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가장 힘든 경우는 젊었을 때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거나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정서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던 자식들이 늙고 무력해진 부모님을 보살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때 느끼는 감정적 상처와 분노를 풀기가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럴 때 자식이 부모님을 보살피는 것이 맞을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49-50쪽, 박산호 지음
참, 이게 힘든 문제인게 원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친자식에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정도의 학대를 당한 자식이 부모를 보살펴야 하나.. 그런 돌봄이 과연 자식이나 부모에게 바람직한 것일까 고민을 하게 되요.
‘죽음을 죽음대로 받아들이면 견딜 사람 아무도 없어, 기적이 일어날 거야, 어떤 사람은 그냥 ‘리얼리즘’만 갖고는 살 수가 없겠구나.’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54-55쪽, 박산호 지음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25쪽,박산호지음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케어 로봇이 잘 직동하다가 고장이 났을 때 노인이 느낄 혼란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그런게 싫어요. 그런 식의 정서적 지지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받아야 하는 게 맞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 35, 박산호 지음
읽으면서 인터뷰이가 쓴 책, 언급한 책, 작가님이 읽은 책 등 다른책에 대한 이야기로 점점 확장되어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2장을 읽으면서는 <대통령의 염장이>랑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를 앞으로 읽고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상실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삶의 현장, 그곳을 30여 년간 묵묵히 지켜온 어느 염장이의 장엄한 기록. 우리 사회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 유재철. 그는 어떻게 이런 인물들의 장례를 도맡게 되었을까?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찾게 되었을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그간의 노력이 담긴 ‘시체 시리즈’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좋은 죽음을 위한 구체적인 참조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라니 책 제목이 상당히 도전적이네요! 저도 책장에 담아보아야겠어요
이 작가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체 시리즈를 많이 내셨는데 재미있습니다.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 죽음과 시체에 관한 기상천외한 질문과 과학적 답변20대부터 화장터에서 일하며 숱하게 시신을 접한 장례 지도사인 저자가 어린 친구들에게 받았던 죽음에 관한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대해 과학·역사·문화·사회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유쾌하게 답하는 책이다.
[세트]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전2권도서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와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세트 상품이다.
저는 죽음이 혼백魂魄이 분리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혼’이고 ‘백’은 빌려 쓰는 물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훌륭한 사람의 시신이라고 해도 계속 두고 보관하지는 않잖아요. 필요한 장기가 있다고 한다면 기증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경우로 해부용 시신을 기증한다고 하면 그것도 당연히 의미가 있는 일이고요.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보통 대단한 분은 아니신 거잖아요. 어머니는 맞이하는 죽음을 원하는 분이시니 고인의 뜻을 따라야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20, 박산호 지음
장례식에 쓸 영정사진을 고르고, 가족에게 전하는 말, 평소 못다 한 감사, 용서, 화해하는 말, 버킷리스트, 장례 절차와 순서와 부고 명단도 정해서 써놓는 거죠. 거동이 불편할 때 나를 도와줄 사람, 재산 관리를 맡아줄 사람이나 기관, 힘들 때 의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지우기,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의 이름을 새겨두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45, 박산호 지음
사후 장기 기증 미리 신청하기. 장례 형식과 영정 사진과 부고 명단을 생각해두기. 유서 작성하기.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미리 해두어야 하는 일들인데 동시에 쉽사리 실행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아침 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도 있으니, 2월의 출근길 퇴근길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리해 보아야겠어요.
요즘엔 장례식을 스몰로하거나 생략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례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그냥 가족끼리 조촐하게. 한편 생각하면 좀 씁쓸하지만 결혼처럼 스몰로하는 것도 나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나 확실한건 저는 장례식은 하지 않을거라는 겁니다. 뭐 올 사람도 거의 없지만 좋은 자리면 모를까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거 별로 원치 않아서. 한긴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은 없죠. 임종 때나 장례식 후에 울지. 그것도 좀 아이러니고. ㅋ
제 친구가 아버지 장례식을 무빈소 장례로 치렀어요. 저는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인간관계도 망해서 제 장례식은 아예 없을 것 같아요. (나라에서 치러주는 무연고자 장례가 되려나요?) 외국에는 장례 파티 비슷한 것도 있다죠. 고인이 되기 전 아직 쌩쌩할(?) 때 미리 장례식을 하는 건데,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서 주인공의 삶을 함께 돌아보고 서로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하는 시간을 가진대요. 그것도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아, 저도 들은 것 같아요. 그건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 같아요. 근데 울까봐 그것도 자신이 없더라구요. 사실 저도 향팔님과 비슷합니다. 뭐 장례가 무슨 소용있을까 싶고요. 세상 떠나면 그만인데. 이러고 저러고지간에 전 고독사나 안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ㅎ
저는 그래서 스위스 질소캡슐에 들어가서 생을 마감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겨 금지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랑도 자주 얘기하지만, 스위스처럼 조력사가 가능한 나라에 가서 죽는 게 장래 희망이에요. (한국에선 가까운 시일 내엔 불가능할 것 같네요.) 그게 안 된다면 저는 고독사 또는 시설에서 사망 후 무연고자 장례 코스를 밟게 될 듯합니다. 스콧 니어링처럼 때가 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을 수 있음 좋겠지만 제가 그런 경지까지는 절대로 못 갈 테지요…
근데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을 때가되면 자연스럽게 곡기는 끊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굳이 스콧 니어링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글고 제가 먹는 걸 좀 좋아해서. ㅋ.구구팔팔일이삼이라고, 전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왜 노인분들 기도하다가 또는 잠자다 돌아가시기도 하잖아요. 또 누구죠? 화백중에 누가 그림 그리다 돌아갔잖아요. 시인 기형도도 새벽에 벤치에서 죽었다고하고. 정확히는 그런 죽음을 원하고 있죠. ㅋㅋ
구구팔팔일이삼이 뭔지 몰라 찾아보고 왔습니다 ㅎㅎㅎ 죽음과 관련해서 제가 평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집에 털짐승만 남겨두고 내가 먼저 앞서갈 순 없다!’는 거예요. 제가 많이 모자라고 부주의해서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잘 넘어지고 그러거든요. 그렇게 덤벙대다 혹시 차를 못 보고 치인다든가 어떤 사고라도 닥칠세라 잔뜩 사주경계 하면서 다닙니다. 걸을 땐 이어폰도 안 끼고, 횡단보도 건널 때도 전봇대 뒤에 숨었다가 신호등 바뀌면 한참을 전후좌우 째려보며 건너요. 원래는 안 그랬는데, 저랑 고양이들이랑만 살게 되고 한 아이가 아프면서부터 그런 습관이 생겼습니다. 혹시 제가 많이 다치거나 먼저 가버리면 고양이를 돌봐줄 인간이 없으니 이것들은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거등요… 어떻게든 끝까지 책임지고 아프면 고쳐주고 때가 되면 제 앞에 잘 보내주고, 그러고 나서 내가 가더라도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이제 한 녀석이 먼저 갔으니 나머지 한 녀석도 끝까지 잘 보살피는 게 남은 과제네요. (개와 고양이를 너므너므 좋아하지만, 얘네들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요. 이젠 더이상 누구도 인생에 들이지 않으렵니다..)
미안해요. 저는 그거 다 아는 줄 알았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주를 달아 놓는 건데. ㅎㅎ 근데 향팔님 대단하세요. 반려동물을 향한 마음이 이런데 자식 둔 부모 마음은 어떨까요. 정말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혼자 버려지는 거 정말 마음 아프죠. 근데 정말 반려동물 돌보는 것도 굉장한 특권이긴 하더라구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 반려동물 키워 외로움은 덜었다고는 하나 얼마 안 있으면 스스로도 당신의 몸을 돌볼 수 없게되면 다시 돌려보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더 외롭고 쓸쓸할 것 같아요. 그러지 말고 펫시터들을 늘려서라도 헤어지지 말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정 주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저는 버려지는 반려동물들 생각하면 한켠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사니 그렇고 혼자 살게되면 다시 고려하게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펫시터 고용하고. ㅋㅋ
저도 자식이 없어 감히 짐작도 못하는 마음이지만, 인간이 털짐승이랑 살아도 이렇게 정이 가는데 자기 자식에게는 얼마나 귀한 마음을 품게 될까, 싶더라고요. (그런데도 돌보던 동물을 버리거나 심지어는 자기 자식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인간들은 당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애초에 정을 주지 않으면 이별의 아픔도 없겠죠.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긴데,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인연을 맺지 말라 하셨다네요. 인연은 괴로운 것이니, 원수는 만나서 괴롭고, 그리운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로운 것이라고요. 정말 맞는 말씀이긴 한데, 우리같은 중생에게야 그게 어디 그렇게 되나요. (@stella15 님 말씀처럼요.) 두터운 정이든 엷은 정이든 정을 맺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연약한 우리들인 것을요.
향팔님 글을 읽으면서 p.39의 산에서 독사에 물린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장작으로 쓸 나무가지를 줍느라 땀을 너무 흘려서 독기가 다 빠져나갔고 그래서 살았다는 그 대목이 생각나네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한다고 하는 작가분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그걸 마음에 새기는 일인입니다. 향팔님의 글에서 그런 마음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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