이 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시모시님.
고모님께서 이미 다 향팔님 마음 알고 계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직접 소리로 들어서 조금더 편안히 따뜻하게 눈 감으셨으라 믿어요..
고모도 다 알고 계셨을 거라는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고모와의 옛날 추억들과 제 마음을 그렇게 늦게 말하지 말고, 고모가 건강할 때 장례 파티처럼 웃으면서 주고받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향팔 고모님과의 대화, 참 좋습니다. 덕분에 제게도 단 한 분 계셨던 고모를 오랜만에 떠올렸어요. 감사합니다.
고모랑 단둘이서 그렇게 오랫동안 얘길 해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고모는 말을 못하고 저만 얘기하는 시간이었다는 게 마음이 아파요. 예전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엄청 많이 있는 줄 알았어요. 저도 제 조카들에겐 단 한 명 있는 고모인데 저는 영 불량고모입니다..
환자는 피부로 듣는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어떤 영화에서 봤는데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게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다양한 문제를 털어놓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처음엔 그들이 환자에게 위문을 온 것이었지만, 나중엔 어느새 주객이 바뀐 느낌이랄까. 그들이 그 환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셈이 된 거죠. 그런 면에서 말하고 들어주는 행위는 참 대단한 힘이 있는ㄴ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48, 박산호 지음
아흑..ㅜㅜ 절 아침부터 울리시다니.. 향팔님도 고모님도 정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애틋하고 따듯해요. 고모님은 향팔님에게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향팔님은 받은만큼 돌려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마음... 서로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마음을 이미 잘 알고 있고 평소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잘 전해져서 그럴 거에요.. 고모가 좋아서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오는 조카가 어디 흔한가요.. 고양이도 고모님도.. 향팔님 따듯한 사랑이 충분히 전해질 거에요..
고맙습니다. 주신 글이 마음에 와닿아 여러 번 읽었네요. 막내고모는 성격이 젊고 쿨하셔서 언제나 신세대 같았어요. 그래서 제 맘도 항상 잘 알아주셨나 봐요. 속에 있는 말을 쓰라고 자물쇠 달린 일기장도 선물해주시고, 제가 사춘기 때까지도 집착했던 낡은 고슴도치 인형을 보시곤 ‘그래 뭐든지 사람은 정붙일게 있어야 산다’며 이해해 주셨답니다. 제가 이혼 후에 꽤 오래 잠수 탔을 때가 있었거든요. 울 오빠는 당장 실종신고 할 거라고 뭐라뭐라 할 때 막내고모는 걔 좀 가만 냅두라고, 때 되면 나타날 거라고 하셨다 들었어요. 저도 고모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도 엄마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 이모와 그런 관계인 것 같아요.. 엄마랑은 좀 성격이 안 맞아도 막내이모랑은 잘 맞을 때가 많았어요.. 그 이모가 호스피스에서 마사지사로 일하기도 하고 항상 열심히 살아가서 저도 그 이모를 본받고 싶더라구요..
그럼요. 들으셨을 겁니다. 근데 좀 더 오래 향팔님 고모님 향팔님 곁에 계셔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도 많이 생각나시겠어요. 한꺼번에 너무 큰 일을 치르셨네요. 은동이까지. 모쪼록 올해는 향팔님한테 위로가 될만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막내고모는 지금 아버지4남매분들 중에서 가장 젊고 건강했고 항상 활기차셨는데.. 가장 먼저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만 고모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방학 때 고모 댁에 있으면서 팥빙수며 새우튀김을 처음 먹어 봤는데 얼마나 맛있던지요. 지금 생각하면 고모도 본인 가정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조카를 데려다가 머물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막내고모부께도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글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향팔님의 마음도 향팔님 고모님의 마음도 무척 아름다워요~
고맙습니다. 고모는 예전부터 그렇게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주고 싶어했어요. 암이 재발하기 전 만들어주신 턱받이 냅킨이 집에 있는데, 색깔이 아주 알록달록 화려하답니다. 제가 뭘 먹다가 잘 흘리는 편이라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요. 이걸 목에 걸고 밥 먹으면 왠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에고, 고모님을 향한 어릴 적 향팔님의 모습에 제가 다 울컥하네요. 순수하게 좋아서 바래다주셨을 그 마음이 그려져서... 고모님께서도 향팔님의 그 목소리를 잘 간직하셨기를 바라게 됩니다.
가장 힘든 경우는 젊었을 때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거나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정서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던 자식들이 늙고 무력해진 부모님을 보살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때 느끼는 감정적 상처와 분노를 풀기가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럴 때 자식이 부모님을 보살피는 것이 맞을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49-50쪽, 박산호 지음
참, 이게 힘든 문제인게 원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친자식에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정도의 학대를 당한 자식이 부모를 보살펴야 하나.. 그런 돌봄이 과연 자식이나 부모에게 바람직한 것일까 고민을 하게 되요.
‘죽음을 죽음대로 받아들이면 견딜 사람 아무도 없어, 기적이 일어날 거야, 어떤 사람은 그냥 ‘리얼리즘’만 갖고는 살 수가 없겠구나.’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54-55쪽, 박산호 지음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25쪽,박산호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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