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연해님 글을 읽으며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는 열살 때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계속 떨어져 살다가 고3 때 다시 같이 살게 됐어요. 헤어진 것도 다시 합친 것도 저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죠. 처음 얼굴을 다시 마주했을 때 어찌나 서먹하던지.. 이젠 저도 나이가 들어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삶이 짠하기도 하지만, 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마음의 벽을 치게 되더라고요. 겉으로는 무난히 지내면서도 맘속 깊은 곳에서는 ‘가장 필요할 땐 곁에 없다가 다 크니까 찾아온 엄마’라는 생각을 평생 갖고 가네요. 아빠는 문제가 더 심각했죠. 알콜중독으로 온 식구를 힘들게 했으니까요. (알콜중독은 정말 무서운 병이에요. AA 덕분으로 오랫동안 단주에 성공하더라도, 재발하는 순간 공든 탑이 너무 쉽게 무너지더군요.) 아빠 얘기가 나오면 ‘응, 울아부지는 워낙 한량이라 우리 식구가 좀 힘들었어’ 정도로 퉁치곤 하지만 속사정은 어마어마하지요. 부모 노릇 안 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폐지를 줍고 집에서 가방 만드는 부업을 하시며 저희 남매를 키워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에겐 그분들이 부모님이랍니다. 제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두 분 모두 돌아가신 게 한이지요. 고모들은 본인들도 가난하면서 제 교복도 맞춰주고 방학 땐 고모들 집에 교대로 데려가주시며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보다 고모가 더 애틋해요. 지금 저는 명절에 부모님 집에 다니고 이따금 연락도 하고 살지만 그렇다고 제가 부모를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자식도 부모를 돌보는 게 맞는 거냐고 물어보신 작가님의 질문이 좋았어요.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 제가 엄마랑 같이 산 건 아홉 살 때까지, 그리고 고3때부터 스물여덟 살 때까지인데, 후반의 동거기간은 정말 극한 충돌의 연속이었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 나는 다시는 엄마랑 같이 못 산다! (아빠랑은 말할 것도 없고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지금은 오히려 따로 산 지 오래 되니까 같이 살 때에 비해 사이가 무난해졌네요. (그렇다고 살가운 모녀 사이가 된 건 결코 아니지만요. 그런 건 앞으로도 불가능할 듯해요.) @stella15 님 말씀대로 역시 전부 따로 사는 게 최고인가 봅니다! @연해 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가족’ 이야기에 냉소가 나오는 1인이 여기도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휴... 향팔님의 이야기는 종종 이렇게 꺼내주실 때마다 숨을 삼키고 읽게 됩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어쭙잖게 말을 얹으려는 건 아니고요. 그저... 내밀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여러 번 천천히 읽었습니다). "‘가족’ 이야기에 냉소가 나오는 1인이 여기도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었어요."라는 향팔님의 말씀이 저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더 긴 이야기를 펼쳐볼까 하다가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해서 다시 넣었어요. 저는 아직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향팔 님 글을 읽으니 슬프면서도 조부모님과 고모님들이 감사하네요~~♡ 나를 사랑해 줄 존재는 꼭!! 필요하니까요~지금 <김규식과 그의 시대> 앞부분을 읽는데 4살정도 밖에 안된 고아가 된 김규식을 그의 삼촌이 귀찮아서 죽으라고 병풍치고 그냥 내버려두어서 죽기 직전의 그를 언더우드가 고아원으로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충격적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어른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은거 같아요~ㅜㅜ 그리고 @향팔 님 글을 읽으니 좋은 부모와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들일까에 대해서도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거북별85 님, 따뜻한 맘이 담긴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조부모님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만큼 고모들께 잘해드리고 싶은데.. 항상 마음만 앞서네요. (막내고모는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김규식책 벌써 시작하셨군요! 저도 내일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갑니다. 얼렁 읽고 싶네요
@거북별85 님 김규식 시작하셨군요. 전 중고샵에서 연락이 오지않아 기다리고 있어요. 보통 나온지 6개월 정도면 중고샵으로 넘어 오던데 . 어쩌면 이달엔 그냥 깍두기로 참여하게 될지도 몰라요. 흐흑~ 근데 김규식 넘 잘 생기지 않았나요? 잘 생긴 구스타프 말러처럼 생겼어요. ㅎㅎ
전 뒤늦게 시작하면 도저히 자신이없어서 큰맘 먹고 새책 구입했답니다^^ 책 속 김규식의 똘망똘망한 눈의 어렸을때 사진을 보고 광고속 아역배우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초반 부 읽으면 실제 그런 역할로 고아로 버려진 처지에서 언더우드씨에게 뽑힌 느낌입니다~ㅜㅜ
언더우드 선교사가 대단한 사람이죠. 그분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에 와서 광혜원을 세우고 나중에 연세대, 세브란스까지... 잘 생긴 영향도 없진 않을 거예요. 심리학적으로도 잘 생긴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잖아요. ㅋ 근데 책이 넘 비싸요. ㅠ
언더우드 대단하신 분이죠!! 생애는 잘 모르지만 그분이 세우신 학교 들어갈려면 ㅎㄷㄷ 하지요^^ 김규식책은 첨으로 책으로 Flex했습니다!!^^;;(중고서점도 도서관에도 없더라구요^^;;)
아, 그래서 작년에 향팔님 할머님 피아노 배우게 해 주신 (맞죠?) 그 얘기가 여기서 이어지는군요. 누구든 내 편인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물론 그 사람이 나의 부모라면 좋겠지만 부모님도 다 아픈 곳이 있으셔서 그러는가 보다해요. 그래도 고모님도 좋으신 분이셨네요. 친가쪽 분들이 그러기가 쉅지 않은데. 우린 친할머니 고모들이 만만한 분들이 아니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친가쪽 분들부터 관계를 딱 끊었어요. 친가분들도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엄마를 괴롭힐 명분이 없어져 더 이상 뭐라고 하지도 못했고. 인연이란게 뭔지 참...
아니, 피아노 얘기를 기억해주시다니요. 맞아요, 할머니가 폐지 판 돈으로 저를 피아노학원에 밀어넣어 주신거! ‘아무리 없이 살아도 가스나가 피아노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할무니의 신념으로, 먹고살 돈도 없는데 피아노를 다 배웠답니다. 그러게요, 저는 조카들한테 제 고모들처럼 못해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제는 할머니 나이가 된 둘째고모랑 가끔 옛날 얘길 하는데 고모 말씀이 ‘지금처럼 노인 기초연금만이라도 따박따박 나오는 세상이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니들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하시며 아쉬워하세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우리가 돌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프로메테우스의 고난처럼 타인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돌봄이란 그런 게 아닐지 생각하고, 거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가져온 겁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그믐 회원 가입하고 처음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박산호 작가님도 참여하시는 모임이어 더욱 뜻깊네요. (작가님 책 중에..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긍정의 말들, 어른의 문장들.. 까지 읽었고, 그중 특히 '긍정의 말들' 이 기억에 남습니다. )
@바람구름 반갑습니다! 긍정의 말들, 어른의 문장들 저도 좋아하는 에세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화란 게 그런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볼 수 있고 가슴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많아요. 통증조차 본인이 직접 아파봐야 타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화에 관해서는 끝도 없이 ‘버전 업’ 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새롭게 익히는 게 많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돌보고 계신 환자분들을 할머님, 할아버님, 환자분… 이렇게 안부르고 뮤즈라고 하시는 것도 책 첫머리부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을 쓰면서, 또 실제로 죽음을 접하면서 하루에 세 번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감과 감사함이 밀려온다. 언젠가 나는 반드시 죽겠지만 그게 오늘이 아니어서, 지금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순간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어서 그렇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p.9-10, 박산호 지음
오늘 당장 어머니가 화를 내도 내일 아침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할 용기를 가지는 게 좋아요. 어머니의 노화 과정에 부지런히 동행하다 보면 힘이 붙을 거예요. 부모 돌봄에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잘하실 수 있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29, 박산호 지음
돌봄 산업에서 로봇을 쓸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돌봄 노동자가 많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케어 로봇이 잘 작동하다가 고장 났을 때 노인이 느낄 혼란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그런 게 싫어요. 그런 식의 정서적인 지지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받아야 하는 게 맞아요. 로봇을 연구하는 비용으로 우리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다른 걸 해 볼 여지는 없을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35,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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